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기흥법당
엄마와 딸, 수행의 길을 함께 걷다

차(茶) 바라지 소임이 참 잘 어울리는 정영숙 님. 수요법회는 어떤 경우에도 빠지지 않고, 지금은 저녁팀장 대행을 맡고 있는 정영숙 님은 자신의 맡은 자리에서 언제나 은은한 향기를 남기는 분입니다. 또한 정영숙 님은 따님인 박수정 님과 나란히 법회에 참석하고 각종 행사에도 함께 합니다. 알고 보니 박수정 님은 백일출가를 거친 청년정토회 활동가로서, 공동체 상근자로도 활동했다고 합니다. 정영숙 님과 박수정 님, 두 모녀가 함께 하는 수행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왼쪽이 엄마 정영숙 님, 오른쪽이 따님 박수정 님
▲ 왼쪽이 엄마 정영숙 님, 오른쪽이 따님 박수정 님

딸의 권유로 시작한 불교 대학, 내 삶을 바꾸다 - 정영숙 님 수행담

2013년 힐링캠프에서 우연히 법륜스님을 보고 참 좋았습니다. 그 스님이 성남에서 즉문즉설을 한다고 해서 당시 대학생이던 딸을 데리고 갔었는데, 그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날 딸이 스님께 질문을 했습니다.

저는 당시에 집에서 가까운 절을 꾸준히 다니며 경전 공부도 하고 봉사도 부지런히 하였지만, 경전 공부는 내 생활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고 마음은 늘 허전했습니다. 가족들도 딸인 수정이도 내가 절에 가는 것을 싫어했고 왜 가냐고 했습니다.

그런데 수정이가 스님 강연에서 질문을 한 후 정토회 청년포럼을 다니기 시작했고 불교 대학을 권유하였습니다. 과연 정토불교대학은 저에게 환희심 그 자체였고, 생활 불교라는 말처럼 법은 내 생활에 스며들어 내 삶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경전반을 다닐 때는 매번 수업 들을 때마다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직장을 다니고 있었지만 수업은 한번도 빠지지 않고 수행법회도 월차 휴무까지 동원해 그 시간을 지켰습니다.

가운데가 정영숙 님
▲ 가운데가 정영숙 님

매일 저녁 딸과 함께하는 나누기

법문 듣는 시간이 참 귀했습니다. 나라고 고집했던 모든 것으로부터 풀려나가며, 하나씩하나씩 숙여나가던 시간이었습니다. 남편에게 의지하던 나를 알아차리고, 남편을 인정하며 있는 그대로 보려하니 그토록 외골수 같던 남편이 오히려 더 나를 존중해주는 것을 느낍니다. 마음대로 하려 했고 되지 않는 것에 괴로움을 만들었는데, 그것은 그 자리에 있을만하고, 나에게 오는 것은 다 올만 하다고 가벼이 받아들이니 삶은 수순하고 고요해집니다.

동서와의 갈등과 그 사이에서 나를 서운하게 하는 시어머니를 미워하면서 이것은 수행으로 넘을 수 없구나 탄식했던 시간도, 지나고 나니 과정으로 여기게 됩니다. 봉사를 하면서도 분별이 올라오고 싫어지는 도반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을 받아내니 그 모든 것이 나로부터 나왔음을, 그 도반을 분별한 내 마음이었음을 알게 되었고 그 도반과 긴 나누기로 풀어내었습니다.

딸과 도반이 되고는 저녁이 되면 함께 나누기를 하곤 합니다. 직장에서 힘든 일, 마음에서 걸리는 일을 나누다 보면 딸의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게 감사하고 이 복을 봉사로 회향하겠다는 마음이 올라옵니다.

수행자로 살 수 있어 감사합니다. 딸이 도반이 되어 더욱 감사합니다. 덧없는 인생, 법에 의지하고 나에게 의지하며 정진합니다.

뒷줄 맨 왼쪽이 정영숙 님
▲ 뒷줄 맨 왼쪽이 정영숙 님

함께한다는 건 참 좋은 일이에요 - 박수정 님 수행담

불법을 만난 것도 복인데 이 공부를 같이 하는 도반이 바로 곁에 있는 어머니라는 것은 정말 큰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법륜스님을 알게된 건 어머니 덕분입니다. 몇 년 전 힐링캠프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법륜스님이 나오셨는데 어머니가 좋아하셨어요. 그로부터 얼마 뒤에 집 근처에서 즉문즉설 강연이 열린다는 포스터를 보았고 어머니와 함께 강연장을 찾았습니다. 스님을 처음 뵈었던 그날 질문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어져서 궁금했던 것을 여쭤보았고, 스님의 답변을 듣고 마음이 매우 가벼워졌던 기억이 납니다.

강연장에 다녀온 이후로 희망편지를 통해 스님의 말씀을 접하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청년 대상 프로그램 홍보물을 저에게 추천해주셨어요. 그렇게 저는 평화재단 청년포럼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활동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깨달음의 장〉도가게 되었고, 어머니께 불교대학을 추천하면서 어머니와 저는 정토회와 더 깊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불교대학 수업을 듣고 법회에 참여하고 법당을 다니며, 시기와 장소는 달랐지만 비슷한 활동을 하는 어머니와 저는 경험과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법당에 도반이 있 듯 집에는 엄마 도반이 있었습니다.

왼쪽이 박수정 님. 엄마와 함께
▲ 왼쪽이 박수정 님. 엄마와 함께

회향하는 삶을 살겠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청년포럼에서 상근활동을 하다가 백일출가에 갔습니다. 활동을 하면서 일과 관계에서 부딪치는 것들, 절을 해도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대체 무엇 때문인지 제대로 알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리고 문경에서 행자 생활과 서울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똑똑히 보았고 내가 지은 왜곡된 생각이 괴로움의 원인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새로운 길 ‘이제야 나와 세상을 제대로 보는구나’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부모님과 스승님, 많은 인연들에게 받은 것들을 감사히 알고 회향하는 삶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기흥법당 도반들과 함께. 가운데가 정영숙 님
▲ 기흥법당 도반들과 함께. 가운데가 정영숙 님

이 길을 함께 갑니다

요즘은 아침에 새벽예불 소리로 잠을 깹니다. 목탁과 관음정근 소리가 반갑게 들립니다. 새롭게 맞이하는 하루는, 어머니가 먼저 일어나셔서 기도를 하시고 뒤이어 제가 절방석에 앉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소박한 밥상 앞에 나란히 앉아 공양게송을 합니다. ‘이 음식이 내 앞에 이르기까지 수고하신 많은 이들의 공덕을 생각하며 감사히 먹겠습니다. 나무불 나무법 나무승’ 어머니가 시장을 보고 재료를 다듬어서 음식을 만들고 뒷마무리까지 하시는 과정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집안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환경실천이며, 예전보다 소박해진 흔적을 보면 재밌기도 하고 순간순간 배우는 것들이 많습니다.

어머니와 저 각자 법당활동과 청년활동을 하며 바삐 지내다보니 물리적으로 함께하는 시간은 많지 않지만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깐 갖는 대화의 시간이 여느 나누기처럼 참 재밌고 뿌듯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수행하면서 이 길을 함께 가고 있어 정말 좋습니다.

가장 든든한 도반, 엄마와 딸(정영숙, 박수정 님)
▲ 가장 든든한 도반, 엄마와 딸(정영숙, 박수정 님)

우리는 수행자입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10차 천일결사의 시작을 앞두고 있는 지금, 돌아보면 이 삶이 참 행복하고 좋습니다. 어려웠던 날도 있었지만 그 날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서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법 만나 감사하고 앞으로 맞이할 날에 기대가 됩니다. 어머니와 저, 이 길을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나는, 우리는 수행자입니다.

글_이미리 희망리포터(남양주정토회)
편집_신정아(분당정토회)

전체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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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홍

와 어머니 딸이 참 멋지십니다. 수정님도 종종 뵜는데 참 멋지셨습니다.
고맙습니다.

2020-04-12 19:44:21

김도연

두 모녀 수행자의 모습, 아름답습니다.
얼굴 가득 환희심으로 활짝 핀 웃음도 아름다워요.

2020-03-24 06:37:13

송제환

두 분 너무 보기 좋습니다!

2020-03-07 11: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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