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순천법당
이제 어른이 되어갑니다
정미영 님의 봄불교대 졸업 소감문

“잠자는 것도 불편하고 화장실도 불편하지요?" 그 불편함은 환경 탓이 아니고 자신의 문제라는 스님 법문에 고개가 끄덕여지자 나를 불편하게 만들던 많은 것들이 사라졌습니다. 몇십 년 동안 하지 못했던, 또 하려고 하지 않았던 일들이 수행을 통해서 가능한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불교대학에 와서 사라진 불면증, 15년 만에 남편과 한방을 쓰게 된 이야기... 

 

순천법당에서는 2016년 첫 행사로 1월 5일, 봄불교대학 갈무리가 있었습니다. 결코 짧지 않은 1년의 불교대학 과정을 서로 독려해가며 잘 마무리한 16분의 도반들(주간반 6분, 저녁반 10분)의 졸업을 축하합니다. 그날의 감동을 졸업생 정미영 님의 진솔한 소감문으로 전합니다.


▲ 봄불교대학 저녁반 도반들의 갈무리 단체 사진. 정미영 님은 
뒷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정미영 님의 봄불교대 졸업 소감문

 

입학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졸업입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즐겨 듣다 불교대학 홍보 음원에서 자신이 불교대학 졸업 후 삶이 변했다고 하는 분들의 여러 사례를 들으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입학했습니다. 절에만 가끔 다녔을 뿐 불교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탓이었는지 법문을 듣는 것도 좋았습니다.

 

4월 교과 과정 중 수행맛보기를 할 때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것이 참 힘들었는데 전화해서 깨워주시는 정민숙 님께서 잠이 덜 깬 제 목소리에 “힘들죠? 그래도 같이 합시다.”라고 북돋아주셔서 포기하지 않고 2주를 잘 버틸 수 있었습니다. 입학식 날부터 늘 들어왔던 '도반의 힘'이 뭘까 궁금했었는데 그때 ‘아~ 이런 것이구나’ 하고 어렴풋이 알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5월 1박 2일 문경수련은 결혼 후 첫 외박이었습니다. 도반들과 함께였지만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의 일정이 처음이었고, 집이 아니면 잠도 잘 못 자고 화장실도 거의 못 가는 저로서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둘째 날 법륜스님의 새벽 법문에서 “잠자는 것도 불편하고 화장실도 불편하지요?” 하시며 그 불편함은 환경 탓이 아니고 자신의 문제라고 지적해주시는 말씀을 들으며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먹는 것, 화장실 가는 것, 잠자는 것에 대한 걱정 때문에 회사에서 공짜로 보내주는 두 번의 해외연수도 포기했던 저였는데 그때 스님 말씀을 들은 후로는 시댁 시골에 가서도 그전보다 잠도 더 잘 자게 되었습니다. 이런 깨달음을 얻었으니 언제일지 모르지만, 회사에서의 공짜 해외연수 기회가 혹 오게 된다면 그때는 꼭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8월 천일결사 입재식 때는 오천 명이라는 사람들이 결집한 것을 보면서, 정토회의 힘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구나, 나도 수행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10월 경주 남산순례에서는 그 많은 사람들이 산에 오르며 개인 송수신기를 통해서 설명을 듣고 법문을 듣는다는 것이 참 신기한 경험이었고, 송수신기를 통하니 더 집중해서 듣게 되는 듯하여 정토회의 이런 시스템의 대단함을 또 한 번 느꼈습니다. 처음으로 가까이 뵙게 된 스님과 악수도 하고, 스님의 노래도 들었습니다. 그 넓은 잔디밭에서의 회향 법문은 잊지 못할 감동이었습니다. 

 

불교대학 입학 전과 지금의 내 모습

일상에서 기분이 나쁜 날도 별로 없었고,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지도 않았고,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 생각하면서 지냈었는데 저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늘 저에게 “어디 아프냐? 무슨 일 있느냐?” 이렇게 묻곤 했습니다. 어디 아픈 것이 아니고 늘 피곤했었고, 무슨 일이 있는 것이 아니고 그냥 일상이 신나지 않았을 뿐입니다.

 

요즘은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살쪘다는 말입니다. 틀렸다는 말이 세상에서 제일 듣기 싫어 늘 실수하지 않으려고 예민하게 곤두세웠던 날카로움이 조금씩 부드러워지는 것 같습니다. 불면증은 정말 거짓말처럼 없어졌고, 조금만 피곤하면 늘 헐곤 했던 입안도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낳은 후 15년 동안 한방을 쓰지 않았던 남편과 이제는 같은 방에서 잠을 잡니다. 늘 나 자신을 옹호하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또 아이 핑계를 대며, 다른 사람들도 다 이러고 산다더라고 남편에게 이해해주라고 강요만 했습니다. 이런 저를 지금까지 이해해준 남편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진심으로 갖게 되었습니다. 늘 남편의 말에 한 번도 ‘당신이 맞다.’라고 맞장구 쳐주지 않고 늘 내 의견을 내세웠는데, 이제는 남편의 말에도 고개를 끄덕여 주게 되었습니다.

 

몇십 년 동안 하지 못했던, 또 하려고 하지 않았던 일들이 수행을 통해서 가능한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늘 회사와 집만을 오가며 살던 제가 일주일에 하루 법당을 나오면서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어 좋았습니다. 밖으로만 향하던 시선을 돌려 이제는 나를 보게 되고, 내 가족에게만 한정되어 있던 관심을 주변에도 나누게 되었습니다.

 

법당문을 열면 “보살님, 어서 오세요.”라고 늘 웃으면서 반겨주셨던 총무 손정현 님. 편하게 마음 내어놓을 수 있도록 잘 이끌어주신 두 대장 류명환 님, 정호원 님. 아침 수행이 하기 싫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포기하려고 했을 때 혼자 외롭다며 다시 수행할 수 있도록 마음먹게 해주신 박선 님을 비롯하여 여동생 대하듯 따뜻한 시선으로 늘 바라봐 주신 도반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나이만 먹었지 늘 서툴렀던 제가 2015년부터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모두 여기 계신 분들 덕분입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봄불교대 주간반 도반들 갈무리 단체 사진

 

새순이 돋아나는 지난봄, 푸릇푸릇 새싹마냥 신선함을 법당 가득 채워 주던 봄불교대학 도반들은 졸업이 새로운 시작이 되어, 불교 8대 행사를 책임지고, 지렁이 엄마가 되어 환경 지키기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입재식을 담당하고, 경전반과 불교대학 담당과 모둠장을 맡아 선배로서 후배들의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가난한 이웃을 위한 거리모금을 담당하고 우리 민족의 통일을 위한 통일 의병으로서 책임을 해나갈 것입니다.

 

지난 일 년의 불교대학 과정을 거치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고 상대방을 이해하며, 조금 더 웃게 되고, 편안해진 마음으로 자신을 넘어 세상에 잘 쓰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원을 펼치고 있는 멋진 봄불교대학 도반들, 다시 한 번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글_남진숙 희망리포터 (순천정토회 순천법당)

전체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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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덕

정말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겪으셨네요. 수행담 감동 깊게 잘 읽었습니다.

2016-02-02 20:21:26

대거화박순천

담담하게 써 내려간 글 읽다가 코 끝이 찡해집니다. 얼굴도 모르는 도반님, 고맙습니다.^^

2016-01-29 19:40:27

공덕화

잘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2016-01-29 1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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