정토행자의 하루

경산법당
병고를 양약 삼아 흔들림 없이

“이렇게 하면 저도 정회원이 될 수 있나요?” 당찬 모습으로 경산법당 활동가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이순애 님. 모자를 쓰고 병색이 도는 모습에도 활짝 웃을 여유가 있는 아름다운 그녀. 주변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교대학을 당당히 졸업하고 경전반에 진학하여 부담당 소임까지 해내고 있는 경산법당 이순애 님의 수행이야기입니다.

9-10차 천일결사 입재식에서 주인공
▲ 9-10차 천일결사 입재식에서 주인공

한없이 착한 딸, 착한 며느리...

정토회를 알기 전에 법륜스님 책을 먼저 만났습니다. 2014년 딸아이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도서 도우미 봉사를 하면서 ≪엄마수업≫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고, 이후 직접 사 몇 번을 다시 읽었습니다. 그리고 즉문즉설 유튜브 영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그렇게 괴로운 것이 없었는지, 스님 책과 동영상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져서 정토회를 찾아올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2014년에 몸이 불편하신 시어머니를 효자 남편의 권유로 집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또한 몸이 아프지만 혼자 생활하시는 친정엄마한테도 수시로 방문하여 장 보고, 청소하고, 같이 산책도 하면서 한없이 착한 딸, 착한 며느리로 살았습니다.

그러다 2016년 친정엄마가 치매 진단을 받게 되었고, 그해 10월에는 결국 요양병원에 모시게 되었습니다. 거의 매일 엄마를 찾아가 같이 점심 먹고, 씻기고, 얘기도 나누며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6개월 후에 돌아가셨습니다. 친정엄마와 충분히 함께했기에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작은 일에도 짜증 내고, 화를 참지 못하는 등 증상이 점점 더 심해져 결국 시어머니마저 요양원으로 모셔야 했습니다. 이런 나를 지켜보던 남편이 정신과 진료를 권유하였고, 우울증 진단을 받고 상담과 약물치료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즈음 송현법당에 다니던 큰언니가 불교대학 공부를 권유하였고, 그렇게 2018년 가을 불교대학에 입학하여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불교대학 졸업 갈무리에서
▲ 불교대학 졸업 갈무리에서

항암치료를 버티게 한 힘, 불교대학

큰언니의 권유로 2018년 7월 초 불교대학 입학원서를 내고 마음이 변하면 안 되니 바로 입학금도 냈습니다. 불교대학 입학을 손꼽아 기다리던 중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유방암이라고 했습니다. 암 진단을 받자 ‘내가 왜? 누가 날 이렇게 만들었지?’라는 막연한 원망과 슬픔에 마음이 요동쳤습니다. 하지만 불교대학 수업을 들으며, 암은 누가 나에게 준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만든 것임을 알았습니다.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내가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내가 나에게 준 것이었습니다.

8월 말 수술을 하고 9월 10일 퇴원해서 바로 다음 날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입학식을 못 가고 처음 찾은 법당이었지만, 선배 도반들이 모두 친절하게 배려해주셔서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이후 9월 말부터 항암치료에 들어갔습니다. 머리카락이 모두 빠졌습니다. 속은 울렁거리고 앉아 있기도 어지러웠지만, 수업 시간에 맞추어 미리 약을 먹고 법당에 갔습니다. 다행히 법문에 집중할 때에는 속 울렁거림도, 어지러움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몸은 힘들었지만 단 한 번도 불교대학을 그만둔다든지 결석을 한다든지 하는 갈등은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뭔가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수업이 있는 화요일이면 법당에 가고 싶고, 법문을 들으면 어리석은 제가 보이고, 부처님을 존경하며 닮고 싶었습니다. 수업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르고 눈물이 핑 도는 감동의 연속이었고, 이것이 다시 일주일을 버틸 힘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수업에 빠질 수가 없었습니다. 드디어 2019년 2월 말 지루했던 항암치료가 끝나고, 5월에는 방사선치료도 잘 해냈습니다. 덕분에 5월 졸업 수련도 가고 7월에 졸업식에도 무사히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불교대학에 꾸준히 다녔을 뿐인데, 저의 암 치료도 모두 끝나 있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요식에서 딸과 함께
▲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요식에서 딸과 함께

내 가족은 모두 수행 도반

가족은 저에게 참으로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불교대학 수업 때 JTS 거리모금에 한 번 참여해보고 싶었으나 항암치료로 몸이 아주 힘들 때라 선뜻 마음을 내지 못했습니다. 그때 남편이 작은 아이와 함께 모금 활동에 참여할 테니 저보고는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올해 어린이날 특별모금에도 제가 가고 싶다고 하니 남편과 작은 아이가 또 함께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남편과 작은 아이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불교대학 홍보 기간에 홍보물을 남편과 함께 동네에 붙이게 되었는데, 남편은 저녁에 운동하고 돌아올 때마다 ‘법륜스님 잘 계신지 한번 보고 가자’며 집 앞 공원에 달아놓은 홍보 족자를 확인하곤 합니다. 그 마음이 고맙습니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큰아이가 어느 날 친구에 대한 고민을 우리 부부에게 털어놨습니다. 중학교 때 제일 친한 친구와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기뻤답니다. 그런데 지금은 같은 반 친구들과 더 가깝게 지내고 싶은데, 그 친구가 자꾸 신경 쓰인다며 어떡해야 하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그때 근본불교를 배우던 중이었는데 문득 제행무상이 떠올랐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그때는 그 마음이었고, 지금은 마음이 변할 수도 있다. 잘못된 것은 없다. 그리고 지금 이 마음 또한 변할 것’이라고 딸아이에게 얘기해 주었습니다. 그때 딸아이가 ‘이제 고민이 있으면 엄마, 아빠한테 먼저 얘기해야겠다’고 하는 말을 듣고, 저를 멋진 엄마로 만들어준 불교대학 수업이 정말 감사했습니다.

작은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 기도했어?’ 밥 먹을 때마다 ‘엄마, 기도했어?’라고 물어봅니다. 작은 아이 때문이라도 저는 기도를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우리 가족은 저의 수행 도반입니다.

연말 거리모금에 참여한 남편과 딸(왼쪽 첫 번째와 두 번째)
▲ 연말 거리모금에 참여한 남편과 딸(왼쪽 첫 번째와 두 번째)

나에게로 돌이키니 감사함만 남아

저는 이제 겨우 1년 된 햇병아리 정토행자입니다. 그러나 1년 동안 저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것은 천일결사 입재입니다. 9-7차 입재식에 한 번 올 수 있겠냐는 선배도반의 권유에 뭔지는 모르지만, 항암치료 3일 후 진통제를 먹고 참석했습니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기도하는 거라고 했습니다. 그냥 했습니다. 많이 아플 땐 그냥 엎드려 음원만 들었습니다. 기도하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처음엔 몸이 아파서 울고, 다음엔 남을 원망하면서 울고, 그다음엔 나의 어리석음에 울고, 나로 인해 힘들었을 가족에게 미안해서 울고, 그러고 난 다음 감사의 기도가 나왔습니다.

내가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이렇게 치료받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다른 가족이 아닌 내가 아플 수 있음에 감사하고, 나의 어리석음을 알 수 있어서 감사하고, 감사할 일이 매우 많았습니다. 비록 보잘것없지만 하나씩 알아차리고 괴로움이 없어질 때의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에 부족합니다.

한 예로 큰아이가 고등학교 1학년입니다. 속으로는 이제 잠도 줄이고 공부도 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으니, 주말에 늘어지게 자는 아이를 보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아침 기도 중에 문득 ‘순애는 자고 싶은 만큼 다 자야 일어나지.’ 하는 엄마의 말씀이 떠올랐고 어린 시절 잠이 많았던 저를 한 번도 타박하지 않으신 엄마가 보였습니다. 그렇게 잠이 많던 나도 학교 잘 다니고, 직장생활 잘하고,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데 라는 생각이 드니, 아이가 자는 모습을 봐도 괴롭지가 않았습니다. 햇빛이 많이 비치면 커튼 쳐주고, 이불도 덮어주고 합니다. 수행이 없었다면 저는 아직도 아이의 자는 모습을 보며 괴로워하고 있을 겁니다.

천일결사 모둠활동하는 모습
▲ 천일결사 모둠활동하는 모습

알아차린 내 마음 ‘나누기’가 가장 좋아

불교대학 1년을 하고 나니 몸과 마음을 살피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도 몸의 변화를 살핍니다. 아플 때도 어디가 아픈지 살펴봅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마음은 어떠한지 살펴봅니다. 안될 때도 있지만 그냥 해 봅니다.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생각도 많이 하지 않습니다. ‘잘해야 하겠다.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 없이 그냥 편하게 살아갑니다. 이 모든 것은 불교대학 프로그램 중 수행연습을 통해 배운 것입니다. 수행연습은 또 다른 수업이고 일상에서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며, 특히 알아차린 마음을 밴드를 통해 표현해 보는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저는 이제 마음 알아차리기가 습관이 되었습니다.

나에게 정토회라는 소중한 인연을 맺어준 큰 언니는 피곤하고 아파도 법당 가서 봉사 소임을 하면 아픈 게 없어지고 힘을 얻어온다고 합니다. 우리 법당 선배 도반들도 봉사 소임으로 얻는 게 더 많다고 합니다. 아직 저는 봉사한 게 없고, 그래서 봉사하면 정말 힘이 생길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욕심내지 말고 할 수 있을 때 그냥 해보면, 나도 그런 힘을 얻을 수 있겠지 기대해 봅니다.

불교대학 입학식에서 봉사활동 중
▲ 불교대학 입학식에서 봉사활동 중


‘암에 걸리니 좋은 점도 많다’며 환하게 웃는 이순애 님. 누군가는 인생 최대 걸림돌이라고 여기며 넘어져 울고 있을 병고를 통해, 일상에서 놓치고 있던 가장 소중한 부분을 깨닫게 되었다고 감사해하는 도반... ‘세상 어디에 부처님의 가피 아닌 것이 없다’는 말이 문득 떠오릅니다. 정토행자로 첫 발걸음을 내디딘 이순애 님의 앞날에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글_이순애 (대구정토회 경산법당)
정리_윤영애 희망리포터 (대구정토회 경산법당)
편집_강현아 (대구경북지부)

전체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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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지

수행담을 읽고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났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10-07 14:17:36

김정화

고맙습니다

2019-10-07 11:09:08

반야지

진솔한 수행담을 읽으며 저도 함께 눈물이 났습니다. 세상에서 장애라고 여기는 일도 한생각 돌이켜 복으로 받아들이시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다른 행자님들께 부끄럽지 않은 도반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_()_

2019-10-05 16: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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