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밀양법당
“네, 알겠습니다” 이 한마디 하기가 힘들었던 지난 날

 

[희망리포터 1주년 특집]

, 알겠습니다이 한마디 하기가 힘들었던 지난 날

밀양법당 안은희 희망리포터의 수행담

 


▲ 안은희 님 (왼쪽)

 

, 알겠습니다.” 이 단순한 말 한마디 하기가 나의 결혼 생활 16년간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가정적이지 않고 밖으로만 돌던 아버지가 싫어 야망보다 사랑이 중요하다고 말하던 남자랑 9년여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 내가 아니면 노총각 신세를 면하지 못 할거라는 연민 아닌 연민의 마음으로 주변과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선택한 결혼이었지만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던 내게 시댁의 환경, 시어머님의 사고방식이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높은 장벽이었습니다. 이혼한 두 명의 시누이와 별거 중인 시이모님, 그리고 편찮으신 시아버님 이렇게 많은 시댁 식구들에 둘러싸여 결혼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 여기가 저에겐 지옥이라 남편에게 늘 분가를 외쳤지만 남편의 말은 언제나 이 말로 귀결되었습니다. ‘어디에 살더라도 마음먹기 나름이다.’ ‘수처작주라는 말이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기가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항상 시어머님에 대한 분별심으로 인해 남편과 싸우고 이중 삼중으로 힘들어 했습니다. 내가 선택한 남편만 좋고, 남편을 낳고 길러주신 어머님에 대한 감사함은 눈곱만치도 일지 않았습니다. 나의 좁은 소견으로 어떻게 저런 어머니에게서 저런 아들이 날 수 있는지 항상 의구심이 일었습니다. 결혼 생활 내내 어머님에 대한 미움이 가득했습니다. 아들을 남편같이 여기며 아들을 잡고 놓아주지 않고, 며느리는 아들을 빼앗아 간 나쁜 년이라며, “세상에 도시락 싸가지고 다녀봐라. 내 아들 같은 사람 만날 수 있는지라고 하는 시어머님. 정직하고 성실하고 다정다감한 남편만 받아들이고 시어머님은 마음으로 사랑할 수 없었습니다. 다 싫었습니다. 나의 관점에서 항상 나는 옳고 어머님은 틀렸다이 마음만 일었습니다.

 

그렇게 원망과 미움으로 시간을 보내던 차, 네 아이의 엄마가 되고 또 한 아이는 가슴에 묻었습니다. 이것이 다, 내가 올바른 마음을 먹지 않아 태교가 잘못 되어서일까?, 자책과 번뇌망상으로 우울증까지 앓게 되었습니다. 정토회 다니던 지인이 아이 업고라도 스님 법문만 들으러 오라고 했지만 다 싫었습니다. 정토회와의 인연은 밀양법당이 문을 열고도 4년 뒤 2014년 가을불대에 입학하면서 나의 모습을 살피게 되었습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딸의 반항에 내가 내 꼬라지를 마주하게 되면서 스님 말씀대로 남편과 시어머님에 대한 참회가 먼저 되어야 이 아이가 바로 돌아오겠구나 매일 아침 참회의 기도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나의 아상이 이토록 깊어 남편도 어머님도 힘들었겠구나. 밖을 향하던 그 마음이 내 안으로 오롯이 돌아왔습니다. 이것이 내가 쌓은 업식이구나, 내가 옭아맨 상처구나. 그래도 내 안에서 찾아지니 미안함과 죄송함이 함께 올라왔습니다. 기도하고 수행정진하면서 그때그때 알아차려지는 이 마음의 움직임 때문에 그 어떤 순간에도 돌아봐지고 나를 내세우기보다 남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 JTS 거리모금 봉사 (오른쪽에서 두번째) 
 

 

깨달음장을 흔쾌히 보내준 남편, 내가 변하니 어머님에 대한 이해가, 고마움과 안타까움이 일어납니다. 입만 열면 밉고, 원망만 늘어놓던 내가 어머님의 삶을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어머님 세대의 아픔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내 삶의 변화이지만, 언제고 시시각각 변하는 게 또 사람의 마음인지라 항상 알아차리고 또 알아차리는 보디사트바의 길을 가고자 합니다.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을 일구고자 하는 정토행자의 서원을 따라 살고자 하는 요즈음, 가슴이 벅찹니다.

 

희망리포터의 소임을 맡아 법당에서 여러 도반들의 삶과 생활을 접하게 되니, 일과 수행 또한 한 모습이구나, 이 진리를 어찌 이토록 먼데서 돌고 돌아 찾게 되었나, 헛되이 보낸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이 새록새록 올라옵니다. 지금 내 남편과 내 아이들이 내게 오신 부처님이라 지금 이 자리에서 감사하고 은혜로운 마음으로 나를 갈고 닦으리라, 늘 새 마음으로 간절하게 하루하루를 살겠습니다.

 

_안은희 희망리포터 (밀양법당)

전체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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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임

가슴이 참 따뜻한 글이네요~~ 열심히 수행 정진 하셔서 행복해 지세요^^

2016-01-28 16:25:12

보리안

여러 도반들의 삶과 생활을 접하게 되는 희망 리포터의 매력적인 소임^^ 일과 수행 따블로 되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마음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6-01-20 22:06:29

산무명

오~! 자비화보살님, 멋져요~^*^~

2016-01-19 21: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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