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양덕법당
내 안에 붓다 있다
저녁반이 진행하는 성도재일

 

 

 

지난 1월 16일은 고타마 싯타르타가 붓다가 된 성도재일이었습니다. 포항정토회 양덕법당에서도 부처님을 닮고자 하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16일 밤 9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진행된 철야 명상정진인데요, 이번 행사는 특별히 저녁반이 주도하고 진행해서 더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법문듣고 마치기에 바쁘고, 수업듣고 나면 집에 가기 바쁘던 저녁반 도반들이 이렇게 합심해서 '해보자'라는 결의를 다지는 데는 저녁반 총책임자인 임남숙 님 한 역할 했습니다. 평소에도 저녁반을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아무리 바빠도 공부는 하게 해야지라며 저녁반을 많이 아끼고 보듬는데요, 올해 성도재일은 마침 토요일이어서 저녁반도 시간을 내면 좋겠다 싶어서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준비하는 마음을 살짝 엿봤습니다.

 

"저녁부가 처음 하는 8대 행사 중의 하나인 만큼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사전 리허설은 당연히 해야 하고 대청소와 여는 모임 또한 꼭 챙겨야 하지요."

 

철야 명상정진은 밤 9시부터 시작하지만 임남숙 님은 오후 4시부터 법당에 나와서 준비를 했습니다. 뜻한 숭늉도 준비하고 새벽에 공양할 음식 준비도 하요. 일찍 나와서 분주히 움직인 분은 또 있답니다. 감기가 심해서 못 나올 상황임에도 마스크를 쓰고 진행을 도운 백연우 우렁각시처럼 조용하게 옆에서 도와주는 박잠순 님 등 마음을 내어 도와주는 덕분에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밖이 깜깜해지자 도반들이 하나둘 법당에 들어옵니다. 한겨울에 철야 명상이라니~ 한편으로는 호기심이, 한편으로는 잘할 수 있을까? 의문이, 허리 아플 텐데 다리는 안 저리려나, 온갖 생각과 마음이 엉킨 가운데도 반갑게 인사하고 자리에 앉는 모습이 영락없는 수행자들입니다.  

 

시작시간이 되어 오신 분들은 총 16명입니다스님의 법문으로 명상하는 의미와 방법을 새기고 정진 자세를 가다듬습니다. 이제부터는 오직 자기를 알아차려야 합니다. 부처님은 총 98일을 굶은 채 수행 정진한 끝에 붓다가 되어 우리 곁 왔습니다. 98일이라는 시간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곳에 존재하는 듯합니다한 끼만 굶어도 인상이 찌려지는데 말입니다. 비록 우리 하룻밤이라는 시간을 내어 정진하지만 마음만은 부처님을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왠지 가렵고, 콧물도 나는 것 같고, 옅은 소리에도 귀가 크게 열리지만 집중하려 노력합니다.

 


 명상 후 포행. 한 걸음 두 걸음에도 깨어 있으라~ 

 

명상은 총 5회 각 40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중간에 스님의 법문과 포행이 있었구요. 포행 할 때는 오직 한 발 한 발 내딛는 걸음에 집중하며 깨어 있어야 하기에 명상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주좌와 어묵동정이라는 말을 새기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죠.

 


 스님의 감로법문을 듣는 중


밤이 깊어 어느 새벽을 향해가자 중도 탈락자가 생깁니다. 그러나 그분들도 최선을 다해서 정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많고 적음을 어찌 수치로 나타낼 수 있을까요? 모두 각자의 업식을 뛰어넘으면 겉으로 보이는 시간은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죠. 

 


 해냈다니까~ 뿌듯한 나누기

 

드디어 마지막 명상이 끝나고 정토회 수행의 꽃인 참가한 사람들의 나누기가 이어집니다. 남은 사람은 열두 명입니다. 미소 띤 모습의 한결 편안해진 나누기. 잠시 들어 볼까요? 

 호흡이 빨라지고 편안하지 못했지만 끝까지 해서 기쁘다.

ㅡ 첫 명상은 잘 되었는데 두세 번부터는 허리와 다리가 너무 아프고 졸음이 쏟아졌다.

ㅡ 죽비소리만 기다려졌다. 몸에 끄달리는 나를 보는 좋은 경험이었다.

ㅡ 생각지도 못했던 영상이 떠오르는 것을 알았다. 내 마음을 알게 된 것이 신기했다.

ㅡ 감기에 걸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봐서 내내 신경이 쓰였다.

ㅡ 처음엔 좋았는데 망상피울 때는 호흡이 빨라지고 자세가 흐트러지는 것을 알았다. 다시 호흡에 집중하며 돌아올 수 있었고 이후에는 잘 됐다. 집에서도 꾸준하게 해야겠다.

ㅡ 자세는 잡을 수 있는데 정신 집중이 안 된다. 그래도 건강한 신체에 감사한 마음이다.

ㅡ 업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재발심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명상을 다 마친 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달덩이같이 환해보였습니다. 문을 열고 나서면 또다시 경계에 팔릴 지라도 알아차리는 방법을 아는 자들의 얼굴에는 평안함이 깃드나 봅니다.

 

서로를 격려하면서 둥글게 앉아서 죽공양으로 허기를 달랩니다. 부처님은 유미죽을 드시고 성도했지만 우리들은 김치 갱시기죽을 먹었습니다. 김치를  썰어넣고 찬밥과 칼국수를 넣어먹는 경상도 음식이지요. 요즘은 새로운 음식이 넘쳐나지만 그렇지 않던 시절에는 별미였답니다. 따끈한 김치 갱시기와 구수한 숭늉을 먹고 환해진 얼굴로 법당을 나서는 님들의 모습에는 당당함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그 당당함은 내 안의 붓다 있음을 확인하고 지고한 행복을 향해 조금이라도 닮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수행이라는 것이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 아님을 저녁반 도반들을 보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일이 많아도, 몸이 불편해도, 바쁘더라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것이 수행임을 깨닫습니다.



 저녁반을 이끌어가는 도반들. 왼쪽부터 백연우, 황정심, 김동균, 임남숙, 박잠순, 김효순 님


부처님은 성도 후 일주일간을 법열을 즐긴 후 줄곧 법을 전하기 위해서 인도 전역을 맨발로 다녔습니다. 그렇게 전해지지 않았더라면 오늘 우리가 어찌 이 귀한 법을 만났을까? 부처님이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에 연꽃송이 피어오르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한 새벽. 우리들도 부처님을 닮고자 이 귀한 법을 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새겨봅니다. 참 명징한 새벽입니다. 땡큐붓다!

 

글_하상의 희망리포터 (포항정토회 양덕법당)


#정토회 #양덕법당 #성도재일 #철야정진

 

 

전체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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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우와~ 어려운 일을 하셨군요 제가 여행을 떠나는 날이었네요 동참하신 모든 분들 뿌듯하셨겠네요 진행을 맡으셨던 담당자님과 참가자 모두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양덕법당 화이팅!!' 입니다

2016-01-28 18:31:25

원승

완전히 감동적인글입니다 ?저는 새벽1시 반에 탈락했었답니다 ?내년엔 꼭 끝까지 해 보리라 맘냈지요 ?두반과 함께하는 명상은 훨 수월합니다 ?나를 온전히 볼 수있는기회가 잘 없으니까요 ?내가 존재함은 숨 쉬고 있는 덕 ?숨 끊어지면 사라지는 나의 존재 ?숨 보는 연습은 바로 깨어있는 연습 ?어떤 상화에서라도 감정에 끌리지않고 그 순간 숨 을 지켜보겠습니다 ?화날때도 억울할 때도 황당할 때도 ?숨만 보겠습니다

2016-01-28 08:3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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