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라스베가스법회
라스베이거스가 드디어 정토법회가 되었어요!

화려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도시, 라스베이거스! 얼마 전, 라스베이거스 도반들이 반가운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2012년 세 명이 가정법회로 처음 시작한 라스베이거스 열린법회가 2019년 5월, 드디어 라스베이거스 정토법회로 승격했다는 소식입니다. 오늘은 라스베이거스 정토법회에서 부총무대행 소임을 맡고 있는 윤희정 님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대학 강의실에서 법회중인 라스베이거스 도반들
▲ 대학 강의실에서 법회중인 라스베이거스 도반들

스님에게 질문하다

2013년 법륜스님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즉문즉설을 한다는 소식에 '꼭 질문해야겠다!' 마음 먹고 질문자석에 앉았습니다. 12년 다니던 절이 없어지고 이 절, 저 절 방황하던 시기라서 너무나 목말랐던 스님과의 시간이었습니다.

“ 스님, 저는 인생의 고민이 별로 없습니다. 아들 성격도 무난하고, 신랑도 다정하고, 돈도 그리 많이 필요한 것 같지 않고, 그런데 마음 한구석이 좀 허전합니다. 뭔가 해야 할 것 같은데 무슨 공부를 어찌해야 할까요? 참선을 해야 할까요? 염불을 해야 할까요?"

하지만 돌아온 스님의 답변은 너무나 허무하게도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살라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황당한 마음에 되물었습니다.

“ 불법 공부를 하고 싶다는데 하지 말라고요?”

그날, 결국 호되게 혼만 나고 스님의 말씀이 귀에도 들어오지 않는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불자로 12년을 살았는데 그런 법문은 처음 들어 봐서 이해는 안 됐지만, 며칠 내내 스님의 말씀이 귓가에 맴돌며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라스베이거스 열린법회 담당자였던 박현경 님과는 처음 유학 와서 대학 때부터 언니 동생 하던 사이라서 즉문즉설 충격(?) 후 연락해 열린법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저와 정토회의 첫 인연입니다.

그런데 첫 법회를 참석하고 나니 마음이 더 불편했습니다. 제게는 보험회사 수련회 같은 나누기도 익숙지 않았고, 〈깨달음의 장〉을 가보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깨달음의 장〉을 다녀오신 분들을 봐도 썩 마음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 천일결사는 이름만 걸어놓고, 기본 보시만 하면서 제대로 된 수행은 하지 않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강의실은 네바다 주립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가르치는 부총무 박현경 님의 직장입니다 (뒷줄 오른쪽 끝 박현경 님, 앞줄 왼쪽 끝 윤희정 님)
▲ 이 강의실은 네바다 주립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가르치는 부총무 박현경 님의 직장입니다 (뒷줄 오른쪽 끝 박현경 님, 앞줄 왼쪽 끝 윤희정 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도 성지순례 길에 오르다

2018년 인도 성지순례 홍보를 보고 정토회를 떠나더라도 인도는 한 번 가보고 결정하자는 생각에 직장에 휴가를 내고 인도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이 기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으로 18일 동안 모든 걸 내 것으로 만들어 가야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6년 동안 정토회에 있으면서 저는 불교대학을 세 번 마쳤습니다. 성지순례는 불교대학에서 글로 이해했던 부처님의 발자취가 곧바로 내 것이 되는 감동의 시간이었습니다. 성지에서 기도하면서 어떤 날은 시공을 떠나서 내가 2600년 전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수계를 받고 있었고. 부처님과 그 제자들이 유유히 걸었던 기원정사 한 켠에서는 “희유하십니다”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무엇 하나 흐트러짐 없이 준비하고 이끌어 주신 법사님들과 진행 도반들의 봉사를 보았고, 부처님의 발자취를 그대로 실천하는 스승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인도 성지순례 중에 윤희정 님
▲ 인도 성지순례 중에 윤희정 님

매일매일이 깨달음과 감동의 시간이었습니다.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처음으로 아침 기도를 하던 날, 그 많은 도반들이 해탈주를 함께 하는 소리는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그동안 내 눈과 귀가 막혀 내가 편한 대로 보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았음을 깨달았습니다. 내 업식이 보이면서 스승님을 따라 선배 도반들처럼 수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물밀 듯 밀려왔습니다. 참선과 염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 속에서 잘 쓰이는 수행자가 되고 싶어졌습니다. 함께 버스를 타게 된 전라도 광주팀 도반들의 개인 수행담을 짝꿍을 바꿔가며 듣게 되니 ‘한국에 계신 도반들은 뭐든 바로 실천으로 연결하는구나!’ 하는 것도 배웠습니다. 헤어짐이 아쉬워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놀러 오시라”는 인사에 “우리는 정토회 안에서 인연 따라 만나자!” 는 수행자다운 답을 듣고 가슴이 먹먹해지며 나도 닮고 싶어졌습니다.

18일의 성지순례를 무사히 마치고 라스베이거스로 돌아왔습니다. 성지순례 후 참석한 첫 법회에서 함께 하는 도반들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열린법회를 5년 동안 꾸준히 이끌어 준 부총무 박현경 님, 함께 공부하는 도반들의 소중함을 다시금 알았고, 그 안에서 제가 잘 쓰이고 싶어졌습니다.

열린법회에서 정토법회가 되기까지

정토법회 신청 하던 날! 선주 법사님과 함께
▲ 정토법회 신청 하던 날! 선주 법사님과 함께

성지순례 후 미루었던 〈깨달음의 장〉을 드디어 다녀왔습니다. 정토회와 인연을 맺은 지 6년 만의 일입니다.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던 지난날은 다 날아가고 이제 수행자로 살아야겠다 다짐으로 가득한 새로운 나로 태어났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다음 날, 선주법사님과 열린법회 수련이 있었습니다. 법사님과 LA총무님, 그리고 아홉 명의 라스베이거스 도반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정토회가 무엇인지 법문을 들은 후,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 정토법회 신청서를 작성하였습니다. 2019년 5월, 드디어 라스베이거스가 정토법회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라스베이거스 JTS거리모금 캠페인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 윤희정 님)
▲ 라스베이거스 JTS거리모금 캠페인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 윤희정 님)

6월에는 회계, 자활, 사활, 법회, 불교대학 담당자도 꾸려졌습니다. 정토법회 승격 후 첫 입재식, 옥수수 모금 활동, JTS거리모금 활동들도 도반들이 힘을 합쳐 너끈히 해냈습니다. 라스베이거스 도반들이 ‘상구보리 하와중생’의 가르침을 실천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었습니다. 지난달, 시애틀 행자대회에 라스베이거스 발심행자 세분이 참석하면서 이제는 흔들림 없이 수행, 보시, 봉사하는 라스베이거스 정토법회로 우뚝 설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설렙니다. 행자대회에서 만난 도반들과 스승님의 가르침은 우리가 수행자로서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를 알려주었습니다.

인도 성지 순례와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지 1년 반, 이제 저는 수행자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한 치의 의심도 없습니다. 다만 할 뿐입니다. 성지순례도 미루고, 〈깨달음의 장〉도 미뤘던 지난날의 어리석은 수행자는 이제 없습니다. 이 좋은 법을 세상에 널리 알려 정토세상을 만드는 일, 스승님과 도반들이 함께하니 이것이 제 평생 공부 거리가 되겠다고 여겨집니다. 나는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글_윤희정 (라스베이거스법회)
정리_백지연 희망리포터(LA법당)
편집_박승희 (해외지부)

전체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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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헌

안녕하세요.~
라스베가스에서 살고있습니다.~
불교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어떻게해야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울수있는지요?
첫걸음을 어떻게 떼어야할지 궁금합니다.~~~

2019-10-31 11:37:31

Young

아직 불자 한명 만나지 못한 로마로 이사온지 1달된 회원입니다. 좋은 말씀듣고 힘내야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10-04 23:29:47

김혜진

힘차고 설레는 마음으로 잘 읽었습니다~~ 이제 피어나는 새싹이지만 튼튼하고 굳건한 힘이 느껴지네요 ^^ 신생법회가 신생이 아닌거 같아요 ^^ 커다란 나무로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시가 바랍니다. 사막에 감로의 법을 전하는 오아시스가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베가스 화이팅이요!!

2019-10-02 09: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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