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대연법당
소중한 인연 항상 감사하게 여기며 - 대연법당 박윤희 님 수행 이야기

대연법당 불교대학 모둠장을 3년째 맡은 박윤희 님은 2004년 법륜스님 <금강경 강의> 현수막을 본 후 정토회와 인연이 되었다고 합니다. 무거웠던 삶의 짐이 수행.보시.봉사를 함으로써 서서히 발걸음을 ,어깨를, 짐을 가볍게 해줬음을 알아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삶이 어떻게 가벼워지게 되었는지 지금부터 수행 이야기를 들어보려 합니다.

맑고 ,밝고, 가볍게 웃는 박윤희 님입니다.
▲ 맑고 ,밝고, 가볍게 웃는 박윤희 님입니다.

‘너라고 왜 그런 시련을 겪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라는 생각이 들며 교만임을 깨닫다.

저는 중학교 교사입니다. 1998년 IMF 때 사업하던 남편의 빚보증을 서서 아직도 그 빚을 다 해결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당시 채권자가 학교까지 찾아왔었습니다. 낯선 남자들의 승용차를 타고 남편을 찾으러 간 일도 있었어요. 나를 안타깝게 여긴 동료들은 저에게 물질적으로 도움을 많이 주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김장을 주문해 주었고, 아이들 고기라도 먹이라고 소고기를 사주신 동료도 있었으며, 돈 이십만원을 주머니에 살짝 넣어준 동료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왜 내가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오히려 내가 다른 사람을 도와줘야 하는데 내가 도움을 받는 입장이고 보니 어찌할 바를 몰랐던 것이지요. 그분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맛있게 감사하게 먹는 것이 그 분들에게 진정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것이겠구나'라고 깨달았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학교 부근에 있는 절에 들러 ‘내가 뭘 잘 못 했기에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가!'라며 답답한 마음을 달래면서 108배를 했습니다. 그러다 언뜻 스친 답이 ‘너라고 왜 그런 시련을 겪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 ‘왜 그런 일은 너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기느냐?', ’너도 얼마든지 그렇게 살 수도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제야 이 생각이 굉장히 교만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60년대,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친정아버지께서는 서울대를 나와 부산 명문고등학교의 수학교사를 하셨습니다. 새벽과 밤에 과외를 했었던 시절이라 집에는 과외를 받는 학생들로 북적댔습니다. 그래서 항상 조용해야 했기에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맘 놓고 울어보지도 못한 것이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방학이면 부모님은 꼭 여행을 가셨습니다. 육남매 중 막내인 저를 늘 함께 데리고 다니셨습니다. 학교 다닐 때 공부도 그런대로 하고 부모님께 항상 착한 딸로 칭찬도 많이 받고 자랐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우리 딸이 나보다 훨씬 못한 환경에서 자라게 한 것이 미안할 뿐입니다.

남편을 보고 사는 것은 지옥이었다

대학 3학년 말, 우연히 친구 결혼식에 따라갔다가 남편을 만났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 교사 발령받은 이후 바로 남편과 결혼을 했습니다. 서울로 취직한 남편따라 서울에서 삼십 대 중반까지 그런대로 살았습니다. 그러나 남편이 일찍 사업에 뛰어든지 얼마 되지 않아 IMF가 닥치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던 집은 경매로 넘어가고 내 봉급은 압류당하게 되었습니다. 봉급의 1/2을 받으면서도 '100만 원이면 내가 한 달 일한 보수로 딱 적당하다'라며 스스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생각을 긍정적으로 해서인지 다행히 먹고 사는 기본적인 생활을 하는데는 별 문제없이 살 수 있었습니다.

얼마 후, 남편의 성화에 부산으로 다시 내려와 친정식구들 옆에 살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평소에도 술과 담배를 좋아했습니다. 직장을 다닐 때는 늘 밖에서 먹더니, 사업에 실패하고는 매일 집에서 술을 마시고 손에서 담배가 떨어진 적이 없었습니다. 큰아이 교복에 담배냄새가 배어 아이들이 담배를 피운다고 학교에서 오해를 받을 정도였습니다. 그런 남편을 보고 사는 것은 지옥이었습니다.

수행기도는 새 삶의 시작

2004년 2월 24일 어느 날, 무심결에 지나쳤는데 법륜스님 <금강경 강의> 현수막이 집 근처 도로변에 걸려있는 걸 보았습니다.
당시 동래법당에 다녔던 친구가 내가 금강경을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는 정토회를 소개해주었고, 그때부터 해운대법당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매일 아침 금강경을 독경하셨는데, 그 내용이 궁금해 이책 저책 금강경 해석을 찾아봐도 도통 무슨 소린지 알아듣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다 법륜스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충격과 환희심으로 가슴이 벅차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금강경이 이렇게 쉬운 경전 일 줄이야. 당시에는 3개월간 꾸준히 강의 들었던 사람들에게 스님께서 직접 법명을 주시고 일일이 법명 풀이까지 해주셨습니다. 스님께서는 저에게 ‘사자성’(도토리 떨어지는 소리에 놀란 다람쥐가 뛰기 시작하니,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는 숲속 모든 동물이 뛰기 시작했다. 절벽이 있는 것을 모르고 토끼도 뛰고, 사슴도 마구 뛰었다. 그 때 동물들이 뛰어가는 모습을 본 사자가 ‘어흥!’ 포효소리를 내어 숲속 동물들을 구했다'라는 우화)의 사자 울음소리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그 이후 꾸준히 수요법회를 참석했고, 1년 뒤 아들이 고등학교 입학을 할 무렵 제5차 천일결사 첫 입재식에 참가하면서부터 수행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끊이지 않는 빚 독촉 전화, 항상 소주병이 쌓여있는 집, 담배에 쩔어 있는 남편, 사춘기인 아들의 반항... 지옥 같은 나의 생활에 수행기도는 새 삶의 시작이었습니다. 어느 날 동료가 나의 뒷모습에서 "발걸음이 굉장히 가벼워졌다"라고 말해 주었을 때 수행기도가 나의 발걸음, 나의 어깨, 나의 짐을 가볍게 해주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도반들과 함께한 수행 맛보기(오른쪽 첫째 줄 첫 번째)
▲ 도반들과 함께한 수행 맛보기(오른쪽 첫째 줄 첫 번째)

힘든 시련을 겪게 해준 남편이 오히려 고마운 것이구나

어느 날 저녁, 아들이 아빠에게 대들기 시작했습니다. 아빠는 화가 나서 아들에게 손찌검을 했습니다. 아들방에서는 두 사람의싸움으로 인해 우당탕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딸아이는 묵묵히 책만 열심히 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제가 딸아이에게 너무 미안해서 “엄마가 너무 미안하다. 너를 이런 환경에서 자라게 해서’’라고 했더니, “엄마, 나는 이 일이 우리집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그냥 옆집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지내고 있어.”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10살 된 아이인데… 이렇게 철이 빨리 들어버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 딸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7월 중순, 남편은 뇌졸증으로 쓰러져 10일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남편이 살아있을 때 힘들게 살다 보니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도 마음에 큰 타격이 없었습니다. 당시 스님의 <즉문즉설> 중, "남편이 너무 잘해주고 떠난 집에 문상을 가보면 그 부인은 자기 어떻게 사느냐고 울고불고 본인 걱정만 하고 있는데, 남편이 힘들게 하고 떠난 집은 오히려 죽은 사람 걱정을 해주더라며 남편이 잘해주는 것이 꼭 좋은 것만 아니다." 라는 내용이었는데 꼭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아 살짝 웃음이 나왔습니다.

딸애가 중학교 1학년이었던가, 햇살이 내리쬐는 한가한 일요일 아침 저에게,
"남들은 우리 가족을 보면 빚도 많고, 아빠도 돌아가시고, 집도 이런 작은 빌라 전셋집에서 살고... 참 불행한 가정처럼 보이겠지만 우린 그게 아닌데, 우린 지금 참 행복한데…."
라고 말했습니다. 작은 것에 만족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딸의 모습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 때 크게 깨달았습니다. 살아있을 때 힘든 시련을 겪게 해준 남편이 오히려 고마운 것이구나. 세상사 좋고 나쁨이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딸과 대화를 할때면 항상 재치가 있어 재미가 있습니다. 어려움이 닥쳐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딸아이를 보며 어떤 지인은 "수행은 엄마가 하고, 도는 옆에 있는 딸이 텄다"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우린 지금 참 행복한데….. (아들, 딸과 함께)
▲ 우린 지금 참 행복한데….. (아들, 딸과 함께)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구나

천일결사 입재를 하고 3년째 되던 해, 아들의 대학 진학을 앞두고 부모로서 사범대를 갔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성적면이나 성품면으로 보나 사범대와는 거리가 멀었고 아들 역시 꿈도 꿀 수 없다고 했습니다. 원서 마감이 임박해서 입시 경쟁률을 보던 아들이 "사범대 국어교육과가 미달일 것 같다. 원서나 한번 넣을 볼까?" 하고 묻길래 재수를 각오하고 원서를 넣자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마감되니 미달이 아니었습니다. 할 수 없이 아들과 나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재수학원을 알아보다가 사범대 논술시험이 있을 즈음 저는 인도 순례를 떠났습니다. 합격자 발표가 있어도 우리와는 거리가 먼 얘기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합격자명단에 아이 이름이 있어도 '재수생 중에 동명이인이 있구나!'라고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라고 대학교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때까지도 우리 아이가 아닐 것이라고 말하며 혹시나 하고 주소를 물어보니 우리집이었습니다. 그 다음날 등록을 하지 않으면 탈락할 수 있으니 빨리 등록하라고 했습니다. 이런 기적과 같은 일이 나자 집안에서는 '엄마가 매일 아침 기도를 하더니 부처님 가피를 받았다'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아들은 별다른 사교육을 받지 못했는데 국어교육과를 진학하게 되어 별 무리 없이 대학 생활을 마쳤습니다. 2년동안 임용고시를 준비하다가 현재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로 취직하여 교직에 만족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딸아이는 집 근처 여자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매일 밤 집에서 키우는 유기견과 함께 야간 자율학습이 마칠 때쯤 학교 앞에서 딸아이를 기다렸다가, 개 산책 겸 딸아이와 오순도순 얘기하며 집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딸아이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중학교 2학년 때 간호대학을 살짝 권유해보았습니다. 당시 문과를 다니고 있었지만 교차지원이
되는 카톨릭대학에 논술로 쉽게 합격했습니다. 아이 둘이 대학 진학을 수월하게 해준 것이 그동안의 힘든 삶을 충분히 보상해 준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느 것 하나 소월 할 수 없는 ‘수행.보시.봉사’

제가 가피입은 것을 생각하면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가 없습니다.

봉사 - 남들처럼 열심히 잘 하지는 못하지만, 1주일에 한 번은 봉사를 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해운대법당에서 불교대학 소임, 토요법회 진행, 하루 명상 등 소임을 맡았고, 시간이 갈수록 저는 점점 더 행복했었습니다. 학교를 이동하면서 가까운 대연법당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부장을 맡다 보니 과다한 업무로 인해 대연법당에서는 소임을 많이 맡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제가할 수 있는 불교대학 모둠장만 3년째 맡고 있으며, 1주일에 한 번 법당에 나가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수행 - 숙제하듯 했던 기도. 이제는 일어나면 자동으로 기도를 합니다. 여행을 가도 자연스럽게 기도는 하게 됩니다.

보시 - 늘 절약하고 돈을 잘 안 쓰는 습관이 있어 어딜 가도 보시에 큰 돈을 선뜻 내어놓는 것은 아직 인색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지혜롭게 돈을 쓸 줄 알고 낭비하지 않는 습을 지켜나가겠습니다. 처음 정토법당에 발을 들여놓은 소중한 인연을 감사하게 여기며, 초발심으로 항상 행복한 수행자로 살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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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는 행복한 수행자입니다’라는 수행문이 떠오릅니다.
앞으로 박윤희 님이 밝고, 가볍고, 행복하게 웃으시길 바랍니다.

글_박윤희(해운대정토회 대연법당)
정리_서선아 희망리포터(해운대정토회 대연법당)
편집_유은희 희망리포터(울산정토회 화봉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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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접수마감 : 2017. 8. 27. (일)

▶정토불교대학 홈페이지

전체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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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가볍게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세상사 좋고 나쁜 것이 없다는 말씀이 이 새벽에 쏙 들어옵니다.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2017-08-27 04:53:42

이나겸

정말 감동입니다ㅠㅠ 아품이 나중에 복이 되어 돌아왔군요... 보살님 글을 보니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정토회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 정말 감사할꺼 같아요
보살님의 글을 보며 같은 곳에서 공부한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고 좋아요~! 존경스럽습니다^-^ 이렇게 솔찍한 글을 쓰고 올려주신것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2017-08-25 20:49:15

푸름이

감동입니다
성불하십시오

2017-08-25 10: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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