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고성법당
스승님과 함께 옛 고구려, 발해 땅과 항일 유적지를 밟다
22차 동북아역사기행 기행문

마산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밤 12시 10분에 출발하는 인천공항행 버스를 타기 위해 경남 고성에서 출발했습니다. 막상 8박 9일 동안 여행을 가려니 출발할 때부터 갑자기 긴장되어 머리가 아프고 가슴도 답답했습니다. 마산까지 태워다준 신랑은 지금이라도 아프면 집에 가자고 했지만 어떻게 가는 동북아역사기행인데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소화제를 사 먹고 차에 올랐습니다. 본격적인 여정을 떠나기 전부터 탈이 나서 앞으로 일정을 잘 따라갈 수 있을지 어떨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떠났습니다. 그렇게 버스 타고 4시간 반을 가는 동안 아팠던 머리와 속은 괜찮아졌습니다.

고구려의 첫 서울인 홀본산성에서
▲ 고구려의 첫 서울인 홀본산성에서

공항에서 만난 법륜스님은 명상하고 여윈 가녀린 모습이었습니다. 스님은 대상포진인 줄 모르고 명상하는 동안 통증을 지켜만 봤다고 했습니다. 친정어머니가 대상포진에 걸린 적이 있어서 얼마나 아픈지 압니다. 살을 도려내고 뼈를 후벼 파는 듯이 아프다고 했는데 스님은 해맑은 얼굴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몸에 대한 집착을 버린 듯 보였고 역시 우리의 스승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도 성지순례를 다녀온 도반이 스님 가시는 길은 다~잘 된다고 걱정하지 말고 잘 다녀오라고 한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환도산성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통일의병-왼쪽부터 강문헌, 이윤희, 이삼순, 엄윤주 님
▲ 환도산성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통일의병-왼쪽부터 강문헌, 이윤희, 이삼순, 엄윤주 님

첫날 스님 목소리는 갓 시집온 새색시같이 고왔지만, 점점 가면 갈수록 새로운 곳을 탐험하는 탐험가의 흥미진진하고 활기찬 목소리로 변해갔습니다. 저는 아니나 다를까 첫날부터 배탈이 나서 약을 먹었고, 백두산 천지와 비룡폭포, 소천지, 녹연담, 지하산림을 신이 나서 다녔는데 내려와서는 육신에 끄달려 정신을 주체 할 수 없었습니다. 1, 2, 3호 차 중 내가 탄 3호 차에 마침 내과 의사인 통일 의병이 타고 있어서 약을 지어 먹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여행 내내 약을 먹고 다녔고 내가 몸도 마음도 약한 존재라는 걸 느꼈지만,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힘들었던 기억은 깡그리 잊어버렸습니다.

3대가 복을 지어야 볼 수 있다는 백두산 천지에서
▲ 3대가 복을 지어야 볼 수 있다는 백두산 천지에서

스님과 함께 우리 선조들의 옛 땅과 동북아의 젖줄인 백두산을 다녀온 좋은 기억들만 남았습니다. 우리 민족의 1000년 한이 담긴 동북아를 스님과 함께 직접 발로 밟고 눈으로 보고 느껴보았습니다. 분단된 조국의 아픔을 느끼며 함께한 여행은 가슴벅찬 감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정신적 지도자인 스님이 친근하게 느껴지며 가깝게 다가왔고 통일에 대한 염원도 더욱 깊어졌습니다. 믿고 따를 수 있는 선지식인 스님과 함께 우리 민족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는데 동참할 기회와 인연을 줘서 감사합니다.

가장 근접거리에서 찍은 법륜스님 -솔비부성
▲ 가장 근접거리에서 찍은 법륜스님 -솔비부성

크라스키노 염주성 갈대숲에서
▲ 크라스키노 염주성 갈대숲에서

이번 22차 동북아역사기행은 처음으로 중국 심양 공항으로 입국해서 고구려 유적지인 백암산성, 홀본산성, 환도산성, 국동대혈, 장군총, 광개토대왕비, 5회분5호묘를 거처 압록강을 따라 백두산으로 이어졌습니다. 그후 발해유적지인 동모산, 강동24개석, 흥룡사, 상경용천부, 항일유적지인 봉오동 전투터, 청산리 전투터, 대종교 3인묘, 일송정과 두만강 변 한반도 최북단 도문까지 갔습니다. 마지막으로 혼춘에서 러시아로 넘어가서 발해유적지인 크라스키노 염주성, 솔빈부성, 항일유적지인 단지동맹비, 최재형 집무실, 신한촌과 러시아 정권 수립을 기념하는 혁명광장 및 독수리 전망대를 둘러보고 블라디보스톡 공항으로 출국했습니다.

고구려, 발해 유적지를 다니면서 동안 우리 민족의 찬란했던 역사와 자부심을 느끼며 자존감과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었고, 항일 유적지를 다니면서는 피 흘리며 목숨 바쳐 되찾은 독립을 평화 통일로 온전히 지켜내는 것이 시대적 과제이며 우리의 소임임을 다시 한 번 다짐했습니다.

한반도 최북단 도문에서 왼쪽부터 이승용 국장님, 전정숙, 이경신, 엄윤주 통일 의병들
▲ 한반도 최북단 도문에서 왼쪽부터 이승용 국장님, 전정숙, 이경신, 엄윤주 통일 의병들

중국 국경을 넘어 러시아로 가기 위해 3시간 정도 대기하며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크라스키노 염주성은 발해 사람들이 바닷가의 갯벌 근처에 성지를 지어 땅을 조금만 파도 물이 차오르는 바람에 발굴이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라고 합니다. 그런 염주성에는 갈대가 숲을 이루고 있었고 우리가 가기 며칠 전부터 비가 오지 않아 땅이 조금 말라 그나마 갈대숲을 헤치고 길을 만들며 지나갈 수 있었습니다. 선두에서 길을 만들어 나아가며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는 스님을 따르는 것이 좋았고 러시아 발굴단 교수님의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다른 여행을 하면서는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크라스키노 염주성에서 러시아 발굴단 교수님(분홍색 남방 입은 사람)이 설명하고 있는 장면
▲ 크라스키노 염주성에서 러시아 발굴단 교수님(분홍색 남방 입은 사람)이 설명하고 있는 장면

먼저 이런 기회를 만들어 주신 스님께 감사드리고, 8박 9일 혼자 여행을 떠나게 해준 남편에게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함께한 10조 통일 의병들, 정토회뿐 아니라 평화재단 및 풀뿌리시민학교 통일 의병님들 감사합니다. 즐겁고 유익하고 보람되고 행복한 여행이었습니다. 살아생전에 부처님 법 만나고 선지식인 스님을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내 인생에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멋진 여행이었습니다.

발해 세 번째와 다섯 번째 수도인 상경용천부에서-10조 통일의병들
▲ 발해 세 번째와 다섯 번째 수도인 상경용천부에서-10조 통일의병들

글_엄윤주 희망리포터(마산정토회 고성법당)
편집_목인숙 (경남지부)

전체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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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행

함께 여행을 다녀 온 듯 합니다. 고맙습니다 ~

2016-08-30 23:50:25

최둘선

좋아요

2016-08-30 19:55:06

수미향

가기 전에도 흐뭇했지만, 이 글 보며 다시 흐뭇해 지네요.
글로만 보고, 학교에서 배우던 것들을 찾아다니며 보고, 강의 들으며 공부할 수 있어 무척 좋았어요.
역사가 좀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던데요. 엄보살님 글 보며 다시 떠올려 보게 됩니다.

2016-08-30 18: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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