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양천법당
3살 정아의 친구가 되다
정지화 보살의 봉사 이야기


[양천정토회 양천법당]
3살 정아의 친구가 되다
정지화 보살의 봉사 이야기
 
양천법당 정지화 보살은 직장생활로 바쁜 일상 속에서도 현재 봄경전반 학생이자 담당자로서 경전반을 이끌고 있습니다. 또 양천법당의 크고 작은 일들을 도맡아하는 살림꾼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지만, 봉사를 부담스러워 하는 다른 도반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희망리포터의 끈질긴 설득에 겨우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토행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봉사의 어려움을 극복해낸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다음은 정지화 보살이 직접 쓴 봉사 수행담입니다. 

저는 양천법당 정지화입니다. 정토회에서 제일 힘든 일은 아무래도 “시키면, 예~ 하고 합니다.”라는 봉사일 겁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2014년 봄불교대학에 입학해 보니 스님 법문과 수업은 너무 좋은데 졸업하려면 봉사 40시간을 채워야 한다고 해서 처음에는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한 봉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봉사를 하면 할수록 한계에 부딪히면서 끊임없이 나를 내세우는 자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하기 싫어하는 내 모습, 내 한계를 지켜보면서 그걸 내려놓는 게 수행이라는 걸 나중에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 경전반 입학식에서 도반들과 함께~  앞줄 오른쪽에서 3번째가 정지화 보살님
 
‘내가 누군데. 당신들이 무시할 만한 사람 아니야!’ 
2014년 4월에 세월호 참사가 터진 후 정토회에서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서명 받기 위해 처음으로 거리로 나간 저는 사람들이 귀찮아하고 이상한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 너무나 불편하여 속으로 봉사 시간을 딴 데서 메꾸는 한이 있더라도 다시는 거리로 나서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불교대학 수업에서 나누기를 하던 중 총무님이 울면서 서명운동을 도와달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총무님이 월급 받는 것도 아니면서 왜 울면서까지 서명을 받으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됐습니다. 아무튼 총무님을 도와야겠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다시 거리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2시간 동안 60명 서명을 받았습니다. 그 때 태어나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거절을 당해보았습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습니다. 너무 무서웠고 거절을 3번 정도 당한 후에는 그만 눈물이 났습니다. 속으로는 ‘내가 누군데. 당신들이 무시할 만한 사람 아니야!’라는 생각을 계속 했습니다. 그날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는 온실 속의 화초였습니다. 이후 또 거리로 나갔습니다. 거절당하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이 나온다고 해서 마지못해 나갔습니다. 저는 그 때 유가족의 얼굴을 보고 엄청 충격을 받았습니다. 유가족 어머니의 얼굴에 주근깨도 아닌 새까만 점들이 까맣게 올라와 온 얼굴을 뒤덮고 있었습니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그때부터 저는 자식 가진 같은 엄마가 되어 서명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영등포 신세계 백화점 앞에서 진상규명을 외치며 서명과 참여를 유도하였습니다. 이미 내 자식, 남의 자식이라는 경계는 옅어져 있었습니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닌 그냥 40대 후반의 여자 
JTS 거리 모금은 아직도 어렵습니다. 거리로 처음 나갔을 때 제 돈 만원 넣고 시작해서 8천원을 모금하여 1만8천원을 만들었습니다. 천 원 한 장이 그렇게 소중한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역시나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고 거절당하는 것이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러나 거리 모금을 통하여 저라는 사람은 직장에서의 지위 빼고는 아무 것도 아닌 그냥 40대 후반의 여자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았습니다. 법륜 스님의 말씀대로 JTS 거리 모금은 천원의 소중함, 나를 고집하는 내 아상을 보게 되는 것 등 많은 깨달음을 주지만 여전히 저에게는 극복 대상입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


▲ JTS 거리모금 후 정토불교대학 홍보 활동하는 모습, 현수막 왼쪽 끝을 잡고 있는 정지화 보살

정아 엄마 앞에서 제가 뭘 더 바라고 뭐가 부족하다고 불평을 하겠습니까? 
양천법당에선 매주 일요일 통일 관련 강좌를 열고 있습니다. 어느 날 북한 알기 강좌에서 처음으로 새터민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새터민은 극한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에 상당히 사납고 무서운 사람들일 거라는 막연한 편견이 있었는데 막상 만나보니 조용하고 착한 성품을 지녔고 생활력도 강하고 의리가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새터민도 분명 같은 대한민국의 국민인데 나 스스로가 마음속에 경계를 짓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올 1월에 통일팀장님께서 시각장애인 새터민 모녀를 도와줄 봉사자를 찾는다고 하였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토요일에 1시간 정도 시각장애인 엄마를 대신하여 아이에게 동화책 읽어주기가 봉사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3살 정아(가명)를 알게 되었습니다. 정아 엄마는 7년 전에 탈북한 30대 초반으로 정아를 낳고 아이 아빠는 집을 나가고, 본인은 서서히 눈이 멀어 잘 보이지 않게 됐습니다.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정아 엄마는 최선을 다해서 키우고 있었고 아이 교육에도 열심이었습니다. 저는 조현정 보살과 둘이 격주로 가서 책도 읽어주고 아이랑 놀아주고 옵니다. 정아 엄마는 두 번째 방문 때 본인이 직접 만든 천연비누 세트를 내밀며 아이를 잘 봐 달라고 했고 세 번째 방문 때는 정아를 좀 키워달라고 하였습니다. 얼마나 막막하고 힘이 들었으면 그런 얘기를 했을까요? 저는 법륜스님께서 법문에서 말씀하신 대로 걱정하지 말고 현재를 즐겁게 살고 이것도 인연이니 열심히 같이 해보자고 하였습니다. 정아를 만나는 날이 계속 늘면서 정아네와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어느 날 정아 엄마는 저희에게 감사하다면서 귀리쌀 4킬로그램과 어촌으로 시집간 동생이 보낸 명태 4마리를 주었습니다. 새터민은 못살기 때문에 도와주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분들은 당당하게 살고 있었고 오히려 저희에게 도움을 주었습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부끄럽습니다. 정아와 같이 책도 읽고 놀면서 저는 더 이상 불평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무엇을 불평할 수 있겠습니까? 승진이 좀 늦고 아이가 공부 좀 안하고 이런 것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정아 엄마 앞에서 제가 뭘 더 바라고 뭐가 부족하다고 불평을 하겠습니까? 봉사는 이렇게 저를 변화시키고 있었습니다.


▲ 법당 도반들이 보시한 정아에게 줄 동화책 앞에서 환한 미소 짓는 정지화 보살
 
머릿수 채워주고 빈자리를 채워주는 행자가 되라 
봉사를 하는 김에 정일사(정토를 일구는 사람들) 참석도 해보았습니다. 정일사는 일주일에 1일 이상 2시간 이상 봉사하는 봉사자들의 모임입니다. 정일사 입재식 후 56일간의 300배 정진을 힘들게 마쳤습니다. 회향식 때 저는 300배 정진을 다 했기에 당당하게 법사님께 질문하고 답을 들었습니다. 봉사자로서의 저의 질문이 해결되었습니다. 법사님은 법당에서 총무님을 도와서 머릿수 채워주고 빈자리를 채워주는 행자가 되라고 하였습니다. 봉사를 일로서 생각하면 힘들겠지만 봉사하는 행위야말로 제가 부처님과 법륜스님께 입은 은혜를 갚는 길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제가 과거에 너무 마음이 괴로워 죽고 싶었을 때 우연히 불법을 접하게 되었고 정토회에 들어와서 한 생각 고쳐먹고 이렇게 잘 살고 있습니다. 저의 3년 기도문은 “저는 괜찮습니다.” 입니다. 계속 “저는 괜찮습니다.”라고 생각하고 입으로 외우다보면 무의식에도 새겨지지 않을까요? 정말 저는 다 괜찮고 행복합니다. 특히 봉사를 통하여 저의 기도문처럼 제가 언제나 괜찮은 사람이 된다면 저는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Posted by 서현주 희망리포터

전체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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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식

정지화 보살님이 곧 관세음보살님이네요.
좋은 귀감이 됩니다.
본 받도록 마음을 내겠습니다.

2015-09-07 08:57:30

신숙희

저도 봉사시간때문에 처음으로 영등포 신세계 앞에서 세월호 서명운동 참석했던 기억납니다. 같이 다닌 봄불대부터 지금 경전반까지 모든 것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네요. 보살님과 같이 할 수 있어 저도 지금 여기 있네요. 감사합니다. 우리 쭉~ 함께 가 보아요.

2022-10-16 09:25:59

정지화

보리안 보살님 기억납니다 정말 인터넷은 좋은거네요
이렇게 인사할수 있으니까요~ 좋은 인상가졌다니
다행입니다 매스컴타서 빈그릇운동 등 잘해야할것같아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2015-09-04 22: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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