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춘천법당
행복이란 이런 것! 김태순 님의 늘 깨어있는 행복

정일사(정토를 일구는 사람들) 300배 수련 후 나누기 시간. 김태순 님의 나누기는 밝고 환했습니다. 수행해서 행복하다는 그 말씀이 그냥 말이 아니라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가끔 몸에 끄달려 알람을 끄고 자려고 할 때는 남편이 알아서 침대에서 떨어뜨려 준다는 말씀을 듣고 우리 모두 한참을 웃었지요. 그 밝고 가벼운 기운이 어디서부터 오는 건지 궁금했습니다. 그 기운을 다른 분들께도 전해드리고 싶어서 인터뷰하기로 하고 몇 가지 질문에 글로 답해주셨어요.

정일사 회향수련 (뒷줄 오른쪽 네 번째)
▲ 정일사 회향수련 (뒷줄 오른쪽 네 번째)

어떻게 정토회에 들어오게 되셨어요? 수행하면서 어떤 마음의 변화와 생활의 변화가 있으셨나요?

20대 후반부터 나이를 먹을수록 삶의 불안감이 더해졌습니다. 무엇을 목표로 살아가야 할지 삶의 지표를 잃었지요. 무엇을 해도 행복하지 않고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허무함, 공허함. 우울함. 매일매일 불안하고 외로운 삶의 연속이었습니다

20대 때 어떤 사건·사고가 있으셨던 건가요? 어떤 불안이 있으셨는지 궁금해요.

왜 힘들었는지 20대를 쓰라고 했는데 막상 쓰려고 하니….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불행했던 것도 아닌데 그때는 참 힘들었어요. 그저 혼자 불행하다고 생각하면서 우울하게 지냈어요. 한 번도 행복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고 무기력하고 우울해하면서 슬프게 살았어요. 인생이 앞으로도 계속 이렇다면 이렇게 사느니 길게 살지 말고 죽자 그랬지요. 어디서 멋있다고 생각한 거는 있어서 나도 스물아홉까지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릴 땐 서른이 꽤 나이 많아 보이잖아요. 그런데 막상 그 나이가 되니 죽음이 두려웠지요. 스물아홉, 그해 겨울. 죽음의 공포를 고스란히 느끼며 12월 연말을 오롯이 공포에 떨며 보낸 것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요. 아! 지금 생각하니 진짜 웃기네! 이렇게 허무하게 살다 죽다니… 난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살다 죽으라고 태어나지는 않았을 텐데… 주마등처럼 내 삶의 회의가 오면서 갑자기 죽음에 대한 철학적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이 종교 저 종교 전전하다 유튜브로 법륜스님을 만나게 된 것이지요. 유레카! 그 이후로 유튜브를 통해 매일 공부하고 정토회 홈페이지도 들어가 <스님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3년 정도 매일 공부를 했습니다. 아! 세상의 이런 진리의 말씀이 있다니! 그야말로 눈이 뜨이고 귀가 열리고 세상이 열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여러 종교를 경험하셨는데 혼란스럽지는 않으신가요?

불법을 알기 전에는 혼란스러웠습니다. 지금은 종교가 기복신앙이 아님을, 무조건 믿고 교리를 따르는 것이 아님을 무지했던 종교관을 깨우치고 나니 자유롭고 행복합니다.

불교대학 졸업하고 바로 경전반 학생이자 담당을 맡고, 경전반 졸업하고는 새로이 일요수행 법회부담당을 맡으신 김태순 님. 부담이 없으셨는지에 대한 물음에 앞에 나서는 일에 부담이 컸다고 하셨어요. 그러나 스님의 '니 꼬라지를 알라.'는 말씀에 힘을 얻어 못나면 못난 대로 “네”하고 합니다.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하게 됐다고 하십니다.
낡은 질문 몇 가지 던졌을 뿐인데 글 속에서도 숨길 수 없는 유쾌함을 읽었습니다. 글은 거의 완성이 됐지만 만나고 싶었습니다. “나는 오늘 내일 괜찮아요. 지금 당장도 괜찮은데!”
김태순 님의 집 근처로 택시를 타고 달려갔습니다. 최근 마음이 좋지 않고 힘들어서 더욱 알고 싶었습니다. 이 행복하고 편안한 기운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여름밤에 켜진 가게들의 노란 불빛들 사이 김태순 님의 밝은 미소와 만났습니다.
“저는 김태순 님이 정일사 회향 때 했던 말씀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다른 분들은 자신이 맡은 소임에 어려운 점들 개선사항이나 불만, 혹은 삶에 대한 어려운 일들을 토로하기 바빴는데 김태순 님만 독보적으로 행복하다고 했던 말씀이요. 만날 음주·가무 해도 채워지지 않았는데 여기 오니 매일 수행하지, 일주일에 한 번 마음공부 시켜주지, 날 좋을 때 스님이랑 산에도 가지, 이렇게 사람들이랑 모여서 건설적인 얘기도 하고, 쓸데없이 하는 여행보다 알차고 가끔 사람들 앞에서 가무도 하고 너무 재밌고 더 바랄 게 없다라고요.”
“나 이렇게 좋아도 되나?” 하며 웃으십니다. 정토회 와서 점점 더 행복을 느끼는 요즘이라고 하시네요.
“정진해야해.” 내 이런저런 속상한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세속에 있으므로 흔들릴 수밖에 없지만, 불법 공부해서 바르게 알아가고 정진해야 하는 거라고. 너무나 교과서 같은 이야기였지만 행복한 사람이 그렇게 말하니 그 속에서 정말 행복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럼 매일 정진하세요?” 내 질문에 갑자기 웃으시며 하시는 말씀.
8-8차 처음 입재해서는 정말 죽을 각오로 했어. 새벽에 못 일어날까 봐 식은땀을 흘리면서 잠을 안 잔 적도 있어. 약속을 못 지킬까 봐. 밤을 새우고 그렇게 기도를 하겠다고 마음을 낸 것이 신기하지. 정진하다 보니 어느 날 내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어 버렸어. 누군가는 그것을 마장이라고 하더라고. 너무 좋다가 갑자기 떨어져버리면 안하게 된다고. 하지만 아직은 안 좋은 건 못 느껴. 그동안에 내가 살아온 생활이 늘 부정적이었는데 어느 날 보니 긍정적으로 바뀌어있었어. 수행을 매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늘 나를 보는 일이 중요한 것 같아. 수행하고 정진하는 것이 종교에 진짜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해.

김태순 님이 이 종교 저 종교 다니며 그토록 찾아 헤매던 것을 드디어 찾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김태순 님보다 일찍 정토회를 들어왔지만, 아직 김태순 님이 찾은 것을 못 찾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 종교 저 종교 다니듯이 정토회에서 하는 이 프로그램 저 프로그램을 참여하며 무언가 구하기 바빴고 수행도 무언가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했습니다. 하지만 내 업식은 쉽게 바뀌지 않았고 누군가를 의지하고 미워하고 질투하고 또 욕심부려서 괴로워했습니다. 그런 나에게 김태순 님은 그래도 내가 그런 줄 알잖아. 그러면 된 거야. 거기서부터 시작이니까. 스님이 그러셨잖아. 그냥 해보라고. 수행도 그냥 해보는 거야. 뭔가 바라지 말고. 내가 이렇게 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이야. 내가 이렇다는 걸 안다는 게. 하하하.
목을 뒤로 젖히며 웃으시는 김태순 님의 모습에서 내가 이제껏 알고 있는 행복과 조금 다른 행복을 느꼈습니다. 그냥 아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는 김태순 님을 보며 지금 여기 깨어있기라는 말을 눈으로 보는 것 같았습니다. 희망리포터 소임을 맡고 이미 알던 도반을 만나지만 매번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기분을 느낍니다.

글_최솔미 희망리포터 (춘천정토회 춘천법당)
편집_전선희/장석진 (강원경기동부)

전체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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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승

멋진 도반님, 참 보기 좋습니다.

2017-06-29 10:42:04

이수향

매번 새로운 여행을 하듯이 도반을 만난다? 공감갑니다.~^^

2017-06-28 15:48:39

이슬

미소가 너무 아름답습니다. 지금처럼 늘 행복하시길~!

2017-06-28 15: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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