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화명법당
수행하는 마음으로 빚습니다!

오랜만에 얼굴을 맞대고 둘러앉은 가족, 친지들과 뜻깊은 추석 연휴 보내셨나요? 오늘은 수행의 마음을 담아 한가위 보름달처럼 예쁜 떡을 빚는 윤미리 님의 수행담을 소개합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윤미리 님의 미소가 참 아름답습니다.
▲ 환하게 웃고 있는 윤미리 님의 미소가 참 아름답습니다.

Q. 정토회와 인연이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07년 봄, 막내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첫 운동회를 하던 날이었어요. 파란 하늘 아래 학교운동장 관중석에 앉아 아들이 달리기하는 것을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있었죠. 그때 남편에게 전화가 왔어요. 남편은 힘없는 목소리로, 운영하던 가게가 몇 달 전부터 어려워졌는데 얘기를 못 했다며 가게를 정리해야겠다고 했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듣고 하늘을 보니 그렇게 파랗던 하늘이 갑자기 샛노랗게 보이면서 운동장을 달리던 아들의 모습이 흐릿해지고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거예요. ‘앞으로 뭘 먹고 사나?’ 하는 막막한 좌절감이 들었어요.

가게 문을 닫고 난 후 남편도 실패와 좌절로 의욕을 잃고 지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안 되겠다, 내가 일어서야겠다’고 생각하고 제가 할 일을 찾기 시작했어요. 친정이 떡집을 해서 그 일이 힘든 걸 알기 때문에 ‘나는 절대 떡집은 안 해야지’ 했었어요. 그런데 먹고 사는 게 급해지니 떡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당시 다른 건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자신도 없어서 결국 떡집을 차리게 됐어요. 남편도 명절마다 처가 일을 도우며 쌀가루를 빻아본 경험이 있어서, 막연하게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지요. 그런데 막상 가게를 하려고 하니 자본금도 없고 빚도 있어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남편과 같이 일을 하다 보니, 남편의 단점도 보이고 서로 너무 부딪쳤죠. 떡을 할 때 소금간의 양, 청소하는 방법 등 사소한 모든 일에서 부딪히다 보니 남편이 자꾸 미워졌어요.

남편과 함께 다정한 모습의 윤미리 님
▲ 남편과 함께 다정한 모습의 윤미리 님

그러던 어느 날 창밖을 쳐다보다가 한 노부부가 손을 잡고 가게 창문 앞을 지나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내가 저 나이가 되어서 저 노부부처럼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나는 왠지 그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좌절감이 생기고 우울해졌지요. 그러면서 남편이 더욱더 원망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남편 얼굴도 보기 싫고 목소리도 듣기 싫어서 이어폰을 끼고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게 됐는데, 나와 비슷한 처지의 질문자를 보며 스님께서 “너를 보니 내가 답답해진다.”고 하시는 한 마디에 ‘남편이 나를 볼 때도 얼마나 답답할까’라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됐었죠. 그 후 1년을 꾸준히 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었습니다. 그러다 2015년에 불교대학에 입학해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Q. 정토회를 만나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경전반을 졸업할 무렵 남편에 대한 저의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 ‘이렇게 고집 세고 나밖에 모르는 사람과 같이 살아주는 남편이 부처’라는 생각이 언뜻 들었죠. ‘누가 나 같은 성격과 살아주겠나?' 하고 생각이 확 바뀐 거지요. 그래서 요즘은 남편과 떡을 맛있게 잘 만들고 있습니다. 떡이 맛있어서 손님도 많고, 단골도 많이 생겼어요. 그리고 떡 만드는 것도 수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맛있는 떡을 만들어서 이 떡을 먹는 사람들이 다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빚어요. 그래서 그런지 옛날보다 떡이 맛있다고 하는 손님들이 많아서 더 힘이 납니다.

맛있는 떡을 빚고 있는 윤미리 님
▲ 맛있는 떡을 빚고 있는 윤미리 님

그리고 지금은 남편뿐만 아니라 제 주위에 있는 많은 사람들과 모든 것이 다 감사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눈 뜨고 살아있는 것만도 감사한 일이지요. 요즘은 남편과 재미있게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족들도 조금씩 정토회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남편이 <깨달음의장> 에 가면 밥을 뭐 주냐며 물어보더라고요. 그리고 딸도 얼마 전에 <깨달음의장>에 다녀왔어요. 직장생활 하면서 너무 힘들어하기에 제가 권유했지요.

딸과 함께 행복한 모습의 윤미리 님
▲ 딸과 함께 행복한 모습의 윤미리 님

Q. 자기 일과 수행·봉사를 함께 해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시나요?

천일결사 수행문을 매일 아침뿐만 아니라 요즘은 일상에서 늘 외우면서 생활해요. 하루 중에 일하다가도 생각만 나면 계속 혼자 외워요. 그게 제 수행방법입니다. 남편과 일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싸울 일이 생길 때가 있어요. 새로운 문제 때문에 싸움이 생기는 게 아니고 늘 같은 문제, 같은 이야기, 같은 환경 때문에 싸우게 되거든요. 똑같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벗어나야 내가 행복해지니까, 그때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이 참회문을 읊는 거예요. 화를 내는 게 남편 문제가 아니고 내 문제라는 것을 수행문을 읊으면서 깨어있게 되는 거지요. 남편이 미울 때마다 수행문을 읊으니 하루에도 몇 번을 외웠겠어요?(웃음). 남편이 뭐라고 싸움을 걸어도 나 혼자 중얼중얼하면서 수행문을 외우면 화가 가라앉고 마음이 가볍고 즐거워지더라고요. 남편이 보기에는 제가 대꾸도 안 하고 혼자 중얼거린다고 이상하게 볼지 몰라도, 저는 화를 안 내게 되고 마음을 다스리게 되어서 좋아요.

제7차 통일의병 입재식 참가 중 유수스님과 도반들과 함께 윤미리 님(왼쪽에서 두 번째)
▲ 제7차 통일의병 입재식 참가 중 유수스님과 도반들과 함께 윤미리 님(왼쪽에서 두 번째)

불교대학 졸업 이후에는 모둠장, 봄불교대학 담당 등의 봉사를 했고, 집전 봉사는 3년째 계속해서 하고 있습니다. 목탁을 두드리고 있으면 망상이나 들뜨는 마음, 화가 나는 마음을 잊어버리게 돼요. 낮에 남편에게 언짢고 화나던 마음이 집전하는 그 순간만큼은 잊게 되고, 앞자리에 앉아 법문에 집중하다 보면 내 꼬라지를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와 참 잘 맞는 봉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내가 죽을 때까지 절하다가 죽었으면 좋겠다, 수행하다 죽으면 더할 나위 없는 인생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직은 수행을 하면 신바람이 납니다. 정토회를 안 만났으면 계속 남편과 싸우고 그렇게 계속 싸우다 보면 이혼까지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정토회를 만나 이렇게 행복하게 잘살고 있습니다. 계속 정토회와 연을 이어 나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도반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어요. 어떤 불우한 환경이나 힘든 일이 있더라도 그것을 발판삼아 딛고 일어나서 행복하게 살아가면 좋겠다는 거예요.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길게 보면 안 좋은 것도 아니고, 지금 좋은 게 나중에도 꼭 좋은 건 아닐 수도 있다는 스님의 말씀을 꼭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저처럼 너무 자학하지 말고요. 지나고 나면 '그 상황을 이겨낸 덕분에 내가 더 큰 나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성을 다해 노력하다 보면 결과는 해피엔딩이지 않을까요. 저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나는 행복한 수행자입니다”라는 명심문 대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경전반 졸업식에서 화명법당 도반들과 함께 윤미리 님(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 경전반 졸업식에서 화명법당 도반들과 함께 윤미리 님(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봉사하러 오는 날이면 수행하는 마음으로 빚은 맛있는 떡을 나눠주는 윤미리 님. 윤미리 님의 넉넉한 마음 덕분에 화명법당 도반들은 법문으로 촉촉해진 마음에 수행으로 빚은 맛있는 떡까지 먹고 몸과 마음을 푸근히 채울 수 있었습니다. 일과 수행 그리고 봉사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있는 윤미리 님의 수행담을 들으며 저 또한 행복한 기분이 듭니다. 이것이 일과 수행, 봉사를 조화롭게 삶에 녹여내고자 하는 정토행자 우리 모두의 마음 아닐까요? ‘수행이 신바람 난다’는 윤미리 님을 닮아 한발 한발 오늘도 꾸준히 수행정진 하겠습니다.

글_박선희 희망리포터(동래정토회 화명법당)
편집_방현주(부산울산지부)

전체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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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광

잘들었습니다.????
부처된 삶을 몸소 실천하시는 모습에 감동입니다. 본받겠습니다

2018-09-29 09:02:08

월광명

저도 따라해 보아야겠습니다^^ 화날 일이 생길 때마다 수행문과 참회문 암송하기~ 고맙습니다~~~♡

2018-09-28 13:31:28

정명

일상에서 수행문을 외운다,,
그것도 장애에 부딪힐 때마다,, 수행문을 외우신다,,
잘보고 갑니다.
저도 그렇게 해보아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09-28 12: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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