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충주법당
도반이 소중한 시절인연입니다
가을불교대 담당자 권순녀 님 수행담

[청주정토회 충주법당]

도반이 소중한 시절인연입니다

가을불교대 담당자 권순녀 님 수행담

 

추석을 며칠 앞두고 충주법당에서 가을경전반을 다니며, 2015 가을불교대 담당자를 맡고 있는 권순녀 님을 만났습니다법당에서 새벽정진을 마친 후 편안한 마음으로 삶과 수행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정토회를 알게 되었나요 

항상 뜨거운 가마솥 위를 동동거리면서 사는 느낌이었어요정신상담 등을 통해 어릴 적 죄책감과 상처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가벼워졌지만그 이후에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하니까 다시 헤매게 되고 제자리로 돌아간 느낌이었습니다인문학 강좌 등 여러 곳을 전전했지만 해결이 되지 않았고 본격적으로 정신분석을 공부할까 고민하던 때에 지인의 소개로 정토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유투브를 통해 처음 스님 법문을 듣는 순간 들켰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스님이, 가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다 알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또한 '내가 이제껏 뭘 몰랐구나내가 이렇게 고통을 받는 것이 내 업식 때문이구나.'라는 걸 알게 되니 마치 엄마를 잃고 길을 헤매던 어린애가 길을 찾은 기분이었습니다.

 


▲ 
2014 불교대학 가을학기 졸업식에서 개근상을 받은 권순녀 님뚝심이 보통이 아니십니다.

 

정신 상담을 받은 정도로 삶이 힘들었던 이유는 뭔가요?

엄마에 대한 미움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동생이유를 알 수 없는 죄책감자신이 못났다는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 등으로 힘들었습니다저는 딸 넷 중 셋째로 아버지는 제가 18개월 때 돌아가셨습니다엄마는 아들 있으면 내 팔자가 달라졌을 것이다.’라는 말을 자주했고저는 그 말이 저주와 같이 느껴졌습니다동네 어른들도 어린 동생에게 네가 죽었으면 아버지가 살았을 것이다라는 얼토당토 않는 말들을 자주 하였습니다.

 

정신상담 과정을 통해 제가 무의식적으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동생이 아픈 일이 다 내 잘못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그리고 가정이 있는 남자를 만났던 엄마를 너무 미워했습니다그 시절 엄마의 불안과 두려움이 고스란히 저에게 전달되는 느낌이었습니다저는 19살부터 일을 하기 시작하였는데대학을 나온 주위 사람에 대한 열등감도 저를 괴롭혔습니다.

 

실제 다녀보니 정토회는 처음 느낌처럼 좋았나요?

좋았습니다수행법회부터 걸신들린 듯 다녔습니다.(웃음여기 저기 교육을 다니는 것도 좋았고특히 정회원이 되는 발심행자 교육을 받으러 갈 때가 너무 좋았습니다정토회의 정회원이 된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습니다.

 

정진은 작년에 법당활동가 프로그램인 49일 디딤돌 정진부터 시작하였습니다처음 절을 하는데 300배부터 시작하려니 다리가 퉁퉁 부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무슨 배짱이었는지 죽기야 하겠어.’ 하며 하루도 안 빠지고 해냈습니다. 49일을 마치고 나니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과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회향 때는 묘광법사님과의 만남이 있었는데엄마와 형제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많이 울었습니다지금은 이런 얘기를 해도 안 우는 것을 보면 그동안 수행하며 많이 덜어낸 것 같습니다당시 묘광법사님께서 제 두 손을 꼭 잡으며 300배 한 번 더 하자고 하셔서 다시 100일간 300배를 하였고음성법당 개원 때 300배 한 번만 더하자고 하셔서 8-5차 때도 300배를 하였습니다얼마 전부터 스스로 300배를 시작하였습니다제 업식은 108배를 가지고는 부족하다고 느껴집니다.(웃음)

 

기도하면서 그동안 엄마를 많이 미워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내가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었구나관심받고 싶어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니 딱딱했던 마음이 조금 풀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둘째 언니에게도 집착이 많았는데언니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잔소리도 많이 하고 언니 인생에 관여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저는 절하면서 안 것이 너무 많습니다.

 

수행하면서 제일 많이 변화한 것은 무엇인가요?

화를 많이 안 내는 점.(웃음처음에는 억울해서 엄마한테는 절도 안됐습니다지금은 엄마에 대한 감사함을 바늘 끝만큼은 알게 된 것 같습니다저의 300배 가운데 100배는 엄마 것입니다남편에게는 정말 고마운 마음이 생겼습니다우리 식구들 거두느라시어머니와 나 양쪽에 잘하려고 정말 애썼구나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요즘은 범사에 감사합니다감사하지 않을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몸이 건강하지 못해 절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안타깝고건강한 자신에 감사합니다.

 

저는 우리 애들이 고민이 있을 때 아무런 부담 없이 전화할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그게 평생의 꿈입니다그렇게 편안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수행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이미 애들에게 물려준 업식은 어쩔 수 없지만수행을 통해 조금이라도 그 업식을 끊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막내아들은 엄마가 정토회 가면 많이 웃어서 좋다.” 라고 하고둘째 딸도 엄마가 가벼워진 것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 
2015 불교대학 가을학기 입학식파이팅 넘치는 권순녀 님 (아랫줄 맨 오른쪽)

 

권순녀 님에게 도반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스승이죠예전에는 몰랐는데지금은 도반의 의미를 알 것 같습니다나누기를 할 때보면 나와 똑같은 마음을 나누는 분도 계십니다도반을 보며 정말 많이 배우고 느낍니다요즘은 시절인연의 의미도 알 것 같습니다내 옆에 있는 소중한 도반이 지금 저의 시절인연입니다제 옆의 도반들과 좋은 시절인연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그 전에는 나누기 때 이런 애기를 하면 창피할 것이다.’ 라는 걱정도 했었는데말로 내보고 나면 대중의 것이 되어 별로 창피하지 않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나의 나누기를 받아들이는 것은 상대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그리고 저는 마음을 나누는 도반들을 믿습니다.

 

충주법당 경전반의 이정은 님은 권순녀 님의 솔직한 나누기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고자신도 속내를 얘기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합니다첫 희망 리포터 소임으로 인해 이리저리 오가던 제 마음도 권순녀 님의 진솔한 얘기를 듣다 보니 어느덧 평온해졌습니다.

김성욱 희망리포터  

전체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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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해피엔딩 좋아합니다. 큰 울림이 있어 더 좋습니다. 우리 보살님의 웃음이 그냥 얻어진 게 아니었구나 생각하니 저의 노력이 부끄러워집니다. 요즘 부모님에 대한 마음을 바꾸고 있는 중입니다. 순녀보살님의 글이 제게 큰 귀감이 됩니다.

2015-10-07 09:35:00

허정원

같은 곳에서 공부하고 있는 가을불대생입니다.
이제 시작해서 아무것도 모르지만 화가날때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그런거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심호흡을합니다~걸음마 단계지만 보살님만큼 깨달을 그때까지 꾸준히 나아가겠습니다~♥♥

2015-10-07 08:35:03

최영미

권순녀 보살님의 삶의 이야기가 가슴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감동적인 사연 잘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5-10-06 20: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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