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2.4. 설특집 온라인 즉문즉설
“죽고 싶어요 vs 죽음이 두려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공동체 법사단과 불교사상과 사회사상에 대해 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유튜브 공개 생방송으로 설특집 즉문즉설을 했습니다.


밤사이 문경 수련원에는 눈이 소복하게 내려서 온 세상이 흰 이불을 덮은 듯 하얗게 변했습니다. 날이 밝자 행자님들은 눈 쓸기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점심에는 봄날처럼 햇살이 따뜻하게 비추었습니다. 스님은 서울에서 병원 진료를 받은 후 점심 무렵 문경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오후 1시부터 불교사상과 사회사상에 대한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사회사상팀에서 준비해 온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불교의 중요한 실천 덕목인 오계의 근본 의미가 무엇이고, 현대적 의미로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경전 속 사례는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발표 내용을 다 듣고 나서 스님이 수행에 있어서 계율을 지킨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관점을 바로잡아 주었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인격으로 드러나는 것이 계율입니다. 철학적으로만 보면 계율은 별 게 아닙니다. 삼법인, 연기, 사성제를 지식적으로 아는 것과 그 사람의 인격 하고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거든요. 계율은 실제로 삶 속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인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기를 깨달아서 인격적으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연기를 깨달음으로 해서 계율을 지켰기 때문에 인격적으로 나타나는 거예요. 연기를 이해만 하고 계율을 안 지키면 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계율에 바탕을 두지 않은 불교의 위험성

가르침이 믿음으로 흘러가게 되면 구복 행위로 드러나게 되고, 가르침이 이해로 흘러가게 되면 철학적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반면에 가르침이 실천적으로 흘러가게 되면 계율로 드러나게 됩니다. 더 나아가 가르침이 증득하는 쪽으로 흘러가게 되면 괴로움이 없는 해탈로 드러나게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계율이 없는 믿음과 철학이 과연 실제로 세상을 정화시키는 데에 어떤 도움이 되느냐는 겁니다. 믿음과 이론이 좀 부족해도 약속을 잘 지키고 성질을 안 내는 것이 실제로 같이 사는 데에는 더 중요하다는 거죠. 그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 그가 무엇을 믿고 있느냐, 이런 것은 함께 살아가는 데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는 문제예요. 그런데 세상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에 온통 신경을 쓰고 있고, 정작 중요한 것은 하찮게 여긴다는 겁니다.

계율에 바탕을 두지 않은 명상은 정신적인 유희 놀음에 불과합니다. 계율에 바탕을 두지 않은 불교 철학은 지식 놀음에 불과합니다. 계율에 바탕을 두지 않는 믿음은 세속적인 구복 행위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수행에서 계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숙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계율을 지키는 사람을 좀생이 취급을 하고, 계율을 과감하게 깰 수 있어야 도인이 되는 현재 한국 불교의 분위기는 올바르지 않습니다.”

2시간 동안 계율의 현대적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다음은 불교사상팀에서 ‘연기법’에 대해 공부해 온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12연기의 각 용어마다 학자들의 해석이 서로 다른 점이 많았습니다. 스님도 각각의 용어가 갖는 의미에 대해 실천적인 의미에서 해석을 해주었습니다. 설 명상수련 이후에 다시 회의를 하기로 하고 법사단은 스님에게 삼배로 인사를 했습니다.

잠시 쉬었다가 저녁 7시 30분부터는 설을 앞두고 설특집 온라인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5인 이상 가족 모임을 금지했습니다. 오늘 즉문즉설은 고향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시간입니다.

유튜브 공개 생방송이 시작되자 6500여 명의 시청자들이 접속했습니다. 스님은 환한 웃음과 함께 봄소식을 전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행복은 이미 우리 가까이에 오고 있습니다

“아직도 춥다고 덜덜 떨고 있지만, 봄은 이미 어김없이 오고 있습니다. 우리 인생도 이와 같지 않나 생각합니다. 힘들고 괴롭다고 아우성을 치지만 마음공부를 하면 행복은 이미 우리 가까이에 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이런저런 문제들은 날씨로 치면 한파와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 날씨와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은 또 어김없이 오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행복이 오고 있다는 믿음을 갖고 함께 대화를 해보면 좋겠습니다.

오랫 동안 수행을 해 온 사람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 상식적으로 살펴봐도 ‘지금 내가 괴로워하는 것은 좀 지나치지 않나’ 하는 이런 관점에서 대화를 해보고자 합니다.”

이어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수백여 명이 신청을 했지만 그중 10명이 최종 선택이 되어 스님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중 오늘은 서로 상반되면서 감동을 주었던 두 명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한 명은 자살 충동을 자꾸 느끼게 된다며 힘든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외로움을 많이 탔고, 저만 없어지면 주위 사람들이 편할 것이니 그것이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에게 은혜를 갚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고통에 대한 반항심으로 10대 초부터 자살 시도를 했습니다.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서 겨우 깨어나면 그 고통이 너무 괴롭고 무서워서 다시 살고 싶은 의욕이 생겨 한동안 조용히 살다가, 다시 외로움의 고통에 화가 나면 주위 탓을 하다가 ‘나만 죽으면 되지’라는 생각을 반복하게 됩니다.

작년부터 정토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외로움도 욕심이라는 것을 진심으로 깨닫고 내려놓는 연습을 하며 예전보다는 훨씬 덜 외롭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가끔은 도대체 얼마나 더 내려놓아야 하는가 하고 머리가 팍 돌아서 괴로움이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다 자살하지 말라고 하는데, 스님도 자살하지 말라고 하실 건지 궁금합니다. 자살하면 안 되는 이유가 뭔가요? 또 몇 년 전에 안락사에 대해서 알아본 적이 있었는데, 스님께서는 안락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어렵게 스님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는데, 고작 한다는 얘기가 내가 죽는 것에 대해 스님은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이 질문을 하는 거예요? (웃음)

제가 질문자에게 물어볼 테니까 한 번 대답해 보세요. 이 곳에서 저곳으로 갈 때 쉽게 가는 게 좋아요, 어렵게 가는 게 좋아요?”

“쉽게 죽고 싶습니다.”

“그저 죽을 생각만 하니까 스님이 다른 걸 물었는 데도 죽는 얘기만 하네요. 이 곳에서 저곳까지 가는데, 쉽게 가는 길이 있고, 어렵게 가는 길이 있다면, 쉽게 가는 것이 좋아요? 어렵게 가는 것이 좋아요?”

“쉽게 가는 것이 좋습니다.”

“쉽게 가는 길도 있고, 힘든 길도 있는데, 일부러 힘든 길을 선택한 사람은 현명한 사람이에요? 바보 같은 사람이에요?”

“잘 모르겠습니다.”

“서울에서 경주로 가는 길이 있는데, 쉽고 빠르게 가는 길도 있고, 아주 힘들게 가는 길도 있습니다. 그럴 때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선택하는 사람은 현명한 사람이에요? 바보 같은 사람이에요?”

“바보 같은 사람입니다.”

“그럼 질문자는 바보 같이 살고 싶어요, 현명하게 살고 싶어요?”

“현명하게 살고 싶어요.”

“다시 물어볼게요. 질문자가 지금 밥을 먹고 이렇게 살고 있는데, 질문자가 죽으려면 가만히 있으면 죽어져요? 어떤 노력을 해야 죽어져요?”

“노력을 해야 죽어집니다.”

“일단 약을 사러 가야죠. 약국에 가봐도 한 사람에게는 약을 많이 안 파니까 이 약국 저 약국을 눈치 봐가면서 많은 양을 사야 됩니다. 그게 쉬운 일이에요, 어려운 일이에요?”

“어려운 일이에요.”

“그리고 그 약을 목구멍에 넘기려면 힘들어요, 안 힘들어요?”

“힘들어요.”

“그래요. 산 사람이 죽으려면 이렇게 힘이 드는 거예요. 그런데 뭣 때문에 힘든 일을 선택하려고 해요? 살아있을 때는 가만히 놔두면 살아지는데요. 그래서 바보 같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리고 목매달아 죽으려면 밧줄 사러 가야지, 목에 걸어야지, 의자를 발로 차야지, 죽기 전에 5분 동안은 숨을 못 쉬어서 괴로워해야지, 이렇게 일이 많잖아요. 그게 쉬워요? 가만히 있는 것이 쉬워요?”

“가만히 있는 것이 쉽습니다.”

“그런데 왜 쉬운 길을 두고 그렇게 어려운 길을 가려고 그래요?”

“외로워서요.”

“외로운 것과 죽는 것이 무슨 상관이에요?”

“외로운 감정에 꽂히면 주위 사람들한테 미안해서 내가 없어지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돼요.”

“본인이 선택해서 쉬운 길을 두고 어려운 길을 가면 그 사람은 바보입니다. 자기도 모르게 충동적으로 선택을 한다면 그건 정신 질환이에요. 자살충동은 정신질환에 속합니다. 정신질환을 치료하려면 일단 약을 먹어야 해요.

‘죽는 것은 나쁘다’, ‘죽는 것은 좋다’ 이런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에요. 현명한 사람이라면 어려운 길을 일부러 만들 필요는 없다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반대로 나이가 90이 넘은 노인이 병이 나서 의식이 없어졌는데 그 사람을 살리려면 힘듭니까, 쉽습니까?”

“힘듭니다.”

“연명치료 역시 자연의 법칙에 어긋납니다. 죽는 것이 더 쉬울 때는 죽게 두어야 하지만, 질문자는 지금 사는 것이 더 쉬우니까 살아야 하는 거예요. 이것은 윤리 도덕의 문제도 아니고, 종교의 문제도 아닙니다. 더 쉬운 길을 두고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니까 질문자는 바보이거나 약간 정신질환이 있는 겁니다.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해요. ‘나 같은 건 필요 없어’, ‘내가 죽는 것이 다른 사람들한테 좋은 거야’ 이런 생각에 딱 꽂히면 다른 생각을 할 줄 모르는 것은 병입니다.”

“네, 그 생각에 꽂힐 때는 다른 생각이 안 나요.”

“물론 약을 먹는다고 이 병이 낫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나 약을 먹으면 그런 생각에 탁 꽂히는 것을 막아줍니다. 그래서 약을 먹는 동안에는 충동적으로 자살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어요. 그러니 질문자는 빨리 약을 먹어야 됩니다.

그리고 안락사는 이와 전혀 다른 문제예요. ‘죽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정신질환이기 때문에 치료를 해야지,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 안락사가 아닙니다. 나이가 100살이 됐는데 회복할 수 없는 병에 걸렸고 통증이 너무 강하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럴 때 ‘나는 살만큼 살았으니 그냥 자연스럽게 죽게 해 달라’ 하는 것이 안락사예요. 그런 안락사를 허용하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자처럼 멀쩡한 사람이 ‘저를 안락사시켜주세요’ 하면 그것은 살인행위이지 안락사가 아닙니다.

살아 있는 생명을 죽여서는 안 됩니다. 자살은 남을 죽인 것이 아니라 자기를 죽였기 때문에 살인과 똑같습니다. 그래서 자살의 과보는 살인행위와 똑같습니다. 다만 살인을 저지른 당사자가 죽어버려서 처벌할 수가 없으니까 현행법으로 죄를 물을 수가 없는 거예요. 자살은 살인과 똑같기 때문에 살인을 하지 말아야 하듯이 자살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질문자는 병이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합니다. 충분히 이해가 됐어요, 아직 부족해요?”

“자살은 안 좋은 거죠?”

“힘들게 죽을래요, 편안하게 살래요?”

“편안하게 살겠습니다.”

“그러면 일단 약을 먼저 먹어야 해요. 약은 정기적으로 꾸준히 먹어야 합니다. 약을 먹으면 좋아진다는 것이 아니라, 충동적으로 자살하는 사로잡힘을 완화시켜 줘요. 그래서 죽고 싶은 생각이 들어도 자살 행위까지는 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살하는 것은 가족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줍니다. 가족에게 주는 고통은 살인행위보다 자살행위가 훨씬 더 큽니다. 자살은 사람들의 마음에 더 많은 상처를 주기 때문입니다. 다만 자살은 행위자가 죽어버려서 처벌할 수가 없는 거예요. 살인 행위를 했을 때도 스스로 죽어버리면 처벌할 수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자살은 살인행위와 똑같다고 이해를 하셔야 합니다.”

“네, 잘 알았습니다.”

다음 질문자는 자가 면역 질환을 갖고 있는데 어린 딸을 두고 생을 마감해야 할 것 같아 두렵다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죽음이 두렵습니다

“저는 5살 아이를 가진 30대 엄마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자가 면역 질환이 있어서 지금까지 약을 먹으면서 지내왔는데, 최근 병원에서 신장 기능이 많이 떨어져서 곧 투석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투석이라는 것이 아무런 합병증이 없어야 10년 정도 유지 가능하고, 그마저 신장 기능이 다하면 장기 이식을 새로 하지 않을 경우 죽게 되는 병이라고 합니다. 우리 딸이 성인이 된 모습을 보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슬픈 감정이 듭니다. 제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지내는 것이 좋은 건지 간절한 마음으로 여쭤봅니다.”

“저도 요즘 걱정이 좀 많아요. 100년 후에 내가 살아있을까, 이런 걱정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

“제가 질문자에게 이렇게 고민을 말했다고 합시다.

‘앞으로 정토회가 어떻게 될까 지금 걱정이 태산 같아요. 제가 살아 있어도 이런저런 어려움이 많은데, 제가 죽고 나서 어떻게 될까 걱정이 태산 같아서 잠이 안 옵니다. 어떡하죠?’

질문자의 질문은 제가 이렇게 묻는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지금 질문자가 느끼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죽기 때문에 생기는 것일까요? 아니면 죽는다는 생각을 하니까 생기는 것일까요?”

“죽는다는 생각을 자꾸 해서 두려움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러면 죽는다는 생각을 안 하면 되잖아요?”

“제 병에 대해 공부를 하다 보니 장기이식을 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죽게 된다고 해요.”

“신장이 나쁘지 않은 저도 백 년 안에는 죽습니다. 제 나이가 70이니까 한국 남자의 평균 수명을 생각하면 앞으로 10년 정도 살 겁니다. 저도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10년 남았고, 질문자도 10년 남은 것이잖아요. 그러면 질문자와 저의 남은 시간이 비슷한데, 왜 질문자는 그렇게 걱정이고, 저는 괜찮을까요?

물론 질문자는 ‘스님이야 나이가 많잖아요’, ‘스님은 혼자잖아요’ 이렇게 얘기하겠죠. 그것도 다 핑계예요. 10년 남았다면 시간이 엄청나게 많이 남은 겁니다. 10년을 초 단위로 한 번 계산해 보세요. 엄청난 시간이 남았다고 느껴질 겁니다.

살아있는 생명은 다 살게 되어 있어요. 어릴 때 부모를 여의고도 훌륭한 사람이 되는 사람이 있잖아요. 질문자가 걱정한다고 아이가 잘 살게 되고, 걱정 안 한다고 못 살게 되는 것이 아니에요. 그러니 질문자는 살아 있는 동안 행복하게 살면 돼요.

질문자는 지금 남보다 빨리 죽을 확률이 높은 것 때문에 걱정인데, 건강한 사람들 중에도 교통사고로 죽거나 급성으로 죽을병에 걸리거나 어떤 이유로 질문자보다 먼저 죽을 사람이 많을까요? 없을까요?”

“네, 많습니다.”

“그럼 그 사람들은 왜 걱정을 안 하고 살까요? 그 사람들은 죽음을 생각하지 않으니까 걱정을 안 하는 겁니다. 질문자는 죽음을 생각하니까 걱정을 하는 거예요.

오래 살 사람들은 걱정하고 근심하고 괴로워하다가도 조금이라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죽을 기회가 많지만, 질문자처럼 10년밖에 못 산다고 하면 그렇게 괴로워하고 근심할 시간이 없어요. 웃고 즐거워할 시간도 부족합니다.

죽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 아니에요. 죽는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살면 내내 괴로워하다 죽게 되는 겁니다. 그건 바보 같은 짓 아닐까요? 질문자가 다른 사람보다 좀 빨리 죽을 것 같으면 다른 사람보다 즐거운 시간을 많이 가져야 될까요, 적게 가져야 될까요?”

“많이 가져야 될 것 같아요.”

“그래요. 하루하루 즐거워하다 죽어야죠. 조금만 생각해보면, 생이 짧게 남을수록 걱정할 게 아니라 마음을 더 가볍고 기쁘게 갖고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야 됩니다. 그리고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지금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의학 기술도 더 발전해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까요?”

“발전해 있을 것 같아요.”

“그 때가 되면 의학 기술이 더 발전해 있습니다. 혹시 더 살고 싶으면 냉동인간이 되어서 100년 후에 나와서 또 살 수 있을지도 몰라요. 걱정을 하게 되는 이유는 일어나지도 않는 미래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방금 전에 질문하신 분이 ‘나는 필요 없는 인간이야’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서 자살을 시도하는 것처럼, 지금 질문자는 ‘나는 곧 죽을 거야’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서 괴로워하고 있는 겁니다. 병은 치료하면 되고, 치료하지 못하면 냉동인간으로 들어갔다가 나중에 나와서 치료해도 돼요. 또 살만큼 살았잖아요. 왕후장상도 때가 되면 다 죽는데 뭐 큰일이라고 그래요. 생이 짧다고 생각할수록 더 보람 있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네,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릴 때 엄마와 시간을 같이 보낼 때 엄마가 늘 눈물짓고 울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이에게 좋은 추억이 될까요, 아니면 엄마가 웃는 것이 좋은 추억이 될까요?”

“웃으며 즐겁게 보내는 것이 낫습니다.”

“그래요. 아이와 오래 지낼 수 없을수록 더 가볍게 웃으면서 같이 시간을 보내야 아이에게 좋은 추억이 남습니다. 엄마가 설령 일찍 죽었다 하더라도 나중에 아이에게 좋은 기억이 남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엄마는 참 훌륭하시다. 우리 엄마는 죽을 때까지도 미소 지으며 나날을 보내셨다’

‘우리 엄마는 내가 어릴 때 돌아가셨지만 좋은 추억이 남겨주셔서 참 감사하다’

이렇게 되려면 엄마가 늘 가볍게 웃으면서 지내야 해요. 아이에게 엄마만 생각하면 늘 짜증내고 울고 괴로워하는 이미지를 남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반드시 일찍 죽는다는 보장도 없어요. 재수 없으면 질문자 같은 사람이 더 오래 살 수도 있어요. 이렇게 가볍게 받아들이고 살면 좋겠다 싶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28살 남성입니다. 저는 여러 가지로 노력을 많이 해봤지만 여태껏 연애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대체 왜 연애를 못할까요?
  • 저희 아들은 수능 준비를 하다가 갑자기 뇌종양 수술을 하고 장애가 생겼습니다. 자존심이 강했던 아이라서 아무도 만나지 않고 자기 방에서 나오지를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저는 3살 아이와 뱃속에 둘째 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불교대학에 다니고 기도를 하면서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많이 사라졌지만 불쑥불쑥 어머니에게 원망이 올라와서 괴로워요.
  • 저는 동남아에서 여행 가이드를 10년 가까이하다가 코로나 19로 인해 백수가 되었습니다 부모님 집에서 생활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 얼마 전 아내가 유부남과 외도를 해서 이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엄마 없이도 아직 어린 두 딸을 잘 키워야 할 텐데 어떻게 기도해야 할까요?
  • 일본에 살고 있는 중국 조선족입니다. 저는 자존감이 낮고 나라와 민족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많습니다. 한반도 통일에 제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 남편이 수산물 도소매 가게를 해서 매일 살아있는 물고기를 잡아요. 직업을 바꾸어야 할까요?

10명의 질문에 다 대답을 하다 보니 2시간 30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스님은 질문한 분들에게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딸을 두고 일찍 세상을 떠나야 하는 것이 두렵다는 분도 소감을 말했습니다.

“짧게 살아도 죽기 직전까지 즐겁게 웃고 살겠습니다. 오늘부터 새로 태어난 기분으로 다시 잘 살겠습니다.”

방청객과 시청자들 모두 큰 박수로 질문자를 응원했습니다. 스님도 다시 한번 질문자를 격려해 주었습니다.

“첫째, 나를 위해서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둘째, 아이를 위해서도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이런 마음공부를 좀 더 체계적으로 하고 직접 체험해 보고 싶다면, 정토불교대학에 한 번 입학해 보세요. 6개월 과정을 공부하고 나면 삶이 조금 더 행복해져 있을 겁니다.”

이어서 오는 3월에 개강하는 정토불교대학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정토불교대학을 통해 행복한 인생을 살게 되기를 바라며 설특집 온라인 즉문즉설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공동체 법사단과 회의를 한 후 금요 정기법회를 생방송하고, 하루 종일 정토대전 경전팀과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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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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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자살이 살인행위라는 말씀에 정신이 번쩍듭니다.
살아있는 현재가 엄청 중요함을 느끼는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2021-03-11 06:32:23

감사

공부를 하면 할 수록 스님께서 하시는 일의 깊은 뜻을 알게 되어 매번 놀랍고 또 깊이 감동받습니다. 가볍고 행복한 삶을 살며 이웃을 돕고 남에게 베풀며 살아가겠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2021-02-23 21:13:21

금강화

스님 감사합니다

2021-02-14 06:5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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