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서면법당
초발심시변정각, 첫 100일 동안의 수행이야기

[서면정토회 서면법당]

초발심시변정각, 첫 100일 동안의 수행이야기  
저녁 봄불교대학 신규입재자 도반들의 첫 회향

2015년 8월 16일, 부산 제일의 번화가인 서면 지하철역 12번 출구 앞, 후덥지근한 일요일 아침을 밝히는 반갑고 차분한 움직임이 보입니다. 등산 가는 차량들 틈에서 ‘서면정토회’라고 표시된 차에 탑승하고 있는 사람들은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정토회 만일결사 중 제8차 천일결사 5차 회향식과 6차 입재식>에 가는 이들입니다. 

서면정토회는 작년에 개원한 이래 처음으로 버스 2대로 입재식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입재식에 참여하는 예비입재자가 27명, 기존의 천일결사자보다 더 많은 인원수인데 그 대부분이 봄불교대학 학생입니다. 이렇게 뭔가 낯설고 약간 긴장도 흐르는 예비입재자들 사이에 느긋하고 편안한 태도를 보이는 몇 사람이 눈에 띕니다. 지난 4월 26일 8-5차 천일결사 입재식을 한 차례 다녀온 분들로 지난 100일 동안 부지런히 정진하고 첫 회향을 하는 신규입재자들입니다.

▲ 김천실내체육관, 8-6차 입재식


▲ 입재식에 흐뭇하게 몰두한 신규입재자 박현숙, 이승옥, 이정순 보살 

회향(回向)은 자신이 닦은 수행의 공덕을 다른 사람들에게 돌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토회는 기도하는 수행자, 천일결사자가 되려면 단지 입재식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꼭 회향을 하도록 정하고 있는데요, 아쉽게도 처음 입재식에 참여했다가 100일 후 회향하는 사람은 3분의 1 정도라고 합니다. 서면정토회 역시 지난 8-5차에서 19명이 첫 입재를 했으나 이번에 회향한 분은 10명, 그 중에서 회향식에 참여하는 사람이 7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만큼 정진을 꾸준히 이어가며 주기적으로 나의 수행을 점검해보는 일이 쉽지 않은가 봅니다. 그래서 첫 회향식에 참여한 이들에게 ‘나에게 수행이란 어떤 의미인지?’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 입재자를 위한 축원기도에 함께하는 이정순 보살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100일 동안 기도하면 ‘나는 어떤 사람인가’ 하는 내 꼬라지를 알아차리게 된다고 합니다. 그렇게 100일씩 열 번, 천일동안 기도하면 나의 잘못된 업식을 바꿀 수 있다고 합니다. 첫 회향식에 참여한 분들 중 서면법당 저녁 봄불교대생 박현숙, 이승옥, 이정순 세 보살을 만나 지난 첫 번째 100일간의 기도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입재식 공연을 즐기고 있는 이승옥 보살 
 
- 8-5차에 첫입재식에 참여했던 느낌과 이번 회향식에 참여한 소감은 어떤가요? 

박현숙 “예전 스님의 하루에서 입재식 사진을 보고 어떻게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입재식에 참여하면서 함께 기도하는 힘을 느낄 수 있었고, 나도 참여할 수 있다는데 감사함을 느꼈어요. 이번에 회향식은 입재식과 달리 조금 들떠서 지인들을 만나 인사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초심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앞으로 마음을 다잡고 정진해야겠다는 새롭게 다짐했습니다.”


▲ 손잡고 산회가 부르며 입재식은 끝~ 

입재식 이틀 후, 18일 화요일 저녁 불교대학 수업을 마친 세 분을 다시 만났습니다. 여전히 환한 표정을 하고 익숙하게 나누기 원을 만드는 모습을 보니 빙긋 웃음이 나왔습니다. “지난 100일 기도 어떠셨어요?” 하고 시작된 질문에 기도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부터 달라진 마음가짐, 주변 가족의 반응, 100일 기도 후 생긴 궁금증과 앞으로의 기도 과제 등 이야기가 넘쳐났습니다. 

100일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
기도는 오분향례 예불문부터 1시간 동안
빠진 기도는 300배로 채우기
    
박현숙 보살은 지난 100일, 날짜로 따지면 112일의 지난 입재 기간 동안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 정진했다고 합니다. 모두 같이 우와~ 라는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승옥 보살은 기도는 예불문부터 꼬박 1시간을 해야만 하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며칠을 제외하곤 매일 1시간 넘는 정성스러운 기도를 했다고 합니다. 이번 8-6차 입재식에서 법륜스님께서 천일결사 기도방법에 대해 친절하게 말씀해주셨는데, 집에서 하는 기도의 경우는 삼귀의부터 하면 된다는 말씀에 미리 알았더라면 100일 중 며칠 빠진 날엔 108배라도 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습니다. 이정순 보살은 깨달음의장을 가거나 해서 부득이 빠진 날은 다음에 300배 정진으로 채웠다는 말씀을 하셔서 또 한 번 모두 우와~ 라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 분 모두 기도하면서 하기 싫은 마음이 크게 든 건 무릎이 아플 때였다고 합니다. 박현숙 보살은 무릎보호대, 이승옥 보살은 두툼한 이불을 기도 방석으로 쓴다는 나름의 방법을 말했는데요, 연세가 가장 많은 이정순 보살은 처음에는 무릎이 까지고 피가 나서 이대로 계속 기도하겠나 싶었는데, 그냥 계속 꾸준히 하니까 굳은살이 생겨 괜찮아졌고 하여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무릎에 굳은살이 박히듯 108배 정진을 통해 우리 마음에도 굳은살이 단단히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100일간의 기도 나누기 삼매경 

- 이렇게 열심히 기도한 마음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100일 기도하며 달라진 나의 모습은 어떠한지요?

박현숙 “지난 100일 기도 시간은 스님 말씀처럼 진짜 나의 모습을 알아차리는 시간이었어요. 매일 기도하면서 내가 얼마나 고집이 센 사람인지, 숙이는 게 안 되는 사람인지 알 수 있었고, 나란 사람이 이런 사람이구나, 알고 나니 그것만으로도 조금씩 내 안에서 변화가 생기더라고요. 이제 방향을 잡았다 싶고, 기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아직 안되는 게 가족, 엄마한테는 진짜 아직 멀었어요.”

이승옥 “저도 기도하면서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내 꼬라지가 알아차려지더군요. 크게 절실하지도 않았고 그냥 해본다는 마음이었는데, 기도하다보니 스스로 알던 자신과는 좀 다른 진짜 내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주 어릴 때 모습도 살펴봐지고, 나를 알아차려가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제가 40년 이상을 눈을 감고 살아왔다는 걸 기도를 통해 알았는데요, 지금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의 문제는 무엇인지 알고 나니, 오히려 답답한 마음이 들어요.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하나 그런 마음이 있는 거죠.”

이정순 “저에게 백일기도란 한 걸음 한 걸음 부처님 앞으로 다가가는 마음 같아요. 배우고 깨닫는 게 많은 시간이었어요. 기도를 하면서 차분하고 내려놓은 마음이 생기니, 내가 조금 달라지고 내가 달라지니 주변이 달라지는 걸 직접 경험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들 이야기를 좀 하자면, 우리 아들이 회식하고 그러면 정신 못 차리게 술을 진탕 마시고 들어오곤 했거든요. 그러면 저도 잔소리가 팍팍 나가는 거였죠. 그러다가 100일 기도하면서 제 말투와 그 내용 모두 바뀌었어요. 아들이 좀 도와주면 내가 아프지도 않고 힘이 날 것 같다했더니, 정말로 아들의 행동이 따라 바뀌는 거예요. 와~ 신기하다. 이렇게 되는 거구나, 싶었지요.”


▲ 기도에 대한 질문지에 꼼꼼히 글 쓰는 중 

- 이런 이유로 기도 정진을 추천한다 하는 게 있다면? 또 앞으로 내가 기도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게 있다면?

이승옥 “새벽에 기도하면서 개인적으로 많이 부지런해졌습니다. 그리고 기도를 끝내면서 스스로 자랑스럽고 뭘 해도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그런 점에서 기도 추천하구요, 향후 제 기도의 목표는 답답함의 해소입니다. 제 꼬라지는 조금 알았으니 이제부터는 감은 눈을 뜨는 방법을 알기 위해 노력하고 기도 정진해나가려고 합니다.”

오늘 수행 나누기의 결론은 결국 지난 첫 번째 100일이 사실상 기도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100일 기도를 해보니, 이제야 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고, 나라는 사람에게 주어진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또 다시 100일씩 그렇게 꾸준히 정진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 우리는 기도하는 정토행자입니다 

세 분의 첫 100일간 기도 이야기를 듣고 나니, 화엄경의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 : 처음 깨달음의 마음을 내는 그 안에 이미 깨달음이 성취되어 있다는 뜻)이라는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첫 마음 내어 수행의 문을 열고 깨달음으로 한걸음 성큼 뛰어넘은 세 보살의 모습은 정말 멋졌습니다. 눈빛을 반짝이며 신이 나서 수행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니 지난 저의 수행은 어떠했는지 부끄럽게 되돌아보기도 했습니다. 꾸준히 수행하겠다는 의욕만큼, 내 삶을 멋지게 도약시키는 의욕이 달리 있을까 싶습니다. 세 분의 첫 100일이 천일, 만일로 이어지기길 발원합니다.

Posted by 임희경 희망리포터

전체댓글 2

0/200

보리안

마음도 변하는 것인데... 초발심을 유지하려면 수행밖에 없다는 자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첫 입재에서 빠짐없이 기도하셨다니 오래 가실 것 같은 예감. 귀감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보살님~~

2015-09-05 08:15:16

봄선

첫 발심한 분들의 마음이 굳건하여, 끝내 불퇴전의 보살 되시기를 바랍니다..._()_...

2015-09-04 22:10:05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서면법당’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