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5.4 북미동부 순회강연(6) 애틀랜타(Atlanta)
“나에게 무심해진 아내를 어떻게 옛날처럼 되돌릴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2024년 법륜 스님의 해외 순회강연 중 여섯 번째 강연이 미국 동남부 최대 도시인 조지아주 애틀랜타(Atlanta)에서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일찍 일어나 원고 교정을 보고 새벽 5시 20분에 댈러스 포트워스 국제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한용우, 이향희 님이 공항에서 먹을 수 있도록 새벽부터 정성스레 도시락을 싸주었습니다.


원래 새벽 5시 30분에 출발할 예정이었지만 서둘러 10분 일찍 출발했습니다. 경찰차가 고속도로를 통제하고 있어 차가 많이 막혔습니다. 일찍 나오길 잘했습니다.


6시 10분에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댈러스에 머무는 동안 숙소, 식사, 운전을 지원해 준 한용우 님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공항으로 들어갔습니다.

7시가 넘어 수속을 마치고 공항 의자에 앉아 도시락으로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든든히 밥을 먹고 애틀랜타행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8시 15분이 되자 비행기가 이륙을 했습니다.

스님은 틈틈이 비행기 안에서도 원고 교정을 보았습니다. 11시가 되어 애틀랜타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짐을 찾아 나오니 정토회 회원 박하영 님이 스님 일행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짐을 싣고 곧바로 강연장으로 갔습니다. 원래 시간이 빠듯해서 이동 중에 차 안에서 도시락을 먹을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비행기가 일찍 도착하고, 공항에서 하고 있는 공사도 멈춘 덕분에 일찍 강연장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강연이 열리는 곳은 애틀랜타 한인문화회관입니다. 2019년에 이곳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 5년 만에 다시 이곳을 찾았습니다.


강연장에 도착하니 봉사자들이 활기차게 강연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준비해 준 점심 도시락을 먹고 1시 15분부터는 봉사자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각자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대부분 정토회 회원이었지만 10여 명은 일반 시민들도 있었습니다. 자기소개가 끝나고 스님이 정토회는 어떤 활동을 하는 모임인지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인종, 종교, 국적이 무엇이든 관계없이 누구나 다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관점을 가지고 대화하는 것이 즉문즉설 강연입니다. 누구나 본인의 고뇌가 있으면 드러내고 대화를 하면서 고뇌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즉문즉설 강연이 정토회 활동의 기본적인 바탕이 되고 있고요. 그리고 즉문즉설만 듣고는 혼자서 실천이 어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종교에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해서 행복해지는 방법을 배우는 행복학교를 진행합니다. 한 달을 배워보고 좋으면 또 한 달을 하고, 그렇게 졸업한 사람들이 모여서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행복시민모임입니다. 그리고 불교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은 사람은 정토불교대학을 다니면 됩니다.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하면 정토회 회원이 될 수 있어요. 졸업만 하고 그만두어도 괜찮고요. 정토회 회원이 되면 매주 수요일마다 수행법회를 들을 수 있는 권한과 명상수련에 참가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집니다. 깨달음의 장을 갔다 오면 나눔의 장이라는 수련에도 참가할 수 있고, 인도성지순례라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다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정토회는 백 퍼센트 자원봉사자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떤 사람도 월급을 받고 일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상근 활동을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정토회는 수행자들의 모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정토회는 사회실천 활동을 많이 합니다. 우선 ‘에코붓다’를 설립해서 적게 쓰기 운동을 하고 있어요. 즉 소비를 줄이는 운동을 통해 ‘기후 위기 시대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환경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 구호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JTS’를 설립해서 아시아의 많은 나라에서 구호 활동을 하고 있는데, 지금은 시리아 지진피해 지역에 학교를 다시 복구하는 일, 필리핀 민다나오에 원주민 지역과 무슬림 지역에 학교를 세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부탄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하고 있고, 그 외에도 아시아 지역의 많은 나라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평화재단’을 설립해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번주에는 워싱턴 D.C에서 국무성, 국방성 등 여러 정부기관을 찾아가서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보 전문가들과 대화하는 활동을 할 예정입니다. 또 ‘좋은 벗들’을 설립해서 난민을 지원하고 인권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이탈주민, 고려인,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사회에 정착할 수 있게 여러 가지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정토회는 불교를 바탕으로 하는 종교 단체이기는 하지만 종교적인 활동보다는 사람들의 마음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하는 활동과 사회의 정의를 위한 활동을 주로 하는 단체입니다. 그래서 정토회 회원은 기독교 신자라 해도 참여가 가능합니다. 불교를 믿으라고 강요하는 일은 일절 없습니다. 정토회 회원이 되어도 종교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습니다.”

이어서 궁금한 점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 분이 스님의 바쁜 스케줄을 보고 질문했습니다.

너무 무리한 일정인 것 같은데, 스님은 힘이 안 드세요?

“스님의 일정을 보니까 너무 무리한 일정인 것 같은데 힘이 안 드세요? 연세도 많으신데요.”

“건강과 체력이 못 따라갈 때가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지난주에 부탄에 일주일 동안 답사를 다녀왔는데, 해발 3,000미터가 넘는 고산 지대를 무리하게 다녔더니 아직 후유증이 남아 있습니다.

이번에는 전문가들을 모시고 갔는데, 그중에 한 분은 밤나무를 산에 심어서 관리를 하는 분이었어요. 경사가 심해서 자기 농장에 대해서 불만이 많았는데 부탄을 갔다 오더니 ‘부탄에 비하면 우리 농장은 평지에 있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다시는 불평하지 않겠습니다’라고 해서 웃었습니다. 부탄은 그냥 경사가 진 것이 아니라 산이 깎아져서 절벽처럼 되어 있거든요. 보통은 강가에 농지가 있어야 하는데 강가에는 절벽만 있습니다. 산꼭대기는 그래도 완만하니까 사람들이 산꼭대기에 살면서 농사를 지어요. 그러니 물이 엄청나게 많은 나라인데 주민들은 산꼭대기에 사니까 식수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입니다.

그런 곳을 답사하고 다녔더니 지금은 목소리도 잘 안 나옵니다. 특별히 아픈 건 아닙니다. 힘드냐 안 힘드냐는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아요. 제가 부탄을 답사할 때 트럭 뒤에 타고 가니까 ‘왜 트럭 뒤에 타고 갑니까, 힘들지 않습니까?’ 하고 묻길래 ‘산길을 짐 들고 걸어가다가 지나가는 트럭이 태워준다고 해봐라. 얼마나 고마운데’ 하고 대답했습니다. 차 안에 타면 경치가 한 면만 보이는데, 트럭 뒤에 타면 하늘과 산과 모든 것이 다 보입니다. 몸이 털털 거려서 불편한 대신 좋은 점도 많습니다. 차가 있어서 타고 가면 빨리 가서 좋고, 차가 없어서 걸어가면 운동이 되어서 좋아요.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상황에 처해도 사실은 다 좋은 거예요. 늘 좋음을 발견할 줄 알면 몸이 좀 고단해도 웃으면서 살 수 있습니다. 어떤 상황도 늘 부정적으로만 보면 모든 상황에서 불평할 일이 생깁니다. 오늘도 봉사를 하러 와서 ‘스님도 만나고, 사람들을 위해서 봉사도 할 수 있어서 기쁘다’ 이렇게 생각하면 웃으면서 할 수 있지만, ‘4시간 일을 하고도 돈 한 푼 못 받았다’ 이렇게 생각하면 불평불만을 늘어놓게 됩니다. 그러니 자신의 마음을 늘 행복하게 유지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오후 2시부터는 채스넛 패밀리 재단(The Chestnut Family Foundation)에서 스님을 찾아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아내인 테레사(Teresa) 님은 전직 소아과 간호사였고 항상 어린이의 삶을 개선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남편인 벤(Ben) 님은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의 CEO입니다. 두 분은 매년 전 세계의 가난한 어린이들을 돕고 있는데요. 최근 JTS America를 통해 시리아와 필리핀에서 진행되고 있는 JTS의 학교 건축 사업에 많은 기부를 해주고 있습니다. 먼저 스님이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어려운 사람 돕는 일에 지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조금 더 큰 규모로 저희들이 지원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테레사 님은 스님이 부탄을 여러 차례 답사하고 온 내용을 스님의 하루를 통해 보았다며 왜 스님이 후원을 요청하지 않는지 궁금했습니다.

부탄 사업에 어떻게 후원을 해야 할까요?

“스님의 하루를 보니까 부탄을 여러 번 답사하시길래 저희 재단에도 후원을 요청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무 말씀이 없으시더라고요. 그래서 기다렸습니다.”

“요청을 안 했던 이유는 올해는 실험을 하는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항상 먼저 실험해 보고 효과가 있거나 더 필요하다고 입증이 된 것만 요청을 합니다. ‘우리가 어떤 사업을 하고 싶으니까 돈을 투자해 주세요’ 이런 요청은 절대 안 합니다. 인도 수자타아카데미도 몇 년 동안 모델을 만든 후에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도네이션을 받았어요. 필리핀 민다나오에서도 20년 동안 활동을 했습니다. 그런 것처럼 부탄도 올해 시범 사업을 해보고 점검이 먼저 되어야 합니다. 집을 하나 지어줘도 최소 경비로 지으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돈이 적게 들어야 많은 집을 지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집을 고치는 것도 여러 방식으로 고쳐보고, 도로를 보수하는 것과 밭에 울타리를 치는 것도 한 마을씩 먼저 실험해 보려고 해요. 울타리는 이 마을, 도로는 저 마을. 집은 이 마을, 상수도는 저 마을. 농수로는 이 마을, 학교는 저 마을, 이렇게 실험적으로 열몇 군데에 샘플을 만들어 볼 예정입니다. 올해는 시범사업을 해보고, 내년부터는 5년 간에 걸쳐서 한 개의 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생활을 전부 개선해 보려고 합니다
.

JTS는 돈을 많이 후원해 주어도 다 쓰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반드시 JTS의 원칙에 맞게끔 돈을 쓰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돈이 아무리 남아도 원칙에 맞지 않으면 안 씁니다. 예를 들어 부탄에서 집을 리모델링할 때도 동네 주민들이 협력해서 함께 해야 합니다. 군이나 면에서는 기술자를 지원해야 합니다. 이렇게 같이 참여하는 것을 약속하지 않으면 아무리 돈이 있어도 지원하지 않습니다. 대신에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원하는 만큼 지원을 해줍니다.”

“지속가능한 개발이 과연 성공할 수 있는지 의문을 품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지속가능한 개발이 현대 사람들에게 실현 가능성이 높은 건 아닙니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기 때문에 적절한 선에서 멈추게 하는 것이 어렵지 않으냐’ 하고 한국 안에서도 많은 문제제기를 합니다. 제가 부탄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을 하는 이유는 부탄 사람들의 삶이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부탄의 GDP가 3천 불 정도입니다. 최빈국에서 막 벗어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국왕이 국민을 위해 정치를 잘해서 빈부격차가 크지 않습니다. 부탄 곳곳을 다녀보면 5천 불 정도 되는 나라의 생활 수준처럼 보입니다. 구걸하는 사람도 없고 거리도 깔끔합니다.

그래서 JTS에서는 돈을 적게 들이면서 주민 생활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특히 정부가 하지 못하는 부분을 주민들과 함께 하는 방식으로 하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라는 건 없습니다. 지원을 함으로써 주민의 생활이 개선되기 때문에 크게는 구호에 속하죠. 그런데 지속가능한 개발이라고 하는 이유는 인간의 욕망을 부추길 만한 일에는 지원을 안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닭을 열 마리 키운다고 하면 지원을 해주지만, 사료를 사서 먹이는 대형 양계장을 운영하는 데에는 지원을 안 합니다. 생존이 열악한 부분은 지원을 하지만, 개인이 욕망을 갖고 더 잘 살고자 하는 것은 지원하지 않아요. 개인은 욕망을 갖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그건 개인이 알아서 하라는 겁니다. 그런 관점을 갖고 진행하는 지속가능한 개발이기 때문에 실패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어느 나라든 지원을 해보면 정부 입장에서는 국가 발전을 위해서 항상 최신 기계와 최신 시설을 원합니다. 그러면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 건 정부에서 알아서 하세요. 그러나 인간이 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삶의 조건이 안 갖추어진 사람들을 돕는 일에 대해서는 같이 얘기해 봅시다. 그것도 그냥 지원해 주는 게 아니고 반드시 주민이 함께 해야 합니다. 내 집은 내가 고치고, 우리 동네는 우리가 가꾼다는 관점에서 자재가 부족하면 자재를 지원해 주겠습니다.’

이렇게 무엇을 일방적으로 지원해 주지 않으려고 해요. 그러면 사람에게 생기가 안 생깁니다. 사람은 자기가 자기 일을 해야 생기가 생깁니다. 지속가능하다는 것은 꼭 환경문제만 말하는 게 아니에요. 스스로 자립하도록 하는 것도 지속가능한 것에 해당합니다. JTS가 집을 지어줬는데 그걸 자기가 못 고친다면 지속가능한 게 아니에요. 그래서 자기들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곳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집을 지어야 합니다. 외국 단체가 계속 물자를 구입해 주면서 영원히 도와줄 순 없잖아요. 그래서 환경적으로도 지속가능해야 하지만 개인의 삶도 지속가능한 자립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스님이 활동하시는 것을 보고 정말 많이 배웁니다. 그런데 나부터 근검절약이 안 되니까 지원을 하면서도 상대에게 돈을 아껴야 한다는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웃음)

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다음 만남을 기약했습니다.

화장실에 다녀왔다가 바로 스님은 무대 뒤편으로 올라갔습니다. 사전 영상을 보고 사회자가 스님을 무대 앞으로 부르자 강당 가득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무대에 오른 스님이 환한 웃음과 함께 인사말을 했습니다.

“여러분은 법문을 뭐라고 생각해요? 일반적으로 불교 교리를 얘기하거나 불교 경전에 있는 얘기를 하면 그걸 법문이라 말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떤 괴로움이 있는데 서로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그 괴로움이 없어진다면, 그것을 법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불교 교리나 경전에 있는 얘기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고뇌가 사라지면 그것이 법문입니다. 예수님의 말씀, 부처님의 말씀, 공자님의 말씀, 이런 말을 쓰잖아요. 강연이라고 하지 않고 말씀이라고 하는 이유는 대화를 통해서 우리가 가진 의문이 풀리거나 고뇌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남의 얘기를 하지 말고 자기가 가장 힘든 것을 대화의 소재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두 시간 동안 12명이 스님에게 질문하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아내가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에 빠져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어떻게 하면 예전의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을지 질문했습니다.

나에게 무심해진 아내를 어떻게 옛날처럼 되돌릴 수 있을까요?

“저의 큰 즐거움 중의 하나가 직장에 갔다 와서 저녁에 아내와 같이 직장에서 생겼던 일, 사회 이야기, 정치 이야기를 하면서 맥주 한잔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수십 년 동안 잘하던 아내가 요즘에는 말도 잘 안 들어주고, 맥주 안주도 잘 준비해 주지 않고, 또 제가 말하면 토까지 답니다. 그러다가 더 심해지면 제가 술 마시며 이야기하는데 혼자 가버립니다. 가서 뭐 하나 하고 보면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요즘 사는 재미가 없습니다. 아내를 어떻게 하면 옛날처럼 되돌릴 수 있을까요?”

“질문자는 예전보다 돈을 더 많이 벌어요. 적게 벌어요? ”

“지금은 훨씬 더 많이 법니다.”

“그러면 지금 부인은 남편이 없어도 살 만하다는 얘기네요?”

“그렇지요. 부인의 재산을 따로 다 마련해 놓았으니까요.”

“옛날에는 질문자가 없으면 못 살 것 같으니까 듣는 척했고, 지금은 ‘너 없어도 나는 살 수 있다’ 이렇게 어느 정도 자립이 된 겁니다. 그래서 부인도 자기 하고 싶은 것을 하려는 거예요”

“정말 그럴까요? 그럼 곤란한데요…”

“질문자가 부인을 그렇게 도와줬잖아요? 재산도 넘겨주고 이렇게 저렇게 조언도 많이 해주었잖아요. 부탄에 가면 시골까지 모든 지역에서 초등학교부터 영어로 수업을 합니다. 교육을 받은 모든 아이는 영어를 할 줄 압니다. 그리고 부탄에는 시골까지 인터넷이 다 되도록 해 놓았어요. 제가 아주 외진 시골에 학생 열몇 명밖에 안 되는 학교에 가서 필요한 것을 말하라고 했어요. 저는 학생들이 ‘노트 주세요’, ‘볼펜 주세요’, ‘사탕 주세요’, ‘축구공 사 주세요’ 이럴 줄 알았는데, ‘스마트 TV 사 주세요’ 하고 대답했습니다. 조금 더 큰 읍내 학교에서는 스마트 보드를 사 달래요. 그래서 제가 스마트 보드가 뭐냐고 물어봤어요. 저도 그게 무엇인지 몰랐거든요. 그럴 정도로 10학년까지 의무교육이 정말 잘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심각한 부작용이 생겼어요. 교육받은 청년들이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살려고 하지 않아요. 그래서 시골에는 농사지을 사람이 없습니다. 부탄 정부 역시 이렇게 교육받은 청년들이 일할 만한 일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는 형편이 안 돼요. 우리는 영어를 못하니까 유튜브를 봐도 그림만 보잖아요. 그런데 부탄의 청년들은 영어가 되니까 유튜브를 보고 많은 것을 알게 되어서 전부 다 외국으로 가려고 합니다. 특히 호주에서 이민자들을 많이 받아 주니까 너도나도 다 호주로 갑니다. 제가 20대 젊은 공무원에게 물어봤더니, 자기 친구 중에 몇 명 안 남고 다 외국으로 갔다고 해요. 교육해 놓으면 모두 밖으로 나가고, 그렇다고 교육을 안 하면 계속 낙후된 상태로 살아야 하고, 부탄은 지금 딜레마에 빠졌어요.

그것처럼 질문자도 지금 딜레마에 빠진 겁니다. 부인을 자립시켜 놓으니까 알아서 살려고 하고, 그렇다고 자립을 안 시키면 부인이 능력이 없어 같이 사는 재미가 없고요. 질문자와 대화도 하고 같이 뭔가 하려면 부인이 좀 똑똑해야 하잖아요?”

“네, 똑똑해야죠.”

“그동안 술 마셔 가면서 정치 얘기도 하고, 온갖 사회 얘기를 해서 부인도 좀 똑똑해진 겁니다. 질문자가 돈도 벌어 넘겨줘서 재정도 어느 정도 자립이 되었지요. 그리고 법륜스님 즉문즉설을 자꾸 들으니까 스님이 ‘네가 네 인생의 주인이 되어라!’라고 하지요. (웃음)

예전에는 남편이 제일 똑똑한 줄 알고 숙이고 살았는데, 이제 나이가 육십이 넘어가니까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겁니다. 좋은 현상이에요? 나쁜 현상이에요? 질문자만 나쁜 현상이라고 하고, 다른 사람들은 다 좋은 현상이라고 해요. 그러니 이제 질문자도 생각을 바꿔야 해요.

부탄도 원래 왕조 사회였는데 국민이 반왕정 데모를 하기 전에 왕이 스스로 권력을 내놓고 입헌 군주제로 바꿨거든요. 권력을 다 의회에 넘겨줬는데도 국민은 더 왕을 사랑하고 좋아해요. 질문자도 저녁마다 집에서 술 마시는 것도 이제 그만하고, 또 술을 마시더라도 자기 얘기만 하지 말고 부인의 얘기도 좀 들어주어야 합니다. 법륜스님 즉문즉설을 들으면 어떤지 그 얘기도 좀 들어주세요.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옛날처럼 생각하면 이사 갈 때 질문자를 두고 가는 일이 생겨요. (웃음)

그러니 질문자가 조금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옛날에는 그랬는데...’ 하는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한국에서는 ‘꼰대’라고 그래요. 이제 옛날 얘기는 그만하고 변화된 시대에 맞춰서 부인의 이야기도 들어주고, 질문자가 밥도 해주고, 설거지도 해야 합니다.”

“제가 밥은 잘합니다. 설거지도 잘하고요.”

“다행이에요. 한발 더 나아가서 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존중해 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부인들도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이제 부인들에게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남편이 내 남자예요? 아들이 내 남자예요?”

“남편이요.”

“그런데 대부분의 부인들이 남편은 내 남자가 아니고 내가 낳아 키운 아들을 내 남자로 생각해요. 그래서 아들에게 훨씬 더 많은 정성을 기울입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서 아들이 크면 그때부터 아들은 절대로 내 남자가 아니지요. 다른 여자의 남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다른 여자의 남자에게 너무 공들이지 마세요. 아무리 젊고 좋아도 내 남자가 아니고 남의 남자입니다. 조금 늙고 못생겨도 지금 옆에 있는 남편이 내 남자니까 내 걸 확실히 챙겨야 합니다.

평균적으로 한국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4살 정도 나이가 많은 상태로 결혼을 합니다. 그런데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6살 정도 더 깁니다. 이걸 일반화해서 보면 평균적으로 부부지간에 여성이 남성보다 10년 정도 더 오래 산다고 볼 수 있어요. 제가 얼마 전에 노인들 170여 분을 모시고 노인잔치를 했습니다. 노인잔치에 가보면 대부분 여성이 90퍼센트를 차지합니다. 시골에서 할머니들이 하는 한결같은 얘기가 ‘늙어서 영감 일찍 죽는 것보다 더 큰 복은 없다’ 하는 겁니다. (웃음)

노인정에 가봐도 영감들은 푸대접을 받습니다. 왜냐하면 할머니들끼리 모임을 하면 부엌에서 같이 음식을 만들고, 상도 하나를 차려서 같이 먹지 않습니까? 그런데 영감이 오면 따로 차려 주어야 하고, 설거지도 해줘야 합니다. 만약 시어머니를 모신다면 잔소리하는 문제는 조금 있지만, 밥도 해주고 설거지도 해주고 손자도 봐주는 역할을 하잖아요. 하지만 홀로 된 시아버지를 모신다면 밥상도 차려줘야 하고, 잠자리도 봐줘야 해서 일이 아주 많아요. 만약 부인이 사별하든 이별을 하든 헤어져서 남자가 혼자 있게 되었다면, 돌봐 줄 사람 중에 부인보다 더 나은 사람을 찾을 수 없습니다. 자녀에게 아무리 많은 재산을 물려줘도 노인이 되거나 병이 났을 때 자녀가 보살피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니 남자들은 부인보다 먼저 죽는 걸 복이라고 생각해야 해요. 지금 부인한테 잘해야 내가 숨넘어갈 때까지 그래도 밥이라도 제대로 얻어먹고, 똥오줌 싸더라도 제대로 씻겨 주고 보살펴 줍니다.

나이가 들면 여자는 내 남편 보살피는 게 중요하고, 남자는 내 부인 보살피는 게 큰 투자입니다. 다른 사람한테 한눈을 팔면 안 돼요. 이런 걸 알고 서로를 아껴야 합니다. 스님이 뭐 결혼도 안 해보고 어떻게 아냐고 하실 수 있어요. 저는 시골에 있으면서 노인들을 늘 모시고 살기 때문에 노인들과 대화를 많이 합니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재미있어요. 옛날에 한국 같은 경우 부모가 보통은 60세 정도에 돌아가시기 때문에 내가 부모를 20년 모시고, 다시 내 아들이 나를 한 20년 모시고, 그러다 죽으면 또 다음 세대가 20년 모시고, 이렇게 내가 모신만큼 내가 대우를 받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평균 연령이 80세까지 늘어나서 지금 부모를 모시는 사람들은 40년을 모셔야 합니다. 그런데 자녀 수는 확 줄어서 현실적으로 부모를 모실 수 없는 조건이 되었습니다. 지금 제 친구들을 보면 나이 70이 되어서도 90이 된 부모를 모시고 삽니다. 나이 70이면 노인이잖아요. 노인이 노인을 모시는 겁니다.

그래서 이제는 자녀들이 돌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가 낳은 자녀들에게 실망하고 섭섭해지기 쉽습니다. 이제는 자녀에게 의지하지 말고 부부끼리 서로 협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금부터 남자들은 젊을 때 돈 좀 벌었다고 너무 큰소리치지 말고, 뻣뻣한 고개를 좀 숙이고 보들보들해져야 명대로 살 수 있어요. 안 그러면 명대로 살기 어렵습니다.” (웃음)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자기 합리화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구분하는 기준이 궁금합니다.

  • 4년 전 돌아가신 엄마가 점점 잊히고 있습니다. 이렇게 죄책감 없이 살아가도 될까요?

  • 인생의 오르막과 내리막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직장생활에서 평가와 남의 시선을 늘 의식하고 미리 걱정을 자주 합니다.

  • 나의 부정적이고 불안한 심리 상태를 아이들에게 전해주지 않고,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는 방법이 있을까요?

  • 불법을 널리 전하고 싶지만, 나의 어리석음만을 자주 깨닫게 되는데,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 회사 업무로 인해 번아웃이 왔습니다. 행복도가 점점 낮아지는 제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 과중한 업무로 시달리는 남편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 아내와의 공감이 제일 어렵습니다. 원인이 무엇일까요?

  • 직장에서 문화 차이, 인종 차별 등 각종 갈등을 해결하는 방안은 무엇인가요?

  • 잘 키우고 싶은 욕심으로 아이를 양육한 것에 대해 후회가 됩니다. 은퇴 이후에도 어떻게 하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을까요?

더 질문을 받고 싶었지만 애틀랜타 공항에서 공사를 한다고 해서 세 시간 전에 공항에 가야 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아쉽지만 내년을 기약하며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했습니다.

“우리 남편이 내가 보기에만 부족하지, 다른 사람이 보면 다 괜찮은 남자입니다. 우리 부인을 다른 사람이 보면 다 괜찮다고 해요. 나의 기대가 커서 그렇지 다 괜찮습니다. 만약 남편이 나한테 불만을 말하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해야 될까요? 남편이 나한테 부족하다고 불만을 말하면 여러분들은 남편이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하기가 쉬운데 그렇지 않습니다. 남편이 나를 너무 좋게 생각하는 겁니다. 나를 너무 과대평가해서 지금 나한테 불만을 얘기하는 거예요. 그럴 때는 ‘여보, 감사합니다’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뭐가 감사해?’ 하고 물으면 ‘저를 너무 높이 평가해 줘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대답하는 거예요. 그러면 서로 웃으면서 싸움을 멈출 수가 있습니다. 불만을 토로하는 이유는 상대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완벽한 사람이 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힘든 거예요. 일도 잘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도 안 주고, 그렇게 사는 사람은 이 세상에 별로 없어요. 그런 걸 결벽증이라고 합니다. 조금 심하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해요. 조금 부족한 게 있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나가 버린 걸 갖고 자꾸 생각하는 건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큰 박수와 함께 강연을 마쳤습니다. 곧바로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책 사인회가 끝나자 스님은 곧바로 짐을 싸서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공항에서 공사를 하고 있어서 혹시 차가 막힐까 봐 서둘렀습니다.

“수고했어요!”

공항에 도착해 수하물을 부치고 공항 한쪽에서 저녁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공항에서 잠시 대기했다가 밤 9시에 워싱턴 D.C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비행기에 앉은 스님은 곧 단잠에 들었습니다.


컴컴한 밤이 되어 워싱턴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워싱턴 정토회관에 도착하니 밤 12시가 다 되었습니다.


내일은 워싱턴 D.C 근교인 버지니아주에서 미국의 안보 전문가와 미팅을 하고, 한국 교민들을 위한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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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근

감사합니다

2024-05-14 06:17:53

임영현

부탄 사업에 대한 스님의 관점과 우리의 고뇌가 사라지면 그것이 법문이다 라는 말씀과 아내에게 귀를 좀 더 기울어 듣는 자세가 필요함을 알게 되는 소중한 법문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2024-05-09 19:22:49

월광 유애경

스님의 하루팀분들 영상팀분들 스님 강연을 쥬비해 주시고 참가하신모든분들 참 고맙습니다.
덕분에 행복합니다.

2024-05-09 16: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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