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6.13 전법활동가 법회, 인도 성지순례 회의, 공동체지부 공청회
“도반이 수행의 전부입니다”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도 스님은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다 자란 배추를 수확하고 다듬어놓았습니다.

오늘도 화분공장을 가동했습니다. 먼저 담장 아래 저절로 퍼진 금잔화 모종을 한 바구니 캐왔습니다. 금잔화는 황금색 술잔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꽃이 예쁜 데다 특유의 향 때문에 해충이나 뱀이 싫어한다고 해서 인기가 좋은 꽃입니다.

먼저 일하기 좋게 환경을 만든 다음 화분 만들기를 시작했습니다. 흙을 체에 거르고, 모종을 화분에 심고, 물을 듬뿍 주었습니다.




금잔화 모종을 다 만든 후 딸기밭에 순을 쳤습니다. 주렁주렁 열리던 딸기는 끝이 나고 이제 푸른 순만 무성했습니다. 이렇게 순을 쳐주어야 내년에 더 잘 자랄 수 있습니다.

딸기가 딱 하나 순 사이에 숨어있었습니다.

순을 치던 스님이 좋은 생각이 난 듯 말했습니다.


“딸기도 잘 자라니까 화분을 만들면 좋겠네요.”

튼튼한 새순만 골라 화분에 옮겨 심었습니다.


“또 모종 만들게 있을까?”

텃밭 주변을 둘러보던 스님은 제피나무 묘목도 발견했습니다.

“이것도 옮겨 심어야겠어요.”


금잔화, 봉숭아에 이어 새롭게 딸기, 제피나무 묘목까지 오늘 아침에만 100여 개의 화분을 만들었습니다. 물을 듬뿍 준 후 울력을 마쳤습니다.


오전 9시부터는 두북 공동체 대중과 함께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대중이 스님에게 한 말씀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음식을 낼 때 수행자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숭늉이나 청수의 양을 참석 인원이 적으면 적게 담고, 많으면 많이 담고, 인원수에 따라 조절을 해주어야 합니다. 밥과 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인원수를 고려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내는 것 같아요. 양이 많으면 들고 나르는 게 무겁습니다. 그래서 발우공양을 준비하는 사람은 항상 대중의 수를 생각해서 양을 조절해야 합니다. 만약 양이 적으면 발우공양을 하기 전에 대중에게 ‘조금씩 나눠먹어야 합니다’ 하고 양해를 구하고요.

수행이란 절하고 참선하고 명상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공양을 낼 때 그 양이 적절한지 살피는 것도 수행이에요. 수행자는 ‘어떻게 하는 것이 더 편리한가’, ‘어떻게 하는 것이 모든 대중에게 골고루 이익이 돌아가는가’ 이런 점들을 항상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반찬 중에 쌈장이 나온다면 항상 배춧잎을 같이 내어서 그 위에 쌈장을 덜어서 먹을 수 있게 해 준다든지, 기름기 있는 음식이 있다면 숭늉을 뜨겁게 내어서 닦아 먹기 좋게 해 준다든지, 항상 연구하는 자세를 가져주면 좋겠다 싶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곧바로 오전 10시부터 전법활동가 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주간반 전법활동가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전법활동가 전체가 이번 주까지 정일사 수련과 정진을 하고 있습니다. 스님은 수행에 있어서 도반의 중요성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다들 불교대학 진행하느라 바쁘실 텐데, 이번 주는 정일사(정토회를 일구는 사람들) 수련 기간이어서 정진까지 하느라 애쓰셨습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일사에서 도반들의 도움으로 나의 어리석음을 깨우칠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소중합니다. 부처님께서도 ‘도반이 수행의 전부다’ 이렇게까지 말씀하셨어요. 전통적으로도 도반들끼리 서로 갈고 닦아준다고 해서 ‘탁마(琢磨)한다’라고 표현하기도 하죠.

도반이 수행의 전부입니다

일을 하다 보면 때로는 도반이 바로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도반이 있기에 정토회가 있고, 정토회가 있기에 내가 있음을 알아야 해요. 우리의 소중한 꿈을 혼자서는 도저히 실현하기 어렵지만 도반들과 함께라면 모자이크 붓다가 되어서 이상과 꿈을 실현해 나갈 수 있습니다. 바로 그 모자이크 한 조각 한 조각이 도반들입니다. 이 세상에 나의 이상과 꿈을 실현하는 데 도반보다 더 소중한 존재는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적인 욕망이나 성질에 사로잡히면 도반이 소중함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도리어 도반이 나의 활동에 장애가 되고 내 삶에 괴로움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잘못 생각해 버리기도 합니다. 이런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정토회에서는 바쁜 가운데에서도 상반기에 한 번, 하반기에 한 번씩 정일사 수련을 하는 것입니다.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르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도 소중합니다. 우리가 정일사 수련을 하는 것에는 이런 의미가 담겨 있어요. 그러니 정일사 수련을 부담스럽게 여기거나 정일사 수련 때문에 활동에 장애가 된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단기적이고 일 중심적인 관점에서 보는 거예요. 정일사 수련 3주 동안, 바쁜 가운데에서도 자신을 돌아보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어서 농사짓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자유롭게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회 문제를 비롯해 불교대학 진행, 개인 고민 등 다양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대화를 나눈 후 더 이상 질문이 없자 법회를 마쳤습니다. 활동가들은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 모여 마음 나누기를 하고, 모둠 활동을 했습니다.

오후 2시부터는 인도 성지순례 준비팀과 화상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준비팀에서는 올해 겨울에 1250명이 함께 하는 인도 성지순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항공편, 순례일정, 참가자 모집, 행사 준비 등 다양한 안건에 대해 함께 점검을 했습니다.

"이번 인도성지순례는 참가자 모두 가사를 여법하게 수하고 성지를 참배하도록 준비해 주세요."

"네, 최대한 깔끔한 느낌이 들도록 가사를 제작해 보겠습니다."

"차라리 성지순례 가기 전에 전부 다 삭발하고 출발할까요?" (웃음)

1250명이 가사를 수하고 부처님의 성지를 참배하는 모습이 어떤 그림이 될지 기대감을 이야기하며 회의를 마쳤습니다.

곧이어 오후 4시부터는 공동체지부 공청회를 시작했습니다. 올해 10월에 한국에서 열리는 INEB(국제참여불교) 대회 준비를 국제지부와 공동체지부가 함께 준비하는 것에 대해 의결한 후, 2차 만일결사 방향에 대해 준비하고 있는 분과에서 그동안 논의한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농사 분과에서는 공동체의 자급자족 방안에 대해 여러 가지 제안 사항을 이야기했습니다. 발표 내용을 다 듣고 나서 마지막으로 스님의 정리 말씀이 있었습니다. 특히 공동체의 자급자족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자급자족을 하기 위해서 먼저 우리가 먹는 음식의 종류와 양에 대해 조사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제가 헤아려보니까 대충 50종 이상이 되는 것 같은데, 시골 할머니들한테 물어봐서 이 종류를 이 정도 인원이 먹으려면 생산량이 어느 정도 되어야 하고, 경작 면적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를 알아봐야 해요. 그렇게 파악을 해서 때때로 필요하면 이모작을 하든지 다른 조치를 취하든지 해서 전체적인 생산량을 조정하고 총괄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지금 농사팀은 하루하루 농사짓기에 급급하거든요. 이 작업을 농사팀에서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재 농사짓는 규모와 인원으로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추가로 한 사람이 이런 역할을 맡아줘야 이 전체를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자급자족을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자급자족을 하려면 우선 작물을 필요한 만큼 계획해서 재배해야 하고, 수확한 작물을 보관도 잘해야 합니다. 또 작물에 따라 가공도 필요합니다. 현재는 이런 작업이 안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어떤 작물은 농사를 짓는데도 모자라는 반면 어떤 작물은 남아도는 식으로 균형이 안 맞아요. 소비량과 생산량 사이에 불균형이 있다는 얘기죠. 만약에 우리가 농사지은 작물을 돈으로 거래한다면 늘 폭등하거나 폭락하게 되는 상황에 처한 셈입니다. 이런 문제를 살펴서 균형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다음으로는 겨울에 채소를 구입하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우는 게 필요해요. 이미 우리는 비닐하우스가 있으니까, 겨울 채소는 비닐하우스 안에 이중 비닐을 설치해서 싱싱하게 먹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너무 추워서 난로까지 피워야 할 정도면 안 하는 게 좋겠죠. 가을에 수확한 채소를 저장을 해서 봄까지 먹는 방법도 있습니다. 봄채소가 나오기 전까지 저온 냉장고에 저장해 두고 먹는 거죠. 또 염장이나 건조를 해서, 즉 가공을 해서 먹는 방법이 있어요. 그렇게 해서 겨울에도 채소를 따로 구입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조금 더 연구해 봐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두북 수련원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식재료 재고를 파악해 줄 사람이 있어야 해요. 전국 냉장고마다 감자가 몇 킬로그램 남아 있고 호박은 몇 킬로그램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거죠. 마치 은행 잔고처럼 이번 달에 식자재가 얼마가 나가고 얼마가 들어와서 현재 재고가 얼마라는 것을 늘 바로바로 파악할 수 있어야 제대로 활용할 수 있거든요. (웃음)

그래서 항상 종류별로 재고가 어느 정도 있고, 들어온 날이 언제인지를 파악해놓는 겁니다. 선물하려던 것이라 해도 유효기간을 적절히 맞추기 어려우면 공동체 내에서 소비한다든지, 양이 많아서 우리가 제때 먹을 수 없을 것 같으면 싱싱할 때 선물을 한다든지, 이렇게 선택을 할 수 있겠죠. 이렇게 식자재 재고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누군가가 종합 관리를 맡아줘야 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연구를 좀 해보면 기록 시스템을 자동화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자동화한다 해도 여전히 관리자는 필요해요.

그다음에 채취는 공동체 인원이 많으니 봄에 모여서 나들이를 겸해서 산나물을 채취를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냥 노는 게 아니라 산나물 채취를 함께 하는 거죠. 사람이 많으면 많은 양을 채취할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채취 시간을 공동체의 놀이처럼 마련해 보는 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사홍서원으로 공동체지부 공청회를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저녁반 활동가들을 위한 전법활동가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화상회의 방에 활동가들이 모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우리 각자는 꿈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꿈을 실현하기에는 개인의 힘이 너무 미약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토회라는 이름으로 모여서 우리가 생각했던 꿈을 함께 더불어서 이루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모자이크 붓다예요. 나 혼자서는 붓다만큼 역할을 하기 힘들지만, 우리가 모여서 함께하면 정토회는 붓다와 같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온전한 붓다가 되기에는 역부족이지만 붓다의 한 조각이 되는 건 어렵지 않잖아요. 이렇게 해서 우리는 모자이크 붓다를 실현해가고 있습니다.

모자이크 붓다가 만들어가는 세상

그런데 모자이크 붓다가 완성되려면 나 한 조각으로는 안 되고 다른 모자이크 조각들이 있어야 해요. 다른 도반들이 있는 덕택에 나의 꿈을 실현해 갈 수 있습니다. 짧게 보거나 가까이 보면 도반이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크게 보면 내 꿈을 실현해 주는 정말 위대한 존재입니다.

이처럼 큰 눈으로 보면 도반보다 더 소중한 사람은 없습니다. 이기심이나 시기심이 아니라 애정을 갖고 내가 바른 길로 가도록 도와주는 분들이에요. 이번 정일사에서 여러분이 그런 점을 더 자각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어서 여름 명상수련을 비롯해 인도 성지순례까지 정토회 하반기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한 후 이번 주말에 두북 수련원에서 열리는 ‘나비장터’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번 주말에 영남 지역 회원들이 두북 수련원에서 나비 장터를 연다고 합니다. 법당에서 철거한 재활용품이 많이 있으니 장터를 열기 좋아요. 여러분이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품을 가져와서 교환하는 행사도 열고, 두북 수련원과 아도모례원에서 생산한 감자를 조금씩 나눠 가져 가는 바자회도 연다고 합니다.

JTS 모금을 위한 꽃모종 화분

JTS 모금 행사도 엽니다. 코로나 때문에 지난 2년간 수자타아카데미가 있는 인도 둥게스와리 마을 사람들에게 마을 잔치를 못 열어 주었습니다. 내년 초에 인도 성지순례도 가고, 올여름에도 제가 인도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마을 사람들에게 잔치를 한번 열어주려고 해요. 그런데 남의 돈을 그냥 받을 수는 없어서, 제가 요즘은 주먹만 한 화분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모금에 참가해 주시는 분들에게 드리려고 국화 한 포기, 봉숭아 한 포기, 맨드라미 한 포기씩을 심은 화분을 틈나는 대로 만들고 있어요. 하루에 거의 100개씩 만들고 있습니다.” (웃음)

이어서 누구든지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즉문즉설을 한 시간 동안 진행한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농사일을 한 후, 오후에는 인도 성지순례 준비 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정토불교대학 인간붓다 제5강 수업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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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스

저에게 하루는 하는것도 없이 버겁게만 느껴지는데
스님의 하루는 1분 1초도 헛으로 흘려 보내는 시간이 없으십니다.
게으르지 않도록 깨어 있는 연습 꾸준히 하겠습니다

2022-09-21 11:14:31

보각

감사합니다 스님

2022-06-21 18:56:43

신민경

같은 24시간인데 스님의 하루는 정말 기네요.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2022-06-19 02:5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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