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기흥법당
정반왕을 만나면 할 얘기가 많아요!

[용인정토회 기흥법당]

정반왕을 만나면 할 얘기가 많아요!

백일출가에 이어 3년 출가 중인 아들 덕에 정토회와 인연 맺게 된 공양주 신순임 님께 드리는 편지

 

신순임 기흥법당 공양주 보살님!

     

지난 시월 정토행자의하루기사를 쓰려고 보살님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틀간 다섯시간 정도 만나 나눈 이야기를 정리하려니 제 역량 밖이란 생각이 듭니다. 옛이야기 들려주는 할머니처럼 재미있게 나눠주신 보살님의 삶을 허술하게 적어내려니 죄송한 마음 가득합니다.

     

자기는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이니까 약간 질은 쪽 밥으로 먹어~.” 제가 행여 된밥 먹을까 봐 부드러운 밥 챙겨주시잖아요! 덕분에 늘 뭉클한 고마움을 얹은 특밥을 먹고 있답니다. 언제나 살뜰히 도반들 챙기며 잡곡이랑 콩, 고구마가 듬뿍 들어간 영양밥이자 따순밥' 준비해주셔서 법당 공양간은 푸근함이 가득합니다.

     

법회 후 화장실 갔다가 핸드폰까지 확인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보살님의 빨리 밥 먹으러 와~.” 는 말씀을 듣습니다. 저 또한 집에서는 빨리 나와서 밥 먹으라고 재촉하는 엄마면서도 법당에 오면 밥해놓고 기다리는 보살님의 마음을 깜박하는 철부지가 됩니다.

     

총무~, 수요법회 때 사람들이 많이 오면 좋긴 한데, 나는 힘들 때가 있어.”

어느 날 총무님에게 가볍게 하시는 말씀을 듣고는 아차! 싶었습니다. 법회 전날엔 현미, 잡곡 불려 놓고 법회 날은 냉장고 정리로 업무(?)를 시작해서 법회 참석자 수에 맞춰 밥 안치기, 도반들이 가져온 반찬 차려놓기, 과일채소 씻어두기, 얼른 와서 밥 먹어”, “많이 먹어하시며 도반들 챙기기, 공양간 뒷정리와 수저 소독, 집에 가서 삶아올 행주 보살님 가방에 넣기가 끝난 후에야 마무리되는 보살님의 하루! 엄마의 돌봄 노동을 당연히 여기듯 보살님의 고단함을 깜박했음을 알았습니다. “그래두 법회 날 사람들이 적게 오면 불안하구 많이 오면 좋구, 공양 안 하고 그냥 가는 분들 보면 무슨 이유가 있나 걱정스럽고 그래~.”

     

도반들이 밥 맛있게 먹어줘서 좋고 인정받는 기분이 들어서 공양주 소임이 좋다 하신 보살님의 말씀을 들으니 우리 법당 도반들은 엄마의 마음으로 짓는 따끈한 밥심으로 수행하고 있구나 싶었답니다!

     


신순임 님이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게 행복인 엄마의 마음으로 지은 따끈한 밥을 먹습니다! 기흥법당 공양시간^^

     

법문 듣고 그냥 가면 도반들끼리 이렇게 친해질 수가 없어. 나는 정토회의 장점이 같이 공양하는 거랑, 나누기 같아.”라고 늘 말씀하시잖아요.

저도 정토지에서 동그랗게 둘러앉아 나누기하는 사진을 보며 그 안에 한번 앉아보고 싶어서 작년 11월 법당에 처음 왔답니다. 고대하던 나누기를 할 때였습니다. 아드님이 정토회 3년 출가에 참여 중이라는 말씀을 하시며 괴로워하셔서 의아했답니다. 저는 중3 아들에게 진로를 스님 되는 쪽으로 잡아보면 어떨까?”라는 얘기를 해서 남편과 아들을 당혹스럽게 하던 시기였거든요. 게다가 정토지에 소개된 백일 또는 3년 출가자들의 수행문을 보며 '참 좋은 프로그램이구나!' 했던 저로서는 아드님이 진정으로 행복한 길을 찾았으니 좋아하셔야 하는데, 하는 생각도 감히 해봤답니다.

     

가르칠 만큼 다 가르쳐놨는데, 열심히 돈 벌어서 적당히 봉사, 보시하고 여자랑 사랑도 하고 애기도 낳고 가정을 이뤄서 살기를 바라니 아들이 문경에 가 있는 게 무조건 불만이었지. 그래도 내가 법당에 열심히 나가야 우리 아들도 좋을 거고 우리 아들 만나게 될 기회도 많아지겠지 싶어서 정토회에 나오게 됐어.”

     

아들의 백일출가 무렵, 문경으로 불교대 특강수련에 다녀오신 이야기를 눈물지으며 하실 때는 자식이 가늠할 수 없는 부모님의 깊은 사랑을 느꼈습니다.

     

문경에 도착하긴 했는데 아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여기 백일출가 온 사람들은 어디 있어요?’ 물어봐도 다들 모른다고 하고. 아무리 수행 중이라도 공양시간에는 나오겠지 싶어서 주방 근처에서 서성이고 있었는데 안 오더라구. 갖다 주나 봐. 그래서 어디 있을 만한 건물을 쳐다보고 하염없이 울고 있었어. 그랬더니 어느 보살이 뒤에서 안아주면서 들어가자고 하더라구. ‘나 우리 아들 찾으러 여기까지 왔는데 못 봐요.’ 하면서 울었지. 결국, 아들 얼굴도 못 보고 돌아오는데 너무 허무한 거야.”

     

화장실에 가보니까 암모니아 냄새 때문에 들어갈 수가 없더라구. 내가 강남 고급 아파트에서 나름 왕자처럼 키웠는데, 쟤가 어쩌자고 이 고생을 하나했어. 그 씻기 좋아하는 놈이 어떻게 씻었을 거며니가 왜 그랬어야 할까니가 많이 힘들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은 그걸 견뎌 내고 수행하는 우리 아들이 장하고 대단해 보여.”

     

문득 석가족의 교화를 위해 카필라바스투에 가신 부처님이 왕궁으로 오지 않고 걸식을 하자 불같이 노해 부처님을 질책하셨다는 정반왕이 떠올랐습니다. 예전에는 그런 왕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요. 몇 년 만에 보는 아들 주려고 맛있는 음식을 준비한 아버지의 마음을 몰라주는 자식에 대한 섭섭함, 거친 음식을 구걸해서 먹는 자식을 봐야 하는 안타까움이 새삼 절절히 와 닿았습니다. 보살님도 정반왕이 우리 법당에 오신다면 하실 말씀이 많으시겠죠?^^

     

지금도 나는 아들이 3년 출가를 마치고 나서도 수행자로 계속 남을 건지가 궁금해.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살면서 보고 싶을 때 보고, 먹고 싶은 것도 해다 주고 하면 좋겠다 하는 아쉬움도 있고. 하지만 이제는 아들한테 맡기고 있는 거야. 공부를 많이 해서 법사가 된다면 그렇게 사는 것도 좋겠다 싶고. 나는 우리 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내가 지보다 훨씬 먼저 죽고 없어진 뒤의 일이겠지만, 혹시 나이 먹어서 거기서 외롭지는 않을까? 걱정이 돼서. 외롭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고.”

     

30억을 부도로 날려버린 고난의 시간들은 담담히 들려주셨지만, 아들 걱정하는 마음을 보여주실 땐 어김없이 목이 메시던 보살님!

 

저의 중3 아들과 이런저런 일들로 갈등이 심해지던 어느 날, 아들의 백일출가를 왜 반대하실까 하는 제 마음속 의문이 풀렸습니다. 제가 제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자식 때문에 속앓이를 하면서 수행자로 살기보다는 평범한 가장의 행복을 누리며 살았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보살님을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닐까 했거든요. 보살님의 마음을 헤아리니 부쩍 보살님과의 마음의 거리가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답니다. 이제는 새해가 밝았다. 열심히 수행하고 건강하길 바란다.”라고 2015년 새해 인사를 보내실 만큼 엄마의 욕심을 내려놓으신 보살님처럼 저도 사춘기 아들의 좌충우돌을 지켜보는 엄마 모드로 돌입하겠습니다.^^

     


시월에 죽림정사로 경전반 사찰순례를 다녀온 신순임 님(왼쪽). 수요법회 때마다 차로 데려다주는 윤석훈 님과 함께했습니다.

     

잘 나가는 영화 촬영감독 남편 만나 떵떵거리며 살았는데, 내가 인생의 끝자락에 와서 왜 이렇게 됐을까? 생각해 봤는데, 나를 알아차리고 반성할 기회를 갖게 된 것 같아. 부도가 나고 내가 동생들한테 얼마나 잘했는데, 내가 이렇게 힘들 때 어쩜 저렇게 보고만 있냐.' 하면서, 그게 엄청 서운하고 서러워서 울었었어. ‘그럴 필요가 없다.’ 그렇게 마음먹는데 한 5년 걸린 것 같아. 내가 내 동생한테 그렇게 섭섭함을 느꼈던 건 바랬기 때문이구나, 그걸 내려놔야지 했어. 내 돈 빌려 가서 안 주는 사람들도 잘 되길 바라. 그전에는 빨리 받아서 요긴하게 쓰고 싶다는 마음이 컸었는데 이제는 안 그래. 내가 예전처럼 능력이 있다면 결혼한 둘째 아들한테도 해준 만큼 바랬을 거야. 해줘도 바라지 말아야 한다는 건 여기 와서 배웠고. 여기를 안 다녔다면 그걸 몰랐을 것 같아.”

 

<막히는 데서 도리어 통하는 것이요, 통함을 구하는 것이 오히려 막히는 것이니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저 장애 가운데서 보리도를 얻으셨느니라>

 

매일 아침 읽게 되는 보왕삼매론의 마지막 글귀가 가슴으로 받아들여지는 순간이었어요.

당신 자식은 잘될 거야. 당신이 그동안 한 게 있잖아. 당신 밥 안 먹은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자기가 그렇게 베풀었잖아.”

부도를 맞고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는 동안, 지인들이 한결같이 해준 말씀들 속에서 보살님의 지난 삶을 봅니다.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환한 미래도 그려봅니다.

늘 조금 넘치게^^ 건강하세요!

     

보살님 밥 먹은 사람, 정혜선 올림

     

_정혜선 희망리포터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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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화

신순임보살님<br />정반왕 만나시거든 밤새도록 엄청 공감되는 이야기를 나누실 수 있을 듯... ^^<br />그저... <br />자식 행복하기를 바라시는 마음이 느껴져서 따스했습니다.

2015-11-10 10:47:02

홍예지

잘 읽었습니다.

2015-11-07 21:03:26

공덕화

잘들었습니다. 도반들과의 활기찬 법당!

2015-11-07 19: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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