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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호 님은 지난 여름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법륜스님 즉문즉설을 듣게 되었답니다. 평소에도 불교에 관심이 많아 사찰을 찾아 기도를 드리기도 하고 큰스님의 법어집을 사서 읽곤 했지만 그때의 감동 뿐 삶에 변화를 주지는 못한 것 같았습니다. 법륜스님의 ‘중독’에 관한 법문을 많이 들으면서 불교라는 것은 산속에서 부처님을 모시고 수행하는 스님들만의 세계가 아니라 내 일상 가까이에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박용호 님도 술에 많이 의존하고 사는 자신을 극복하고 생활에서 불교를 가까이에서 경험하고 실천하고 싶었답니다. 그러다 마침 가을불교대학생을 모집하는 현수막을 보고 함안법당에 전화하기도 하고, 법당을 찾아가 문 앞에서 머뭇거리기를 몇 번 반복하다 용기를 내어 가을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입학식 때 본 정토회 함안법당 모습은 그동안 박용호 님이 보아오고 생각한 기존 법당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불교대학 공부여서인지 긴장되고 어색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연배가 비슷한 도반이 네 분이나 있어서 법당에 나올 때의 어색함도 쉽게 극복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박용호 님 생활의 최우선 순위가 불교대학 출석이었으므로 입학식 이후에는 출석도 잘하고 열심히 공부하다보니 법문도 잘 들리고 도반들과 하는 나누기와 수업봉사도 즐거웠답니다. 그러나 바쁜 직장 일에, 퇴근하고 나면 배고프고 피곤한 몸을 핑계로 한 번씩 결석하다보니 처음의 각오와 설렘은 옅어지고 또 <근본불교> 등의 법문이 어렵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처음의 마음과는 달리 자꾸만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려는 그즈음, <수행 맛보기> 체험을 하면서 ‛아! 제대로 한번 해 봐야겠다.’ 고 마음을 다지고 <깨달음의장> 수련활동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깨달음의장>에 가는 날, 새벽 버스를 타고 함양에서 내려 2시간을 걸어 지리산 수련원에 가는 마음은 기대 반 긴장 반으로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면서 지난 생활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더랍니다. 그리고는 자신을 포기한 듯 술에 의지한 그 생활로 다시 돌아가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각오도 하는 자신만의 소중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깨달음의장> 수련을 통해 55년 동안 지난날 자신의 모습이 생생하게 보였습니다. 술에 취한 모습, 지인들과 다투고 방황하는 모습, 형제와의 갈등에 지치고 힘들었던 자신의 모습을 돌이켜보니, 한심하기도 하고 ‛왜 이리 살았나?‛ 하는 안쓰러움도 있었겠지요. 지난날은 거의 알코올 중독일 만큼 술에 의지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여자친구와도 헤어지고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부침이 많은 생활을 했습니다. 고기잡이배를 타거나 건설 현장을 떠돌면서 술의 의존도는 더 높아졌고, 그러다 보니 정상적인 생활은 물론 없었고, 자신의 모습도 더 작고 초라해 보였습니다.
수련을 마치고 나니 지금은 비록 작고 초라하지만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고, '술이 내 인생의 장애'라는 화두를 가지고 머리를 삭발하고 술을 끊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인생 술로 인해 지은 많은 인연 과보를 참회하며 새벽 5시 법당에 나와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를 마치고 일터로 가는 것이 힘이 들기도 했지만, 기도로 시작하는 하루하루가 뿌듯하고 행복했으며, 수행을 하고부터는 짜증나고 화가 나면 쉽게 나오던 욕설을 멈추고 화를 내는 자신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힘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명상수련의 경험도 새롭고 좋았습니다. 세 번의 명상수련을 다녀오면서 박용호 님의 몸과 마음의 변화를 조금씩 느끼게 되었습니다. 땀을 흘리며 명상하는 동안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모습. 폭행하고 욕설하고 시비하는 등의 온갖 영상들이 다가왔고 다시는 이런 생지옥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부터 자유롭고 행복해야 하고, 형제나 친구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고 내가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이 지난날에 대한 참회가 아닐까요?
“술을 끊으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는 주위의 빈정거림에 박용호 님은 다시 한번 마음을 추스르고 수행을 이어갔고, 술을 마시지 않으니까 경제적으로 여유도 생겼습니다. 또 시간이 있으니 취미 생활도 할 수 있어 마음 또한 넉넉하여 누구를 만나든 두 손 모으고 웃으니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인사도 자연스러워졌다지요. 지인들은 달라진 자신을 보고 바보가 됐다고 놀리지만 그들 또한 이런 변화를 반겨준다고 합니다.
지금 이대로 좋습니다. 이기려고 했고 잘하려고 애쓰며 긴장했던 마음이 내려놓아지는 지금이 참 좋습니다. 불교대학 공부를 같이 하는 도반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참으로 소중하고, 지난 가을에 시작한 내 인생의 새 출발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직은 미숙하지만 몸도 마음도 조금씩 가벼워지고, 그런 나를 사랑하는 마음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부처님의 법 만난 기쁨과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는 행복이 이렇게 클 줄은 전에는 몰랐는데, 지금은 가볍게 내려놓는 방법도 익혀가면서 내가 받은 많은 것에 감사하고 회향하는 마음으로 법당의 행사에 시간을 내어 함께하려 합니다. 언제 어디에 있든 지금 이대로 행복합니다.
우리는 모두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글_양경재 희망리포터(마산정토회 함안법당)
편집_목인숙(경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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