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천안법당
내 생일 선물은 남편과 함께 하는 JTS 거리모금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경전반을 졸업한 세광화 전혜영입니다. 부끄럽지만 제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어렸을 때 친정엄마 손잡고 절에 자주 다녔던 저는 절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에 1년간 다녔습니다. 절 안마당에서 뛰어놀던 기억, 향냄새 가득한 법당 안에서 절을 하던 기억 등 절은 저에게 엄마 품처럼 편안한 곳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전에 일찍 취직되어 큰 어려움 없이 20년 가까이 회사생활을 해 오면서 결혼도 하고 집도 사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일찍 남편과 사별한 친정엄마의 삶을 보고 막연한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내 남편도 일찍 죽으면 어떻게 하지, 지금 다니는 회사가 대기업이지만 오래 다닐 수 없을 것 같고 나중에 퇴사하면 난 뭐 하고 살지, 시부모님이 아파서 병원에라도 입원하면 그 치료비는 어떻게 감당하지 등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많은 일들을 상상하며 행복하게 살기도 바쁜 시간을 괴로움에 파묻혀 살았습니다.

거리모금에서 배운 '감사'
어려운 형편으로 일찍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현재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지만, 대학에 가지 않아 학벌에 대한 스트레스도 컸습니다. 이런 많은 업식을 안고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여 스님의 법문을 들으니 그 업식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만하길 다행이다. 그래 이만하길 다행이지!! 암~~ 이런 마음이 들기 시작하니, 마음이 편안해 지고 불안감도 사라졌습니다. 여기에 보너스로 '감사'를 알게 되었던 계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JTS 거리모금입니다. 2014년 9월 JTS 거리모금 교육을 받고 첫 거리모금을 시작했습니다. 법당에 앉아 교육을 받았을 때는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막상 거리로 나가니 말문이 막히고 부끄러운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4월 정기거리모금 한 날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
▲ 4월 정기거리모금 한 날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느라 나를 쳐다도 보지 않는 사람, 쳐다보고 휙~~ 가버리는 사람들을 보며 ‘뭐야~ 1,000원도 없나’라는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그러면서 어쩌다 모금해 주는 사람에게는 절이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모금이 끝나고 한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분별심 많은 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역시 JTS 거기모금이 수행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한 번, 두 번 꾸준히 모금에 참여하면서 본의 아니게 거리모금 담당자가 되었습니다.
JTS 거리모금이 한 달에 한 번은 짧다는 열정 많은 도반들로 인해 15년 1월부터는 한 달에 두 번 모금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당시 쌍둥이 딸이 5살이라 모금에 데리고 갈 생각조차 못했는데 남편이 주말에 출근하게 되는 날에는 어쩔 수 없이 데리고 나가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옆에 꼭 붙어 있으니 행인들이 혼자 할 때보다 더 모금을 많이 해 주어 그다음부터는 꼭 데리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하하하)

남편이 준 생일선물, "거리모금 나도 나갈게"
작년 12월 27일 일요일 거리모금이 있는 날이면서 제 생일이었습니다. 남편이 생일 선물을 준비했다고 하기에 내심 기대를 하고, "뭔데?"라고 물어보니, "거리모금에 나도 나갈게~" 저는 속으로 좋으면서 "그게 선물이야?"라고 대답하고 말았습니다. 온 가족이 나들이 가듯 거리모금에 나간 날은 연말이라 거리가 인파로 붐볐습니다. 남편과 나란히 섰는데 뜻밖에 남편이 먼저 모금 멘트를 큰 목소리로 외칩니다. 멘트가 익숙하지 않은 듯 버벅대면서도 아주 큰 목소리로 당당하게 외치는 모습에 고맙기도 하고 흐뭇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가족이 함께 첫 거리모금을 한 날
▲ 가족이 함께 첫 거리모금을 한 날

수행을 굳이 하지 않아도 도를 얻은 것 같은 제 남편에게 소감을 물어보니 그 어떤 분별심도 없었지만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금을 해 주지 않는 사람에게 모금을 강요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모금해 주는 사람에게는 감사한 마음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남편이 부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까이서 잘 모시다 보면 저 또한 부처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날을 계기로 저는 매달 생일 선물을 받고 있습니다. 꽃이 만개한 따뜻한 봄날 가족들과 굳이 나들이 가지 않아도 행복합니다. 온 가족이 한마음이 되어 지구촌 아이들의 삶과 희망을 선물 할 수 있어 너무너무 행복하지 말입니다.

집 앞에 만개한 벚꽃을 보며 산책 중에 찍은 가족사진
▲ 집 앞에 만개한 벚꽃을 보며 산책 중에 찍은 가족사진

글_전혜영 희망리포터(천안법당)

전체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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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숙

예쁘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가족~
마음도 예쁘고.
얼굴도 예쁘고.
두 따님은 더 예쁘고~~

2016-06-13 19:53:04

민명숙

천안 법당에 이렇게 아름다운
부부가 계셨네요~~♥♥

2016-05-10 00:22:41

김명순

얼굴도 이쁜데 마음까지 이쁘지 말입니다.
행복한 가족 모습도 무척 이쁘지 말입니다...ㅎㅎㅎ

2016-05-09 22: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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