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화명법당
안 하면 내 손해네

정토회 가정법회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소임과 봉사를 해오신 김민지 님. 작년에는 코로나로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더 높아지면서 행복시민과 함께 아이스팩 재활용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셨는데요, 그 결과 작년 11월에는 정부혁신 공모사업에서 대통령상까지 수상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정토회의 다양한 활동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김민지 님의 수행담을 소개합니다.

행복한 강연 봉사 중인 김민지 님
▲ 행복한 강연 봉사 중인 김민지 님

가족의 도움으로 졸업까지

큰 애가 세 살 때, 둘째가 8개월쯤 됐을 때였습니다. 결혼하여 아무런 연고가 없는 화명동으로 이사와서, 갓난아이 데리고 어디 갈 데가 없었습니다. 늘 집에 있다고 얘기를 하니까 큰 애가 다니는 어린이집 학부모가 정토회 가정법회를 소개해줬습니다. 법문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아기랑 법문 들을 수 있게 방을 내줘서 아기 재우다가 법문 같이 듣고 얘기도 나눴습니다. 그러다가 불교대학을 권유받아 가정법회에서 불교대학 수업을 들었습니다. 모범생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혼자서도 수업을 열심히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불교대학을 졸업했지만, 학생 수가 적어 경전반이 개설되지 않아 동래법당으로 오가면서 경전수업을 들었습니다. 둘째가 어렸지만 남편이 출근길에 아이를 친정집에 데려다주어 수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수업 마치면 제가 친정집에 들러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왔습니다. 경전반 다닐 땐 잘 몰랐는데, 마칠 때쯤 되니까 1년 동안 남편이 바쁜 출근길에 아이를 꼬박꼬박 친정에 데려다주고, 친정엄마도 아이를 봐줬기 때문에 제가 졸업할 수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가정법회 시절 도반들과 함께(왼쪽에서 두 번째 김민지 님)
▲ 가정법회 시절 도반들과 함께(왼쪽에서 두 번째 김민지 님)

환경 활동으로 시작한 소임

졸업 후 동래법당으로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우리 동네에서 법문을 들을 방법이 뭘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동안 가정법회를 열어주었던 도반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였는데, 그때 같은 동네 사는 도반이 본인 집을 내어주어 주인도 없는 집에서 제가 법회를 열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있는 엄마들이 모여서 법문 듣고 서로 늦게까지 얘기도 나누곤 했습니다.

그렇게 얼마간 가정법회를 열다가 아이들이 모두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면서, 동래법당 사회활동팀에서 환경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재활용 분리수거에 대해 잘 모를 때였고, 장바구니가 있기는 했지만 비닐봉지를 흔히 사용하던 때였습니다. 그리고 청년반에서 저녁 공양 대신 먹는 간식으로 쓰레기가 자주 발생했습니다. 그때 저는 쓰레기 성상조사를 담당했는데, 쓰레기를 분류하고 무게를 달아 재고, 기입하고, 지저분한 건 씻고 말리고, 종이에 스테이플 찍힌 건 다 잘라내면 30분~1시간쯤 걸렸습니다.

빈 그릇, 지렁이, 환경실천의 생활화

경전반 졸업식에서 김민지 님(왼쪽)
▲ 경전반 졸업식에서 김민지 님(왼쪽)

음식물 쓰레기는 지렁이를 키우면서 거의 나오지 않았지만 환경 활동 초창기라 비닐 사용도 많았습니다. 비닐을 씻고 말리는 등의 일을 하면서 화가 날 때도 있고 툴툴대기도 했지만, 당시에 법당에 있던 도반이 항상 “잘한다, 애썼어, 고생했어...”라고 격려와 칭찬의 말을 해주어 제가 하는 일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도반님이 지렁이 키우는 법, 빈 그릇 닦아 먹는 법 등을 초등학교나 대안 학교에 가서 소개할 기회가 있으면 저도 같이 가서 배우고 돕기도 했습니다. 가정법회를 하면서도 공양 후에 그릇 닦아 먹기도 하고, 주변 도반들도 지렁이 키우기, 빈 그릇 운동을 열심히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저도 집에 큰 토분을 사서 지렁이를 키워보기도 하고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음식 남기지 않고 먹기 등은 지금도 꾸준히 집에서 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 등을 최소화하려 하고, 채소 자투리, 귤껍질, 바나나 껍질은 널어서 말리거나 친정 텃밭에 묻기도 합니다.

간절함이 이루어 낸 법당 불사

불교대학 졸업 후에 법문이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봉사하면 법문을 다시 들을 수 있다고 해서 불교대학 담당을 맡았습니다. 그해 입학생이 60명일 정도로 많은 학생이 입학했습니다. 그때 모둠장 제도가 처음 생기면서 학생들 챙기느라 법문을 거의 제대로 못 듣지를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화명동에도 법당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당시에 천일결사 과제로 「열린 법회」 열기가 있었는데, 그동안 화명동에 가정법회가 없어져서 아쉬워했던 아기 키우는 엄마들이 많이 왔습니다. 그렇게 열린 법회를 1년 4개월 정도 열었습니다. 화명동에 사는 도반들끼리 법당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적당한 장소가 구해지지 않아 몇몇 도반들이 매주 모여서 300배 정진을 하면서 불사를 진행 했습니다. 그렇게 2014년 12월에 화명 법당을 개원했습니다.

동래통일특위 공연 준비 중에(가운데 김민지 님)
▲ 동래통일특위 공연 준비 중에(가운데 김민지 님)

신생 법당이라 주간 활동가는 저뿐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법당 부총무 소임을 2년간 맡았고, 회계 소임을 1년 정도 더 맡다가 이후에 통일의병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통일의병 교육을 받으면서 우리 역사에 대한 관점이 잡히고, 새로운 시각이 열렸습니다. 정토회에는 여러 가지 수련프로그램과 정회원 교육 등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권유받은 활동을 하고 나면 너무 좋았습니다. 항상 지나고 나서 보면 ‘안 하면 내 손해네. 권할 때 해야 하겠다.’ 이런 마음이 생겼습니다.

내가 더 행복해지는 행복학교

현재는 통일의병 통일특별위원회 소속으로 행복학교를 맡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이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즉문즉설을 듣고 나누기를 하는 모습이 참 감동이었습니다. 낯선 사람들끼리 나누기를 하는데도 마음을 내어놓고 행복연습을 하면서, 저 스스로가 ‘나’를 보고 내어놓는 연습이 많이 됐습니다. 참가자들이 시작할 땐 표정도 굳고 딱딱했다가 마칠 때면 표정이 환해지는 게 보였습니다. 그들이 지금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하고 저 스스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제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참 감사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토회 봉사소임을 하면서 긍정적으로 바뀌고 저를 좀 더 편안하게 보게 되었습니다. 그전에는 제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고, 상대방도 제 생각에 따라야 한다는 관념이 강했습니다. 지금도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지금은 제가 그렇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것이 예전과 달라진 면입니다. 법문 들을 때는 머리로 이해하면서도 실제 제 생활에서는 잘 적용되지 않았던 것들이 행복학교를 하면서 좀 더 깊이 체화되고, 생활에서 깨어있기 연습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항상 긍정적이지도 않고, 항상 부지런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지만 한번 또 해보자” 하면서요. 특히 아이들에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면서 잔소리할 때 느낍니다. 이건 애들에게 할 얘기가 아니고 나한테 하는 말이라는 것을 깨닫고 말을 닫기도 합니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기대하고 바라는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게 되는 것 같습니다.

화명통일특위분들과 아이스팩을 수집하는 김민지 님(맨 오른쪽)
▲ 화명통일특위분들과 아이스팩을 수집하는 김민지 님(맨 오른쪽)

행복시민의 제안으로 시작된 아이스팩 재활용 사업

행복학교 심화 편 이후에 행복시민 과정이 있습니다. 작년 3월에 화명동에 사는 한 행복시민이, 집에 있는 아이스팩 처리가 문제가 된다고 얘기하셨습니다. 아이스팩 내용물은 미세플라스틱 종류(고흡수성 폴리머:SAP)인데, 일반 쓰레기로 버려도 토양이 오염되고, 물에 흘려보내면 바다로 가서 바다 생물들이 미세플라스틱을 흡수하고, 그것이 다시 우리 식탁으로 올라오게 됩니다. 그냥 버리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어떻게 재사용할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 등도 해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아이스팩을 재사용할 때 이것을 받아줄 수 있는 수요처가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횟집이나 축산물 시장, 생협 등 수요처를 발굴했습니다. 그러다가 집에 있는 것만 모으지 말고, 동네에 있는 것도 모아보자는 의견이 나와서,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마을 밥집, 대천마을학교, 북적북적 세 군 데에서 모으기로 하고, 밴드 공지도 하고 수거함을 만들고 홍보문구도 만드는 등 각자 일을 나눠서 해봤습니다.

처음 모을 때 100개 정도 모아서 갖다주었는데, 상인들이 너무 좋아하고 고마워했습니다. 특히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택배 주문이 많아서, 마을 전체에서 모으면 훨씬 더 많을 거로 생각하고 마을의 여러 단체와 접촉도 했습니다. 마침 그때 환경공단에서 아이스팩 수거 사업을 지원했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공단을 찾아가서 사업에 대해 의논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동네 봉사단체와 화명2동 주민센터 등과 연계하는 방법도 제안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리사이클링 관련 활동을 하고 있던 생협과 자원봉사캠프 등의 단체와 연계해서 사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홍보용 현수막 등에 활동에 참여하는 단체들과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행복학교’ 이름도 나란히 넣어서 게시했습니다.

아이스팩 재사용 캠페인 뉴스인터뷰 중인 김민지 님
▲ 아이스팩 재사용 캠페인 뉴스인터뷰 중인 김민지 님

행복학교가 밑거름된 협력과 연대

7월 말쯤에 부산환경공단과 활동단체 3곳, 화명2동 주민센터 등과 수요처(구포축산도매시장, 국제식품)와 MOU 협약을 맺고 아이스팩 재사용 캠페인을 추진했습니다. 행복시민의 제안이 씨앗이 되어서 싹을 틔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막상 3개 단체가 활동을 같이하게 되면서,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의논하는 과정에서 행복시민 모임에서 배웠던 회의 진행 수업 등이 매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회의하고 마음나누기, 일 분담, 돌아가면서 세척도 했습니다.

새로운 봉사자 모아서 교육할 때 필요한 자료도 만들고, 아이스팩 닦을 수건 미싱 작업도 하는 등 자발적으로 일을 분담해서 하는데 마음과 손발이 척척 맞아서 재미났습니다. 그리고 동영상 자료를 만들 때 사진도 찍고, 그림도 그리고, 목소리 녹음, 음원 연주까지 하는 모든 일을 가족을 비롯하여 주변에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만들었습니다. 어떤 일을 하면서 두려워하기보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보고 연구해보면서 새로운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저 혼자 하라고 하면 못했겠지만, 같이 하는 행복시민이나 통일의병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가볍게 재미나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부산환경공단에서는 전국 환경공단 담당자들, 부산시 자원순환과 담당자들에게 우리가 활동한 사례를 발표했더니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놀라는 등 반응이 아주 뜨거웠다고 합니다. 이 사업을 더 확대하기 위해 구의원을 만나기도 하고 구청에 민원을 넣는 등 다방면으로 지원요청을 했습니다. 그 결과 부산시 8개 구청에도 아이스팩 재사용 캠페인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업은 정부 혁신사업 공모 중 사회참여 분야에도 추천되어 ‘아이스팩 재사용 확산’사업으로 지난해 11월 18일 대통령상도 받았습니다. 이 과정은 국민투표로 진행되었는데 전국의 통일특위와 행복시민들이 동참해서 적극 투표를 해주신 덕분에 이룬 쾌거였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이때 받은 상금은 행복학교 확산을 위해 평화재단에 기부했습니다.

아이스팩 재사용 캠페인 업무협약식과 대통령상 수상
▲ 아이스팩 재사용 캠페인 업무협약식과 대통령상 수상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나의 모습

이 캠페인의 시작은 법륜스님의 쓰레기 제로운동에 근거하여 시작된 것입니다, 이 사업을 더 널리 알리고 동참하도록 해서, 새로운 정책으로 확대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회의가 시작되면서, 처음엔 다른 사람들처럼 잘 할 수 있을까 부담도 되었지만, 막상 해보면서 걱정한 것처럼 어렵지 않고 하나하나 해가면서 많이 배우고 익숙해졌습니다.

저 자신도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많이 발전한 것 같아요. 정토회에서는 이 시대를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고, 또 경험하지 못한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해보는 연습을 할 수 있는 장을 언제든지 무궁무진하게 준다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정토회와 함께할 저의 모습이 상상만으로도 기대되고 즐겁습니다. 스님이 큰 그림을 그려주고 저는 그 끄트머리 일부를 잡고 따라갈 뿐인데도 굉장히 든든하고 뿌듯하다는 자부심 같은 게 느껴집니다. 이건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정토회에서 권유하는 활동은 ‘안 하면 내 손해에요~.’ 더 많은 분이 함께하길 소망합니다.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행복한 강연 무대팀 봉사자들과 함께(맨 오른쪽 김민지 님)
▲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행복한 강연 무대팀 봉사자들과 함께(맨 오른쪽 김민지 님)


법문을 체화하고 일상에 적용해서, 그 결과 「정토행자 환경상」 까지 수상하는 기적을 만들어낸 김민지 님. 법문으로 개인이 행복해지고, 함께 사는 세상까지 더욱더 풍요롭고 지속가능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움직임이 경쾌합니다. 정토회와 함께 하는 활동에 더 많은 도반과 저도 더욱더 힘차게 동참할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글_ 박선희 희망리포터(동래정토회 화명법당)
편집_ 이종명(전주정토회 전주법당)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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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행복해보이는 모습이 무엇보다 아름답습니다. 봉사가 힘들다는 이유로 하지 않고 있는 제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2021-03-13 03:04:43

정미경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이는 도반님~ 감동입니다. 덕분에 저도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자각하고 또 반성합니다.

2021-03-12 22:25:37

정이다

가정법회에서 아이스팩 재활용 시민운동까지 한 걸음 한 걸음 실천하며 발전하시는 모습 깊은 감동입니다. _(())_

2021-03-12 14:5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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