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광주법당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봄불교대생 최보나 님의 육아수행담

[광주정토회 광주법당]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봄불교대생 최보나 님의 육아수행담

 

가을이 깊어 가는 요즘 새내기 가을불교대생들의 '수행맛보기'가 한창입니다. 수행자로서의 첫 발을 내딛는 이들에게 선배들의 생생한 수행담, 그것도 바로 직속 선배인 봄불교대학 선배의 따끈따끈한 이야기야말로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여기 후배들을 위하여 기꺼이 자신의 이야기를 내어놓은 광주법당 봄불교대생 최보나 님의 수행담을 소개합니다. 지난 일요일 8-6차 백일기도 회향식에서 발표하기도 했답니다(▷2015.11.15 8-6차 백일기도 회향식 스님의 하루 읽으러 가기)

 


8-6차 백일기도 회향식에서 수행담 발표 중인 최보나 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부처님 법을 만나 정토봄불교대학에 입학해 9개월째 수행 중인 최보나입니다.

저는 남편과의 긴 연애 끝에 결혼해서 첫아이를 가졌습니다. 저는 임신한 상태에서도 직장의 과도한 스트레스를 견뎌내고 있었고, 경력을 쌓기 위해 며칠 밤을 세워가며 일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었습니다. 뱃속에서 아이가 많이 힘들었을까요. 첫아이는 뱃속에서 8개월 때 원인 불명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저는 죽은 아이를 배 아파 낳는 경험을 해야 했습니다.

 

첫아이를 그렇게 잃고 나서야 아이를 잉태했을 때 엄마의 몸과 마음이 어떠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지금의 큰 아이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는 저와 남편에게 더 없는 행복이었고, 저는 다니던 직장을 쉬고 이어 둘째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태어난 아이들은 제게 감사하고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뭐든 다 해주려 하였고 잘 키우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육아서적을 읽고, 휴직을 더 길게 가졌습니다. 그렇게 집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며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아이들에게 잘하려고 노력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제 마음은 답답하고 무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내 삶의 중심은 나 자신이었는데 모든 생활을 아이들에게 맞춰야하니 외출 한번, 샤워 한번,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끼니도 제 때 먹지 못할 뿐더러 아이를 업고 식탁에 서서 밥 먹기가 일쑤였습니다. 또 말이 잘 안 통하는 아이들과만 집에서 지내다 보니 퇴근하고 늦게 귀가한 남편을 붙잡고 한참을 떠들어야 겨우 답답한 속이 풀렸습니다. 몸이 아파도 아이들의 밥과 일상을 챙기느라 제대로 누워보지도 못했습니다. 어떤 날은 갑자기 답답증이 몰려와 숨쉬기가 힘들어 창문을 열어놓고 숨을 헉헉’ 대며 쉬어야 숨통이 트일 정도였습니다.

 

어느 순간 제게 아이들과 함께 있는 집이 창살 없는 감옥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요구가 많은 아이들이 힘겹게 느껴지고, 징징대며 울음을 그치지 않을 때는 이성을 잃고 아이의 엉덩이를 불이 나게 때린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내 소중한 아이들을 제 화에 못 이겨 함부로 대했다는 자책감이 들어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매번 화내고 자책하고 원망하는 생활을 다람쥐가 쳇바퀴 돌듯 반복했습니다.

 

이렇게 저의 육아 스트레스가 바닥을 칠 때쯤 매스컴을 통해 알게 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 정토불교대학광고를 듣게 되었습니다. 무언가 제 삶의 돌파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불교대학을 입학하였습니다. 즉문즉설에서 스님께서 질문자들에게 가끔 참회의 절을 하라고 말씀하시는 걸 들으며 그 방법이 궁금했는데 불교대학 과정 중에 수행맛보기를 통해 참회의 절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수행을 하면서 제게 가장 큰 변화는 제 자신을 보게 된 점입니다. 처음에는 육아 우울증에서 벗어나고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작한 수행이었는데, 수행을 하면 할수록 순간 순간의 제 모습이 보여 그렇구나인정하게도 되고, 부끄러워지기도 합니다. 아직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제 삶이 확 바뀌진 않았지만 소소하게 작은 변화들이 있음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예전에는 내 생각에 빠져 듣지 못했던 아이의 목소리나 작은 요구들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두세 번을 불러도 대답을 안하거나 기다리라고만 했던 제가 지금은 아이가 엄마~’ 하고 부르면 바로 대답하고, 아이에게 먼저 눈을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큰 일이 아니면 우선 아이의 요구부터 들어주고 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실수를 해도 예전 같으면 왜 엄마를 힘들게 하냐고화를 냈을텐데 지금은 아이의 마음부터 살펴집니다.

 

특히 큰 애는 유독 예민하고 제 곁에 붙어 자꾸 엄마의 사랑을 확인받으려고 합니다. 그 모습을 보니 제가 어릴적부터 아이의 마음을 잘 받아주지 않고 공감해주지 않았던 것 때문이라 여겨 참회하고 있습니다. 또 아이들에게 너무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나니 있는 그대로의 내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를 그토록 애타게 찾는 아이들이…….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행복임을 깨달았습니다. 진정으로 아이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몸만 같은 시공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과 소통하고 아이에게 편안한 엄마의 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임을 수행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수돗물을 장난감 삼아 콸콸 틀어놓고 놀이하는 아이를 보면 한숨이 나오기도 하고, 깨끗이 정리해 놓은 방에 장난감 바구니를 엎어가며 온갖 폭격을 해대는 아이에게 화날 때도 있지만 그 화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이렇게 수행으로 내 마음을 알아채고 살피는 중에 선배 도반님들께서 천일결사 입재식을 권하셨습니다. 불교대학에 입학해서 무슨 일이든 함께 해보자는 생각이 컸던 차라 부담감 없이 입재식에 참석하였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정토행자들을 보며 이렇게 많은 수행자들이 매일 새벽 5시에 싸악 일어나 기도를 한다고 생각하니 전율이 일었습니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저도 포함되었다는 사실에 뿌듯했습니다. 또 돌아오는 입재식 버스에서 도반들의 나누기를 들으며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수행하는 힘을 얻었습니다.

 

입재식을 계기로 저는 앞으로 100일은 빼먹지 말고 수행정진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밴드에 대문도 열고, 여행을 가도 기도하고, 시댁에 가서 잘 때도 새벽에 일어나 어둠 속에서 기도했습니다.

 

이렇게 기도해서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짜증냈다가 사과하고 다시 노력하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어떤 날은 잘 넘긴 것 같고, 어떤 날은 전혀 수행자답지 못한 모습으로 보낸 날도 있지만 저는 압니다. 이것이 좋은 쪽으로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요. 이제는 소중한 것을 알고 지킬 줄 아는 가운데 넘어지는 것이니 넘어져도 괜찮다 생각합니다. 다시 일어나면 되니까요. 아예 어느 길로 가야할지 몰라 방황하고 나도 모르게 끌려가는 삶을 살았던 지난날과는 다르니까요. 엄마로서 지식은 갖췄으나 지혜가 없던 탓에 저지르지 않아도 될 과오를 저지르며 지냈던 날들....이젠 안녕!!

 

불법 만나 다행입니다. 부처님처럼 훌륭한 분도 평생을 수행자로 지내셨기에, 저 또한 완성이 아닌 되어가는 과정을 행복으로 알고 오늘도 수행정진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깨달음의장을 마친 후 동기들과 함께

 

여리디 여린 소녀 같은 모습이지만 역시 '엄마'라는 이름 앞에서는 한없이 강해지고 한없이 인내하는 큰 힘이 솟나 봅니다. 생생하고 가슴에 와 닿는 수행담을 들려준 최보나 님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세상에 학부모는 있지만 부모는 없는, 서열중심, 물질만능의 사회에서, 내일의 희망인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는 것이야말로 현대사회의 가장 큰 화두이자 숙제입니다. "내가 뿌린 씨앗이 있는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에요. 이제는 자식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마음의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엄마수업에 나오는 스님의 말씀처럼 내면의 나쁜 씨앗을 없애기 위해서는 수행정진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는 각오가 마음 한 켠에서 울림으로 전해져 옵니다. 수행, 보시, 봉사를 실천하는 엄마 수행자들의 모습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은 틀림없이 올바르게 잘 자라 줄 것이라는 굳게 믿으며 '엄마 정토수행자들' 화이팅 입니다!

 

수행담_최보나 _천승현 희망리포터 

전체댓글 3

0/200

정진행

감명깊은 수행담을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2015-11-19 18:53:49

최영미

정토행자 수행자 엄마들이 이렇게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으니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가 보이는듯 합니다. 최보나 님 낭랑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네요..다시 한 번 잘 들었습니다^^

2015-11-19 16:22:50

혜정화

저도 엄마라서 글을 보니 공감되는부분이 많네요^^
더욱더 수행정진 하겠습니다.

2015-11-19 10:39:25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광주법당’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