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내서법당
제 몸의 세포 이름은 '감사'입니다.

유연주 님을 처음 봤을 때, 꽃보다 사람이란 말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정토회를 만나 이제는 행복하다며 진솔한 삶을 들려준 유연주 님. 어쩌다 행복한 수행자가 되었는지 지금부터 만나보겠습니다.

쌈닭으로 살았던 고단했던 시절

남들은 제가 무남독녀로 태어나 사랑을 많이 받고 귀하게 자란줄 알지만 제 초년은 고생이었습니다. 저 자신이 아니면 스스로를 보호해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릴 적부터 자기방어가 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성격은 과격했고, 세상 죽는 게 겁나지 않는다며 쌈닭처럼 지냈습니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저 자신이 가엾고 부끄럽습니다.

제가 중학교 2학년 때쯤, 아버지가 집을 나가셔서 인연이 끊겼습니다. 20년 만에 동사무소에서 연고자를 찾다 딸인 제게 연락이 와서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초상을 치른 후에야 저는 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3살때 재혼하셨고, 원만하지 못한 결혼생활을 하셨습니다. 저는 왜 어머니로부터 학대를 받으며 자랐는지, 주변 모든 친지들 눈치를 보고 살았는지 그때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살다 살다 출생의 비밀까지 있었음을 알게 되니, 이젠 별걸 다 겪는구나 싶었습니다.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컴컴한 터널 같았던 결혼 생활

24살에 남편을 만나 친정에서 도망치듯 3개월 만에 결혼했습니다. 시집에 들어가니 세상은 캄캄한 터널의 연속 같았습니다. 8남매에 막내인 남편은 시골에서 농사 짓는 젊은 농부였습니다. 남편은 날마다 일 마치면 친구 만나러 나가 새벽에 들어왔습니다. 저는 집안일과 농사일에 지쳐갔습니다. 시부모님과 남편은 저를 며느리와 아내가 아닌 가정부나 일꾼으로 데리고 온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아무리 힘들게 일하고 노력해도 시부모님 눈엔 당신 아들만 소중한 것 같았습니다. 효자 아들인 남편도 제 편이 되어주질 않으니 저는 갈수록 이기적이고 독이 가득 차 더 날카로워지고 불안했습니다.

정토회와의 만남

어느 날 손 위 넷째 시누이와 크게 다투고 일 년에 한두 번만 보는 서먹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시누 내외가 바뀌기 시작하더니 정토회에 다닌다고 했습니다. 한 10년 다녔을 때, 제게도 불교대학을 권했지만 저는 대충 대답만 하고 말았습니다. 사이가 별로 안 좋아 입학을 몇 번 미루다가 더는 못 한다고 말하기 미안해서 2017년 가을,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세 번째 수업을 듣던 날, 명치 아래부터 올라오는 먹먹함에 나누기하다 펑펑 울었습니다. 불교대학으로 안내해준 넷째 시누이에게 미안하고 감사해서 수업을 마치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려 목이 메였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입학을 권해준 것에 감사하다고 말하니 그간 불편하고 어색했던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오른쪽 두번 째 유연주 님
▲ 오른쪽 두번 째 유연주 님

모든 게 감사로

그리고 2년 뒤 경전반을 졸업할 즈음, 아주 큰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저는 세상을 이롭게 한 적이 거의 없는데 세상은 제게 모든 혜택을 주고 있었습니다. '모든 게 감사 아닌 것이 없으니 이제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정토불교대학을 만나기 전과 후의 제 삶은 극에서 극으로 바뀌었습니다. 어쩌면 정토회를 만나기 전의 삶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지금 느끼는 감사와 행복이 더 단것 같습니다. 가끔 화나는 일이 생겨도 빨리 알아차립니다. 그만큼 유연해졌고, 스님의 가르침 속에서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런 제가 스스로 뿌듯합니다.

오른쪽 두번 째 유연주 님
▲ 오른쪽 두번 째 유연주 님

엄마로 아내로 흔들리고 날카롭던 예전 모습은 이제 많이 바뀌었습니다. 남편과 아이들과의 사이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저는 지금 매일 감사와 행복을 느끼고 삽니다. 좀 과장된 표현을 쓴다면 세포 하나하나가 감사로 가득찬 느낌입니다.

정토불교대학을 알게 되고, 스님 법문을 들을 수 있는 저는 참 복이 많구나, 싶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정토회에서 부처님 법을 만나 삶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미움과 원망이 이제는 사랑으로 가득 찬 유연주 님. 농한기에는 법당에서 사회자로, 농번기에는 남편과 함께 농사를 짓는다며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이 그대로 행복한 수행자였습니다.

글_서귀남 희망 리포터 (창원 정토회 내서법당)
편집_임도영 (광주 정토회 광주법당)

전체댓글 11

0/200

이서연

사장님 정말 대단하시네요
정말 사장님 사시는게 드라마갔지만 잘 참고 잘았으니 지금은 그 모든것을 보상받는것 같습니다
항상 사장님을 응원합니다

2021-03-26 09:03:17

자재왕

감동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부처님법 만나 찾으신 행복! 축하합니다.

2020-06-20 17:38:57

신영길

축하드립니다.

정토행자 됨이 자랑스럽습니다.
나만 알고 살아온 제게
다른 사람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부처님 법 만나 행복합니다.
모든 이들이 불법 만나 행복해지기를 지성으로 발원합니다.

고맙습니다.성불하십시오.

2020-06-19 03:5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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