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서초법당
깨달은 바가 없다는 부처님 말씀의 의미
서초법당 오지훈 님의 수행담

안녕하세요. 서초법당 오지훈 희망리포터입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10월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이번 서초법당 소식에서는 저의 삶과 수행담을 소개하겠습니다.

 2015년 봄불교대학 입학식 날 외부 안내 소임을 맡은 오지훈 님의 모습.
▲ 2015년 봄불교대학 입학식 날 외부 안내 소임을 맡은 오지훈 님의 모습.

마음공부를 시작하다

저는 10여 년 전 《시크릿》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 마음공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책에는 상상력을 통해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큰 집도 사고 싶고 멋진 외제차도 갖고 싶었던 저는 책에 나와 있는 대로 열심히 상상을 해보았지만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고 욕심이 안 채워지니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법칙을 안내하는 책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마음공부를 시작하게 된 셈입니다. 그런데 그때는 욕망에 눈이 어두워서 그게 마음공부인지도 몰랐습니다. 그저 제 욕심을 채우려는 의도밖에 없었습니다.

학원 강사라는 직업 특성상 불규칙한 일정과 수입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올해는 입시 결과가 어떨지, 내년에는 돈을 많이 벌지 적게 벌지 몰라 늘 전전긍긍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생활 속에 두려움이 깔려 있으니 신경은 늘 예민했고, 마음 한쪽에는 걱정과 근심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두려움이 크니 남에게 의존하려는 마음 또한 커졌습니다. 결국, 저는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갔습니다. 그 점쟁이는 용하다는 소문만큼이나 비싼 복비를 받는 점쟁이였습니다. 수 백만 원이나 되는 돈을 내고 점을 보았지만, 점을 보러 가면 갈수록 점쟁이에게 의존하는 마음은 더욱 커졌고 마음의 불안 역시 더 커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 친누님이 정토불교대학에 다닌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불교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던 저는 누나가 왜 저렇게 구닥다리 같은 불교대학에 다니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누나가 불교대학에 다니면 다닐수록 뭔가 모르게 사람이 달라지고 이치에 맞는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자꾸 눈에 들어오면서 '불교도 참 괜찮은 종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마음 한쪽에 자리잡았습니다. 정토불교대학에서 공부해보면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을까 싶어서 입학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흘러 2014년 봄에 개강하는 정토불교대학 입학식에 가게 되었습니다.

천일결사에 입재하다

<불교대학>에 입학하고 강의를 듣기 시작하니 지금까지 가졌던 마음속 의문들이 하나씩 풀려나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알고자 하는 마음이 컸던 만큼 수업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2014년 3월 24일에는 8차 천일결사 입재식이 있었는데 갈까 말까 좀 망설이다가 한번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천일결사라는 것이 실제로 1,000일 동안 기도하는 것인 줄은 입재식 끝날 때쯤 알게 되었습니다.

입재식 다음 날부터 시작된 새벽 5시 기도는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108배를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천일기도 첫날부터 혼자서 백여덟 번이나 절을 하려니 너무 괴로웠습니다.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새벽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니 온종일 피곤하기만 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쩐지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없었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이 기도를 하기는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기왕 시작했으니 기도를 통해 내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이 괴로움의 정체를 알아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때는 이렇게 어설프게 시작한 기도가 천일을 전부 채우고 지금까지 끊임없이 이어지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매일 천일결사 기도를 하니,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마음을 하루에 한 번씩 정리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기도 시작 초반 적응 시기가 지나가니 기도하면서 마음을 정리하는 재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때때로 마음이 많이 괴로울 때도 있었지만 그럴수록 더욱 기도에 집중했습니다. 한배 한배 정성스럽게 절하면서 내 마음이 어떠한가 들여다보았습니다. 기도를 시작하고 1년 정도 되었을 때 경전반에 입학하게 되었고, <금강경>과 <반야심경> 강의를 들으며 부처님 법이 참 간단해 보이면서도 심오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2014년 <봄불교대학> 졸업식 때 축하공연 직전에 찍은 사진. 사진 하단에 앉아 있는 분이 오지훈 님.
▲ 2014년 <봄불교대학> 졸업식 때 축하공연 직전에 찍은 사진. 사진 하단에 앉아 있는 분이 오지훈 님.

위기 아닌 위기, 그리고 깨달음

그러나, 꾸준히 기도하고 있는데도 때때로 찾아오는 두려움과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먹고 사는 일은 예전보다 훨씬 열악해졌고, 수중에 돈도 별로 없어서 물질적으로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그 시절에 저는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도를 하면 분명히 마음이 좀 편해지는 걸 느끼는데 어째서 자꾸만 부정적인 기분이 드는 것일까? 어째서 마음에 안 드는 현실이 계속 이어지는 것일까? 왜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언제까지 이런 두려움과 함께 지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따로 경전을 뒤지거나 마음공부를 다루는 책을 찾아 읽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방편이나 지식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 법을 만나기 전에 마음공부 관련 서적을 여러 권 읽었고 불교대학과 경전반에서 배운 내용이 많았기 때문에 지식 자체는 이미 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기도를 꾸준히 하면서 부처님 법을 깨우치게 되기를 염원하고 있었더니 경전반이 끝나가던 어느 겨울날, 문득 깨달음이 찾아왔습니다. 집에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 하는 탄식과 함께 마음이 환해졌습니다. 깨달은 바가 없다는 부처님 말씀의 의미를 알게 되었던 것이지요.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마음을 여의었을 때, 비교와 대조를 떠난 그 고요함을 알아차렸을 때, 느낄 수도 없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것’을 알았습니다. 동시에 내가 지금까지 원하고 바라던 것들이 실제로는 그냥 내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고, 마음의 장난에서 비롯된 비교와 대조였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두려움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언제나 마음이 제멋대로 만들어내는 것이므로, 또 그것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통제할 수 없는 대상을 통제하고자 하는 욕심이므로 늘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리고 마음이란 놈은 언제나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질이 있으니 마음의 속성을 알고 늘 마음을 살펴야 한다는 것도 깨우치게 되었습니다. 즉, 수행의 끝이나 수행의 결과물이라는 건 없으며 마음은 수행의 결과물을 늘 찾아다니게 되어 있으므로 그 마음을 잘 살펴서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금은…

마음공부가 끝없이 이어진다는 것을 알고 난 이후, 매일 새벽에 기도하는 일은 늘 새로운 일이 되었습니다. 마음이 아무리 이러쿵저러쿵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한배 한배 절을 할 때마다 가볍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업식의 종류와 깊이는 우리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고 깊기 때문에 언제 어느 장소에서 업식이 불쑥 튀어나와 괴로운 느낌을 전해줄지 모르지만, 오히려 그것을 기회삼아 마음공부의 도구로 삼을 수 있다는 사실에 다행스러움을 느낍니다.

조용히 마음공부를 하면서 인연 따라 살아가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이기를 기원합니다.

글_오지훈 희망리포터(서울정토회 서초법당)
편집_권지연(서울제주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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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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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산등

티비를 보다가도 깨달음이 오는군요. 화두를 잊지 않아서인가 봅니다. 감사합니다.

2019-10-16 16:53:18

큰바다

정진하는 오지훈님이 참 멋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03-26 10:43:20

광명화

깊이있는 수행담 잘 읽었습니다.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2017-10-25 18: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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