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일산법당
부처님 말씀 그리면서 만화작가를 꿈꿔요
일산법당 김정은 님 이야기

 

올해로 3년 째 정토회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김정은 님법당에선 그저 조용한 편이라 눈에 잘 띄진 않습니다만 사실은 상당한 멋쟁이입니다시부야 스타일이라고 하나요품이 넓고 강렬한 색감의 긴 치마와 티를 즐겨 입습니다때때로 양쪽에 색이 다른 양말을 신고 와 법당의 순진한(?) 거사보살들을 놀라게 하기도 하지요입재식에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선 레이디 가가와 우타다 히카루의 노래를 불러 흥을 돋우기도 합니다.

     

아니 팝송을그것도 레이디 가가에 일본 노래라고?

     

당황하셨다고요그래요맞습니다칼라 보단 흑백이 어울릴 것 같은 여법한’ 법당에서 그녀는 분명 튀는 존재입니다하지만 그렇다고 그 존재감이 눈에 거슬리지도 않습니다차분하고 조신한 몸가짐 때문일까요묘하게 법당 분위기와 어울리는 면도 있습니다이 절묘한 조화와 부조화는 뭘까요무엇이 그녀를 정토회로 이끈 것일까요?

     


▲ 
올해 2월 경전반 졸업식 때 어머니 강순구 님과 함께.

어머니는 정은 님의 불교대와 경전반 동기이자 법당의 단짝 친구입니다.

     

먹고 사는 건 어떻게 해결해?

내가 하는 일이 작고 보잘 것 없게 느껴졌습니다.

     

"당당하고 싶었어요만화를 그린다고그럼 먹고 사는 건 어떻게 해결해이런 질문 받을 때면 내가 하는 일이 작고 보잘 것 없게 느껴져서 힘들었어요엄마가 다니던 김포 용화사에서 우연히 스님의 즉문즉설 포스터를 봤죠스님 강연 듣고선 이듬해 바로 불교대학에 입학했어요."

      


▲ 강렬한 눈빛의 오드 아이 소년. 어쩌면 가장 정은 법우스러운 그림입니다. 

 

정은 님이 그리는 만화는 눈이 엄청 크고 반짝거리는 전형적인 순정만화입니다어릴 적부터 베르사이유의 장미나 캔디 캔디》 등을 읽고 자란 그녀에게 그건 자연스런 선택이었을 겁니다하지만 2000년대 들면서 국내 출판 만화산업은 급속히 기울기 시작했습니다십여 개가 넘던 만화 전문 잡지들이 잇달아 폐간했고 전통적인 출판만화에 대한 수요는 급감했습니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꿈을 접을 수 없었습니다고심 끝에 그녀는 일본 유학을 선택하게 됩니다.

     

"일본은 여전히 출판만화가 살아있었거든요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만화가 사랑받는 곳일본에서 내 작품을 보여주고 평가를 받고 싶었어요그래도 안 되면 포기하자..."

     

그렇게 시작된 일본생활, 7년 가까이 낯선 타국에 살면서 정은 님은 힘든 점도 있었지만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좋아하는 그림을 마음껏 그릴 수 있었고 같은 꿈과 열정을 키우며 서로 속내를 털어놓던 진실한 친구도 사귈 수 있었습니다한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한국에선 별로 없었던 친구가 일본에 가서는 많이 생겼어요일본은 처음 친해지기는 굉장히 어려운데 한번 친해지고 나면 정말 속 깊은 마음을 많이 나누게 되거든요일본 친구들하곤 캐릭터 하나만 보여줘도 밤새워 이야기하게 되는데 한국에선 서로에 대한 공감보다는 자기 자랑이나 과시를 주로 하는 것 같아요.”

     

학교를 졸업했지만 정은 님은 어떡하든 일본에 머물면서 만화가의 길을 걷겠다는 생각을 굳혔습니다어렵사리 회사에 취직하고 정식 취업 비자를 받아 본격적인 일본 생활을 시작했습니다그러던 어느 날 퇴근길에 다리를 다치게 되고 더 이상 일본에 머물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귀국하는 길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한국에 돌아와 보니 상황은 더 나빠져 있었습니다그나마 버티던 만화잡지는 거의 사라져버렸고 웹툰이란 전혀 다른 스타일의 만화가 대세를 이루고 있었습니다거기에다 일본에서 다친 다리가 틈만 나면 재발했습니다.

     

왜 몸이 약하지... 나는...

몸이 건강했으면...

왜 나는 모든 걸 포기해야 할까?

     

왜 몸이 약할까나는... 몸이 건강했으면 이런 저런 기회를 더 가질 수 있었을 텐데왜 나는왜 나만 모든 걸 포기해야 할까그땐 정말 억울하고 힘들었어요그러다 정토회에 오게 됐죠지금 생각하면 그래서 또 잘된 건지도 몰라요.”

     

어린 시절정은 님의 아버지는 술을 좋아해서 이런 저런 문제가 많았다 합니다게다가 그녀 자신은 초등학교 땐 남자애들한테 상습적으로 맞았고 고등학교 땐 학급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당했습니다힘겨운 유소년기를 보내면서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은 오랜 시간을 견디게 해준 절절한 무엇이었습니다그마저 포기해야 하나극심한 고통의 시간에 만나게 된 것이 법륜스님과 정토회였습니다.

     

학교 다닐 때 왕따였거든요그래서 그런지 남의 눈치를 많이 보고 남의 비위를 맞춰주려는 성향이 있어요대학가서는 적극적으로 변했어요그러면서 극복했다고 생각했지요그런데 불교대 문경 특강 때 상처를 덮으면 그 상처에 빠진다상처를 치료해줘야 한다.’라는 법문을 듣고 사실은 치유가 안 됐다는 것을 그때 알았어요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겠더라고요그래서 수행정진하자 그랬죠.”

     

낯선 거사보살님들의 세계가 불편하고 힘들기도 했지만 정은 님은 매일 매일의 수행정진을 놓치지 않았습니다그리고 그 덕인지 무사히 불교대와 경전반을 졸업했습니다얼마 전까진 정토회 컨텐츠사업국에서 그림 그리는 봉사를 했습니다그렇게 그녀의 그림은 유투브에 흐르는 스님의 즉문즉설 속에정토회의 각종 행사를 알리는 홍보 포스터와 영상 속에 유용하게 사용되었습니다정은 님은 그러면서 배우고 깨달은 게 많다고 합니다.

 


▲ 
유투브 즉문즉설에 삽입된 따뜻한 가족의 이미지

 


▲ 
청년학교 경주 역사탐방 홍보 이미지

 


▲ 
절하는 사람들

   

절하는 그림 그리던 기억이 많이 나요내가 그리던내가 좋아하던 스타일이 아니라 전혀 다른 분위기의 그림들이었거든요이런 걸 할 수도 있구나이런 것도 하면 재밌구나알게 되었죠내 일내 만화가 아니라 수행이고 보시니까 더 새로웠던 것 같아요모델이 되어주신 도반님들께 지금도 정말 감사해요.”

     

이제 정토회에 몸담은 지 3정은 님은 참 많은 것이 변했다고 느낍니다상대를 이해하는 마음이 커지면서 한결 편안해지고 편해지니까 또 이해하는 마음을 더 낼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술 마신 것에 대해 상처가 많았는데 지금은 그것이 아버지 탓만이 아니었겠다이렇게 이해할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통일강좌를 들으면서는 아내가 싫어하는 한국의 모습 중 상당수가 분단의 상처에 기인한 것이구나하면서 우리 사회를 좀 더 이해하게 되었고요무엇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만화지만 남들은 관심 없을 수 있겠구나그러니까 지금 내 생활이 힘든 것이 당연하구나 하는 깨달음도 얻었답니다.”

     

맘이 편해지자 정은 님은 작업에 더 잘 집중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그래서인지 작년 말엔 일본 출판사에서 분기마다 주는 작은 작품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림에 메세지를 넣고 싶다.

스님 말씀처럼 유익하고 재미있게...

재미만이 아닌 유익한 만화

     


 

전에는 그냥 즐겁게 그리면 된다 했는데 불교대를 다니면서는 제 그림에 메시지를 넣고 싶다는 원이 생겼어요스님의 법문이 유익하고 재밌다고 하잖아요재밌으니 현재가 좋고 유익하니 미래도 좋은... 그처럼 제 만화도 유익하고 재밌으면 좋겠어요요즘엔 주인공이나쁜 일인 줄 알고 힘들어했는데 나중에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걸 보면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요쉽진 않겠지만 이같이 부처님의 지혜와 깨우침을 전하는 만화도 그려보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레이디 가가와 우타다 히카루에 대한 오랜 궁금증을 던져 보았습니다평소엔 그렇게 수줍음이 많은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놀랐다고 하자 정은 님은 방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거사보살님들 앞이라 조심하는 거죠사실 저는 감정표현만큼은 솔직히 하는 편이에요어떤 의미에선 노래를 부르는 제가그런 자신감 있는 모습이 진짜 나 같다고 느낄 때도 있어요.”

     

그렇구나그저 원래 그랬던 거구나부처님이 팔만사천 상호를 갖듯우리도 수많은 빛과 색을 지닌 아름답고 역동적인 존재인 것을그저 쉽게 한가지로 보려하니 그것이 어렵고 궁금했구나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그런 김정은 님의 모습은 정토회와도 닮았는지 모릅니다술 한 잔 걸치지 않아도 질펀하게 춤과 노래를 즐기며 마음속 기쁨과 행복을 나누는 당당하고 자유로운 우리들... 그것이 또한 정토행자 아닐까요정은 님이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행복한 만화작가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글_전우성 희망리포터 (일산정토회 일산법당)

전체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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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슬

멋진 정은 언니의 유익하고 즐거운 작품들을 기대해봅니다!!^-^)/

2016-07-17 12:42:37

정미숙

정은법우님! 넘 멋지네요... 밝고 따뜻한 만화 꿈과 희망을 주는 만화 많이 그려주세요... 훈훈해지네요...^^

2015-10-13 15:09:59

이유미

정은법우님 너무 재밌게 잘봤어요~!!
덕분에 이번 청춘캠프 너무 즐거웠어요~
그림들도 너무 멋지고 따뜻하네요~~ >.<

2015-10-13 11: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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