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양덕법당
더 바랄 것이 없는 삶

남편 직장을 따라 포항에 온 지 9년. 부족함 없는 일상에서 허전함을 느끼다 우연히 불법과 만난 이야기, 근본 이치를 알기 위해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고 마음과 행동에서 변화를 경험하며 자신의 색안경을 알아차릴 수 있었던 김경화님의 수행담입니다. 남편과 함께 3년째 천일결사에 참여하며 수행을 통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삶의 방향을 찾은 김경화님의 수행담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문경연수원에서 도반들과(가운데 김경화님)
▲ 문경연수원에서 도반들과(가운데 김경화님)

편안한 일상 속 허기진 마음

저는 비교적 부족함이 없는 환경 속에서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이어왔습니다. 안정된 직장과 무던한 성격의 남편, 그리고 잘 자라준 아들과의 가정생활은 어려움이 없었고 직장생활 또한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이 오히려 독이었을까요? 편안한 일상 속에서도 한켠에는 허기진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남들이 보면 어느 것 하나 답답한 구석이 없다고 하는데 저는 마음이 허전할 때가 많았습니다. 공부를 한 지금 돌아보면 그때 느꼈던 그 마음이 더 잘 해야 한다는 욕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지만 당시에는 불쑥불쑥 찾아오는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그런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책과 매체를 찾던 중 유튜브에서 어느 스님의 말씀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밤새 안녕 할 수 있다.

'밤새 안녕 할 수 있다. 이 세상에 내 마음에 들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밤새 안녕 할 수 있다는 말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지금까지 잘해준 것도 없었고, 모든 사람이 내 마음에 들 수는 없는 것인데 짜증 내고 화낸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또 내가 먼저 줘야 받을 수 있다 라는 말도 마음에 담겼습니다. 호흡을 한번 참아보라는 말에 호흡을 들이마신 채 내쉬지 않고 참아보았습니다. 그렇게 1분쯤 지나니 죽을 것만 같은 상태가 되었고, 이 호흡을 내놓지 않으면 죽을 수 있겠다고 하고 터져 나오듯 호흡을 내어주는 순간 가슴이 활짝 열린 후련한 느낌을 경험했습니다. 정말 신비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때까지 불쑥불쑥 나를 답답하게 하던 허전함 같은 것이 일순간에 사라지고 행복과 기쁨이 마음에서 절로 일어났고 이런 마음이면 병에 걸리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을 이해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도대체 이 신기한 마음이 무엇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어떻게 해서 일순간에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일까 너무 궁금해졌습니다.

그렇게 마음에 대한 답을 찾아 헤매던 중 법륜스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유튜브에서 스님 법문을 들으니 마음의 변화를 겪어보지 않았을 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들렸습니다. 저는 이 신비한 법인 불법을 제대로 배워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2017년 봄 남편과 저녁 산책 중 정토 불교대학 입학모집 플래카드를 보고 바로 봄 불교대학에 입학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귀하고 귀한 법과 인연되다

법륜스님 양덕법당 오셨을 때(오른쪽 김경화님)
▲ 법륜스님 양덕법당 오셨을 때(오른쪽 김경화님)

입학식날 청법가를 부르는데 마음이 뜨거워지며 눈물이 났습니다. 이제야 내가 이 귀한 인연을 만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에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불교대학 입학 후 스님께서 말씀해주신 것 중 하나를 바로 실천해 보았습니다. 성냥을 켤 때 살살 켜는 것이 아닌 한 번에 '탁' 켜야 불이 붙듯 좋아하던 TV 드라마를 보지 않고, 출근 준비를 할 때도 스님 법문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근무 중 짬나는 시간에는 금강경을 읽고, 수시로 호흡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생각이 적어지고 마음이 편안한 상태가 되었으며, 타인과 대화를 할 때도 호흡을 알아차림하니 상대방에게 착한 말들이 절로 나왔습니다.

마음에서 변화가 일어나니 저의 행동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마음먹은 대로 아침에 언제든지 일어나졌고, 바라는 마음이 없으니 온전히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할 수 있었습니다. 남편과 아이가 이렇게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었는데 그것을 몰라보고 살아왔던 세월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욕심과 바라는 마음으로 가득 채우고 살았으니 제대로 볼 수가 없었고 이것이 색안경을 벗는 것이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가을불교대생들과 경주 남산 염불사지 삼층탑에서(맨 왼쪽 김경화님)
▲ 가을불교대생들과 경주 남산 염불사지 삼층탑에서(맨 왼쪽 김경화님)

<깨달음의 장1>에서의 경험도 참 소중한 한 페이지였습니다. 밖으로 향했던 눈을 나에게로 돌리자 감사함이 솟구쳤습니다. 저는 이 좋은 법을 자연스럽게 남편에게 전하게 되었고, 남편도 아침마다 천일결사자가 되어 수행문과 108배, 명상하면서 부처님 법 만나게 해줘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남편과 함께 108배 정진을 한지 벌써 3년이 넘었습니다, 부부가 함께 한결같이 수행 정진하니 세상이 달라 보임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삶의 방향을 찾다

가을불교대생들과 남산 오르며(화면 가운데 김경화님)
▲ 가을불교대생들과 남산 오르며(화면 가운데 김경화님)

저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해답을 찾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봉사로 부처님 법을 공부했으니 이제 수행 보시 봉사를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러자 부끄럽고 쑥스러워서 거부하던 JTS 거리모금도 당당하게 웃으면서 할 수 있었고, 불교대학 수업 때 집전과 사회도 보고 작은 소임을 하면서 밑 마음에서 올라오는 뿌듯함과 봉사를 하면서 마음에서 에너지가 일어나고 즐겁고 환희심이 일어남을 느꼈습니다.

직장에서도 항상 웃으며 상대를 이해하고 편안하게 대해주니 직장이 놀이터가 되어 가볍게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제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부족함이 없는 삶이 행복합니다. 모든 환경은 그대로인데 마음이 만족되어 편안하고 언제 누구를 만나도 웃으면서 편안하게 대할 수 있는 착한 마음을 보게 됩니다.

저는 2019년 가을불교대학 담당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빚 갚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 하자는 마음을 내고 소임을 맡았습니다. 소임을 맡기 전 마음의 준비를 위해 〈명상수련〉도 다녀왔습니다. 소임을 하면서 처음에는 학생 수가 많았는데 점점 줄어드는 학생 수에 제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무엇을 잘못하고 있나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한 사람씩 상담한 결과 이것보다 우선순위가 따로 있음을 알았고, 학생들의 깨달음장 신청을 해주면서 덕분에 우리 아이도 〈깨달음의 장〉에 다녀올 수 있는 영광도 얻었습니다. 참으로 소임을 맡은 것이 복임을 다시 한 번 느꼈고 올해는 아들도 봄 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되어 불법의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불법의 인연을 맺어준 가을불교대학 학생들 졸업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함께 공부할 수가 있어서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JTS거리모금활동 중 도반들과(오른쪽에서 두 번째 김경화님)
▲ JTS거리모금활동 중 도반들과(오른쪽에서 두 번째 김경화님)

10-1차에는 모둠장 소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가을불교대학 온라인 수업, 수행법회, 토요일 스님과 함께하는 새벽기도와 화상회의 나누기, 일요 명상수련, 많은 변화와 할 일이 많았지만 어떤 일이든 그냥 편하게 받아들이고 배우면서 합니다. 부족한 저에게 소임을 주신 총무님께 감사하며 저는 수행으로 알고 모둠원들과 함께 변화를 거듭하는 정토회 수행활동에 맞춰 찬찬히 재미있고 즐겁게 해보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수행·보시·봉사를 실천하는 삶을 살며, 나도 모르게 툭툭 올라오는 습관을 잘 관찰하고 좋은 습관으로 바꾸어가면서 가족과 모든 이들을 위해 맑고, 밝고, 가볍게 잘 쓰이는 수행자로 지내고 싶습니다.

맑고 밝고 가볍게 나아가는 김경화님
▲ 맑고 밝고 가볍게 나아가는 김경화님


수행자의 길을 잘 갈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 주신 법륜스님과 법사님, 선배 도반님들의 안내 받아 따르는 자신의 인생은 성공한 삶이며, 정토회의 명맥이 잘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여 주셨습니다.

글_김경화(경주정토회 양덕법당)
정리_하상의 희망리포터(경주정토회 양덕법당)
편집_이정선(진주정토회 진주법당)


  1.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4박 5일 

전체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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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모든 환경은 그대로인데 마음이 만족되어 편안하고 언제 누구를 만나도 웃으면서 편안하게 대할 수 있다는...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2020-07-25 17:55:20

이숙녀

보살님 참 훌륭하세요

2020-07-10 20:49:28

세명화 고명주

수행담 읽으며 찬란하고 환한 태양을 보듯 듯한 기분입니다. 밝은 햇살이 닿는 곳 마다 환해지고 꽃이 피듯 어디든 도반님 눈길 가는 곳이 봄날이 되겠구나 싶습니다. 아름다운 도반님 수행담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07-10 01: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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