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태백법당
불교대학을 마치며
불교대학 졸업생 천승영 거사님의 소감문

안녕하세요. 오늘은 태백의 가정법회에서 아내와 함께 불교대학을 졸업한 천승영 거사님의 소감문을 소개합니다.


[원주정토회 태백법회]

불교대학을 마치며
태백법회 불교대학 졸업생 천승영 거사님의 소감문 

짧지 않은 10개월의 불교대학 강의가 있던 날들을 되새겨 보려니, 어느 순간은 아득한 옛날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장면은 손바닥에 새겨진 손금처럼 선명하게 떠오르기도 합니다. 

첫만남 그리고 첫수업
작년 8월 말, 일정 인원이 모여야 가을불교대학이 개설된다고 걱정하는 아내를 위해, 저는 정원을 채워주자는 마음으로 입학했더랬습니다. 
태백법회는 가정법회로, 법당이 아닌 가정집에서 영상강의로 불교대학 수업을 한다는데 ‘강의가 진정으로 마음에 와 닿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으로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습니다. 불교대학 담당자의 아파트 거실에는 10여 명의 예비 수강생이 모였습니다. 생각보다 뜨거운 열기로 상당히 고무적인 분위기였습니다. 법륜스님의 입문강의를 들은 후 서로 궁금한 것을 얘기하고, 앞으로의 강의 일정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 
기쁨 반, 긴장 반, 태백법회 불교대학 오리엔테이션 현장

9월 1일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다 출석할까?’ 하는 호기심을 품고 첫 수업에 가보았습니다. 비록 전원은 아니었지만, 9명이 함께 강의를 듣고 마음나누기를 진지하게 했습니다. 지금도 나누기 순서가 되면 저는 두근거리지만, 초기에는 무엇을 나눠야 하나 걱정되어 뇌는 마비되고 가슴이 쿵쿵거려 그 울림에 생각이 뚝 그쳐버릴 정도였습니다. 이후 매주 나누기를 하다보니 이제는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나누는 말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매일 108배와 명상을 하며 
추석 연휴가 지나자 결석생이 늘더니 몇주 후엔 5명 정도가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법륜스님은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열정적으로 지치지도 않고 1시간 이상 실천적 불교사상 강의를 하였습니다. 

초기에는 법륜스님의 강의를 듣고 나면 배운대로 실천하도록 노력해야지 굳게 마음 먹었지만, 막상 일상생활에서는 배운 것들이 어디로 갔는지 나도 모르게 카르마가 수시로 튀어나오며 평소의 습관으로 행동하기도 했습니다. 

불교대학 입학 전에 다녀온 깨달음의장 수련에서 ‘초견성’ 했던 걸 되새기며 마음을 가다듬곤 했습니다. 매일 108배와 명상을 통해 마음 속에 가득 차 있는 욕심과 욕구들을 내려놓으려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일상이 함부로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힘들었지만 소중했던 특강과 순례 
법륜스님의 강의를 듣고 나누기로 도반들의 고민을 들으면서 ‘누구에게나 하루하루 쉽게 흘러가는 일상이 아니구나.’ 하고 깨우치게 되었습니다. 평소 논어에 나오는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들도 하기 싫어하니 강요하지 말 것’을 항상 되새기며 살았는데, 스님의 법문에서는 본인이 하기 싫어도 ‘예’하고 해야할 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울 서초법당 특강, 문경수련원 특강, 경주 남산순례 등, 직장인에게 꿀같은 주말을 반납하고 불원천리 달려가서 참여했습니다. 비를 맞으며 경주 남산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힘들었지만, 가슴 한구석부터 천천히 퍼져오는 삶의 소중함과 감사함은 어떤 말으로도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 JTS 거리모금 봉사를 하는  천승영 거사님(맨 왼쪽)

가슴 가득 채워진 감동, 거리모금 
불교대학 수업을 듣고 정토회 활동을 하며 가장 뚜렷하고 가슴 가득 채워져 남아 있는 감동은 세계의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하여 어린이날 행사장에서 거리모금을 할 때였습니다. 시작 전에는 정말 어려울 같아 갈등이 생겼습니다. 자동이체를 통한 기부는 비록 직접 행동으로는 아니지만 내 소득의 작은 부분이 굶주리고 기아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간접적으로 돕고 있다는 마음의 위안을 주었습니다. 

반면, 타인에게 직접 모금을 해야 한다는 설명에 ‘봉사시간 안 받고 빠질까’ 하는 유혹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누군가 재채기만 해도 금방 아는 작은 도시에서 모금하는 게 정말 꺼려졌습니다. 그러나 한 명만 빠져도 금방 티가 나는 불대생들이라 두 눈 꼭 감고 해보자고 결심하고 모금에 나섰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차츰 마음을 가볍게 가지자고 되뇌며 굶주리는 아이들을 떠올리니 ‘이 정도의 어려움은 고통도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어 열심히 모금하게 되었습니다. (모금이 끝난 후 아내에게 전생에 손 벌리는 직업 가진 게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열심히 했습니다.) 

거기서 아직도 괜찮은 어른들이 많고,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마음을 가진 어린이들이 많다는 걸 알고 놀랐습니다. ‘동전도 넣어도 되나요?’ 묻고는 모든 주머니를 뒤져 탈탈 털어 모금함에 넣고 웃으면서 가던 모습, 꼬깃꼬깃 접어 주머니 깊숙이 넣어 두었던 지폐와 동전을 꺼내 넣는 순수함, 한참 고민하듯 모금함 옆에 있는 아이스크림 장사를 쳐다보다 결국엔 모금함으로 발길을 옮겨 돈을 넣는 아이들, 모두가 내게는 부처로 보였습니다. 모금캠페인은 그들에게는 복을 쌓게 해주는 것이고, 나에게는 ‘아! 사람 사는 세상이 각박하다고 해도 아직도 정이 많이 있구나’하는 깨달음을 안겨 주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가을 및 봄불교대학 학생들이 모두 함께 영주 부석사로 때늦은 봄소풍을 간 것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비포장 도로의 흙먼지 풀풀 나는, 정토회의 완성되지 않은 수련장을 찾아 볼 수 있었던 것과 그곳에서 머물고 계시던 법사님 및 도반들과의 잠시나마의 이런저런 대화도 좋았습니다.

▲ 1기 불교대학 졸업생들이 태백법당 불사 발대식에 함께 했습니다. 졸업장을 들고 있는 분 중 왼쪽부터, 천승영, 윤명선, 김순녀 님.

소중한 도반들 , 감사합니다 
아무튼, 졸업은 하게 되었고 나름 빠지지 않고 참석하여 개근도 하였습니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만만치 않은 불교대학 1년 과정이었습니다.

1년간 천방지축의 불대생들이 불쑥 내뱉는 말을 덤덤하게 받아내며, 탈 없이 이끌어주신 불교대학 담당자 김희경 보살님, 끝까지 우리 가을 불대의 일원으로 남아서 함께 졸업하게 된 김순녀 보살님, 틈틈이 어려운 시간을 내서 불교대학 진행을 도와준 반야재 보살님, 힘이 빠질려는 순간 활기를 불어넣어 주시면서 많은 도움을 주신 지명 거사님, 영원한 도반인 나의 룸메이트 윤명선 보살에게 모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고마웠습니다. 해탈과 열반에 이르지는 못할 지라도 그 한 자락이라도 잡아볼 수 있을 때까지 수행정진하겠습니다. _글 : 천승영


태백법당을 기약하며   
불대생 3명 중 부부 2명이 함께 졸업했습니다. 윤명선 보살님은 학기 때마다 인원이 모자라 불대를 열지 못하자 직접 5명을 모아 개설 요청을 할 정도의 열정이 대단했고, 천주교인이지만 깨달음의장/명상수련을 다녀와서 매일 빠지지 않고 108배와 명상을 하는 천승영 거사님은 개근까지 하였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함께 해주신 세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가정법회에서 벗어나 태백법당 불사발대식을 하여 곧 법당에서 여법하게 공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태백법당 불사를 잘 마치고 다시 뵙겠습니다. 

Posted by 김희경, 전선희 희망리포터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4

0/200

보리안

잔잔하게 그러나 깊숙하게 천승명 거사님이 순간순간 느끼신 마음에 공감하게 됩니다. 이런 진실된 나누기를 읽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평생도반과 함께 하는 보살님 복 많으시네요.^^ 감사합니다. 거사님! 태백법당 불사가 원만히 성취되길!

2015-07-30 02:29:09

서정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불사가 원만히 성취되도록 발원합니다♥

2015-07-29 22:03:52

김희선

정토행자의 하루 잘 들었습니다 귀한 소식 고맙습니다^^
태백 천승영거사님을 보면서 세상사람들이 법 만나 행복해지길 다시금 발원해봅니다_()_

생생한 이야기속에 제가 불대다니면서 느꼈던 것들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는것 같습니다^^

2015-07-29 12:43:20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태백법당’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