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동아시아·태평양지구
상하이의 정토 인연들

지난 2016년 5월, 중국 상하이에도 열린법회가 생겼습니다. 처음엔 단지 세 명이 모여 가볍게 시작해 보았던 기획법회가 꾸준히 지속되면서 열린법회로 승격된 것입니다. 상하이 열린법회 담당자 한 진 님의 수행담 전해드립니다.

중국 상하이에서 홀로 13년을 살며 나름의 굴곡을 겪어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스스로 극복하지 못할 어려움은 없다고 자신하게 되었다. 그런데 2014년 12월에 여러 가지 상황으로 갑작스레 숨이 멎을 듯한 ‘버거움’이 밀려왔고, 혼자서는 도저히 해결 방법이 보이지 않는 막다른 곳에 다다르고야 말았다.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뭔가가 잘못되었고, 나도 항상 괜찮을 수만은 없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스스로 큰 변화가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간절해졌을 때 우연히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게 되었다. 마치 스님이 나에게 지지와 지원을 해주시고 지혜가 무엇인지도 깨우쳐 주시는 것 같았다. 재미로 듣다가도 무릎을 탁 치곤 했다.

그러다가 스님께서 가끔씩 아무리 설명을 해도 못 알아듣는 꽉 막힌 사람에게 ‘당신은 깨장에 좀 다녀와야겠다’고 말씀을 하시기에 호기심에 ‘깨장’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리고는 2015년 7월에 참가하게 된 깨달음의장. 거기서 나는 내 문제의 시작이 무엇인지, 그 변화는 어디서부터 시작될 수 있는지 조금은 생각이 열리게 되었다.

나는 거만했고,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않고 있었으며, 내 잣대로 모든 것을 평가하고 의심하며 살고 있었다. 중국 상하이라는 지역 특성과 투자 업무라는 직업을 핑계 삼아 모든 것을 계산하면서 ‘유용성의 플러스 마이너스‘를 내 행동의 잣대로 삼고 있었다. 그런데 깨장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었고, 이 감사함을 언젠가는 나누고 싶기도 했다.

깨장 이후 다시 찾아간 문경에서 만난 분들이 반 장난 삼아 “상하이에도 정토회 한 번 열어봐.”라고 권하였다. 나는 불교신자도 아니고, 나이도 비교적 어린데다가 미혼이고, 또 남들의 눈길도 약간은 조심스러워서 ‘감히 내가?’라는 생각만 했다. 그런데 그때 행운처럼 잠시 뵌 법륜스님께서 “한 번 해봐.”라고 툭 말씀을 던지셨다. 듣지 않았다면 몰라도 내 삶의 멘토가 하신 말씀이니 어떻게든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머리 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깨장 동기가 정토회 명상수련에서 만난 최수미 님이 상하이에 살고 있다며 나에게 소개해 주었다. 최수미 님과 나, 그리고 잠시 어학연수 왔다가 반 강제로 참석하게 된 나의 고향친구. 이렇게 셋이 조촐하게 상하이의 기획법회를 시작했다. 현재 부족한 건 어쩔 수 없으니 언젠가는 이끌어 주실 분이 나타나리라는 희망을 안고 ‘우선 먼저 해보고, 그 다음에 생각하기’로 했다.

정토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깊은 최수미 님이 초기 멤버로 적극 참여하고, 기대하지 않았던 고향친구 차세승 님도 의외로 법문을 열심히 듣고 아침 108배 수행까지 함께하게 될 줄이야. 거기에 깨장에 다녀온 양순선 님이 합류하면서 홍보에 도움을 주었다. 그리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올해 5월, 열린법회로 승격되었다.

기쁘기는 하지만 나의 깜냥은 그대로인데 일이 뜻하지 않게 커진다는 불안함이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 정토회 발심행자인 이혜원 님이 새로 상하이에 오면서 구원투수가 되어주었다. 한국에서 한 번도 법회에 나가본 적이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 해외에서 법회를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도 웃음이 나는 상황이었는데, 이혜원 님이 운영 방법과 가이드라인을 친절히 설명해 주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2016년 9월 11일 8-10차 백일기도 입재식. ‘재’를 들고 있는 한 진 님
▲ 2016년 9월 11일 8-10차 백일기도 입재식. ‘재’를 들고 있는 한 진 님

법회 참가자도 늘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갈 무렵인 7, 8월에 불교대학을 시작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거기다 천일결사까지 시작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이런 여러 가지 일들을 운영할 자신이 없고, 종교의 자유가 없는 중국이라 조심스럽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또한 먼저 해보고 ‘함께 생각하고 행동하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이혜원 님이 대만에서 온 안예리 님과 함께 불대를 맡고, 최수미 님과 양순선 님이 천일결사를 맡아 주었다. 서로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고 일을 진행하면서 모두들 새로운 경험을 통해 또 다른 자신을 마주하게 되었고, 삶의 지혜를 얻게 되었다.

 2016년 10월 22일 불교대학 수업 후
▲ 2016년 10월 22일 불교대학 수업 후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여전히 ‘내가 이 글을 쓸 자격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고 정토행자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여 부끄럽기도 하다. 열심히 수행하다가도 오래된 습관에 밀려서 아침 수행을 종종 빼먹기도 하고, 불교 교리에 대해서 너무 몰라 불교도라는 생각도 안 들고, 업식에 빠져 헤매거나 불쑥 나오는 버릇을 통제하지 못하고 마장에 무너지기도 한다.

하지만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2014년 12월의 상태로, 즉 법륜스님께서 가르쳐주신 지혜를 알기 전으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돌아보면 예전보다는 나아졌다. 나만을 고집하며 꽉 막혀 있던 귀와 겹겹이 덮였던 눈이 가끔씩은 남의 이야기가 들리기도 하고, 눈이 환해지는 순간도 있다. 수행하다 보면 그 시간이 조금씩 더 길어진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 다양한 역사의 굴곡을 겪으며 전통적인 종교와 문화가 사라지고, 여전히 여러 가지 면에서 제약이 많으며, 경제의 빠른 변화 속에서 큰 정신적인 공허함을 겪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외국인들의 정착이 어려운 제도적인 특성 때문에 시간이 가면서 교민들이 살아가기 더욱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 상하이에만 10만 명 이상의 한국 교민과 유학생들이 있다. 그 중 단 몇 분이라도 우리 법회를 통해 자유와 행복의 길로 가는 소중한 깨달음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래서 비록 내가 부족하지만 이렇게 그냥 해본다. 오늘도 살아있어 감사합니다.

[상하이 열린법회 및 불교대학 수업 안내]
-열린법회 : 매주 토요일 오후 1-3시
-불교대학 : 매주 토요일 오후 3-5시

글_한 진 (상하이 열린법회)
정리_서용미 희망리포터 (세부 정토법회)

전체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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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균

어제 상해 푸시 정토회 참석해보았는데, 열린법회인가 보네요...? 3년전 글임에도 반갑습니다.^^ 어제 뵌분도 보이네요...

2019-12-08 09:00:01

배성화

진 도반님, 잘 보았습니다. 또 봐도 좋네요.

2017-12-05 21:20:08

이재희

안녕하세요 2017년도 동북아를 통해 통역을 몇번 도와주신 인연으로 이렇게 글을 찾아 읽어 봅니다.
같은 도반들이 한진님과 이야기 할 기회가 있어 이야기 나누었는데 너무 멋진 분이라고 해서 계속 생각하고 있었는데..... 글을 읽으니 더욱 멋지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중에 뵐 기회 있으면 꼭 만나보고 싶습니다!

2017-09-28 21: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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