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4.23 부탄 3차 답사 2일째(납지, 콜푸)
“감정을 알아차려도 계속 불편해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한국에서 온 전문가들과 함께 부탄을 답사하는 2일째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3시에 일어나 오늘 답사 일정을 점검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6시에 숙소에서 한국에서 온 전문가들과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잘 주무셨습니까?”

“경치가 정말 멋지네요.”

숙소에서 트롱사 종이 보였습니다. 산등성이에 우뚝 솟은 하얀 요새를 보며 다들 감탄을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6시 40분에 트롱사 종각을 출발하여 납지 치옥으로 향했습니다. 산길을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을 3시간 30분 동안 갔습니다.


달리는 도로 바로 옆으로 절벽이 아슬아슬하게 펼쳐졌습니다. 임업 전문가인 최원규 선생님이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저는 그동안 지은 죄가 많아서인지 혹시 절벽으로 떨어지면 어떡하나 엄청 불안했습니다. 스님은 아무런 불안 없이 편하게 있으시네요.”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길을 보시면 사실은 깎아지른 절벽인데, 바위 안에 구멍을 뚫듯이 길을 낸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이런 곳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구경을 못 해요.

필리핀에서 8년 동안 활동한 JTS 활동가도 납지 치옥으로 가는 길을 보고 ‘부탄 사람들이 정말로 왕에게 감사하겠다.’ 하면서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왜냐하면 정부가 여기까지 길을 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을 기준으로 하면 길을 내겠다고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절벽이잖아요.

지난번에 답사를 같이 한 분이 이 도로를 보고 여기는 저절로 평화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겠다고 했어요. 서로 전화로 싸우다가 화가 나서 상대를 만나러 가려면 산에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야 하니까 가는 길에 지쳐서 싸울 수가 없겠다는 겁니다.” (웃음)

이런 절벽에도 도로가 깔린 것에 감탄하다 보니 어느덧 납지 치옥에 도착했습니다.


먼저 법당을 참배했습니다. 법당 안에는 이곳 주민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바위가 모셔져 있었습니다. 참배를 마치자 주지 스님이 이 바위를 신성하게 생각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8세기에 인도 왕과 부탄 왕이 전쟁을 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는데, 구루 린포체가 두 왕을 설득해서 평화협정을 맺도록 했습니다. 이 바위의 한쪽에는 인도 왕이 손바닥을 찍고, 한쪽에는 부탄 왕이 손바닥을 찍고, 가운데에 구루 린포체가 손바닥을 찍어서 이곳의 평화를 되찾게 되었습니다. 바위를 보시면 손바닥 자국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어서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콜푸 게옥과 치옥에서 공무원들이 각자 자기소개를 먼저 하고, 다음은 스님이 한국에서 온 전문가분들을 소개했습니다.

“부탄의 농촌 경제를 발전시킬 방법이 무엇일까 연구하기 위해서 한국의 선험적인 경험과 선진적인 기술을 가진 분들을 모셔 왔습니다. 현장을 답사하고 앞으로 좋은 방안을 여러분과 함께 찾아 나가 보려고 합니다. 올해 시행하는 사업에 당장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농민들의 소득 증대를 위해서 무엇을 해볼 수 있을지 함께 의논해 봅시다.”


주민들은 스님과 JTS 방문단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전통문화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여성들이 나와서 전통 노래를 세 곡이나 연달아 불렀습니다. 손님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노래라고 합니다.




노래가 끝나고 스님이 주민들을 위해 보시금을 전달했습니다. 이어서 주민들이 준비한 음식으로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자 조금 전에 노래를 불렀던 아주머니가 스님을 찾아와서 한 가지 부탁을 했습니다.

“이곳 납지 치옥과 콜푸 치옥에서는 함께 축제할 때가 있는데 보시다시피 장소가 좁아서 모임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마을 주민들 전체가 모일 수 있는 공간을 하나 마련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예, 잘 알겠습니다.”

법당을 나온 스님은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밥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그런데 왜 남자들이 안 보여요?”

“오늘이 보름이어서 남자들이 일하면 안 되는 날입니다. 그래서 남자들은 전부 집에 있습니다. 스님이 저희 마을을 방문해 주셔서 너무나 행복합니다. 언어의 장벽 때문에 그 마음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주민들은 스님과 JTS 답사단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스님은 올해 납지 치옥에서 시범적으로 해보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이야기했습니다.

”여러 가지 필요한 것들이 많이 있겠지만, 올해는 농업용 수로를 연결하는 작업을 우선으로 진행하겠습니다. 왜냐하면 곧 농사철이 다가오니까 수로를 놓는 일부터 먼저 해야 합니다.”

이어서 스님이 여성들에게만 한국에서 가져온 김을 한 봉지씩 나눠주었습니다.

“이 김은 한국에서 온 농업 전문가분이 여러분을 위해서 가져온 겁니다. 하나씩 받으세요.”

이어서 농업용 수로를 어떻게 놓을 것인지 살펴보기 위해 다 함께 수원지로 향했습니다.


산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스님이 설명했습니다.

“이 산의 개울에서 네 군데의 수원지를 만들어서 들판에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제1수원지가 여기로 내려옵니다. 수로를 흙으로 만들어 놓다 보니 전부 유실이 되어서 시멘트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 주민들의 요구입니다. 그리고 임업 전문가분이 오셨으니까 숲 속으로 한번 들어가 봅시다.”

마을을 벗어나 산속으로 들어가니 시멘트로 만들어진 수로가 나타났습니다. 수로를 따라 조심조심 걸어서 어느덧 수원지에 도착했습니다. 돌이 무너져서 수원지를 가로막고 있었고, 추가로 바위가 떨어질 위험이 있어서 보수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스님이 지팡이로 바위를 툭툭 치자 일부분이 금방 부서졌습니다.




전문가들도 다양한 의견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여기 바위가 부서져서 무너져 내린 부분을 크고 평평한 돌로 덮어버리는 것이 좋겠어요. 그래야 바위가 추가로 무너져도 물이 계속 흐를 수가 있습니다. 다른 곳도 낙석 위험이 있는 곳은 덮개를 덮어두는 게 필요합니다.”

“낙석 위험이 있는 돌을 전부 떨어뜨린 다음에 수로 공사를 시작해야겠네요.”

수원지를 둘러보고 다시 산에서 내려와 논으로 가보았습니다. 논에도 수로가 흙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부서진 곳이 많았습니다. 물이 흘러가는 경로를 따라가 보았습니다.




“여기서 내려온 물은 이쪽 들판으로 흘러가고, 저쪽 들판에 물을 대기 위해 저쪽으로 수로를 만들어 놓았어요.”

마을에 도착하자 카드멈을 빼곡하게 심어 놓은 밭이 나타났습니다.


“반대편 산으로 가면 카드멈을 빼곡하게 심어 놓은 밭이 아주 많습니다. 이쪽 편은 전부 논이고, 저쪽 편은 전부 카드멈 밭입니다.”


스님은 마을 리더인 촉바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모내기를 하기까지 한 달 반이 남았는데 그사이에 수로 공사를 다 할 수 있겠어요?”

“전부는 어렵고 일단 제1수원지에서 여기까지 1km 구간은 공사를 하고 싶습니다.”

촉바(마을 리더)는 당장 공사를 시작하고 싶은 열망을 강하게 피력했습니다. 마을 아래로 내려오니 더 넓은 들판이 펼쳐졌습니다. 여기는 제1수원지에서 내려오는 물로는 부족해서 제2, 제3, 제4의 수원지를 추가로 만들어서 물을 가져오고 있었습니다. 정부에서 메인 수로는 만들어 주었지만 메인 수로에서 다시 각 논으로 분산시켜 주는 수로는 예산 부족으로 아직 만들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메인 수로에서 물을 각 논으로 분산시켜 주는 것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전문가들도 의견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수로만 만들 것이 아니라 수로와 함께 길도 만들어야 합니다. 앞으로 기계가 다닐 수 있는 길이 필요하거든요.”

대략 상황을 파악한 후 1시 30분에 다 함께 콜푸 치옥으로 이동했습니다.

아주 가파른 산길을 한참 동안 올라가자 산 정상 부위에 집들이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마을을 보고 깜짝 놀라하며 말했습니다.

“이 높은 곳에까지 올라와서 집을 짓고 산다는 것 자체가 너무 놀랍습니다.”


이곳은 지난 답사 때 마을 주민들이 불이 났을 경우 긴급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화수가 필요하다고 호소한 곳입니다. 기존 수원지는 6km 떨어진 곳이고, 새로운 방화수와 이후 물 부족 현상에 대비해서 새로 발견한 4km 떨어진 지점에서 물을 끌어오는 것을 촉바가 요청했었습니다.

방화수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물탱크를 마을보다 더 높은 곳에 설치해야 하는데요. 마을보다 높은 곳까지 올라가 보았습니다.


“이 정도 높이에 물탱크를 설치하면 마을과 50미터 이상 고도 차이가 있어서 굳이 전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한 수압이 나올 것 같네요.”

이미 설치한 물탱크가 하나 있다고 해서 전문가들과 확인을 함께한 후 마을로 다시 내려왔습니다. 정부 관계자들과 잠시 차담을 하며 몇 가지 의논을 했습니다.

방화수 설치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눈 후 골푸 치옥 수로 문제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납지 치옥 들녘의 아랫부분 절반이 골푸 치옥 사람들이 경작하는 논이라 수로를 정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다음은 콜푸 치옥을 출발하여 다 함께 콜푸 게옥 센터로 향했습니다. 납지 치옥, 님숑 치옥, 콜푸 치옥의 마을 리더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센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나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전문가들이 왔습니다. 무엇이 궁금한지 질문해도 좋고요. 편안하게 대화를 나눠봅시다.”

먼저 한국에서 온 전문가들이 농장과 산림을 답사한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먼저 부탄을 일곱 번째 방문하고 있는 박진도 교수님이 소감을 말했습니다.

“그동안 여러분이 해오신 일들과 열정을 보니까 이번 프로젝트가 아주 잘 될 것 같습니다. 게옥의 겁, 치옥의 촉바, 그리고 정부 공무원들이 정말 훌륭하세요. 주민들과의 협력이 굉장히 중요할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꼭 성공하길 바랍니다. 저도 작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박진도 교수님은 마을 개발을 하기 전에 연간 수확량, 인구 수, 소득, 학교 학생 수 등 전수 조사를 먼저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이어서 농업 전문가인 주형로 님이 소감을 말했습니다.

“자연을 그대로 보존시켜 준 것에 대해 감사합니다. 한국은 자연을 파괴했다가 다시 보전의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아주 귀한 것을 갖고 있습니다. 논이 많은데 물도 풍부하게 갖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가진 기술을 나누고, 서로 협력하면 수확량을 더 많이 늘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형로 선생님은 논농사를 할 때 어떻게 하면 수확량을 늘릴 수 있는지 여러 가지 기술을 알려주었습니다. 농로 만들기, 부족한 거름을 보완할 수 있는 뿌리혹 풀 키우기, 농번기 전 논물을 대기, 모내기 줄을 잡고 모를 심기 등 다양한 방법을 설명했습니다.

노기선 선생님은 상하수도 처리 방법에 대해 제안을 했습니다. 현재 하수처리 시설이 따로 없는데 하수들이 농업용수와 섞이는 형태로 되어 있어서 정화 시설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각 치옥의 마을 리더들도 궁금한 점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질문했습니다. 납지 치옥에서는 주민 전체가 모일 수 있는 미팅룸을 짓기를 희망했고, 스님은 노인 복지 시설을 겸한다면 괜찮을 것 같다고 대답하면서 추후 검토해 보기로 했습니다. 게옥의 행정 담당관은 님숑 마을에 여성들을 위한 호박 수프 만드는 시설을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제안서를 전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납지 치옥의 촉바(마을 리더)가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실제로 해보면 좋겠습니다. 농업용 수로 1km를 다 만들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얼마라도 만들어봤으면 합니다. 이제는 주민들에게 실제로 JTS가 함께 할 것이라고 보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맞습니다. 여러분이 준비되면 저희는 바로 지원하겠습니다.”

콜푸 게옥의 겁(리더)도 우려 사항을 말했습니다.

“주민들이 농사로 바빠서 울력으로 공사를 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논농사가 끝나면 카드멈 농사를 지어야 하고, 카드멈 농사가 끝나면 다시 논농사를 짓는 패턴이라 사람들이 바쁩니다. 사람들이 안 바쁜 시기인 10월에서 1월에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스님은 마을 리더들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고 수용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지속가능한 개발 프로젝트의 목적

“부탄을 답사하면서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일곱 가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첫째, 주거환경 개선입니다. 집이 없는 사람에게는 작은 집을 지어주고, 열악한 집에서 사는 사람들은 생활하기 편하도록 어느 정도 환경을 개선해야 합니다. 둘째, 주민들이 기본적으로 먹고, 입고, 자는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생산활동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농수로를 어떻게 개선해야 논밭에 물을 공급할 수 있는지, 어떤 작물을 심고 어떤 거름을 줘야 하는지, 어떤 과수를 심을지, 자연에서 바로 채취할 수 있는 것은 뭐가 있는지, 농한기에 할 수 있는 수공업은 뭐가 좋을지, 축산은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를 연구해야 합니다. 셋째, 교육 환경 개선입니다. 교육제도나 학교 운영은 물론 지역 정부에서 책임지고 해야 합니다. 하지만 학교 시설을 보수하거나 학용품 지원 등은 필요합니다. 넷째, 의료 지원입니다. 특히, 노인들의 눈, 귀, 치아의 치료가 필요합니다. 다섯째, 도로와 식수 개선입니다. 도로는 정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는 농로 중 파괴된 일부 구간을 복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좋겠습니다. 비가 와서 자주 파괴되는 구간만 시멘트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여섯째, 자연환경을 보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일곱째, 전통문화를 보존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꼭 정부가 아니라도 이런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일들을 주민들과 함께해야 하는데 주민들이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거예요. 이 프로젝트는 누가 해주는 것이 아니에요. ‘내 집은 내가 개선한다.’, ‘우리 마을은 우리가 개선한다.’ 이렇게 자립심을 키우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입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우리가 지원하겠다는 거예요. JTS에서 일방적으로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해주려는 게 아닙니다. 주민들의 생활 개선도 물론 중요하지만, 주민들이 그 과정에서 만족감과 기쁨을 얻을 수 있어야 해요. 그 과정에서 GNH(행복 지수)가 높아지는 게 더 중요합니다. 주민들이 ‘우리 일은 우리가 해보자. 그런데 이런 것들이 좀 부족해서 도움이 필요하다.’ 이렇게 요청한다면 저희는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준비되는 대로 언제든지 신청하세요. 그렇다고 서두르지 마세요. 이 프로젝트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바쁜 사람한테 더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된다면 그것은 이 프로젝트의 취지에 맞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준비되는 만큼 해나가겠습니다.”

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다 함께 한국 실무자들이 오늘 숙소로 사용하는 납지 치옥 사무실로 이동했습니다.

“오늘은 한국식으로 저희가 저녁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저녁 먹고 가세요.”

한국식 카레, 김치, 김 등 한국 음식을 정성껏 차려서 함께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스님은 마을 리더들을 불러 주형로 님이 가져온 모내기에 사용하는 못줄을 하나씩 선물했습니다.

“일단 논 한 다락만 시범적으로 사용해 보세요. 못줄을 이용해서 일정한 간격으로 심으면 수확량이 더 많아지는지 한 번 테스트를 해봐야 합니다. 만약 수확량이 평소보다 부족하면 그건 스님이 보상해줄게요.” (웃음)

그리고 다시 한번 마을 리더들을 격려했습니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것이 어렵지만 계속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주민들에게 기술이 생겨서 자립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시범 사업은 규모를 크게 하면 안 됩니다. 작은 규모로 시작해서 주민들이 부담감이 아닌 행복함을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마을 리더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모두 돌아가고 스님은 JTS 활동가들과 함께 식사한 자리를 정리·정돈한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젬강 종각의 발도 게옥으로 이동하여 랑덜비 샘플 하우스 준공식을 하고 오후에는 콤샤르, 발도 치옥을 답사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으므로 지난 3월 18일에 인천에서 열린 행복한 대화 강연에서 있었던 즉문즉설 한 편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불편한 마음을 알아차린 후에 무엇을 해야하나요?

“저는 부모님과 대화할 때 어려움이 있습니다. 부모님과 대화하기 싫은 마음이 툭 튀어나올 때가 있어요. 스님의 즉문즉설 영상을 보고 불편한 감정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불편한 마음을 알아차리니까 부모님과 관계에는 이상이 없어요. 그런데 불편한 마음을 알아차려도 계속 불편함이 올라옵니다. 마음을 알아차리고 난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다음 단계는 없습니다. ‘알아차림’이 처음이자 끝이에요. 알아차림은 의도나 의지가 아닙니다. 다만 알아차릴 뿐입니다. ‘다음 단계’라는 말에는 벌써 의도가 들어있는 거예요. 의도를 가지는 것도 욕구를 따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수행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알아차림을 놓치면 감정대로 행동하게 됩니다. ‘불편한 마음을 알아차렸는데도 그 마음이 진정이 안 됩니다’ 라는 말에는 이미 ‘화를 진정시켜야 된다’는 전제가 있는 거예요. 의도하거나 의지를 내면 이미 마음이 긴장하게 됩니다. 또 실패가 따릅니다. 감정을 억제해야 되는데 억제하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후회하게 됩니다. 그것은 수행이 아닙니다.

수행이란 편안한 가운데 사실을 사실대로 아는 것입니다. 화가 나면 ‘화가 일어나구나’ 하고 알아차립니다. 나도 모르게 화를 내버렸으면 ‘내가 화를 냈구나’ 하고 아는 거예요. 부모님과 대화를 하다가 불편하면 ‘부모님과 대화하니까 내 마음이 불편하구나’ 하고 자각하면 됩니다. 만약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이미 화를 냈다면 상대에게 사과를 해야 합니다.

‘제가 화를 내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다만 알아차리고, 알아차리고, 알아차릴 뿐입니다. 알아차린 후 다음 단계는 없습니다. 굳이 다음 단계가 있다면 알아차림을 놓쳤을 때는 다음 단계가 있어요. 화를 알아차리지 못하면 밖으로 화를 내게 됩니다. 화를 냈을 때는 화를 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상대에게 사과를 해야해요.

더 자세히 말하면 먼저 ‘느낌’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느낌을 놓치면 감정이 일어납니다. 이미 감정이 일어났다면 그 때는 감정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행동을 합니다. 이미 행동을 했다면 반성을 하고 참회해야합니다. 타인에게 감정대로 행동해서 피해를 줬다면 참회를 해야해요. 자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감정은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 것은 아니니까 참회할 필요는 없습니다. 감정이 일어났다면 ‘내가 느낌을 놓쳤구나’ 하고 알면 됩니다. 밖으로 행동까지 했다면 ‘아, 내가 감정을 놓쳤구나’, ‘마음을 놓쳤구나’ 이렇게 알면 됩니다. 이렇게 다만 알아차릴 뿐입니다.”

전체댓글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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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현

스님께서 알아차림이 처음이자 끝인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의문이 해소되었습니다. 질문자님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부탄에서 진행하고 계시는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7가지 계획이 지금 부탄의 인연에서 필요한 가장 바른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올라 왔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2024-04-28 23:27:17

지광명

수행을 않하니 감정의 똥을 질질 싸고 다녔습니다
그런줄 알고 나에게 참회합니다
수행정진 하겠습니다🙏

2024-04-27 22:47:48

희장엄

감사합니다.🙏

2024-04-27 21: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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