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파주법당
서로 달라서 아름다운 4060세대

다른 지역보다 5도 이상 추운 파주는 매달 임진각에서 통일기도를 하려면 벌써 두꺼운 패딩을 입어야 합니다. 오늘은 서로 달라서 아름다운 파주법당 활동가 모둠원들의 수행담입니다.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파주법당 활동가들의 따뜻한 마음을 만나봅니다.

그만하면 됐지, 얼마나 더 잘해 - 조정애

저는 4형제 중 둘째인 남편과 결혼해, 30년 넘게 시부모님을 모셨습니다. 집안의 대소사는 제가 다 했습니다. 저는 ‘피해자’라는 생각에 빠져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법륜스님의 ‘희망편지’를 보았습니다.

법륜스님이 누구인지, 불교가 무엇인지 몰랐지만 막연하게 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내 의지 보다는 선배도반이 이끌어 준 덕분에 불교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저는 법당에서 늘 공양간에 있었고, 다른 사람을 챙겼습니다. 업식대로 상대방을 챙기다 보니 정작 저 자신은 챙기며 돌아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온라인으로 전환되어 법당에서 도반들을 챙기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이런 저에게 덜컥 모둠장 소임이 주어졌습니다. 생전 쓰지도 않던 컴퓨터와 마주하니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배워가는 재미가 있어 예전과는 다른 일상을 지내고 있습니다. 모둠장 소임에 이어 다른 소임들이 하나하나 늘어가 벅차고 힘듭니다. 하지만 소임 덕에 그렇게 하기 싫던 천일결사 기도도 매일 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저를 위한 시간이 생겨 감사한 마음입니다.

예전엔 가족들을 위해서만 살아왔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가족을 힘들게 하고, 시어머님께도 이유 없는 반항을 했습니다. 시어머님이 돌아가시기 전날 “그만하면 됐지, 얼마나 더 잘해?”라고 저의 고생을 알아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죄송한 마음이 들었고, 가족을 위한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았습니다. 정토회에서 공부하며 이제 저를 보듬고 안아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제 인생의 행복은 제가 만들어 보겠습니다.

왼쪽부터 조정애 님, 이인숙 님
▲ 왼쪽부터 조정애 님, 이인숙 님

안개에서 나와 밝은 곳으로 - 이인숙

24평으로 시작한 작은 파주법당. 저는 확장불사 담당을 맡았습니다. 걱정스런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불사 과정에서 도반들에 대한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불사 정진할 때 행복함이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현재는 맡을 사람이 없다 하여 마지못해 봄경전반 꼭지를 맡았습니다. 막상 소임을 하려니 온라인 수업에 익숙하지 못해 어려웠고, 연세 드신 학생들과 수업 진행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한주 한주 수행과제를 함께 하며 도반들이 있어 행복하다는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이제는 경전반 학생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정토회를 만나기 전 불교를 막연히 믿었고, 원하는 걸 이루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마치 안개 속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밝은 곳으로 나와 눈뜨고 확연히 볼 수 있습니다. 현실을 직시하는 힘이 생겼습니다. 이제는 조금씩 주위를 돌아보고 보탬이 되겠다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합니다. 인연 따라 쓰이고 부끄럽지 않은 수행자로 살아가겠습니다.

수행자 흉내 내는 수행자 - 최영아

21년 전, 제가 30대일 때, 병원에서 걸려온 엄마의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날 좀 데려가 달라.’는 전화였습니다. 저는 3일을 고민했습니다. ‘내가 엄마를 감당할 수 있을까?’ 요리조리 계산하고 있는 저 자신이 부끄러웠지만 이내 마음을 내어 엄마와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점점 쇠약해진 엄마의 대소변 기저귀를 갈아드리며 엄마 모시기 힘들어하는 저를 보았습니다.

법당에서 봉사 중인 최영아 님
▲ 법당에서 봉사 중인 최영아 님

하지만 어느 순간 ‘엄마도 나를 이렇게 키워주셨지.’ 하는 생각이 들자 마음은 바뀌었습니다. 그렇게 엄마와 9년을 함께 했습니다. 엄마가 떠나신 뒤 저는 공허함, 죄책감, 미안한 마음에 힘들었습니다.

그 때 우연히 스님의 즉문즉설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고 싶어 했던 <깨달음의 장>까지 다녀왔습니다. 그때의 깨달음과 인연으로 5년이란 시간을 정토회에서 꾸준히 소임을 맡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천일결사 꼭지, 가을불대저녁 꼭지 소임을 맡았습니다. 저는 아직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으로 가는 수행자 흉내 내고 있는 수행자입니다. 모두가 귀하고 소중한 존재임을 알려주신 스승 법륜스님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봉사는 삶의 연습 – 최영화

2011년 법륜스님 300강 희망 강연에 관한 인터뷰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 때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아 스님에 대한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정토불교대학과 정토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40대가 되었을 때 주변에 사람도 없었고 남편과의 관계도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정토불교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신나고 즐거웠습니다. 그동안 저의 관심거리였던 내용들이 하나로 꿰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스님의 구체적인 가르침과 아침기도를 통해 일상생활을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생활습관이 변했고 저를 돌아볼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음이 생겼습니다.

9차년도에 법당 총무 소임을 했기 때문에 지금의 대의원 소임도 가볍게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10차년도 들어 대의원 활동, 행복학교 진행 등 일이 겹쳐 제대로 못한다는 느낌이 들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수행정진으로 ‘할 수 있는 만큼 해본다.’라는 마음을 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문제로 보기보다는 큰 변화를 위한 과도기라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둘째 아이의 입시 뒷바라지를 못 하고 있어 미안합니다. 하지만 소임 덕분에 덜 간섭하고 부담 주지 않으니 이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JTS 모금에 처음 참여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저는 ‘누구에게도 아쉬운 소리 안하고, 빚지지 않고 살아왔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모금하면서 많은 사람의 대가 없는 노력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봉사는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온전히 제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말을 행동으로 옮기는 연습, 사람들과 함께하는 연습, 듣는 연습, 내 생각에서 벗어나 상황을 보는 연습. 그래서 기꺼이 즐겁게 할 수 있었습니다. 제게는 내년에 특별한 계획이 있습니다. 지도법사님 백일법문을 잘 듣고 싶은 것입니다. 직장인으로서 어떻게 시간을 낼 수 있을지 지금도 궁리 중입니다.

왼쪽부터 최영화 님, 한인오 님
▲ 왼쪽부터 최영화 님, 한인오 님

방황해도 괜찮아 - 한인오

파주 시민회관에서 법륜스님의 법문을 처음 듣게 되었습니다. 스님을 한 TV 프로그램에서도 보았는데, 막힌 가슴이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뚫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거리에 붙은 홍보포스터를 보고 망설임 없이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저는 지금 법당 총무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처음엔 부족한 제가 큰 소임을 맡는 게 죄송하고 걱정했습니다. 단지 시간이 많아 마음을 내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내야 했습니다. 그래서 힘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인가?’라는 의문이 들었고, 방황하는 마음에 일도 정진도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을 보내면서 목표나 원이 점점 분명해지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에게는 ‘행복하게 살겠다.’라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꾸준히 정진할 수 있었고, ‘내가 원해서 하고 있다.’라는 자각, 자발성이 생겼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방황하던 마음에서 벗어나 차분해졌습니다. 자발적 활동을 할 수 있어 감사한 요즘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정토행자로서, 수행자로서 함께하고 싶습니다.

온라인 수행법회 참여중인 도반님들
▲ 온라인 수행법회 참여중인 도반님들

거리모금 통해 내 삶을 점검해보다 - 김찬수

거리모금 중인 김찬수 님
▲ 거리모금 중인 김찬수 님

이혼과 새로운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때 지인이 법륜스님의 법문을 전해주었습니다. 저는 편안함을 느꼈고, 정토회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불교대학 입학 얼마 후 JTS 담당을 맡게 되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거리모금을 통해 ‘나는 얼마나 검소하게 지냈나?’ 체크하며 참회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 대하는 게 쉽지 않았고, 주변 상가의 신고로 모금활동에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꾸준하게 한 사람 한 사람 정성을 모으니 보람 있었습니다.

봉사 소임으로 수행을 더 잘 할 수 있었고, 정토회의 투명성과 가르침으로 편안하게 살 수 있었습니다. 매일 수행정진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보시하며 살고 있습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살아있어 감사합니다. 잘 살고 있습니다.


모두 제각기 다른 인연으로 정토회에 들어왔지만 매일 아침 수행나누기로, 매주 한 번씩 법회로 만나는 소중한 도반님들. 코로나19로 가족, 친지들도 만나기 힘들 시기에 모둠 안에서 버팀목이 되어줍니다. 행복과 사랑으로 똘똘 뭉친 우리는 행복을 전하는 수행자입니다.

글_이경미 희망리포터(일산정토회 파주법당)
편집_허란희(용인정토회 용인법당)

전체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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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어려움에 처해서 많이 힘들어 할때 믿음직한 아들의 권유로 법륜스님 법문을 듣게되었고 불대 입학을 했습니다.
그 이후 마음에 쌓여있는 무거운 원망과 질투와 시기를 마음 속에서 조금씩 멀리하게 되었고 지금은 천일결사 5일째 입문했습니다.옛 말씀에 시작이 반이라 했듯이 저는 시작했습니다.
거룩하신 부처님 고맙습니다.

2020-12-12 06:02:00

이미숙

행자의 하루를 가끔읽는데ᆢ오늘은 파주법당이 나와서 깜짝놀랐어여~많이 보던 얼굴들이 행복한 웃음으로나와서ᆢ 환한 모습이 너무멋있어여~~~^^

2020-11-15 10:25:41

강경애

찬수님 활동하시는 모습 보기좋아요
나날이 행복하세요^^

2020-11-13 09:3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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