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순천법당
몸과 마음의 보약 정토 불교대학

꽤 쌀쌀해진 날씨에 어깨가 움츠러들고 삶에 활기가 줄어듭니다. 이럴 땐 쌉쌀한 보약이 든든하죠. 여기 몸뿐만이 아닌 마음 까지 챙겨주는 효과 만점의 보약이 있답니다. 순천법당 봄 불교대학 주간반 학생들은 '정토회'라는 보약을 통해 불법을 공부하고, 도반을 만나 참 행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모이면, 언제나 생기가 돌고 웃음꽃이 만개하는 세 도반과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어떻게 정토회 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나요?

송현영 저는 결혼하고 7년 정도를 아이들과 시부모님과 함께 살았습니다. 당시 남편은 타지에서 혼자 지내며 자유롭게 살고 있었어요. 경제적으로는 시부모님이 지원해 주셨기 때문에 굶고 살진 않았지만, 마음이 늘 불안했어요. 특히 시어머니는 집안의 조상신을 지극정성으로 모시면서 자신의 신앙 덕에 가족 모두 무탈하고 건강하다는 강한 믿음이 있으세요. 의지가 약한 저에게는 이런 시어머니의 강인함이 존경스럽기도 하지만 저는 그런 믿음이 안 생기니 부담스럽고 벌 받을까 두려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어머님이 시키는 대로 절에서 뜻도 모르는 경을 외면서 복을 빌고, 조상신을 모셨지만 늘 불안하고 외롭다고 느꼈어요. 이런 마음을 달래기 위해 교회를 다닐까 하던 참에 우연히 정토회 불교대학 포스터를 봤습니다. 기독교보다는 친숙한 불교 공부를 해보자는 마음에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김미옥 저는 삶에 허전함과 불안정함을 책으로 해결하려고 했지만 잘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날카로운 말투로 저와 딸들이 상처를 자주 입었는데 저보다는 딸들의 상처를 해결해주고 싶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교회도 다니고 절에도 다녔니다. 그러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게 되었고 사람 사는 도리를 살피게 되었습니다. 불교에도 관심이 높아졌고요.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되었습니다.

오미영 딸과의 관계에서 생긴 괴로움을 법륜스님의 책을 통해 많은 위안을 받았어요.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됐습니다.

행복한 모둠데이에 함께하는 봄불교대학 도반들( 오른쪽 앞쪽부터 송현영 님, 오미영 님, 김미옥 님)
▲ 행복한 모둠데이에 함께하는 봄불교대학 도반들( 오른쪽 앞쪽부터 송현영 님, 오미영 님, 김미옥 님)

불교대학에 다니면서 어떤 변화들이 있었나요?

송현영 저는 지금도 불안이 높고 두려움도 많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남편이 혹여 건강이 나빠져 우리 가족 생계가 곤란해지면 어쩌나 걱정하고 제가 못했던 공부를 아이들은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 아이들을 다그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새벽 정진을 하며 이런 저를 돌아보고 참회를 합니다. 제 업식 때문에 올라오는 어리석음을 돌이키는 힘이 생겼어요.

특히 〈깨달음의 장〉에서는 남을 많이 의식하는 제 모습을 알게되었습니다. 불안의 많은 부분이 남편과 자식에 대한 집착과 욕심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어 두려움이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저를 봅니다. 그래서 꾸준히 새벽 정진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뜻도 모르고 중얼거리던 경이 이렇게 좋은 법문이란 걸 알게 되니 이제 더 무섭지 않습니다.

김미옥 남편의 말투로 인한 상처는 아직 받고 있지만, 그 깊이가 얕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이런 제 변화로 인해 아이들도 아빠 말에 상처를 덜 받는 거 같아요. 제 중심이 서면서 딸들에게 단단한 엄마가 되고 있다고 할까요? 얼마 전 막내딸에게서 카카오톡으로 '엄마 뭐해?' 라고 문자가 왔어요. 예전 같으면 자신 없는 마음에 답장을 안 했을 텐데 이젠 '놀아'라고 자신 있게 답하게 되었고 아이들도 이런 제 모습을 좋아하더라고요. 불교대학 수업을 위해 화요일에 외출도 눈치 보지 않고 당당히 나옵니다.

제 마음이 당당해지니 남편의 날카로운 말투도 상대적으로 가볍게 넘기게 됩니다. 그리고 남편의 반응에 화가 올라오면 제 뜻대로 하려는 욕심을 살피게 되고, 상대에게 배려가 부족한 것 같은 남편 모습을 연민으로 바라보는 힘도 생기니 마음이 아주 편해졌습니다.

오미영 저는 불교대학을 다니기 전부터 즉문즉설도 많이 듣고 스님 책도 많이 읽어서 변화에 대한 큰 기대 없이 가볍게 불교대학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초기에는 수업 시간에 많이 졸았어요. 공양도 부담스러워 거의 참석을 안 했습니다. 하지만 매번 진심이 느껴지는 도반의 권유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시간을 통해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공유하고 지지하면서 서로 가까워졌습니다. 그렇게 도반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열심히 하는 도반을 따라서 수업도 집중하게 되고 정토회 활동도 적극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딸은 여전히 외부와 단절되어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새벽정진을 하며 딸의 현실을 부정하고 외면하고 싶은 제 마음을 살핍니다. 지금도 딸에 대한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점점 딸을 바라보는 제 마음이 편해지고 있습니다. 딸에 대한 걱정과 그로 인한 괴로움을 저에게 쏟아내는 남편에게는 '그래 내가 국그릇이고 남편은 밥그릇이니 내가 품는다.'는 넉넉한 마음을 내게 되었습니다.

법사님과의 간담회에서 모두 꽃이 된 학생들
▲ 법사님과의 간담회에서 모두 꽃이 된 학생들

기억에 남는 정토회 활동은 무엇이었나요?

송현영 저는 〈깨달음의 장〉에 다녀온 뒤로 사는 데 걸림이 없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느꼈습니다. 그 후로 욕심 내려놓기가 되기 시작했어요. 예전에는 사람들과 말을 하다가 자주 울었어요. 근데 요즘은 잘 안 울어요. 불안과 두려움이 줄면서 눈물도 줄었어요. 마음이 가벼워진 거지요.

김미옥 얼마 전 법사님께 어려움을 직접 말하고 방편을 들은 대화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고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특히 괴롭다는 건 욕심을 내고 있다라는 것과 정해진 대로 새벽 정진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말씀이 아주 좋았어요. 제 생활에 바로 적용하여 실천하려고 합니다.

오미영 경주남산순례에서 수 많은 낯선 사람과 함께하면서 보았던, 조용하면서도 일사불란한 움직임, 현장에서 진행된 스님의 즉문즉설, 검소하고 소박한 점심, 차 안에서의 나누기 등 그날의 모든 것이 신선하고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정토회만의 힘을 느낀 거 같습니다.

경주남산순례 (뒷줄 왼쪽 두번째 오미영 님, 앞줄 왼쪽에서 두번째 김미옥 님)
▲ 경주남산순례 (뒷줄 왼쪽 두번째 오미영 님, 앞줄 왼쪽에서 두번째 김미옥 님)

정토회에서의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송현영 후배들을 위해 불교대학 봉사자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저는 매일 밴드에 나누기를 올리면서 함께 정진하는 도반들의 나누기를 통해 수행 정진의 힘을 받고 있어요. 이 좋은 기회를 불교대학을 통해 갖게 되었으니 저도 후배들에게 회향해야겠지요.

김미옥 불교대학 일 년으로 새길을 내는 건 미흡한 거 같아요, 경전반 올라가서 단단하게 다져야지요. 물론 저도 불교대학 봉사자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오미영 저도 김미옥 님, 송현영 님과 같은 생각이에요, 불교대학 후배들에게 제가 받은 공덕을 회향하면서 제가 낸 새길을 단단하게 다지기 위해 경전반에 입학하려고 합니다.


순천법당 봄 불교대학 주간반엔 모두 일곱 명이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어려움이 어떠한 것이든 부처님 법 만나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수행자의 길에 가장 큰 힘이 되는 도반이 있어 감사하다고 모두 한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그 모습에서 '모두 다 꽃이야' 라는 노래가 들리는 듯합니다.

글_남진숙 희망리포터 ( 순천 정토회 순천법당 )
편집_임도영( 광주전라지부 )

전체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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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희

누군가의 차갑고 찌르는 말투로 상처를 받기쉽습니다.
특히 가까운 가족에게서 더 그렇지요.
아무리 수행을 하고 내문제가 아니라 그런 뽀족한 말을 하는 사람이 문제라고 생각을 하지만 머리로만 그치고
마음까지 내려오기까지는 어렵습니다.
어느 경지까지 가면 그런 수준이 될 수있을 까요?

2020-05-28 20:08:52

반야지

졸업도 안하셨는데 벌써 봉사하실 생각 하시는 도반님들 너무 멋있습니다 ^^ 가슴이 따뜻해 지는 글 감사합니다 ^^

2019-11-27 15:56:13

자비행

마음을 내시는 모습들이 아름답습니다.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2019-11-25 22: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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