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싱가폴법당
싱가포르법당의 연말연시 이야기

싱가포르는 지난해 법당이 새로 생기면서 불교대학 오전•오후반, 경전반, 수행 법회 등 여러 행사로 바쁘게 지냈습니다. 처음 법당을 마련하고 도반들과 쓸고 닦은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한 해가 저물었습니다. 특히 행사가 많았던 지난해 마지막 달과 2020년 새해 첫 달, 싱가포르법당의 분주한 모습 전해드립니다.

9차 천일결사 회향식을 마치고
▲ 9차 천일결사 회향식을 마치고

12월 15일에는 9차 천일결사 입재식과 회향식이 있었습니다. 한해를 마감하는 12월에 9차 기도를 돌아봅니다. 매일 아침 수행정진하는 나를 보며 대견한 날도, 때로는 새벽 5시를 지키지 못해 실망스러운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오늘 이 자리에 다시 모인 우리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오늘은 새로 입재한 도반들이 생겨 더욱 든든한 입재식입니다.

회향식을 마치고 맛있는 연잎밥 공양 중
▲ 회향식을 마치고 맛있는 연잎밥 공양 중

12월 22일에는 동지법회 날 입니다. 한국에서의 동지는 밤이 15시간이 넘지만, 싱가포르는 적도 부근에 있어서 언제나처럼 12시간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동지도, 하지도 없습니다. 동지 법문을 들으면서 인연의 법을 마음에 새겼습니다. 그 법에는 시차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 수행자는 아무런 두려움이 없습니다. 법회가 끝나고 도반이 준비해 온 팥죽을 다 같이 나누어 먹었습니다.

동지 법회 후 공양은 팥죽으로
▲ 동지 법회 후 공양은 팥죽으로

식사 후 순서는 환경 다큐멘터리 영화 ‘알바트로스’를 함께 보았습니다. 많은 분이 아시듯, 영화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미국 예술가 크리스 조던이 플라스틱이 많은 태평양 한가운데 미드웨이섬에 갔다가 알바트로스 라는 새를 촬영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미국의 소비주의와 지구 환경에 대한 주제를 많이 다루는 예술가입니다. 어미 새가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새끼에게 물어다 주어 죽어가는 장면과 사진들이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인간의 어리석음과 편리함만을 우선시한 이기심으로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새를 보면서 많은 분이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다시 한번 우리의 소비습관과 재활용 생활 태도를 되돌아볼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영화 알바트로스를 보고 마음 나누기 하는 중
▲ 영화 알바트로스를 보고 마음 나누기 하는 중

음력으로 12월 8일 (올해는 1월 2일)은 성도재일입니다. 성도재일은 불가의 4대 재일의 하나로 부처님이 6년 고행하신 후, 49일간 용맹정진 끝에 깨달음을 얻으신 날입니다. 싱가포르법당에서는 12월 31일 저녁 9시부터 1월 1일 새해 첫날 새벽 5시까지 철야기도로 성도재일을 기념했습니다. 법당을 마련한 후 처음으로 한 철야기도였습니다. 가는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며 부처님의 깨달음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우리에게 부처님이 부처님인 이유는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그 길을 제시해 주셨기 때문이다’라는 글귀가 가슴에 크게 다가옵니다.

성도재일 철야기도 정진 중
▲ 성도재일 철야기도 정진 중

202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싱가포르법당은 도반들과 신년 야유회로 힘차게 새해를 열었습니다. 야유회 장소인 '보타닉 가든'은 싱가포르보다도 훨씬 오래된 160년 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입니다. 정성스레 바나나잎에 준비한 김밥과 유부초밥을 나눠 먹으면서 새해의 '보타닉 가든'을 만끽했습니다.

친환경 바나나 잎 접시에 싸인 김밥
▲ 친환경 바나나 잎 접시에 싸인 김밥

한적한 일요일에, 가족과 함께 어릴 적 소풍 때처럼 맛있게 먹고 다 같이 명상도 해보았습니다. 1월이나 8월이나 비슷한 날씨와 분위기인 싱가포르지만, 야외에서 명상을 한 것은 처음입니다. 계절의 변화가 없어서 이곳이 지루해 보이시나요? 신년맞이 야외 명상도 가능한 이곳은 싱가포르입니다.

싱가포르법당 신년야유회 단체 사진
▲ 싱가포르법당 신년야유회 단체 사진

싱가포르법당은 새해를 이렇게 맞았습니다. 늘 푸르른 이곳의 꽃과 나무처럼 평화롭고 여유 있게 수행, 보시, 봉사하는 싱가포르법당이 될 것을 기대해 봅니다.

글_이영숙 희망리포터(싱가포르법당)
편집_박승희 (해외지부)

전체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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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최양희보살님에 환한얼굴 볼수 있어 좋았습니다
어딜가셔도 모자이크붓다임을 확인 시겨주시는 보살님이 아름답습니다
구정때 보시하심 한라봉 잘먹었습니다
항상건강 하시고 싱가폴보살님 화이팅~~
싱가폴법당 화이팅~~

2020-02-10 21:16:33

세명화

녹색외투 입은 김밥양의 자태가 너무 고와요ㆍ
한해간 수고 많으셨어요

2020-02-10 16:00:06

김언섭

인도 성지 순례를 마치고 싱가폴 법당 신년 야유회를 아들과 함께 해서 행복했습니다. 쓰레기 zero를 대표해 바나나잎 외출복을 입고온 김밥과 비행기타고온 부산시댁김치등 정성스런 준비에 감동한 야외 밥회ㅋ. 보타닉가든에서 법문 듣고 명상하고 너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뵐때마다 한걸음씩 성장하고 있는 싱가폴 법당이 있어 너무 든든합니다. 항상응원합니다

2020-02-10 15:2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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