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11.28 김장 1일째, 전법활동가 법회
“약속을 어기는 사람에게 불편한 마음이 듭니다”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만일결사 회향수련을 마치고 새벽 2시에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잠시 눈을 붙인 후 새벽 기도와 명상을 하고, 밭으로 나갔습니다.

오늘은 두북 수련원에서 김장을 하는 날입니다. 서울 공동체와 문경 공동체에서도 김장을 돕기 위해 행자들이 도착했습니다. 노희경 작가님을 비롯해 배우 조인성씨와 김우빈씨도 김장을 돕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왔습니다.

3일에 걸쳐서 배추 1800포기와 3000개의 무를 김장할 예정입니다. 먼저 밭에서 배추 뽑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배추와 무는 아기라고 생각하고 뽑을 때 귀하게 다뤄주시면 좋겠습니다.”

농사팀장의 안내에 따라 역할 분담을 한 후 구호를 힘차게 외쳤습니다.

“고춧가루 팍팍 손맛 척척!”

몇몇 사람이 칼로 배추의 뿌리를 자르고 그 자리에 눕혀 놓았습니다.


나머지 행자들은 나란히 줄을 서서 릴레이로 배추를 나르는 일을 했습니다.

“자, 배추 갑니다.”




트럭 위에 실린 톤백 마대에 배추를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한 줄을 다 수확하면 다음 줄로 이동했습니다.

한참 배추를 뽑고 있을 무렵 스님이 대중들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저는 10시에 전법활동가 법회를 생방송해야 해서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법회 마치고 다시 결합할게요.”

스님은 두북 수련원으로 향하고, 행자들은 계속해서 다음 밭으로 이동하며 배추와 무를 뽑았습니다.


오전 10시 정각에 전법활동가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활동가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먼저 정토회 대표님이 12월 4일 회향식 이후 대행 체제에 대해 발표를 했습니다. 정토회는 3년마다 한 번씩 천일결사를 회향하면 선출직 소임자는 모두 직위를 내려놓고 다음 입재식까지 100일 동안 이를 대신할 임원들을 선출하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대중이 삼배로 법을 청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저는 어젯밤에 일요명상이 끝나고 밤새 달려왔습니다. 여기 오니까 새벽 2시가 되었는데, 내일모레 추워진다고 해서 김장을 하루 앞당겨서 하느라 아침 일찍부터 일하고 있어요. 서울에서 공동체 대중 30여 명이 내려와서 지금 배추와 무를 뽑고 절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도 아침에 나가서 일하다가 법회 시간에 맞춰서 왔어요.”

지난주에 지적장애인 보호시설인 애광원과 노인 보호시설인 자재요양병원에 수확한 농산물을 전달하고 온 모습과 거사님들과 함께 죽은 대나무 숲을 정리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영상을 함께 보고 나서 자유롭게 질문을 받았습니다. 다섯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약속을 어기는 사람에게 불편한 마음이 든다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약속을 어기는 사람에 불편한 마음이 듭니다

“저는 약속을 어기는 사람에 대해서 불편한 마음이 있는데요. 모임을 할 때 앞에서는 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뒤에 가서 약속을 취소하는 분이 있습니다. 이분이 모임에 참석을 못 하는 경우, 모둠 소통 방에 ‘어떤 일이 있어서 내가 못 나오겠다’라고 하시기보다 개인적으로 연락하셔서 사정 이야기를 합니다. 저는 그분이 모둠 방에 직접 알려 주셨으면 좋겠고, 약속을 잘 지켰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제가 이분뿐만이 아니라 약속을 어기는 분들에 대해서 불편한 마음이 있는데 어떻게 관점을 잡아야 할까요?”

“약속은 지키라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켜야 하는 게 맞죠. 그런데 약속이란 어길 수도 있는 게 또한 약속이죠. 경험해 보면 약속을 해놓고 늘 습관적으로 지각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분이 오면 다 왔다 할 만큼 항상 꼴찌로 옵니다. 반대로 약속을 하면 늘 일찍 와서 기다리시는 분도 있습니다. 이런 것을 습관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또 아무 말 없이 빠지는 사람이 있어요. 빠질 때 내가 무슨 일이 있어서 빠진다고 미리 얘기해 주는 사람이 있고, 빠지고 난 뒤에 물으면 ‘아! 내가 무슨 일이 있어서 안 갔다’라고 하면서 미리 말을 안 해 주는 사람도 있어요. 이렇게 사람의 성격이 다 다릅니다. 물론 빠질 때 미리 얘기해 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만약 식사를 하는 모임이라면 그 사람의 밥상을 안 차려도 되잖아요. 그런데 아무 얘기가 없어서 밥상까지 다 준비했는데 갑자기 안 와서 전화하면 오늘 무슨 일이 있어서 못 간다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살다 보면 미리 얘기를 안 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겁니다. 이런 경우는 경험을 몇 번 해 보면서 대략 예측을 해나가는 수밖에 없어요. 대답이 없는 사람이지만 그 사람은 반드시 온다면 그 사람은 대답이 안 와도 밥상을 준비한다든지, 대답이 없으면 안 올 때가 많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전화로 확인한다든지, 거기에 맞게끔 운영을 하면 됩니다. 약속을 지키는 게 원칙이지만 세상 사람이 다 그렇지 않다는 걸 이해해야 해요.

‘법당에서 방석을 쓰고 나면 원래 있었던 자리에 가지런히 쌓아놓고 갑니다’

이렇게 공지하면 10명 중 7명은 딱 공지한 그대로 합니다. 그런데 2명은 삐딱하게 놓고 가고, 1명은 아예 그냥 내버려 두고 갑니다. 그래서 다음 법회에 또 공지를 합니다. 그러면 또 2명은 고치고, 1명은 안 고쳐요. 이렇게 몇 회를 거듭하면서 개선은 시킬 수 있지만, 어떤 것도 백 퍼센트 고치는 것은 어렵습니다. 사람이 많으면 항상 그런 문제가 생겨요. 가능한 안 그러면 좋지만, 그걸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아! 저 사람은 저렇구나’ 하고 사람의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해요.

정토행자는 항상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다른 일을 하다가 늦게 출발해서 항상 택시를 타는 사람이 생깁니다. 이렇게 습관이란 잘 안 고쳐집니다. 그런 정도는 감안해서 모임을 운영해야 해요. 그것 때문에 성질내면 리더가 되기는 어려워요.

매번 활동에도 참여하고, 모임에도 나와 주면 최고죠. 모임에는 참여하는데 활동을 안 한다면 차선이에요. 모임에도 안 오지만 회비라도 낸다면 차악이에요. 여기까지 수용을 해줘야 하는 거예요. 회비라도 내는 건 마음이 있다는 거 아니에요. 본인이 안 나오더라도 회비라도 받아서 써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회비도 안 낸다면 정리를 해야겠죠.

자격 요건을 너무 강화하면 사람들이 힘들어합니다. 그래서 정토회도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나서는 회비만 내면 누구든지 회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수행법회에 빠져도 괜찮고, 실천 활동을 안 해도 괜찮고, 이렇게 문을 확 열어놓고 회원 관리를 하고 있어요. 대신 전법활동가들은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진행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토회의 신뢰와 관계되어 있어서 엄격하게 관리를 합니다.

그러니 조금 여유를 가지고 모임을 운영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깐깐하게 하면 나도 짜증이 나고, 대중들도 힘들어 합니다. 좋은 일로 모여 놓고 서로 기분이 나쁠 수 있으니까 조금 부드럽게 진행하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깐깐하지 않고 부드럽게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외에도 정토회의 운영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회향식 이후 대행 체제에 대한 질문들이 많았습니다.

사홍서원으로 법회를 마친 후 스님은 곧바로 김장 울력을 하러 운동장으로 나갔습니다. 운동장에서는 김칫소를 만들기 위해 행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한쪽에서는 김칫소에 들어갈 갖가지 채소를 손질했습니다. 무를 씻어 채칼을 이용하여 썰고, 갓을 다듬어서 적당한 크기로 잘랐습니다.


한쪽에서는 찹쌀가루를 물에 풀어 섞고 고춧가루와 섞어서 불렸습니다.

곳곳에서 재료들이 다 준비되자 절인 무 채를 채소와 섞고, 불린 고춧가루도 김칫소 재료와 섞은 후 고루 버무려 주었습니다.

김칫소가 조금씩 준비되어 나가고 있을 무렵, 밭에서도 배추와 무를 다 뽑아서 운동장에 도착했습니다. 배추가 도착하자 다시 역할분담을 했습니다.


스님은 배추의 겉잎을 뜯어 내고 밑동을 자르고 반으로 갈랐습니다. 배추를 반으로 가르자 속이 꽉 차 있었습니다.



“손이 보이면 안 돼요. 빨리빨리 넘겨주세요.”

배추의 밑동을 잘라내고 반으로 가른 후 바구니에 담아 놓으면, 운반팀이 바구니를 운반하여 소금에 절이는 팀으로 넘겨주었습니다.


1800포기를 소금에 절여야 하기 때문에 대형 튜브를 준비했습니다. 먼저 빨간 고무통에 소금물을 담아두고, 배추를 한 번 담갔다가 꺼냈습니다. 소금물에 한 번 절인 배추를 대형 튜브 안에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대형 튜브에 배추가 한 켜 쌓이면 그 위에 소금을 팍팍 뿌렸습니다.





한쪽에서는 김치 사이 사이에 넣을 무를 씻었습니다.

행자들이 빠른 속도로 일을 잘하고 있어서 스님은 행자와 자원봉사자 몇 명을 데리고 산윗밭으로 올라가 도라지 씨앗을 심었습니다.

“몇 명만 저랑 같이 산에 올라가서 도라지 씨앗 좀 심읍시다.”

농막에서 필요한 도구를 알뜰하게 챙겨 산윗밭에 도착했습니다.

“도라지 씨앗은 가져왔지요?”

“...”(모두 웃음)

가장 중요한 도라지 씨앗을 빠뜨렸습니다. 묘당법사님이 농막에 가서 씨앗을 가져오는 동안 땅을 고른 후, 씨앗을 심을 수 있게 괭이로 고랑을 팠습니다.


체에 거른 흙에 씨앗을 섞은 다음 한 줄 한 줄마다 씨앗을 뿌렸습니다. 씨앗이 뿌려진 곳에는 다시 괭이로 흙을 살포시 덮어 주었습니다.



“수고했어요. 오늘 저녁에 비가 온다고 하니까 딱 적절한 시기에 씨앗을 심었어요. 내일 심었으면 땅이 질퍽해서 심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김장 중에도 급하게 도라지를 심은 이유가 있었네요."

한 시간만에 도라지 심기를 마치고 밭을 내려왔습니다.

수련원에 도착하자 배추 작업을 하던 팀도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일을 끝마쳤습니다. 1800포기가 모두 대형 튜브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습니다.

“다 했다!”

이제 배추를 소금물에 담가 두어야 합니다. 저녁부터 비가 내린다는 일기 예보가 있어서 대형 튜브를 비닐로 덮었습니다.

밤에 배추를 한 번 뒤집는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해가 저물 무렵 전등을 설치한 후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밤이 되자 예보대로 비가 쏟아졌습니다. 밤 9시 40분부터 행자들이 배추 뒤집기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배추 뒤집기를 하기 위해서 노희경 작가님, 배우 조인성 씨와 김우빈 씨를 데리고 왔습니다.

“일꾼들을 좀 데리고 왔어요. 교대를 해드릴게요.”

스님과 노희경 작가님 일행분들은 가슴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대형 튜브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2시간 동안 부지런히 뒤집기를 한 결과 1800포기를 모두 뒤집을 수 있었습니다. 힘이 좋은 조인성 씨와 김우빈 씨 덕분에 한결 수월하게 작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수고했어요!”

밤 11시가 되어 김장 1일째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김장 2일째입니다. 잘 절여진 배추를 흐르는 물에 씻고 건진 다음 물기를 빼고, 배추에 김칫소를 버무린 다음 석박이용 무를 김치 사이에 박아서 김치를 통에 담는 일까지 할 예정입니다. 저녁에는 정토경전대학 생방송 수업이 있습니다.

전체댓글 69

0/200

선우

감사합니다

2022-12-24 17:03:56

보각

스님과 함께 해서 좋았습니다 고맙습니다

2022-12-12 17:11:52

불린이

마음미남 세 분 멋져요! ㅎㅎ

2022-12-06 13: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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