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5.1 북미동부 순회강연(3) 뉴저지(New Jersey)
“회사 동료가 내 성과를 가로채면 억울한 마음이 듭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2024년 법륜 스님의 해외 순회강연 중 세 번째 강연이 미국 동부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뉴저지(New Jersey) 주에서 열렸습니다.

어젯밤 10시에 수행법회 생방송을 마치고 보스턴을 출발한 스님은 새벽 2시에 뉴욕으로 돌아왔습니다. 잠시 눈을 붙인 후 새벽 기도와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고 오전에는 숙소에서 업무를 보았습니다.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에는 휴식을 했습니다. 지난주에 부탄을 답사하는 일정이 무리가 되었는지 몸 상태가 계속 좋지 않았습니다.

“아플 시간이 생기니까 아프네요. 그동안 아플 시간이 없었나 봐요.”

휴식을 한 후 오후 5시에 강연장으로 향했습니다. 차로 한 시간을 달려 오늘 강연이 열리는 뉴저지 파인플라자에 도착했습니다.



강연장에 도착한 후 자원봉사자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곳곳에서 많은 봉사자들이 참가자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강연 전에 한쪽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저녁 7시에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을 소개하는 영상이 끝나고 스님이 무대로 걸어 나오자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스님이 환한 웃음과 함께 인사말을 했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부탄을 다녀온 소식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저는 지난 한 주 동안 부탄에 있었습니다. 부탄은 인도와 중국 사이에 끼어있는 내륙 국가입니다. 중국과 국경을 접한 북쪽은 히말라야 산맥의 봉우리들이 뻗어있으며 남쪽 지방은 아열대 평원입니다. 면적은 대략 대한민국의 40% 정도 되는 작은 나라인데, 완전히 산으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인구는 80만 명 정도로 아주 적습니다. 부탄은 전 세계에서 탄소배출 제로인 세 개 나라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자연이 잘 보존된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측정 방법에 따라 다르겠지만 세계에서 국민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라고 합니다.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부탄을 구석구석 다녀본 소회로는 부탄에 사는 사람들이 아주 행복해한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다른 빈곤국에 비해서 빈부격차가 매우 적어 보였습니다. 거지는 아예 찾아볼 수 없었고, 도로나 거리 주변이 아주 깨끗하고 전통을 잘 지키고 있었습니다.

적게 소비하고도 행복하게 사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

부탄의 4대 왕이 처음으로 ‘국민총행복 지수’라는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어떤 투자를 할 때 올림픽을 유치하거나 박람회를 개최하면서 주로 경제 성장 유발효과가 얼마인가를 계산합니다. 돈을 100만 불을 투자했는데 경제 성장 효과가 300만 불이었다는 식입니다. 그런데 부탄의 4대 왕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돈으로 계산하느냐, 인간의 삶은 행복으로 계산해야 한다’ 하고 문제를 제기한 겁니다. 그래서 투자를 통해서 주민들이 얼마나 더 행복해졌는지를 측정하는 것이 ‘국민총행복 지수(GNH, Gross National Happiness)’입니다. 국민총행복 지수는 비록 부탄이라는 조그만 나라에서 제기한 것이지만 국제사회에 영향을 줘서 이제는 유엔에서도 ‘국민총행복 지수’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전 수상 자신다 아던(Jacinda Ardern)도 행복을 국가 정책의 목표로 채택한 바 있고, 노르웨이와 핀란드에서도 투자를 하는 평가 기준을 국민총행복 지수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국민총행복 지수를 도입하는 시작점에 있는 나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눈만 뜨면 ‘돈돈돈’ 하고 있죠. 부탄도 구석구석 돌아보니까 그곳 사람들도 ‘돈돈돈’ 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부탄의 행복지수가 많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유를 살펴보니까, 첫째, 초등학교 때부터 모든 학교 수업을 영어로 진행해서 대부분의 청년들이 영어를 할 줄 알고, 둘째,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전기가 들어와서 스마트폰으로 전화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영어를 할 줄 아니까 산골짜기에 살더라도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의 소식을 접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 외국의 물이 자연히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전부 외국으로 나가려는 바람이 불고 있었어요. 특히 호주에서 구인을 많이 하니까 호주로 가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공무원이 된 청년이 얘기하기를 자신의 친구들은 다 외국으로 나가고 자기만 국내에 있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골에는 젊은이가 없고 노인들만 있는 현상이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 바 없었습니다.

제가 부탄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기후 위기 시대에 사람이 적게 소비하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모델을 하나 만들어 보기 위해서입니다. 처음에는 한국에 있는 한 개의 군을 선정해서 만들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탄소배출 제로가 되려면 소비를 많이 줄여야 합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소비 수준을 줄이자고 하면 반대가 많겠죠. 더 늘리지는 못할망정 줄이자고 하니 반대가 더 많아서 우리나라에서는 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부탄은 1인당 GDP가 3,000불 정도 수준이라 소비 수준을 약간 높여도 탄소배출 제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극빈층은 생활을 좀 개선해 주되 그 이상은 개발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한 개의 주를 표본으로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나중에 여러분이 그 동네에 구경하러 가서 한 번 살아보았을 때 ‘조금 불편하지만 살만하다’ 하는 수준이 되도록 지속가능한 개발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보려고 해요. 부탄은 일단 공기가 깨끗하고 물이 맑고 자연환경이 수려합니다. 그래서 집안 환경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이 정도면 사람이 살 만하다’ 하는 그런 삶의 모델을 부탄에서 한번 만들어 보려고 해요.

아무런 걸림 없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앞으로 환경오염이 더 심해져서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호흡기 질환으로 매일 몇만 명이 죽었다는 뉴스가 보도되고, 기후 위기가 닥쳐서 홍수, 가뭄, 불이 자주 나서 사람이 살지 못하는 세상이 되면, 그때는 관심을 가질 겁니다. 그래서 100년 뒤를 내다보고 지금 부탄 정부와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현재 먹고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약 미래에 어떤 어려움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하면 인류가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얘기를 하니까 어떤 분이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스님이 이렇게 준비해 두었는데 기후 변화가 심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려고 합니까?’

기후변화가 심하지 않으면 좋은 일입니다. 만약 기후변화가 심해져서 사람이 못 살겠다고 하면 준비해 놓은 일이 빛이 나니 좋은 일이니다. 이처럼 수행이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관점을 갖는 것입니다. 갑자기 남편이 죽어서 힘들다면 그것은 수행자가 아닙니다. ‘남편이 살아도 좋고, 죽어도 좋다’ 이래야 좋은 인생이에요. 왜 그럴까요? 남편이 살아있으면 같이 살아서 좋고, 남편이 죽으면 결혼 한 번 더 해서 좋잖아요. 애인과 헤어지면 그게 슬픔이 아니에요. 같이 있으면 같이 있어서 좋고, 떠나면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좋은 거예요. 그래서 나를 떠나는 애인에게는 ‘자리를 비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인사해야 합니다.

수행은 있으면 있어서 좋고, 없으면 없어서 좋다는 관점을 갖는 것입니다. 실제로 여러분의 삶 속에는 있어서 좋고 없어서 좋은 게 많이 있습니다. 시어머니가 있어서 좋다는 사람도 있지만, 시어머니가 있어서 괴로운 사람도 있잖아요. 있어서 좋은 것이 없어지면 괴로움이 생기고, 없어서 좋은 것이 계속 있으면 괴로움이 생깁니다. 그런데 관점을 바꾸어서 ‘있는 건 있어서 좋고, 없는 것은 없어서 좋다’ 하는 관점을 가지면 세상에 아무런 걸림이 없어집니다. 걸림이 없는 것을 해탈이라고 하고, 괴로움이 없는 것을 열반이라고 합니다. 수행의 목표는 해탈과 열반입니다.

아무리 많은 일이 일어나도 이러면 이래서 좋고, 저러면 저래서 좋다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대박이고 저렇게 되면 쪽박이라는 관점을 가지면 항상 대박인 쪽으로 되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늘 조마조마한 마음이 드는 겁니다. 대박이 있고 쪽박이 있으면 대박 나게 해달라고 빌어야 합니다. 부처님한테 빌든 하느님한테 빌든 누구한테 계속 날 좀 봐달라고 빌어야 해요. 하지만 수행자는 빌 일이 없습니다. 이러면 이래서 좋고, 저러면 저래서 좋기 때문입니다. 차가 오면 빨리 가서 좋고, 차가 안 오면 걸어가니까 운동이 되어서 좋은 거예요. 제가 부탄에서 트럭 뒤에 타고 가니까 일행 중의 한 명이 ‘스님, 트럭 뒤에 타고 가니까 힘들지 않습니까?’ 하고 물었어요. 그래서 제가 ‘걸어가는 것보다는 안 힘들다’ 하고 대답했어요. 짐을 짊어지고 걸어가는데 지나가는 트럭이 태워주면 기분이 엄청나게 좋습니다. 그리고 차 안에 타면 창밖으로 보이는 경치만 보는데 트럭 뒤에 타고 가면 깊은 산속의 경치가 다 보입니다. 좀 털털거리는 것과 먼지 나는 것 빼놓고 다 좋거든요. ‘자리가 있어서 안에 타면 편해서 좋고, 자리가 없어서 뒤에 타면 경치가 보여서 좋다’ 이렇게 관점을 잡으면 인생살이에 걸림이 없어집니다. 즉문즉설에서 여러분이 하는 얘기도 들어보면 ‘이게 있어서 죽겠어요’ 하거나 ‘이게 없어서 죽겠어요’ 하거나, 딱 두 가지 얘기밖에 안 합니다. 오늘도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한 번 들어봅시다.” (웃음)

이어서 질문을 신청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질문을 신청했지만 두 시간 동안 일곱 명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회사에서 일을 할 때 내 성과를 가로채서 억울한 마음이 든다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회사 동료가 내 성과를 가로채면 억울한 마음이 듭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 관계로 인해 많이 무너진 자존감을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는지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 때문에 자존감이 무너졌어요?”

“회사에서도 그렇고, 제가 하는 개인 사업에서도 그렇고, 억울한 일이 많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억울해요?”

“회사에서는 제가 한 일을 다른 동료가 했다고 성과를 가로챌 때가 있습니다. 제가 하는 장사에서는 건물 주인이 굉장히 고약하게 저를 괴롭힙니다.”

“내가 성과를 냈는데 그 성과를 상사나 동료가 가져갈 수도 있는 것이 세상일 아니에요? 그래서 세상에서는 온갖 복잡한 일이 생기는 겁니다.”

“잘못된 일에 대해서 저와 관련도 없는데 억울하게 제가 책임져야 하는 일을 당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일을 몇 년간 겪다 보니 자존감이 낮아지고 대인기피증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죠. 학교 다닐 때를 기억해 보면 A라는 애가 잘못을 했는데 선생님이 오해를 해서 B가 잘못했다고 엄청나게 야단칠 때도 있잖아요? 형제간에 싸웠는데 형이 동생하고 싸운다고 형을 엄청나게 야단칠 때도 있고, 때로는 동생이 형한테 대든다고 동생을 엄청나게 야단칠 때도 있고요. 그래서 나중에 어린 시절 얘기를 할 때 ‘형만 예뻐했다’, ‘동생만 예뻐했다’, ‘누나만 예뻐했다’ 하면서 부모에 대한 원망을 표현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부모한테 물어보면 기억도 못 합니다. 부모는 그냥 어떤 경우는 동생을 나무랐다가, 어떤 경우는 형을 나무랐다가, 그날그날 자기 성질대로 행동한 거예요.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반 애들이 제기를 차다가 제기가 학교 지붕 위에 올라갔어요. 애들이 장대를 가져와서 제기를 내리려고 하다가 기왓장을 깨트렸습니다. 저는 애들하고 제기를 차지도 않았고, 거기 있지도 않았는데, 단지 반장이라는 이유로 선생님이 앞으로 나오라고 해서 4대를 맞았거든요. 너무 억울해서 일기장에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하고 써놨습니다. ‘나중에 컸을 때 이 일이 별일 아니라고 말하면 안 된다’ 하고 스스로 다짐한다는 단서까지 붙여 놓았어요. 그런데 지금 그 선생님을 찾아가서 이런 얘기를 하면 선생님이 기억이나 할까요? 기억도 못 할 거예요. 이게 인생이에요. 살다 보면 가끔은 의도하지 않은 이런 일들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는 피해자는 많은데 가해자는 별로 없어요. 왜냐하면 인간의 심리가 그렇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부부가 아침에 말다툼을 했다고 합시다. 한 사람은 직장에 출근해서 이 일 저 일 하다가 싸운 것을 잊어버렸어요. 그런데 다른 한 사람은 하루 종일 아침에 싸운 것을 생각합니다. 생각할수록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이 인간이 퇴근하고 들어와서 나한테 사과를 안 하면 안 살겠다’ 하고 잔뜩 결심을 했는데, 퇴근하고 들어온 사람이 아무 일도 없는 듯이 행동했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얄밉겠어요. 그래서 더 크게 문제제기를 하면 상대는 그게 언제 적 얘기인데 아직까지 그걸 갖고 그러냐고 성질을 냅니다. 이렇게 싸움이 점점 확대가 되는 거예요. 이게 인생사입니다.

내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분하지만, 실제로 억울하고 분할만한 일은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 자기가 잘못한 것은 자기가 책임지게 됩니다. 하지만 한 30% 정도는 자기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덤터기를 쓸 때도 있고, 내가 잘못해 놓고도 요행히 피해 갈 때도 있습니다. 어릴 때 내가 잘못했는데 형이 야단을 맞는다거나 그럴 때도 있잖아요. 세상이란 것이 그렇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을 계속 억울하다고 생각하면 질문자가 말한 것처럼 스스로 자존감이 떨어집니다. 그건 질문자가 세상의 원리를 몰라서 그렇습니다. 만약에 이 회사가 유독 그렇다면 회사를 그만둬야 되고, 내가 이런 것을 민감하게 받아들인다면 질문자가 관점을 바꾸는 게 필요합니다.”

“그래서 회사를 옮겼습니다. 그런데 제가 민감한 것 같습니다.”


“두 가지가 다 작용하는 겁니다. 회사가 유독 심한 경우도 있고, 내가 민감한 경우도 있고요. 여러분들이 부모님과 대화를 한 번 해보세요. 어렸을 때 야단맞은 것에 대해 엄마하고 한 번 얘기를 해보면, 엄마가 ‘그때 네가 야단을 맞고 상처를 입었구나’ 이렇게 얘기할까요? 보통은 ‘쓸데없는 소리 한다. 내가 언제 그랬어?’ 이렇게 말하면서 기억도 못 합니다. 부모는 기억도 못하는데 아이들은 엄마나 아빠한테 야단을 맞고 한이 맺혀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자식이 나 때문에 상처 입었다는 생각을 안 하죠. 자녀가 상처 입었다고 얘기하면, 부모는 ‘다 너 잘 되라고 얘기했지, 못 되라고 얘기했겠냐!” 이렇게 대답하기가 쉬운데,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됩니다. 자녀가 문제 제기를 하면 이렇게 얘기하면서 마음을 풀어줘야 돼요.

‘그것 때문에 네가 상처를 입었구나. 다른 얘기도 한번 해봐라. 어떤 것 때문에 마음이 아팠니?’

그런데 자식 입장에서는 부모가 이렇게 마음을 풀어주길 기대하면 안 됩니다. 부모는 어릴 때 자식을 야단친 것에 대해 아무 문제의식이 없거든요. 여러분들이 문제 제기를 하면 100% 답이 정해져 있습니다. 기억을 못 하거나 ‘너 잘 되라고 했다’ 거나요. 그래서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는 많은 거예요. 인간의 심리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처럼 질문자는 피해 의식이 많은데 가해자는 피해를 줬다는 생각이 별로 없습니다. 원수를 갚으려는데 갚을 대상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부처님은 원수를 원수로 갚지 말라고 하셨고,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사랑하라는 말이 좋아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내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원한이 맺혀 있지만 그 사람 입장에서 보면 아무 일도 아니라는 거예요. 내가 지은 원인과 인과 관계를 알면, 원망하거나 미워할 일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인과 관계를 모르기 때문에 늘 미워하고 원망하고 한을 갖고 삽니다. 그래봐야 자기 손해예요. 세상이란 게 그렇습니다.

이런 세상이 싫으면 괴로움이 없는 천국이나 극락에 가기를 바라게 되는데, 막상 가보면 다 실망하고 도로 나올 거예요. 노래방도 없고 술집도 없으니까 심심해서 못 살겠다고 할 겁니다.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미국을 천국처럼 생각하고 미국만 가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안 가봤을 때 얘기예요. 미국에 와서 살고 있는 여러분은 어때요? 실제로 살아보니 천국이에요?”

“아니요.”


“천국은 따로 없습니다. 내가 긍정적인 마음을 내서 사는 곳이 천국입니다. 이사를 간다고 해결되지 않아요. 한국에서 미국 간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미국에서 한국 돌아간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캐나다로 간다고 해결되지도 않아요. 그러니 회사를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질문자가 민감한 것이기 때문에 정도의 차이만 있지, 새 회사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관점을 크게 바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세상에는 특별히 좋은 사람도 없고, 특별히 나쁜 사람도 없습니다. 가끔 정신 이상으로 악독한 사람이 있기는 있지만요. 질문자도 회사를 바꿔 봐야 큰 차이가 없어요. 관점을 바꾸고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 돈을 잘 버는 친구들을 보면 열등감이 느껴집니다. 어떻게 하면 열등감을 안 느끼고 살 수 있을까요?

  • 80세인데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아직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걸 알지만 한편으로는 욕심을 내려놓기가 싫습니다.

  • 고독 속에서도 혼자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 아버지와 정치적 견해가 달라서 서로 대화가 어렵습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건설적인 대화를 할 수 있을까요?

  • ‘공’ 사상과 물질세계와의 상관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어느덧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참석한 대중을 위해 다시 한번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불교학 박사가 되어 불교에 관해서는 뭐든지 다 아는 교수가 되었다고 합시다. 이 사람도 부인이 바람피우면 성질이 날까요? 안 날까요?”

“성질이 납니다.”

“불교를 지식적으로 많이 아는 것은 그냥 자연과학이나 생물, 역사에 관해 많이 아는 것처럼 하나의 지식일 뿐입니다. 이것은 철학으로써의 불교라고는 할 수 있지만 수행으로써의 불교는 아니에요. 수행으로서의 불교는 내가 돈을 잃어버렸을 때나 남한테 한 대 맞았을 때 또는 억울한 소리를 들었을 때도 원망과 슬픔에 빠지지 않고 늘 자기중심을 지키고 사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것은 누구나 다 가능해요. 여기에는 지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믿음도 필요하지 않아요. 올바른 관점만 있으면 됩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알면 괴로울 일이 없다

이 물건이 내 것이라고 하면 잃어버렸을 때 섭섭하겠죠? 그때 섭섭해하는 것이 아니라 내 것이라고 할 것이 없는 이치를 아는 것이 수행입니다. 여러분은 ‘돈을 주고 샀으니 내 것이에요’라고 말합니다. 옛날에는 사람도 돈 주고 샀잖아요. 그렇다면 사람을 돈 주고 사면 내 것이 됩니까? 제가 만약 아프리카에 가서 가난한 사람에게 10만 불을 주고 그 집 아이를 사 왔다고 합시다. 그 아이가 내 것이라고 인정이 될까요? 안 됩니다. 또 여러분들은 ‘내가 만들었으니 내 것입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럼 현대 자동차에서 만든 차들은 다 노동자들이 만들었으니 노동자들의 것이겠네요. 우리는 ‘선물 받아서 내 것이다’, ‘내가 만들어서 내 것이다’, ‘내가 사서 내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지만 잘 살펴보면 사실은 내 것이라는 한 생각이 잠깐 일어났을 뿐이지 내 것이라고 할 만한 것은 본래 없습니다.

제가 이 컵을 가지고 있다가 A라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드렸어요. 그분이 좀 쓰다가 B라는 사람에게 주었을 때 B는 이 컵이 스님 컵이라고 생각할까요? A의 컵이라고 생각할까요?”

“A의 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다 생각일 뿐입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확연히 알게 되면 참는 것이 아니라 괴로울 일이 없게 됩니다. 첫째, 이런 이치를 올바르게 알아야 하고, 둘째, 경험해야 합니다. 의식은 알아도 과거에 그렇게 알아 온 습관이 남아 있어 순간적으로 습관대로 작용을 해버려요. 이런 정신작용을 알고 연습해서 일상에서도 적용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나도 모르게 화를 벌컥 냈더라도 금방 ‘내가 집착했구나’ 하고 알고, 내 것이라 주장했더라도 ‘내가 또 집착했네’ 하고 돌아와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누구나 괴로움 없이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불교의 원래 가르침입니다.

이것은 믿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기독교를 믿는 사람이라고 해서 못 할 이유가 없어요. 믿음은 헌법에 보장된 대로 자유롭게 믿으면 됩니다. 이 법을 공부하는 것은 종교와는 아무 관계가 없어요. 그래서 제가 교회에서도 강의하고, 성당에서도 강의하는 겁니다. 불교를 믿어야만 한다면 절에서 강의하지 왜 이런 곳에서 강의를 하겠어요? 그리고 제가 여러분께 불교를 믿으라는 말을 왜 한마디도 하지 않겠습니까? 믿음의 문제는 개인이 알아서 하면 됩니다.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원리를 알아서 행하면 누구나 괴로움 없이 살 수가 있습니다.


우리 남편이 인물도 좋고, 젊고, 돈도 많고, 아는 것도 많으면, 다른 여자가 벌써 채어갔지 왜 나한테 붙어있겠어요? 현재의 남편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최선입니다. 이보다 더 나을 수도 있지만 그건 내 손에 안 들어와요. 이런 도리를 알면 우리가 관계 맺고 사는 주위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알게 됩니다. 이런 관점을 갖고 나날이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큰 박수와 함께 강연을 마쳤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옛 인연들이 스님을 찾아왔습니다. 스님은 안부를 물어보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어서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사인을 받으려고 늘어선 줄이 무대에서부터 강연장을 한 바퀴 감싸 안았습니다.



책 사인회를 마치고 스님은 강연을 준비한 자원봉사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감사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모두 수고했어요. 감사합니다.”

밤 9시가 넘어서 강연장을 나왔습니다. 숙소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넘었습니다.


내일은 캐나다 토론토로 이동하여 정토회 회원들과 간담회를 한 후 저녁에는 캐나다 교민들을 위해 북미동부 순회 네 번째 즉문즉설 강연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3

0/200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4-05-13 06:12:31

도종

스님 감사합니다 ㅎㅎ

2024-05-07 15:14:58

드림하이

그런데 자식 입장에서는 부모가 이렇게 마음을 풀어주길 기대하면 안 됩니다. 부모는 어릴 때 자식을 야단친 것에 대해 아무 문제의식이 없거든요. 여러분들이 문제 제기를 하면 100% 답이 정해져 있습니다. 기억을 못 하거나 ‘너 잘 되라고 했다’ 거나요. 그래서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는 많은 거예요. 인간의 심리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2024-05-07 14: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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