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김포법당
초파일, 잔치는 시작됐다

"한 송이 연등을 만들기 위해 새벽마다 열 손가락은 그렇게 모아졌나 보다."
"100송이 연등을 매달기 위해 사다리는 경비실에 또 그렇게 꼼짝 않고 있었나 보다" ~^.*

김포법당이 생긴 지 1년. 처음으로 법당에서 연등을 만들어 부처님오신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준비하는 나날들이 이미 잔칫날이고 처처 곳곳에서 부처님이 오고 계심을 느낍니다. 과정들이 참으로 신나고 재미있어 사진으로 소식 전합니다.
자~~ 연등의 세계로 떠나 볼까요?

따악 압축되어 나무토막 같은 꽃잎들! 이것이 꽃잎 될 줄은 이때는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압축되어 나무토막 같은 연꽃잎
▲ 압축되어 나무토막 같은 연꽃잎

후~~ 하고 바람을 세차게 불어넣습니다. "아이고~ 머리야~" "아이고 어지러워~" "이거 너무 어렵다~~" 도처에서 비명소리 들리지만 이미 행복의 소리로 변주되어 세상에 터집니다.

연잎을 불며 연잎 부는 방법을 연구하는 박철희 님과 잎새 꼬기를 하고 있는 윤선희 님
▲ 연잎을 불며 연잎 부는 방법을 연구하는 박철희 님과 잎새 꼬기를 하고 있는 윤선희 님

"하하하 깔깔깔 으미으미" 밀착되어 딱딱했던 꽃잎들이 바람으로 풀어지는 묘미가 상당하거든요. 우리들 뭉쳤던 마음들이 법문으로 흩어져 유연해지는 것과 어찌 그리 닮았는지요~. 이것도 여러 번 ‘연습’하면 도사가 됩니다~~~^^

압축되어 나무토막 같던 꽃잎들이 하늘하늘 꽃잎으로 1차 변신
▲ 압축되어 나무토막 같던 꽃잎들이 하늘하늘 꽃잎으로 1차 변신

"연잎을 꼬는 게 어려워 호호 불어 붙어있는 낱장을 하나하나 떼었습니다. 처음엔 어렵다가 점점 익숙해지며 재미를 느꼈어요" 봄불교대 담당 유세미 님의 증언(?)입니다.

연잎 불기에 도전하는 유세미 님
▲ 연잎 불기에 도전하는 유세미 님

바람을 불어대는 한쪽 옆에서는 연등의 틀을 잡고 있습니다. 10번 정도 손이 가야 하나의 틀이 완성됩니다.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죠?

연등의 틀을 만드는 박지예 님과 연잎을 부는 윤선희 님 (모든 분야를 두루 섭렵하는 윤선희 님)
▲ 연등의 틀을 만드는 박지예 님과 연잎을 부는 윤선희 님 (모든 분야를 두루 섭렵하는 윤선희 님)

불교대학팀 담당 박지예 님은 "도반들과 함께 얘기하며 하느라 무지 즐거워요~^^, 철사 만지는 게 제 체질에 따악 맞아요. 하하하"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박지예,유세미, 윤선희 님 (시계 방향)
▲ 박지예,유세미, 윤선희 님 (시계 방향)

또 한쪽에서는 풀칠을 합니다. 꽃잎을 붙이기 위해서는 만들어진 틀에 하얀 종이로 초벌 작업을 해줘야 하는데요, 네모 종이 4장, 세모 종이 4장, 총 8장의 종이가 필요합니다. 동글동글 구슬 같은 모양이 만들어지기까지 풀칠하는 손길, 붙이는 손길, 모두 64번의 손길이 가야 하나의 초벌 연등이 만들어집니다.

64번의 손길로 초벌 연등을 만드는 도반들의 모습
▲ 64번의 손길로 초벌 연등을 만드는 도반들의 모습

"단순 작업에 웃음 넘치는 법당~~
난 이런 법당이 좋다. 느~~~무 좋다.
너무 좋은 법당에 엄청 사랑하는 도반님들 있으니 더더더 좋다."
봄불교대 담당 김미라 님이 노래를 합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연등 만들기에 열중인 김포법당 도반들의 모습 (연두색 옷, 김미라 님)
▲ 각자의 분야에서 연등 만들기에 열중인 김포법당 도반들의 모습 (연두색 옷, 김미라 님)

서로 달라붙지 않게 가지런히 정열! 풀이 아직 마르지 않았거든요. 설날 만두 빚어 찬바람 부는 창가에 가지런히 놓는 것과 닮았죠? 설날은 만두, 부처님오신날은 연등이 잔치 분위기를 더욱 잔치답게 만들고 있습니다.

붙지 않게 놓아 초벌 연등을 말리고 있는 모습
▲ 붙지 않게 놓아 초벌 연등을 말리고 있는 모습

10번의 손길로 틀을 짜고 64번의 손길로 초벌 연등을 만들어 어느새 100개의 초벌 연등을 완성했네요~~

100개의 초벌 연등을 말리고 있는 모습
▲ 100개의 초벌 연등을 말리고 있는 모습

후후 불어 떼어 놓았던 잎새들을 이제 꼬아 주어야 해요. 그래야 예쁜 모습이 만들어지거든요. 이 또한 녹록지 않은 작업! 주황색 꽃잎을 만들다 손이 주황색으로 물들었어요.
"부처님을 향한 나의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노래라도 할 분위기입니다.

아름다운 연꽃잎으로 2차 변신
▲ 아름다운 연꽃잎으로 2차 변신

우리 법당 김민지 님은 지금 모든 순간이 태교인데요, "도반님들과 웃음꽃을 띄우며 연등 만들기를 해서인지 힘든 줄 모르게 재미있게 했습니다. 연잎 한 장 한 장 접을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져서 좋았습니다^^"라며 반가운 인터뷰를 합니다.

연등 만들기를 하며 저절로 태교 중인 김민지 님(맨 오른쪽)
▲ 연등 만들기를 하며 저절로 태교 중인 김민지 님(맨 오른쪽)

"연잎 만들기 처음 했습니다. 완성될 연등을 생각하며 한 장 한 장 정성스럽게 만들었어요. 재미도 있고 많이 만들어가려고 욕심을 부리는 나도 보고(하하) 손에 노랗게 물들어도 좋고 어깨 아픈 것도 좋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부는 것은 남편이 도와줘서 조금은 수월하게 했네요" 회계 담당 김재숙 님은 집에까지 가져가셨어요. 어찌나 정갈하게 만드셨는지, 일과 수행이 둘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재숙 님의 집에서 연꽃잎 만드는 과정
▲ 김재숙 님의 집에서 연꽃잎 만드는 과정

가족이 동원되기는 수행법회 담당 이경희 님도 마찬가지.
"집에 와서도 연잎 만들고 있어요~~
연등 만드니 옛 추억 생각도 나고 도반들과 함께하니 재미나네요~

이경희 님이 집에서 남편을 연꽃 만들기에 동참시키고 짜장면으로 선심 쓴 인증샷!
▲ 이경희 님이 집에서 남편을 연꽃 만들기에 동참시키고 짜장면으로 선심 쓴 인증샷!

준비 작업을 하는 며칠, 초벌 작업을 해 놓은 연등은 탱탱하게 말랐습니다.
이제는 본격 작업! 한 잎 한 잎 연잎을 붙여 나갑니다. 종이에 생명을 불어넣는 시간.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며 더 예쁘게 더 아름답게 하기 위해 마음을 모읍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무아지경. 머릿속은 텅 비고 마음은 평화롭습니다.

한 잎 한 잎 정성으로 연잎을 붙이고 있는 한혜자 님.
▲ 한 잎 한 잎 정성으로 연잎을 붙이고 있는 한혜자 님.

"내가 만든 연등을 어떤 분이 올리실까? 올리시는 분의 소원이 성취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가을불교대 김영옥 님. 연등에 담은 마음이 느껴집니다.

마음을 담아 연등을 만들고 있는 김영옥 님(맨 오른쪽)
▲ 마음을 담아 연등을 만들고 있는 김영옥 님(맨 오른쪽)

아직 떼어내지 못한 잎새들은 경전반 학생들이 모여 불어봅니다. 모두의 환호성. 법당에 부처님 탄생의 기쁨이 가득합니다.

초 집중하여 연잎사귀를 만들고 있는 봄경전반 학생들
▲ 초 집중하여 연잎사귀를 만들고 있는 봄경전반 학생들

시간이 날 때마다, 시간이 없으면 만들어서 법당에 와서 연등을 만드는 '부처님을 사모하는 사람들’.
여러 차례 변신을 거듭한 종이들은 이제 어엿한 연등으로 변해 기품 있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기품 있게 피어나고 있는 연등들
▲ 기품 있게 피어나고 있는 연등들

영가등을 만들 차례입니다. 가지런히 놓여진 영가등 꽃잎이 그 자체로도 아름답습니다.

집에서 가지런히 만들어 온 하얀 연꽃잎
▲ 집에서 가지런히 만들어 온 하얀 연꽃잎

연꽃을 닮은 사람들이 연꽃을 만들고 있습니다.(오른쪽부터 이범인 님과 조은경 님)
▲ 연꽃을 닮은 사람들이 연꽃을 만들고 있습니다.(오른쪽부터 이범인 님과 조은경 님)

부총무 소임을 맡고 있는 이범인 님은 "너무 재밌게 했어요. 잘못해서 구박을 좀 받았지만 그마저도 고맙고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서로 믿고 의지하는 도반이 아니면 어찌 그럴 수 있겠나 싶어서 참 좋았습니다. 제가 솜씨는 좀 모자라도 부족함을 알고 그걸 바로 인정할 줄 알아 다행이라 여깁니다. 도반님들 낯간지러워서 이런 말 잘 못하는데 사랑합니다~~~!!!" 하며 연등을 만들며 깊어진 도반과의 사랑을 고백합니다.

마지막 과정, 달아야 하는데요?
박철희 법우님이 공구 들고 나섰습니다. 이렇게 달까? 저렇게 달까? 논의하며 장소를 정하고 방법을 정합니다.

연등 달 곳을 의논하는 박철희 님과 윤선희 님
▲ 연등 달 곳을 의논하는 박철희 님과 윤선희 님

으럇챠차! 관리실에서 꼼짝 않고 그렇게 기다렸던 사다리를 이용해 천장에 연등의 길을 만들고 있습니다.

뜻을 모아 천장에 길을 내는 이범인, 박철희, 윤선희 님
▲ 뜻을 모아 천장에 길을 내는 이범인, 박철희, 윤선희 님

사회활동 담당 윤선희 님은 "도반들과 도란도란 하하 호호 즐거운 시간이었요~ 혼자서는 엄두도 못 낼 일들이 마음을 모으니 이렇게 즐거운 일이 되네요~ 과정도 즐겁고 결과도 뿌듯하겠죠~^^" 이미 뿌듯함이 가득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짜자잔~~~ 근사하게 완성 됐습니다.

만들어진 연등을 달아 본 모습
▲ 만들어진 연등을 달아 본 모습

가을불교대생 박철희 님은 "불교대학 다니며 처음 맞는 부처님오신날, 연등을 다는 참뜻은 모르지만 부처님오신날을 위한 쓰임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보살님들과의 봉사로 많은 일들을 하시는구나 새삼 깨닫게 되어 또한 감사한 마음입니다."라고 마음을 표현합니다. 박철희 님은 부지런히 사진을 찍는 리포터에게 사진을 보내 달라 요청합니다. 본인을 불교대로 안내한 누나에게 보내주고 싶다고요. "제가 봉사하는 사진을 누나가 받으면 참 좋아해서요~" 쑥스러운 듯 말하는 박철희 님의 목소리에 불교대로 안내한 누나에 대한 고마움과 누나의 동생을 향한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박철희 님 누님~~~~ 사진 보고 계시죠?

종이에 불어 넣어진 생명, 연등이 익어가는 모습
▲ 종이에 불어 넣어진 생명, 연등이 익어가는 모습

가족의 소망이, 부모를 향한 못다 한 자녀의 사랑이 1년 동안 저 등으로 표현되어 달려있겠지요? 쌀이 ‘米’자인 것은 쌀이 만들어지기까지 농부의 손길이 88번 가기 때문이라는데, 연등이 하나 만들어지기까지 이렇게 많은 손길이 가는 줄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108번의 손길은 훨~~~씬 넘게 갔습니다.

온 가족이 명절을 즐기는 분위기를 오랜만에 법당에서 느꼈습니다. 연잎을 불고, 꼬고, 연등의 틀을 짜고 붙이며 우리들은 더 두터워지는 도반의 정으로 행복했습니다. 연꽃을 닮아 연꽃 같이 살고 싶은 사람들이 만든 연등. 2600년 전 우리 곁에 오셔서 지금은 법으로 늘 함께 하시는 부처님께 연등으로 기쁨과 감사를 담았습니다. 우리는 법을 전하는 정토행자입니다.

김포법당의 4월은 매일매일 부처님 오신 날이었음을 전합니다.

글_유재숙 희망리포터 (일산정토회 김포법당)

전체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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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

ㅎㅎ 박철희 도반 누나입니다. 잘 보았습니다. 부처님 법 만나 감사합니다. 훌륭하신 스승님께 감사합니다. 불법을 전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불법을 받아지닌 동생에게도 감사합니다. 법을 배울 수 있는 김포 법당이 있어 감사하고 함께하는 도반님들 계셔서 든든하고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2016-05-06 14:18:33

박인숙

글을 읽으며 나도 함께 만들고픈 생각이 마구마구 드네요~~~
재숙보살님 왈~ 글을 읽으면 어찌나 힘들게 했는지 눈물 날꺼라 했는데...
모두들 행복해하는 모습에 감동의 눈물이...
보살님들 덕분에 소원성취 잘 이루어질듯해요~~~ 수고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2016-05-04 12:22:27

이상숙

한송이 연등을 ~~~~
첫귀절 읽으면서부터 빵 터졌습니다
유재숙 보살님 언제나 유쾌하시고 즐거움을 주십니다. 그리고 철사모형 만드는 일등 참 힘들듯도 싶은데 어쩜 그리 들 행복하게 작업들을 하시는지 글을 읽고 사진을 보면서 저도 많이 행복했답니다 ~감사합니다 ~김포법당화이팅!

2016-05-04 08:3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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