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춘천법당
법당이 반을 하고 도반이 반을 하더라
새벽 통일정진하는 도반들 이야기

통일정진 후 밝게 웃는 김송림, 함경자, 조은영 님
▲ 통일정진 후 밝게 웃는 김송림, 함경자, 조은영 님

꾸준히 정진한다는 건 어떤 걸까? 깨달음의장을 다녀온 내게 정진이란 힘든 일을 이겨내기 위해 잠시 찾는 약에 불과했다. 매일 새벽 법당에 나와 정진하는 분들은 어떤 사연이 있어서 그리 열심히 하는지 궁금했다.
새벽 5시 반에 비몽사몽 일어나 법당으로 향했다. 한창 정진 중이었다. 나는 뒤에서 세 분이 정진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밖은 아직 선선했지만, 안은 정진의 열기를 선풍기 한 대가 미처 식혀주지 못했다.

법당이 반을 하고 도반이 반을 하더라

부스스한 얼굴로 땀에 젖은 얼굴을 마주보기가 죄송스러웠다. 나에겐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 같아서 어떻게 그렇게 정진을 이어갈 수 있냐고 여쭈었다. 그랬더니 조은영 님이 답했다.
“법당이 반은 하고 도반이 반을 하는 거예요. 처음엔 내가 일찍 일어나서 정진하는 게 기특한 마음이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내가 하는 게 아닌 거예요. 같이 하니까 하게 되는 즐거운 강제성이랄까!” 그러며 까르르 웃는다.
김송림 님이 “맞아. 묻어가는 거지.”라며 옆에서 거들었다. 그녀는 새벽에 해야 하는 농사일이나 여행을 빼고는 거의 매일 새벽 법당에 오셔서 300배 정진을 한다고 했다. 조은영 님 또한 요즘 피로가 누적되어 어떨 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다고 했다. 그럴 땐 스님이 생각난다고 한다. 나는 이렇게 피곤하고 힘든데 스님은 어떻게 24시간을 다니시나 하며 걱정도 했다. 도반들은 나에게 되도록 11시 전에는 자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씀해주었다.

“통일정진 300배를 하신다고 하셨는데 개인적으로 통일에 대한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내가 묻자 김송림 님은 의미심장한 대답을 해주었다.
“통일발원 천일에 맞춰 우리도 같이 가는 거예요. 통일기원 정진을 빌미로 내 꼬락서니를 고쳐보자는 욕심을 붙여 시작했지. 108배로는 안되겠다, 300배 하자. 이렇게 됐어요.”
이렇게 말하고 웃자, 옆에 계시던 함경자 님이 말을 이었다.
“처음 통일정진을 할 때 내가 통일 발원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어요. 내가 집에서 우리 거사님 아프시지 말라고 늘 정화수를 떠 놓거든. 근데 토속신앙이지만 일리가 있대. 그 한 잔의 물이 뭘 들어주는 게 아니고, 그 정성이 뭔가를 이룬다는 거야. 지금 이것도 그런 정성이에요.”
김송림 님은 나를 바꾸고자 한 그 기도가 서서히 누군가를 위한 기도로 바뀌면서 전과는 다르게 특별해진 느낌이라고 했다. 또 매일 아침 통일에 대해 생각하고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고 했다. 무언가 거창한 의미가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소박한 정성, 그리고 타인을 위한 기도라는 대답을 들었을 때는 뭔가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 작은 마음이 얼마나 큰지, 또 얼마나 대단한가에 감탄했다.
내 모습을 돌아봤다. 미미하게 멈춰버린 정진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 노하우를 물었다.
“근데 정진을 해도 넘어지는 순간이 있잖아요. 난 수행하는 사람인데 왜 이런 거로 이렇게 힘들고 화가 날까? 그럴 때는 다 무의미해지고 포기하고 싶을 때 없으세요?”
이렇게 물었는데, 허무하게도 도반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넘어지긴 하는데,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응. 그런 마음은 들어본 적 없어요.”
다들 한 목소리였다. 본인이 변하는 모습을 확연히 느끼고 있는 도반들. 억울한 상황에 부닥쳐도, 남편과 싸워도,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의 밥상을 하루에 다섯 번 넘게 차려도 마음의 동요가 크게 일어나지 않고 그냥 바라볼 힘이 생겼다고 한다.
“가랑비에 옷 젖는 상황이 생기는구나, 정진이란 게 그런 거구나 해요.”

깨끗한 법당 걸레와 기도포

“일 년 동안 새벽마다 함께한 도반인데 특별한 에피소드 없으세요?”
내 질문에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다,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고 고마웠던 일이 있다고 한다.
“처음에 조은영 님이 법당에 정진의 기운이 돌도록 하자고 그랬어요. 좋은 기운이 법당에 돌았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내가 마땅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은영 님이 처음 이 정진을 시작한 거지. 지금 돌아보면 너무 감사해요. 아! 그리고 또 고마웠던 거 있는데, 난 아침에 늘 늦게 나오거든. 딱 들어오면 걸레 빠는 소리가 쏴 하고 들려. 다른 분들은 일찍 나오셔서 법당 닦고 방석 놓고 하니까 그것까지는 그런가 보다 하는데 기도포까지 싹 싸여져 있는 거야.”
김송림 님의 이 말에 조은영 님이 뭔가 떠올랐나 보다.
“아! 그거 함경자 님이 먼저 시작하신 거예요. 늘 박향숙 님이 아침에 법당 닦은 걸레를 빠시니까 그 시간에 방석 놓고 준비하는데 함경자 님이 기도포까지 싸서 두시더라고요. 처음엔 각자가 할 일은 각자가 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했었는데, 이 새벽부터 누군가를 배려하는 한 가지가 나에게 착한 일을 하는 기회를 주신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함경자 님은 도리어 조은영 님을 칭찬했다.
“매일 아침 우리를 데리러 오는 조은영 님이야말로 고맙죠. 그리고 우리 총무님한테 고마워요. 늘 법당 위해서 평소에 일을 너무 많이 하시니까 우리가 더 배려해야지.”
김송림 님은 “아! 다들 너무 고마워요. 이런 마음인지 몰랐어요.”라고 연이어 말했다. 서로를 배려하며 고마워하는 마음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통일정진에 대한 나의 편견은 보기 좋게 무너졌다.
새벽정진, 300배, 통일발원. 나라를 위해서 하는 일도 아니고 무엇을 바라고 하는 일도 아니었다. 사실 그것은 소박한 마음이었고, 조촐한 시도였고, 사소한 배려였다. 그래서 더 가슴에 와 닿았을지도 모른다. 이런 마음들이 모이면 통일은 멀지 않은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 믿음이 생겼다.

글_최솔미 희망리포터(춘천정토회 춘천법당)
편집_전은정(강원경기동부)

전체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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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

잘보았습니다()

2016-07-09 14:18:35

현공덕

통일발원 1,000일정진기도에 맞춰 3년의
원을 세워 300배정진하시는 춘천도반님들~
존경합니다~~♡

2016-07-09 10: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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