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대전정토회
한통의 문자 메시지로 달라 진 삶

‘우리 가슴을 행복으로 물들일 법륜스님 공개강연. 대전시청 대강당’

작년 가을, 아이 학원에서 내 휴대폰으로 보내진 문자메시지.

내용이 내 마음을 끌었다.

남이 내 뜻대로 맞춰주면 행복하고, 순종하지 않으면 화가 났다. 남 때문에, 돈 때문에 행복하지 않으니 난 항상 우울했고 외로웠다. 법륜스님이란 분이 내 가슴을 행복으로 물들일 수 있을까?

그냥 갔다. 대전시청으로.

그곳에서 법륜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쥐가 쥐약을 먹는 것은 어리석음 때문이라고.”

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멍해졌다.

그동안 난 쥐약인줄 모르고 먹었고, 때로는 알면서도 괜찮겠지 하면서 먹어왔던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면 그것이 행복인줄 알았던 나를 스님은 전도몽상에 빠져있음을 깨닫게 해 주셨다. 뭔지 모를 편안함과 희망을 느꼈다.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에서 정토회를 찾아보았다. 바른 불교, 쉬운 불교, 실천 불교를 내세우는 정토회에 믿음이 갔다. 그리고 바로 전민동 열린법회 문을 두드렸다. 가정집에서 이런 법문을 들을 수 있다니 종교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특히 불교는 저 먼 산속 절에서 스님들끼리만 공부하고 수행하는 것으로만 여겨왔는데 내 집 15분 거리에서 스님의 가르침을 들을 수 있는 것이 감사했다.

열린 법회를 통해 스님은 끊임없이 무아, 무소유, 무아집을 말씀 하셨고 새벽기도를 하면서 미워하는 사람에게 참회하고 감사하라고 하셨다. 그러나 난 새벽기도를 할 엄두도 나지 않았고, 내가 기도까지 할 필요가 있나싶어 하지 않았다.

한번은, 억지로라도 남편에게 참회해보려고 했지만, 오히려 억울함에 눈물만 흘러 내렸다. 남편에 대한 미움이 밀려와 분노했고 억울해했다. ‘네가 먼저 잘못했다고 하면 그때 나도 너에게 참회할께’라는 심보를 드러냈다.

그러다가 그냥 해보자는 마음으로 2월 21일 제8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통해 정진의 길로 들어섰다. 새벽 5시에 나를 낮추는 108배 정진을 하며 미워하고 원망했던 상대방에게 참회기도를 해보았다. 교만하고 미움으로 가득 찼던 내 마음이 조금씩 감사함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108배 기도를 계속 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2월 23일 나는 봄 불교대학에 입학했다. 불교대학에 다니면서 이치를 깨닫고, 108배로 나를 내려놓는 참회정진을 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내 고집대로 다투었다. 가족들과 계속 갈등했고, 그럴 때마다 나를 자책하거나 합리화를 했다.

중학교 1학년인 큰애와 갈등이 깊어지면서 나는 깨달음의 장을 다녀오기로 했다. 4박 5일간

의 깨달음의장은 내 생애 최고의 만남이었다. 깨달음의 장을 마치고 나는 결혼 16년 동안 남편에게 한 번도 하지 못한 “미안하다” “고맙다” “사과할게” 라는 말을 진심으로 그리고 가볍게 하게 되었다. 내가 왜 힘들었는지 절실하게 깨달았기에 108배 참회기도에 올인 하게 되었다.

처음 기도할 땐 남편에게 집중적으로 참회기도를 하였다. 나하고 너무나 달라 참 미워했던 남편, 정신이 흐려질 만큼 술을 먹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남편이었다. 그러나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으니 참회가 되었다.

‘자기를 인정해주지 않고 무시했으니 얼마나 아팠을까’ ‘내가 계획한 일정대로 따라주고 비위맞춰 주느라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을까’ ‘자기 부모님이 안계시고, 형제들마저 흩어져 모이지 못하니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래서 친구들과 술 먹는 것이 낙인데, 매번 마누라가 약속 안 지키는 나쁜 사람이라 타박하니 얼마나 야속했을까’ 남편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이제는 남편과 많이 편안해졌다. 남편이 말을 안 하고 있어도 편안하고 투덜대도 편안하다.

4월부터는 내 어머니에 대한 감사기도를 했다.

아들과 싸움하면서 어릴 적 어머니와 싸우는 어린 내 모습을 보았다. 합주부에 가입하려고 3개월 동안이나 바이올린 연습을 해 놓고는 합주부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아들에게 “합주부 가입하지 않을 거면 바이올린 당장 때려쳐!”하고 했더니 “엄마도 스님될 거 아니면 불교대학 당장 때려 치세요!” 라고 맞받아쳤다. 아이 공부 봐주다 화를 내면 “불교 배워도 별 소용없네요!” 라고 나를 비웃었다. 아들은 사람 비난 하는 법을 내게 제대로 배운 것이다. 내가 어머니께 대들고 싸웠던 것을 내 아들에게서 똑같이 받고 있었다.

나를 인정하고 칭찬해주지 않고 오빠하고는 말도 잘하면서 나에게는 쌀쌀맞다고,

내가 가르던 고양이를 몰래 내다벼렸다고,

직장까지 찾아와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고 나는 어머니를 얼마나 원망했던가.

아버지 직장 때문에 주말부부를 하시면서 얼마나 외롭고 힘드셨을까?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4남매 키우시면서 큰딸인 나에게 얼마나 기대가 크셨을까? 동물을 싫어하시는데 한마디 상의도 없이 고양이를 데려다 집안을 더럽히니 얼마나 짜증이 나셨을까? 어머니의 마음이 하나씩 이해가 되면서 미움도 하나씩 사라져 갔다.

제8차 백일기도 수행일지를 들여다본다. 그 안에 내 다짐과 괴로움과 반성이 들어있다. 또 그 안에 희망과 감사와 행복이 들어있다. 때로는 게을러서 안하고, 무의미하다 핑계대고 안하기도 했지만, 진심으로 참회하는 새벽기도를 하면서 난 사람을 만났다. 헤매는 나를 만났고, 원망했던 어머니를 만났고, 미워했던 남편을 만났고, 화냈던 아들을 만났다. 그리고 잃어버린 사랑을 만났고, 찾아 헤매던 행복을 만났다.

6월6일 두 번째 백일기도에 들어갔다. 시행착오를 겪었으니 쉬울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여름이라 땀도 많이 나고, 해가 길어져 잠이 부족하니 더 힘들 수도 있겠구나 생각해본다. 법문을 들어 조금 아는 듯 하여 괜한 교만과 자만에 게을러질 수도 있겠구나 생각해본다.

그러나 그냥 할 것이다. 배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잠을 자듯이, 아침이면 나를 낮추는 108배 참회기도로 하루 시작을 열 것이다.

이제 맑고 밝고 가볍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려 한다.

모진 비바람이 불고 꽃샘추위가 와도 봄은 오고야 말듯이, 바르게 수행하면 성불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난 오늘도 내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모든 괴로움은 다 내 마음이 일으킵니다. 참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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