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3.24 열반재일 법회, 정토불교대학 입학식, 부탄으로 출국
“불교가 현대인들에게 양약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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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부처님이 열반하신 날을 기념하는 열반재일입니다. 동시에 8일 출가열반 정진 중 마지막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9시 20분에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내일부터 부탄 답사 일정을 함께하는 JTS 활동가들과 함께 출발 전 마지막 실무 점검 회의를 했습니다.

세부 일정을 다시 살펴보고 조정한 후 침낭, 밥통, 작업도구 등 준비물품을 점검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오전 10시부터는 부처님 열반재일 기념법회에 참석했습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 3층 설법전에 공동체 대중들이 자리한 가운데 온라인 생중계로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대중이 삼배의 예로 법문을 청하자 스님은 부처님이 돌아가실 때의 마지막 모습이 어떠했는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듯이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오늘은 출가·열반재일 기념 8일 정진 가운데 마지막 정진을 하는 날입니다. 또한 오늘은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열반재일입니다.

부처님이 돌아가실 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라즈길에서 출발한 부처님은 계속 북쪽으로 올라가서 쿠시나가르에 이르렀습니다. 그곳에는 사라나무로 뒤덮인 숲이 있었습니다. 부처님은 그 숲 속으로 들어가서 가사를 벗어 네 겹으로 접어서 깔고,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대고, 머리는 북쪽으로, 얼굴은 서쪽으로 보고, 옆으로 누우셨습니다. 그리고 아난다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오늘 저녁 이곳에서 열반에 들리라. 그러니 아난다여, 마을에 가서 오늘 여래가 열반에 드니 여래의 마지막을 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다 오라고 해라.’

그러자 아난다는 슬픔에 북받쳐서 ‘세존이시여, 만약에 열반에 드시려면 제자들이 많은 저 마가다국의 왕사성이나 바라나시성이나 코삼비, 사위성 같은 곳에서 열반에 드시지 왜 이 외진 곳에서 열반에 들려고 하십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난다여, 그런 말을 하지 말라. 이곳은 과거에도 성스러운 곳이었고, 미래에도 성스러운 곳이 될 것이니라.’

아난다는 또 ‘부처님 이시어, 이곳에서 열반에 드시려 한다면, 저 말라족의 왕궁에 가서 성 안에서 열반에 드시지 왜 이 숲 속 외진 곳에서 열반에 들려고 하십니까?’ 하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난다여, 그런 말을 하지 말라. 내가 성안에서 열반에 든다면, 누군가는 올 수 있고, 누군가는 올 수가 없다. 그러나 내가 이 숲 속에서 열반에 들면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다 여래를 친견할 수가 있다.’

왜냐하면 천민들은 왕궁으로 들어올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숲 속은 사람뿐만 아니라 짐승도 친견이 가능한 열린 공간이었습니다.


그때 사라나무는 때가 아닌 데도 하얀 꽃을 피웠습니다. 하늘에서는 꽃비가 내리고 풍악이 울렸습니다. 그래서 대중들이 기이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신들이 부처님의 열반을 맞아 마지막 공양을 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아난다여 이것은 제1의 공양이 아니다. 여래에게 올리는 제1의 공양은 여래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정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부처님께서는 언제나 수행정진 하는 것이 최고의 공덕을 쌓는 일임을 잊지 않도록 주의를 주었습니다. 아난다는 마을에 가서 부처님의 말씀을 전했고, 그는 돌아와서 슬픔에 겨워 흐느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아난다를 오라고 불러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난다여! 너무 슬퍼하지 말라. 여래는 육신이 아니라 깨달음의 지혜이다. 육신은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 깨달음의 지혜는 영원히 너희 곁에 남아 있으리라.’

여래는 깨달음이지 육신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육신’이라는 것은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태어나면 늙고 병들고 죽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는 것처럼 만나면 헤어짐이 있는 것이 이 세상의 이치이니 슬퍼하지 말라는 것이죠. 또 아난다가 질문을 했습니다.

‘우리는 부처님께 공양을 올려서 큰 공덕을 쌓았는데, 세존께서 계시지 않으면 우리는 누구에게 공양을 올려야 큰 공덕을 쌓을 수 있습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난다여, 염려 말라. 여래가 이 세상에 있지 않을 때 여래에게 올리는 공양과 똑같은 공덕이 있는 공양이 네 가지가 있느니라. 첫째, 배고픈 사람에게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밥을 주고, 둘째, 병든 자에게 그 병이 치료될 수 있도록 약을 주고, 셋째, 가난하고 외로운 자를 돕고 위로하고, 넷째, 청정하게 수행하는 자를 잘 외호 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여래에게 올리는 공양의 공덕과 같다.’

이 말씀은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먹게 하는 것, 병든 사람을 치료하는 것, 가난한 자를 돕고 외로운 자를 위로하는 것이 모두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이라는 의미입니다. JTS의 이념인 ‘배고픈 사람은 먹어야 합니다. 병든 사람은 치료받아야 합니다. 어린아이는 제 때에 배워야 합니다’ 하는 구절도 모두 부처님의 이 마지막 유훈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것은 또한 오늘날 유엔(UN)에서 정한 인도적 지원 원칙에도 부합합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대중들에게 묻습니다.

‘나에게 물을 것이 있으면 물어라.’

대중들이 대답이 없자 한 번 더 물으셨습니다.

‘친구가 친구에게 묻듯이 편안하게 물어라. 내가 죽은 뒤에 ‘아, 그때 물어볼걸’ 하고 후회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지금 물어라.’

그래도 대중은 대답이 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세 번이나 물으셨고, 대중은 세 번이나 침묵했습니다. 그러자 아난존자가 말했습니다.

‘부처님은 이미 모든 법을 다 설하셨습니다. 저희는 그 법을 이해하고 있고, 꾸준히 정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물을 것이 없습니다.’

이렇게 얘기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은 덧없다. 부지런히 수행 정진하라.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꾸준히 정진해 나갈 것을 당부하면서 마지막 열반에 드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삶과 죽음을 여일 하게 보셨습니다. 그래서 돌아가실 때도 마치 내일 아침에 일어날 것을 전제로 하고 잠들듯이 그렇게 편안히 열반에 드셨습니다.

부처님이 열반에 들자 오히려 더 널리 전파된 불교

일반적으로는 이런 위대한 지도자가 돌아가시게 되면 그 모임은 정체되거나 분열이 되거나 쇠퇴합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법을 듣고 이해하고 증득한 사람들은 오히려 부처님이 열반에 들자 모두가 부처님의 분신이 되어서 이 세상 더 넓은 곳으로 불교를 전파했습니다. 마치 이 세상에 수천수만 명의 여래가 출현한 것과 같았습니다. 부처님이 열반에 들고 위축된 것이 아니라 더 넓게 확산이 되어 나갔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부처님의 열반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선지식들에 의해서 도도히 흘러왔고, 앞으로 먼 미래로 전해져 나갈 것입니다.

정토행자들은 부처님의 바른 법을 내가 먼저 올바르게 이해하고 체득해야 합니다. 그래서 내가 먼저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이웃 사람들도 이 법과 인연이 되어 그들 또한 괴로움이 없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전법을 해야 합니다.

또한 부처님께서는 혼란스러운 세상을 살아가면서 계급 차별, 성차별 등 온갖 비인간적인 사회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인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평등성을 가르치셨습니다. 전쟁을 멈추게 하고, 평화를 선도해 나가셨습니다. 가난한 자들은 자비심으로 대해서 그들을 섭수하고, 교만한 자들은 깨우치도록 해서 그들을 절복 하게 했습니다. 수행자는 검소하고 겸손하게 살아가되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당당함을 지니고 살아가도록 인도하셨습니다.

그것처럼 오늘날 우리들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현대 사회에 실현하여 개인에게는 자유와 행복이, 세상에는 평화와 정의가 실현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여 지속가능한 문명을 이루어 나가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이루고자 하셨던 염원을 우리가 이어서 이 세상에 실현하고자 이렇게 정진을 하는 것입니다. 오늘 부처님의 열반일을 맞아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다짐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을 오롯이 모아서 마지막 8일째 정진을 하시길 바랍니다.”

이어서 지난 8일 동안의 정진을 돌아보고 올 한 해에도 부지런히 수행정진할 것을 다짐하며 한 배 한 배 절을 했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의 열반을 기념하는 법회를 마치면서 우리를 있게 해 준 조상 영가님께도 왕생극락하시라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천도재를 함께 지냈습니다.

천도재를 마치고 대중들은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 모여 지난 8일간의 정진을 돌아보며 마음 나누기를 했고, 스님은 방송실을 나왔습니다.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 2시에는 정토불교대학 입학식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정토불교대학에서는 국내와 국외에서 2500여 명이 입학하여 온라인 불교대학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앞서 불교대학을 졸업한 선배들의 축하 메시지와 축하 공연을 함께 본 후 입학생들의 소감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 분 한 분의 소감을 들으며 새롭게 시작하는 설렘과 기대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정토회 대표님의 환영사를 듣고, 다 함께 스님에게 입학 기념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축하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2024년 3월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신 여러분, 입학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축하합니다.”

그리고 정토불교대학이 추구하는 바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여러분은 그동안 인생을 살아오면서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학교에도 입학하고, 또 여러 분야의 학습 센터에 입학한 적이 있을 겁니다.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그중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한 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는 결론이 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그런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정토불교대학은 어떤 믿음을 강조하거나 어떤 교리와 철학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가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는 내용을 배우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토불교대학이야말로 여러분의 삶에 가장 직접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교가 현대인들에게 양약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현대를 살아가는 여러분은 옛날 사람보다 고뇌가 많습니다. 그러나 옛날 사람이 여러분이 사는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아마 여러분이 왜 괴로워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제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밥을 제대로 못 먹었습니다. 비를 피할 집이 없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헐벗어서 옷을 제대로 입지 못했습니다. 그때 사람들은 ‘배불리 먹을 수만 있다면 무슨 걱정이냐’, ‘따뜻하게 입을 수만 있다면 뭐가 걱정이냐’, ‘잠잘 집이 있다면 뭐가 걱정이냐’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겨울에 빨래를 하려면 냇가에 가서 얼음을 깨고 빨래를 해야 했고, 밥을 하려면 연기를 마셔 가면서 불을 때서 밥을 해야 했고, 먼 길을 걸어 다녀야 했습니다. 그때 사람들이 오늘날 여러분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너희들은 괴로울 게 하나도 없겠구나. 걸어 다니지 않고 차를 타고 다니지, 연기 마시면서 밥 하지 않고 전기밥솥이 밥을 하지, 냇가에 가서 빨래를 하지 않고 세탁기가 빨래를 해주지, 빗자루로 방을 쓸지 않고 청소기가 먼지를 없애주지, 너희가 무슨 괴로울 일이 있을까?’

이렇게 물어볼 것입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100년 전으로 돌아가서 할머니에게 ‘제가 직장도 다니고 아이도 키우느라 힘이 듭니다’ 하고 얘기한다면 할머니는 ‘아이가 예닐곱 명도 아니고 한 명 낳아 키우면서 뭐가 힘들다고 난리야!’ 하고 호통을 치실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여러분이 힘들다는 거잖아요. 부처님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싯다르타 태자를 보고 ‘저 사람이야 뭐가 괴로울 일이 있겠나?’ 하고 생각했지만 정작 본인은 괴로웠죠. 그것처럼 동남아시아 사람들에게 한국은 꿈의 나라입니다.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드림 컨트리(dream country)'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나 정작 한국 사람들은 너무나 힘들어합니다. 특히 젊은이들은 한국을 ’ 지옥(헬조선)‘이라고까지 표현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처한 상황은 2600년 전 부처님의 처지와 비슷합니다. 우리는 지금 힘들어하면서 살고 있는데, 옛날 사람들이나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우리를 보면 우리는 다 왕자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생각하는 꿈의 나라에 사는 우리들은 지옥에 사는 것처럼 괴로워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부처님이 처한 현실이 우리가 처한 현실과 비슷하기 때문에 부처님의 자유로운 삶을 탐구한다면 우리도 지금보다는 좀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지난 50년 동안 기존의 종교로서의 불교는 그냥 두고 새로운 관점을 갖고 많은 탐구와 연습을 했습니다. 우선 내가 괴로움이 적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느냐, 즉 이 약을 먹어보니 내 병이 낫느냐, 하는 수없는 검증을 해보았습니다. 또 그 약을 다른 사람한테도 주니까 먹고 좋다고 평가하는지도 검증을 해보았습니다. 이런 과정을 지난 50년 동안 진행해 왔습니다. ‘사람들은 왜 괴로운가, 어떻게 하면 그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여기에만 관심을 갖고 연구도 하고 경험도 하고 또 수련도 해보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핵심 내용만 모은 것이 바로 정토불교대학입니다.

여러분이 새로운 불교 용어를 배우려면 힘들잖아요. 그래서 가능하면 불교 용어보다는 생활 용어를 사용했고,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만 뽑아서 현대인들의 일상 언어로 정리해서 정토불교대학 교재를 만들었습니다. 교과 과정은 ‘불교란 무엇인가’와 ‘부처님의 일생’ 두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불교는 우리를 괴로움에서 벗어나도록 해주는 가르침입니다. 불교를 배우는 목표는 죽어서 천당 가는 것도 아니고, 극락 가는 것도 아니고, 다음 생에 부자로 태어나기 위한 것도 아닙니다. 시험에 붙거나 돈을 많이 벌고자 하는 것도 아닙니다. 정토불교대학에서 여러분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내가 스트레스 없이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가’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2,600년 전의 얘기가 아니라 지금,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대인들, 특히 젊은이들이 고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금 상황에 맞게 교과 과정을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여러분들이 저를 볼 때 행복해 보여요? 제가 한국 나이로 올해 72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늙었다는 티가 별로 안 나잖아요. 건강이 썩 좋지는 않지만 병상에 누워있지는 않잖아요. 그리고 전 세계를 다니면서 이런저런 활동들도 하고 있잖아요. 저는 고등학교를 중퇴했기 때문에 영어도 할 줄 모르지만 전 세계를 다니며 손짓 발짓으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보기에 괴로워 보이지는 않잖아요.

나이가 칠십이 넘은 늙은이가 혼자 살아도 괴롭지 않은데, 젊은 여러분들이 괴로울 일이 뭐가 있겠어요? 혼자 사는 사람도 괴롭지 않고 외롭지 않은데, 둘이 살면서 뭐가 그렇게 괴롭고 외로울까요? 70대 늙은이도 혼자 살면서 외롭지 않은데, 30대 청년이 혼자 산다고 왜 외로워요?

여러분들은 저보다 나이로 보나 학벌로 보나 여러 가지 유리한 것이 더 많습니다. 여러분들이 저보다 불리한 것은 단 한 가지입니다. 괴롭다는 것입니다. 얼굴이 어둡고, 어깨도 무겁다는 것만 불리한 점이에요. 제가 만약 외국 유학도 했고, 박사 학위도 땄고, 결혼도 했으면 ‘스님은 다 해봤잖아요’ 하고 핑계라도 댈 것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저는 일절 그런 경험을 누려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저를 만났기 때문에 참 유리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것을 기준으로 저와 여러분을 비교하면 여러분은 저보다 못한 것이 거의 없습니다. 딱 한 가지만 저보다 못합니다. 괴로움이라는 무거운 짐은 저보다 무겁게 지고 있어요. 돈, 지식, 가족, 기술, 다 가지고 있는데 왜 본인을 괴롭게 하는 것은 해결하지 못하고 아우성을 치고 사느냐는 겁니다.

정토불교대학에서 하는 공부는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것을 얻기 위한 공부가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해 공부하고 체험하는 것이 정토불교대학입니다. 행복이란 기분 좋은 것이 아니에요. 즐거우면 반드시 괴로움이 뒤따라옵니다. 건강이란 아프지 않은 것을 의미하듯이 행복이란 괴롭지 않은 것을 뜻해요. 괴롭지 않은 경지는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옛날 일을 뒤돌아보면 다 별일 아니잖아요. 그런 것처럼 여러분들은 현실에 집착해서 희로애락에 빠져있는데 한 발만 조금 떨어져서 보면 다 별일 아닙니다.

정토불교대학의 졸업 조건

정토불교대학은 불교에 대한 지식을 쌓는 곳이 아닙니다. 불교를 스스로 체험하고 증득해서 남은 인생이 10년이 남았든, 20년이 남았든, 설령 내일 죽는다고 해도 웃으면서 죽을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기 위한 공부를 하는 곳이 정토불교대학입니다. 그래서 정토불교대학의 졸업 조건은 ‘처음 공부했을 때보다 괴로움이 조금이라도 없어졌는가’입니다. 괴로움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었다면, 출석 일수에 상관없이 졸업 자격이 있는 것이고, 공부를 하기 전이나 후나 스트레스를 똑같이 받는다면 개근을 해도 졸업 자격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정토불교대학의 목표는 괴로움이 없는 쪽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조건이 어떻든, 혼자 살든 둘이 살든, 직장을 다니든 안 다니든, 한국에 살든 외국에 살든, 젊든 늙든, 지금보다는 스트레스를 덜 받고 사는 길을 공부하는 곳이 정토불교대학입니다.

저는 오늘 입학식이 끝나면 곧바로 침낭을 챙겨서 부탄으로 갑니다. 깊은 산속에 들어가서 주민들과 함께 살면서 주민들의 생활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답사를 할 예정입니다. ‘무엇을 도와주면 그들의 삶이 개선될 수 있고, 그들의 입가에 웃음이 늘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제가 부탄에 가는 이유입니다. 그들에게도 부처님의 법을 가르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들은 부처님의 법을 몰라서 괴로운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삶의 조건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괴롭습니다. 삶의 조건이 열악한 사람에게는 삶의 조건을 개선해 주어야 합니다. 이 지구상에는 아직도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또 그에 맞게끔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여러분들도 불교 공부를 해서 너무 개인 생활에만 치중하지 말고 세상을 조금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보고 여러분들의 역할을 조금 더 넓혀 갔으면 좋겠습니다.”

입학식이 끝나자 참가자 모두 조별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여 첫인사 및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습니다.

방송실을 나온 스님은 부탄으로 답사를 가기 위해 곧바로 인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이번 부탄 답사는 지난 답사에 이어서 더 깊은 산속에 들어가 주민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무엇을 개선할지 살펴보고 점검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침낭과 밥통을 들고 갑니다.


출국 수속을 한 후 저녁 7시 30분에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11시 45분에 중간 경유지인 방콕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부탄 답사 일정에 함께하는 JTS 활동가들도 저가항공을 타고 중국 상하이를 경유하여 새벽 1시에 방콕 공항에 도착하여 스님과 만났습니다.

부탄에서 직접 밥을 해서 먹기 위한 부식과 주거 개선을 하기 위한 각종 작업 도구들을 모두 챙겨 가느라 수하물이 많았습니다. 방콕 공항에서 수하물을 찾은 후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방콕 공항 한쪽 편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스님과 JTS 활동가들은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업무를 보거나 휴식을 취했습니다. 스님은 짐을 책상으로 삼아 책 ‘방황해도 괜찮아’ 개정판 원고 교정을 보았습니다.

내일은 아침 7시 30분에 방콕 공항을 출발하여 현지 시간으로 10시 55분에 부탄 파로 공항에 도착한 후, 곧바로 차를 타고 산을 넘고 넘어 부탄 중부 지역인 트롱사에 도착하여 숙박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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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4-04-17 13:54:17

드림하이

정토불교대학에서 여러분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내가 스트레스 없이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가’입니다. "

2024-04-04 15:47:52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4-03-29 06: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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