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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부쩍 통일 이야기가 많이 들려옵니다. 통일이 가까워져 오기는 하나 보다 하다가도 언론에서 연일 나오는 뉴스는 답답하기만 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여 통일로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지기도 합니다. 서초법당에서는 한 시도 쉬지 않고 천 일 동안의 통일 기도가 이어지고 있고, 서현법당에서도 한 달여 전부터 백일 통일 릴레이 기도를 시작하였습니다. 우리의 이 작은 움직임으로 무얼 할 수 있을까요? 그 의미는 무엇일까요? 서현법당에서 통일 릴레이 기도를 담당하고 있는 박지혜 님을 만나 그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통일 릴레이 기도를 마치고 불교대생들과 함께(오른쪽 두번째가 박지혜 님)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3년을 정진하고 나니 이제야 조금 알겠다는 말씀을 얼마 전에 하셨지요. 실제로 우리 법당에서 가장 얼굴이 환해지신 분 중 한 분이셔요. 그래도 아무도 나서지 않는 통일 릴레이 기도를 선뜻 시작하자 하셨을 때 한 번, 그리고 사람이 부족한 법당에서 금세 2주 단위로 돌아가며 기도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으시는 것을 보고 또 한 번 놀라게 되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통일 기도를 맡을 마음을 내셨는지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전국적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하는 것이니 그냥 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3년 전 미국에서 들어와 처음 투표를 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이 부족한 것을 많이 느꼈던 게 생각이 났습니다. 서초법당에서도 기도하고 있는데, 이 움직임이 더욱 크고 강렬해졌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Unity를 만들어내는 움직임을 바랐습니다(미국에서 30년을 살다 오신 지혜 님은 우리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며, '통합', '하나 됨'의 의미가 있는 이 단어를 여러 번 힘주어 말했습니다). 그래서 선뜻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지난달에 수정법당에서 있었던 스님의 통일 강연을 듣고 두 분의 도반이 먼저 마음을 내셨고 화요일 봄불교대생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나섰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물들여 가기
지혜 님이 하자고 하면 사람들이 어려운 일이라도 잘 따르는 것이 보입니다. 정토회 일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것이 사람을 모으고, 사람 마음을 모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함께 통일 릴레이 기도를 하고, 또 1년 동안 불교대학을 담당하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되셨나요?
"제 목소리가 커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웃음)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여 주고 있는 불교대생들이나 다른 분들 모두 생각지 않게 선뜻 나서 주셔서 오히려 더 놀랐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통일에 대한 마음, 변해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는데, 스님이 앞장서서 하시니 조금이라도 동참하고자 하는 마음을 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떤 일을 하자고 할 때 하고 안 하고는 받는 사람의 몫이라는 생각으로 묻습니다. 해줄까 안 해줄까 미리 걱정하거나, 안 해준다고 하면 서운한 마음 없이 편하게 물어봅니다. 그러니까 부탁받는 사람도 편하게 받을 수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지혜 님이 항상 밝게 웃는 얼굴로 편안하게 물어보시니 받는 사람도 더 같이하고 싶은 마음이 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옆에서 볼 때 지혜 님 모습이 사르르 눈이 녹듯 부드러워지고 얼굴도 환하게 변하는 것이 보여요. 지혜 님의 변화하는 모습, 항상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불교대생들도 자연스럽게 물들어 함께 하게 된 것이 아닐까요?
"불교대를 맡게 되면서 크게 부딪히고 분별심 일어나는 일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이런 면이 있구나 하고 내 모습을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불교대생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각자 다른 삶, 다른 개성을 가진 다양한 꽃들이 모여 하나의 화단을 이룬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내 고집이 올라오지만, 같이 울고, 같이 나누기 하면서, 정이 많이 들었고, 12명이 경전반에 올라가는데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이번 통일 릴레이 기도에 불교대생들이 열심히 참여해 주어 더욱 감사한 마음이고, 기도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변화되는 분들이 있어 뿌듯하기도 합니다. 불교대 맡은 것이 제게 큰 축복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 봄불교대생들과 함께 거리모금을 마치고(앞줄 맨 오른쪽이 박지혜 님)
릴레이 기도의 힘
저는 릴레이 기도를 두 번째 할 때부터 뭉클한 마음이 올라오고 통일에 대한 간절함도 강해지더라고요. 매일같이 릴레이 기도를 이끌어 가고 있는 지혜 님은 더욱 남다른 감정을 느끼실 것 같은데요. 함께 기도를 이어가는 다른 분들을 보면서는 어떠신가요?
"처음에 기도하면서 북한의 어린이들을 많이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는 투표를 통해 정치하는 사람들을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기도하면서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 구체적으로 생각하다 보니, 정치를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뉴스도 더 관심 있게 보고, 정치계의 움직임도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하고 있는 분들도, 자신의 정치적인 성향과 관계없이 모두 마음을 모아주고 있습니다. 함께 하는 것에 열기가 더해져 불교대생들은 서로 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입니다. 단순히 필요성만을 의식하고 있는 것을 넘어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무엇보다도 릴레이 기도를 계기로 삶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분들이 있어서 더욱 마음이 좋고 힘이 납니다."
통일 시대를 이끌어갈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고 있지 못한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과 교민들이 외부에서 보는 시각으로 통일에 대한 필연성을 더욱 크게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로 인터뷰를 마무리하였습니다. 미국에서 40년을 살다가 온 지혜 님은 사람들이 아무리 살기 어렵다고 해도, 사람 사이의 정이 있어 희망이 있고 그래서 한국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하였습니다. 처음 인터뷰를 청하면서는 사실 릴레이 기도의 의미보다는 사람 마음을 모으고 움직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했었습니다. 기도는 형식일 뿐이라는 마음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는 내가 먼저 행복해야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있다는 답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갑니다. 통일을 생각할 때마다 함께 따라오곤 하던 막막했던 마음에 물꼬를 튼 기분이 듭니다. 함께 이어가는 기도는 단순히 그 시간과 공간에서 끝나지 않고 큰 기운으로 퍼져 나가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지금 여기 내가 서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하여 조금씩 천천히 물들여 가는, 통일을 향해 가는 길에 희망을 걸어보아도 좋지 않을까, 손 내밀어 봅니다.
글_엄지선 희망리포터 (분당정토회 서현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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