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6.18 콘텐츠 회의, 법사단회의, 금요 즉문즉설
“제가 돈을 빼돌린다고 남편이 자꾸 의심을 합니다”

안녕하세요. 두북 정토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도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작업복을 입고 비닐하우스로 향했습니다.

어제 비닐하우스 4동에 물이 빠지도록 물길을 깊이 파놓았는데, 물이 잘 빠지고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물길을 만들어놓아도 여전히 물이 고이네요. 할 수 없어요. 바가지로 퍼내는 수밖에 없겠어요.”

스님은 고인 물을 바가지로 퍼서 대야에 담아내는 방식으로 물을 퍼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고, 엄청 덥네요.”

대부분을 대야로 퍼내고 바닥에 고인 물은 바가지로 긁어가며 비닐하우스 끝 편으로 몰고 갔습니다.

“이제 좀 물이 없어졌어요.”


땀을 닦고 행자님들이 일하고 있는 비닐하우스 2동으로 갔습니다. 어제에 이어서 고추에 생긴 진딧물을 잡기 위해 유기농 약을 고춧잎 하나하나, 고추 하나하나를 손으로 씻는 일을 함께 했습니다.

“해보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봅시다.”

한 잎 한 잎 깨끗이 씻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오늘은 비닐하우스 안에서만 작업을 하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9시부터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두북 공동체 대중이 스님에게 한 말씀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비닐하우스 농사 관련해서 몇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고추 상태가 많이 안 좋네요. 공동체 전체 성원을 동원한다든지 해서 조치를 조금 일찍 취했으면 피해가 적었을 것 같아요. 혼자서 어떻게든 해결해보려다가 피해가 더 커진 것 같거든요.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살려 봐야죠. 방송팀도 주말에는 전부 이 일에 붙어서 고추를 살려봅시다.

그리고 비닐하우스 4동은 습도 조절이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요. 땅에 물이 잘 안 빠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제와 오늘은 제가 계속 물을 퍼냈어요. 4동은 다른 비닐하우스와 동일하게 물을 공급하지 말고 최소한의 물만 공급하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4동은 옛날에 기와를 굽던 곳이어서 물이 잘 안 빠져요. 습기가 많으면 병충해가 들 위험이 높아집니다.”

최선을 다해서 고추를 살려보기로 하고 발우공양을 마쳤습니다.

이어서 오전 10시부터는 백일법문 콘텐츠 준비팀과 화상회의를 했습니다. 백일법문이 연기가 되면서 이와 관련해 강연 기획과 콘텐츠 준비를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역할분담이 애매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콘텐츠팀과 정토대전팀이 합동으로 온라인 화상회의를 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불교대학, 경전대학, 사회사상 세 가지 강의 주제에 대해 각 담당자가 기획안을 발표했습니다. 쟁점에 대해 함께 토론을 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의 조언을 듣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백일법문이 연기가 되면서 지금 남아 있는 단위가 이 단위밖에 없어요. 여기서 백일법문에 대한 초안을 내도록 합시다. 그럼 더 연구해 와서 다음 달에 또 만나는 걸로 해요.”

오후에는 원고 교정과 여러 업무들을 처리한 후 오후 4시 30분부터는 공동체 법사단회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했습니다.

곧 있으면 백중기도를 시작하게 되는데, 온라인 시대에 맞게 백중기도 프로그램을 어떻게 기획하면 좋을지 긴 시간 토론을 했습니다. 그 외에 여러 가지 현안들을 논의한 후 저녁 7시가 다 되어 회의를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시도별 밴드에서 유튜브 주소 줄을 타고 2천여 명의 시민들이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환한 웃음과 함께 인사말을 했습니다.

“일주일간 잘 보내셨어요? 저는 지난 한 주간 육체적으로 좀 힘들게 지냈습니다. 백신 맞고 나서 3일은 아무렇지 않아서 큰소리치면서 농사일도 하고 그랬는데, 그 후에는 몸이 아주 무겁고 계속 졸리고 목소리도 잠기고 컨디션이 안 좋습니다. 게으른 사람이 되기 딱 좋은 몸 상태로 지내고 있어요. 이런 증상이 백신 맞은 것과 관계가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아직 없다고 하니 백신 때문이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가장 큰 증상은 눈이 잘 안 떠지고 몸이 무겁다는 거예요. 일어나서 움직이고 일하면 괜찮은데, 자고 일어나면 눈이 안 떠집니다. 아무튼 여러분보다 제가 먼저 백신을 맞아봤는데, 보시다시피 이렇게 멀쩡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여러분들도 다 맞으시기 바랍니다.” (웃음)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다섯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자신이 돈을 빼돌리고 있다고 남편이 계속 의심해서 힘들다며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제가 돈을 빼돌린다고 남편이 자꾸 의심을 합니다.

“제가 가계부를 쓰고 통장도 매달 보여주고 있는데도 남편은 제가 돈을 빼돌린다고 의심하고 폭언을 합니다. 남편과 재혼한 지 10년이 됐고 그 사이에 아들도 하나 낳았습니다. 전 남편과의 사이에는 딸 둘이 있는데 전 남편과 살고 있어요. 전 남편이 생활력이 강하지 않은데 그렇다고 제가 돈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지금 남편은 자꾸 제가 전 남편에게 돈을 준다고 생각하고 의심하고 폭언을 합니다. 헤어질 수는 없는데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할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저는 한 번도 못한 결혼을 두 번이나 해놓고 왜 저한테 하소연하고 그래요? (웃음)

의심받고 살 바에야 같이 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그만두면 되잖아요. 스님은 아직 결혼을 한 번도 안 해보고도 이렇게 즐겁게 사는데, 결혼을 두 번이나 해본 사람이 혼자 사는 게 뭐가 걱정이에요?”

“애가 있어서요.”

“애가 있으면 애를 키우면 되죠. 뭐가 걱정이에요?”

“헤어지고 싶지는 않거든요.”

“헤어지고 싶지 않으면 남편에게 계속 의심을 받고 살면 되잖아요. 남편 입장에서는 혹시 두 아이들한테 돈을 보내지 않을까 의심을 할 수 있죠. 질문자도 만약 재혼을 했는데 남편에게 자식이 여럿 있다면 혹시 남편이 애들한테 돈을 보내지 않을까 의심이 들 수 있잖아요. 그런데 남편은 그 정도가 더 심할 뿐이에요.

‘왜 나를 의심하느냐?’ 이렇게만 바라보기 때문에 화가 나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 질문자의 조건은 남편이 의심할 만한 상황이에요.

‘그래, 내 처지가 이러니 당신이 의심할 만하지. 그런데 난 실제로 돈을 안 보냈어. 나는 당신하고 안 살려면 몰라도, 같이 사는 한 당신한테 의심받는 행동은 하고 싶지가 않아.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가계부를 적어 투명하게 다 보여주었어. 이런데도 당신이 못 믿겠다고 하면 더 이상 같이 살 수가 없어.’

이렇게 남편에게 솔직한 마음을 표현해 보세요. 이 좋은 세상에 막일을 하더라도 마음은 편안하게 살아야지 뭣 때문에 남편에게 의심받고 폭언 듣고 살아요? 그래도 같이 붙어서 산다는 건 뭔가 다른 이익이 있다는 겁니다. 돈 때문에 붙어서 살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의심받고 살아야죠. 질문자의 선택이에요. 옛날 노예들도 그랬습니다. 제도적으로 못 나가기도 하지만, 주인집에서 나가고 싶어도 마땅히 먹고살 게 없으니 욕먹고 폭행을 당해도 붙어살 수밖에 없었어요. 질문자도 혼자 살면서 돈 때문에 고생하는 것보다는 욕을 먹더라도 남편과 같이 사는 게 낫다고 무의식에서 계산을 하고 있는 거예요. 도저히 같이 살기 어려우면 그만 두면 됩니다.

이왕 그렇게 붙어서 살기로 했다면, 애 둘이나 낳고 재혼을 했으니 새로운 남편이 의심할만하다는 핸디캡을 인정해야죠. 어떻게 좋은 것만 가지려고 합니까? 질문자처럼 결혼 두 번 세 번 해 본 사람이 고생을 해야 저처럼 혼자 사는 사람의 입가에도 미소가 돌 게 아니에요? 질문자 같은 사람이 즐겁고 재미있게 살면 저 같은 사람은 바보가 되잖아요. (웃음)

이 상황은 본인이 선택한 과보입니다. 지금 남편은 경제력은 있는데 의심하고 폭언하는 단점이 있고, 전 남편은 사람은 좋은데 경제력이 없어요. 다 장단점이 있는 겁니다. 법륜스님이 좋아 보이지만 같이 살면 사는 게 굉장히 빡빡합니다. 새 옷도 못 사게 하고, 음식도 많이 못 만들게 하고, 집도 못 꾸미게 하기 때문에 여러분은 저와 같이 살면 전부 머리가 뒤집어질 거예요. 그러니 사람마다 장단점이 있는 겁니다. 본인이 거기에 적응해서 살든지, 그게 아니면 ‘그래, 넌 너대로 살아라. 난 나대로 살게’ 이러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지 다른 길이 없어요. 단물이 먹고 싶으면 비굴하게 살면서 단물을 빨아먹어야 되고, 비굴하게 사는 게 싫으면 단물 그릇을 발로 차버려야 해요. 거기서 자꾸 갈등하고 있으면 내 인생만 괴롭죠.”

“십 년 동안 너무 힘들었습니다.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십 년 간 먹고 입고 자는 게 좋았으면 다른 손해가 있어야죠. 어떻게 다 좋을 수 있어요?”

“맞습니다. 스님.”

“어떻게 할래요? 단물 그릇을 차버리고 쓴 맛을 보면서도 내 소신대로 살겠어요? 단물 그릇을 아직 더 빨아먹어야 되니 의심을 받더라도 그냥 ‘죄송합니다’ 하면서 살겠어요?

억지로 참고 미워하고 살면 나만 손해입니다. 같이 살아야 한다면 이렇게 마음을 고쳐먹으세요.

'어디 가서 직장 다니면 하루 8시간 일해야 겨우 10만 원 버는데, 앉아서 욕 좀 얻어먹고 의심 좀 받기만 하면 쉽게 돈 벌 수 있잖아. 이게 훨씬 더 수월한 거야.’

이렇게 영리하게 머리를 굴려서 계산해서 자기 긍정을 하고 사는 게 나에게 이익이 되는 길입니다.”

“맞습니다. 그런 생각을 못하니까 너무 힘들었었거든요.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욕 얻어먹더라도 그걸 괴롭다고 생각하지 말고 '욕이 배 따고 들어가나?' 이러면서 '아이가 클 때까지는 이게 더 쉽다. 아이가 다 크고 나면 그때 가서 다시 결정하자' 이런 자세로 자기 결정을 딱 하고 사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욕 좀 얻어먹고 마음 편히 살겠습니다.”

“스님은 처음부터 질문자가 그럴 줄 알았어요. (웃음) 그렇다면 질문자는 바보 같은 사람이 아니고 영리한 사람이에요. 남이 볼 때 바보라 하더라도 본인은 이렇게 계산을 하고 살아야 합니다.

'나가서 8시간 힘들게 일하는 것보다는 욕 좀 얻어먹고 약간 비위 맞추고 사는 게 훨씬 수월하다.'

이렇게 자기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대해서는 자긍심을 가져야 됩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참 다양하죠. 이런데도 어떻게 ‘어떤 인생이 바른 길이다' 이런 말을 할 수 있겠어요? 다 자기 좋을 대로 사는 겁니다.” (웃음)

환하게 웃는 질문자의 얼굴을 뒤로하고 다음 질문자와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 새내기 대학생입니다. 대학교를 다니면 학업에 열중을 해야 하는데 학업에도 열중하지 않고 계속 미루게 됩니다. 따끔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딸이 20살인데 자꾸 자살을 하려 합니다. 스스로 병원에 입원을 하려고 하는데, 정말 답답합니다.
  • 건축사업을 하고 있으나 터무니없는 저가 공사를 원하는 건축주, 공비 분쟁 등으로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습니다. 지금 시기를 어떻게 버텨야 할까요?
  •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부를 가진 자산가들이 검소하게 살지 않고 기부를 하지 않습니다. 화가 나고 답답한데, 제 마음을 어떻게 가져야 할까요?

질문자들과 대화를 다 나눈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남편으로부터 의심을 받아서 힘들다는 질문자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상대방을 좀 이해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 마음은 가볍습니다.”

스님은 다시 한번 질문자를 격려해 주었습니다.

“남편한테 의심받으면서 십 년을 살아놓고도 계속 살아야 할지 말지 스님한테 묻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웃음)

질문자가 남편을 욕할수록 스님은 다른 측면을 봅니다. 그렇게 욕을 하면 함께 안 살아야 되는 건데 욕을 하면서 같이 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스님은 벌써 '남편에게 다른 단물이 있구나' 하고 금방 압니다. 의심하고 폭언을 하는데도 같이 살만한 다른 뭔가 이득이 있으니까 같이 살고 있는 거예요. 단순히 질문자의 말만 듣고 남편하고 같이 살지 말라고 말하면, 곧바로 질문자가 ‘그럼 저는 뭐 먹고살아요?’ 이렇게 물을 겁니다.

질문자가 힘들다 하면서도 같이 사는 데는 이유가 있는 거예요. 직원이 나쁜 놈이라고 하면서도 같이 데리고 일을 하는 건 그 직원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입니다. 마찬가지로 결혼생활 역시 남편을 위해서 같이 산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고 다 자기 나름대로 계산해서 이익이 되니까 같이 사는 거예요.

단지 남편에게 100을 원하는데 50밖에 안 채워지니까 불만인 겁니다. 손해가 나서 불만인 게 아니고, 이익은 생기는데 내가 원하는 만큼 이익이 안 생기니까 구시렁거리면서도 같이 사는 거예요. 막상 ‘안녕히 계십시오’ 하라고 말하면 그 50이 아까워서 못합니다. 항상 정확하게 자기 상황을 직시하면 어떤 상황에서든 괴로울 일이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생방송을 마치기 전 조금 시간 여유가 생겨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방청객 중에서도 한 줄 소감을 들어 보았습니다. 한 명이 적극적으로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100을 원하는데 50밖에 이익이 안 생기니 힘들고 괴롭다는 말씀을 듣고 나니까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내 욕심 때문에 그동안 힘들게 살았구나 싶습니다. 스님 말씀대로 다 제 선택인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이대로도 괜찮게 살고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소중한 깨달음을 얻었다는 방청객을 향해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파편이 튀어서 복은 저분이 받은 것 같네요. 이렇게 재수가 좋으면 옆에서 구경하다가 복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웃음)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를 생방송으로 한 후 오전에는 평화재단 통일의병 창립 8주년 총회를 한 후 오후에는 봉화 수련원으로 이동해 들깨를 심을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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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희

정확하게~

2021-07-04 10:50:40

미모마미

청주 예술의전당 홀에서 스님을 멀리서 뵌 적 있습니다.
그때 저는 질문지를 썼다가 도로 취소했었는데
오늘 그 해답을 듣네요.
욕심은 늘 스스로를 괴롭힌다는 것을!

2021-06-27 18:16:48

박영란

억지로 참기보다는 내가 선택한 길이니 책임을 가지고 살고있습니다

과연 이길 끝에가서도 내가 먹고있던 밥그릇을 차버릴수있는 날이올지 가보겠습니다

2021-06-24 19:3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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