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10.14 들깨 수확, 밤 깎기, 화엄반 회향수련, 금요 즉문즉설
“회사에서 윗사람과 식사할 때 힘들어요. 어떤 대화를 해야죠?”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도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들깨를 수확하는 날입니다. 아침 7시에 작업복을 입고 산 윗밭으로 향했습니다. 농사팀 행자들이 도착하기 전에 스님이 더 일찍 밭에 도착해 들깨를 베어내고 있었습니다.

“스님, 저희 왔습니다.”

“어서 와요. 원형 톱날로 들깨를 베면 속도가 훨씬 빠르니까 묘당 법사님이 원형 톱날로 먼저 들깨를 베어주면, 우리는 들깨를 옮겨서 갑바 위에 차곡차곡 쌓읍시다.”

오전에 산 윗밭과 아랫밭에 들깨를 모두 수확해야 해서 모두 빠른 속도로 움직였습니다. 지난달에 태풍이 지나가면서 들깨가 이미 다 쓰러져 있었습니다. 쓰러져 있는 들깨를 묘당 법사님이 톱날로 베어내면 스님과 행자들이 들깨를 갑바 위에 쌓았습니다.




들깨를 들고 옮기는 일을 계속 하다 보니 온몸에 땀이 났습니다.

“날이 어제보다 많이 따뜻해졌네요. 땀이 많이 나요.”

펼쳐진 갑바에 들깨가 가득 쌓이면, 새로 갑바를 깔고 계속해서 들깨를 쌓았습니다. 밭의 가운데 부분부터 들깨를 베어내기 시작하여 점차 측면으로 이동해가며 들깨를 베었습니다.


일을 끝내고 나니 밭 전체가 아주 깨끗해졌습니다. 들깨가 햇빛에 바짝 마를 수 있게 갑바 위에 널어놓은 후 산을 내려왔습니다.

“다음은 아랫밭으로 갑시다.”

산 아랫밭에도 들깨가 많았습니다. 봄에 심을 때는 손바닥한 모종이었는데 줄기마다 깨가 주렁주렁 달린 채 옆으로 쓰러져 있었습니다.


“여기는 들깨가 많이 달렸네요. 들깨 수확량이 정말 많겠어요.”

손이 조금만 닿아도 깨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우두두 났습니다.


“들 때 조심히 들어야 해요. 안 그러면 옮기다가 깨가 다 떨어집니다.”

산 윗밭처럼 아랫밭에서도 묘당법사님과 행자님 한 명이 원형 톱날로 먼저 들깨를 베어놓은 후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들깨를 옮기는 일을 했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하고 있는 중에 갑자기 땅에 펼칠 갑바가 부족해졌습니다. 행자님이 갑바를 새로 가져오는 사이에 모두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음료를 한 잔씩 먹고 앉아서 쉬고 있는데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아이고, 진작에 들깨를 베었어야 했는데, 너무 늦었어요. 이미 깨가 절반은 땅에 떨어졌겠어요. 쯧쯧.”

“태풍 피해가 난 것을 복구하다 보니 여력이 없었습니다. 스님.”

“맞아요. 저도 해외에 있느라고 농사꾼 역할을 제대로 못 한 탓도 있습니다.” (웃음)

그래도 스님의 제안으로 하루라도 빨리 들깨 수확을 서두를 수 있었습니다. 봉화 수련원에서도 들깨 수확이 많았기 때문에 내년에 공동체 대중들은 들기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갑바 위에 들깨를 차곡차곡 쌓아 놓은 후 마지막으로 울타리 주변에 얽힌 넝쿨들을 낫으로 제거하고 나서 울력을 마쳤습니다.


“수고했어요. 오늘 들깨 수확을 아주 잘한 것 같아요.”

울력이 끝나고 스님은 밤 깎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저께 손님들과 함께 주운 마지막 밤을 모두 밤 깎는 기계 속으로 넣었습니다. 기계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밤을 깎았습니다. 문을 열면 깎여진 밤이 빠른 속도로 튕겨 나왔습니다.


기계로 깎은 밤에는 아직도 껍질이 조금씩 남아 있었습니다. 완전히 깎인 것과 덜 깎인 것을 다시 구분하여 덜 깎인 밤은 다시 기계 속으로 집어넣었습니다. 기계 돌리는 일을 수차례 반복한 끝에 마지막 밤까지 모두 깎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과도를 이용하여 직접 손으로 벌레가 먹은 부분을 찾아내 도려냈습니다. 잘 깎은 밤은 모두 햇빛에 말려 놓고 오전 일정을 마쳤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 2시부터는 INEB(참여불교세계대회) 실무 준비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국제지부와 공동체지부 성원들로 구성된 INEB 실행위원회에서는 여러 가지 쟁점 사안 중 스님에게 점검받고 싶은 내용을 순서대로 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코로나 방역 방침, 참가자 이동계획, 명상수련 프로그램, 즉문즉설, 운문사 방문 프로그램, 식사 준비 계획, 워크숍 프로그램 등 여러 사안을 함께 점검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오후 4시 30분부터는 12일(수)부터 14일(금)까지 법사 수계식을 앞두고 회향수련을 하고 있는 화엄반 4기 행자님들과 함께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행자님들은 수계에 대한 연찬과 자자수련을 한 뒤 스님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했습니다.

한 분의 행자님이 자자를 하는 동안 마음에 남았던 점을 질문하였고, 스님의 호탕하고 편안한 답변에 '법사 수계'라는 부담감을 가졌던 행자님들이 가볍게 웃을 수 있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4,7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먼저 인사말을 했습니다.

스님은 파키스탄 홍수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해 파견을 간 JTS 활동가의 현장 소식을 들려준 후 북한과 남한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고 세상의 평화에도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북한은 지금 식량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입니다.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나라는 남한밖에 없는데, 남북 관계는 긴장이 고조되어서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태로 치닫는 것 같습니다.

남한은 한미일 연합으로 군사훈련을 하고, 북한은 전 국력을 동원해서 군사력 시위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에게 전술 핵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해 달라는 요청서를 보냈다고 합니다. 5년 전인 2017년에도 한반도 전쟁의 위험이 고조되었는데, 다시 그때의 위기 국면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2019년에는 9·19 남북 군사합의를 통해 비무장지대 안에 휴전선 1km 이내에 있는 감시초소를 전부 철수하면서 긴장을 완화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합의가 지켜지지 않으면서 남북관계가 다시 전쟁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한반도 평화와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괜찮은 나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처한 현실은 세계에서 제일 불안정한 몇 안 되는 지역 중에 하나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이유로든 전쟁은 안 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평화가 지켜져야 오늘처럼 이렇게 고민을 나누는 시간도 가질 수 있습니다. 전쟁이 난다면 오늘 우리가 나누는 이런 고민들은 하찮은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우리 모두를 위해서 평화를 지켜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또 전 인류를 위해서는 기후위기를 막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각자 하루 살기가 바빠서 한치 앞을 못 보고 전쟁이나 기후 위기 같은 큰 문제에는 둔감한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의 고뇌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모두가 안고 있는 이런 문제에도 좀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는 부탁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회사에서 윗사람과 식사할 때 체할 것 같고 어떤 대화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힘든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회사에서 윗사람과 식사할 때 힘들어요, 어떤 대화를 해야죠?

“저는 회사에서 식사를 할 때 어떤 것을 대화 주제로 삼으면 좋을지 궁금합니다. 직장에서 매일 같은 동료들과 밥을 먹다 보니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 이야기하고 나면 어떤 이야기를 더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이 적어서 그런 것 같은데,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특히 어려운 것은 지위가 높은 분들과 식사할 때입니다. 너무 불편해서 체할 것 같고 임원의 질문에 단답형으로만 대답했습니다. 윗사람에게 적극적이지 않다는 인상을 준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어떻게 하면 사회성을 키울 수 있을까요?”

“밥 먹을 때는 밥만 먹으면 됩니다. 왜 말을 해야 합니까? 밥 먹으면서 말하면 침만 튀고 코로나 확산만 되죠. 식사 중에는 가능한 말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할 이야기가 있으면 하지만, 할 이야기가 없으면 안 하는 게 좋습니다.”

“그럴까요? 저는 조용하면 말을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있습니다.”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할 말이 많아도 참아야 하는데, 할 말이 없으면 더 좋은 겁니다. 앞으로 밥 먹을 때는 ‘말을 안 하는 게 좋다’ 하고 관점을 가져 보세요. 하지만 상대방이 물으면 대답은 해야 합니다. 어디 사느냐고 물으면 사는 곳을 말하고, 뭐 하면서 지내는지 물으면 뭐 하고 지내는지 대답은 해야 해요. 직장 상사도 질문자와 깊은 대화를 하고 싶어서 그런 질문을 하는 게 아닙니다. 밥 먹으면서 머쓱하니까 가볍게 질문하는 거예요.

길가다 어린이를 만났을 때 대부분의 사람이 ‘이름이 뭐니?’, ‘몇 살이니?’, ‘아빠는 뭐하니?’ 이렇게 묻는데, 정말 궁금해서 묻는 게 아니라 할 말이 없어서 물어보는 겁니다. 직장 상사가 묻는 것도 그것과 비슷해요. 그래서 어린이들이 ‘어른들은 나만 보면 똑같은 질문을 해요’ 하면서 이상하다고 말하는 겁니다. 관심이 있어서 물어보는 게 아니고 누군가 만나면 할 말이 없으니까 물어보는 거예요. 이런 질문에는 단답형으로 대답해도 됩니다. 이름이 뭐냐고 물으면 아무렇게 ‘콩쥐입니다’ 하고 대답하면 돼요. 아이의 아빠가 뭐 하는지 알아서 뭐하겠어요. 그런데 꼭 물어보죠. 앞으로는 어린이를 만나면 꼭 궁금하지 않은 건 묻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냥 ‘예쁘다’ 하고 지나가면 됩니다.

절에서는 밥 먹을 때 말을 하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 꼭 필요한 대화라면 밥 먹을 때라도 말을 할 수 있지만 최소한으로 말하는 게 좋습니다. 괜히 식사 중에 말하면 침만 튀고, 밥도 제대로 못 먹습니다.

그러니 질문자가 묻는 내용은 아무 고민거리가 안 됩니다. 질문자는 문제가 있어서 고민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삼아서 고민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이 식사 중에 말하는 게 좋아 보여서 그럴 수도 있겠죠. 그게 좋아 보이면 질문자도 말을 하면 됩니다. 밥 먹기 전에 말할 거리를 준비하는 거예요. ‘어떤 대화로 주도권을 잡을까?’ 하고 연구해서 말하면 됩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성격이 조용하면 사회생활을 할 때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그랬습니다.”

“불이익을 좀 받으면 되잖아요. 말을 안 했다고 생기는 불이익이 얼마나 크겠어요? 불이익이 있다면 감수하면 되고, 불이익이 크면 말을 조금 하면 됩니다. 제가 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

다만 질문자의 문제는 말은 안 하는 게 아니고 말을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있다는 겁니다. 그 외에는 문제 될 게 없습니다. 회사에서 일만 잘하면 되지 말을 안 하는 게 무슨 문제가 됩니까? 영업 사원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요.”

“말이 적으면 다른 사람이 불편할 것 같아요.”

“아무도 불편하지 않습니다. 불편하면 상대방이 말하겠죠. 말이 많아서 불편하지 말을 안 해서 불편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주변에 한 번 물어보세요. 말이 많은 사람이 있어서 불편한지, 말이 없는 사람이 불편한지, 물어보면 대부분 말이 많아서 불편해합니다.” (웃음)

“감사합니다.”

“질문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서 고민하고 있는 겁니다.”

“저는 제가 너무 조용해서 분위기를 망치는 게 아닌가 하는 강박증이 있었는데요. 스님께서 아무 문제가 안 된다고 말씀해 주셔서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최대한 제 성향대로 살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끄러운 게 분위기가 좋아요? 조용한 게 분위기가 좋아요? 시끄러워서 분위기를 망치는 경우는 있어도 조용해서 분위기를 망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젊은 사람이 엉뚱한 생각을 하는 거예요.”

“저는 시끌벅적한 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렇다면 질문자도 시끌벅적하게 살면 되죠. 시끌벅적한 게 좋은데 왜 그렇게 안 해요? 시끌벅적한 게 좋아 보이면 시끌벅적하게 행동하세요. 운전이 좋으면 운전을 배우고, 자전거가 좋으면 자전거를 배우듯이, 좋아하는 대로 행동하면 됩니다.

그런데 그걸 안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시끄러운 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지만, 조용한 건 아무 피해를 안 줍니다. 담배 피우는 건 남에게 피해를 주지만, 담배를 안 피우는 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과 같아요. 담배 피우는 사람에게 왜 담배를 안 피우느냐고 구박을 받을 수는 있지만, 담배를 안 피워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조용해서 피해를 주는 경우는 없습니다. 본인이 조용한 성향이라면 조용한 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보세요.”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항상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말하는 버릇이 있는데 고치기가 정말 힘듭니다. 저에게 반하는 상대방에게 굉장한 적개심과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밉니다. 제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죠?
  • 결혼하고 일 년 만에 별거를 시작했고, 남편은 최소한의 양육비만 보내고 몇 달에 한 번씩 부부 관계를 원해서 괴롭습니다. 아이와 둘이서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 5살까지 저를 키워주신 할머니가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았습니다.?엄마 같은 할머니와 엄마 사이에서 제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을 한 후 오전에 2차 만일준비위원회와 간담회를 하고, 행복시민대회를 한 후, 점심에는 논일하러 온 봉사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고, 오후에는 청년들과 청춘톡톡 생방송을 하고, 의료인들과 함께하는 온라인 법회를 생방송 하고, 저녁에는 서울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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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근

감사합니다

2022-11-08 06:31:34

보각

감사합니다

2022-11-04 15:46:20

김봉실

저도 말을 많이 하는것이 불편합니다.
그래도 상대가 묻는말에는 대답하는정도입니다.
이정도로도 사회생활하는것에 문제없는것을보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

2022-10-21 17: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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