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2.28 전법활동가 법회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안녕하세요. 서울 정토회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전법활동가들을 위해 오전과 저녁에 법회를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오전 10시 정각에 방송실 카메라 앞에 자리했습니다.

주간반 전법활동가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저는 서울에 온 지 거의 열흘이 지났습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로 서울에서 가장 길게 머물고 있어요. 두북 수련원에서는 비닐하우스에 봄 감자를 심었다고 합니다. 제가 두북 수련원에 있었으면 오늘 감자 심는 영상을 보여드렸을 거예요. 서울에서는 국민 화합을 위해서 여러 원로 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 사람이 죽고, 건물이 파괴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피난을 가는 모습을 보니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무력 침공은 절대 용인될 수 없습니다

개인 간이든, 집단 간이든, 국가 간이든 갈등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런 갈등을 힘으로 해결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해 나간다는 것이 기본적인 상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 내부적으로 여러 이유가 있더라도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강대국이 약소국을 무력 침공하는 것은 용인될 수 없습니다. 설령 러시아가 안보적으로 위협을 받기 때문이라고 해도 우크라이나와 충분히 외교적으로 협상을 해야 합니다. 또한 국제사회의 동의와 협조를 구해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물론 러시아 입장에서는 다년간 평화적인 방법으로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아서 무력침공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력침공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예전에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했을 때나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자치주를 만들었을 때만 해도 그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러시아의 안보를 위해서는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은 명백한 잘못입니다.

지금 평화의 함성을 외쳐야 하는 이유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의식 있는 시민들이라면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안전을 기원하고, 우크라이나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특히 러시아인들이야말로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운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러시아인들이 평화를 외치는 것이 더 파급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또한 앞으로 러시아의 국제적인 위상을 위해서라도 러시아인들이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이는 베트남 전쟁 당시에 미국 내에서 일어난 반전 평화운동이 베트남 전쟁의 종식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러시아 내 평화운동을 통해 명분 없는 전쟁을 종식하는 것이 러시아를 위해서 가장 바람직합니다. 왜냐하면 외부 압력에 의해서 전쟁이 중지되면 러시아 스스로 굴욕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부의 자성적인 평화운동으로 전쟁을 멈춰야 자신들의 존엄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러시아 스스로 자성적인 평화운동을 통해 전쟁을 멈추기에는 지도자의 상태가 이성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평화 운동을 통해 여론을 환기시켜주어야 합니다. 만약 러시아가 군사적인 행동을 멈추지 않으면 더 큰 세계 전쟁을 불러올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에 여러 제제를 가해서 압력을 넣는 것도 필요하지만,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무력 침공은 부당하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하고 함성을 외치는 것이 가장 큰 압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법회를 시작하기 전에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는 명상을 잠시 하겠습니다.”

스님의 제안에 따라 다 함께 잠시 명상을 했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해 보았습니다.

명상을 마치고 스님은 한반도의 전쟁 위험과 대통령의 역할, 투표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만약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 피해 규모는 우크라이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큽니다. 그래서 2017년에 한반도에도 전쟁의 위기가 고조되었을 때, 정토회 회원들 1만 명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평화협상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정토회는 창립할 때부터 우리가 사는 이 땅에 다시는 6.25와 같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항구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꾸준히 활동해왔습니다.

평화를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국가 지도자

전쟁이 일어나면 수십여 년 간 일구어 놓은 재산이 하루아침에 파괴되고, 귀중한 인명이 죽거나 다치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조국을 버리고 피난길에 나서게 됩니다. 이는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입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이나 매 순간 바뀌는 감정에는 매우 민감한데 정말 큰 위험인 전쟁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평화를 위한 첫걸음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웃 나라에 대해 적대감을 가지거나 갈등을 부추기지 않고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여 전쟁의 위험도를 낮춰야 합니다. 또한 일방적인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우리의 안전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국방력을 갖춰야 합니다.

전쟁이 나면 전쟁을 일으킨 사람이 아니라 무고한 일반 시민이나 젊은 군인이 죽거나 다치게 됩니다. 그래서 국가의 지도자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고 평화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적의 침공에 결연하게 대응하는 의지도 중요하지만,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막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키예프를 지키고자 러시아에 결연히 맞서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만, 그보다는 ‘좀 더 신중한 외교 정책을 통해서 전쟁을 미연에 막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야욕은 예전부터 존재해 왔습니다. 이런 조건에서 어떻게 평화를 지켜내야 할지에 대한 고찰과 외교적 노력이 선결되어야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한반도 문제 역시 국방력만으로 안보가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강대한 중국도 고려해야 하고, 러시아의 영향력도 생각해야 하고, 북한의 입장과 처지나 군사력도 감안해야 합니다. 이렇게 정세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힘만으로 안 된다면 주변 국가와의 군사적 동맹과 협력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강력한 대응만이 답이 아닙니다. 유약한 평화정책만이 해결책이 될 수도 없습니다. 국가의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외교 문제를 다룰 때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최선을 추구하되 그게 어려우면 차선을 선택하고, 차선이 없으면 차악이라도 선택하는 냉철함을 가져야 합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서 당장의 어려움보다 한반도의 평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투표는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또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들의 비호감도가 높더라도 절대 투표 행위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명심했으면 합니다. 주권자의 권리이자 의무인 투표권을 모두 행사하시기 바랍니다. 권리는 포기할 수 있지만, 의무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입니다. 투표는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투표는 의무이기도 함을 상기시켜서 꼭 투표할 수 있도록 독려해주시길 바랍니다. 누구에게 투표하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투표를 하는 것은 의무입니다.”

이어서 자유롭게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누구든지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곧바로 평화재단으로 이동해 찾아온 손님들을 맞이했습니다. 내일 사회 원로분들을 모시고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어서 함께 의논하고 점검해야 할 사항이 많았습니다. 오후 내내 회의와 미팅을 한 후 해가 질 무렵 다시 정토회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저녁반 활동가들을 위한 전법활동가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화상회의 방에 얼굴이 가득 차자 스님도 화면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오전 법회처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염원한 후 질문을 받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어쩌면 이번 주에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행진을 해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야기를 들으니 겁부터 나죠? (웃음)

어떤 일이 주어지든 기꺼이 해보기

농사를 지어보면 농한기에는 한가하다가 농번기가 되면 바쁘잖아요. 농번기에는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 합니다. 그처럼 일이 많을 때는 조금 바쁘게 지내고, 일이 없을 때는 한가하게 지내면 돼요. 조금 바빠지면 힘들어 죽겠다고 하고, 한가해지면 심심해 죽겠다고 하는 사람은 수행자가 아닙니다. 바쁠 때는 할 수 있는 만큼 일을 하고, 한가해지면 여유롭게 명상도 하고 취미생활도 하면 됩니다. 이렇게 인연 따라 주어지는 데로 살아가는 사람이 수행자예요.

저는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로는 시골에 내려가서 농사지으면서 재미있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대선을 앞두고 국론이 너무 분열되고 있잖아요. 그래서 종교, 시민, 사회계 원로분들께서 대선 후보들에게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반대편까지 껴 앉는 통합 정치를 해달라’라고 강력하게 요청하자고 제안하셨습니다. 원로분들께서 제가 비교적 중립적이라고 생각을 하셨나 봐요. 저보고 중심에 서서 다 아울러 주면 좋겠다고 하셔서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세상일이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에요. 성공할 것 같았던 일이 마지막에 잘못될 때도 있고, 안 될 줄 알았던 일이 결국 성공할 때도 있습니다. 농사를 지을 때도 아무리 열심히 지어도 병충해를 입거나, 홍수나 태풍이 와서 농사가 망하기도 합니다. 노력한다고 모든 일이 이루어지진 않지만, 노력을 하면 원하는 일이 이루어질 확률이 더 높아져요. 그래서 여러분도 어떤 일이 주어지면 기꺼이 해보세요.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힘들면 힘든 대로 해보는 거예요. 정 안 되면 마지막에 포기하면 되죠. 그렇게 대승 보살로서 우리가 세운 원을 놓치지 말고 꾸준히 정진해 나가시길 바랍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스님은 다시 평화재단으로 이동해 밤늦게까지 실무자들과 함께 내일 있을 기자회견을 준비한 후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삼일절입니다. 103년 전 우리의 선열들이 구국의 일념으로 정파, 종교, 지역을 뛰어넘어 하나가 되었듯이 스님은 종교 시민사회 원로 분들과 함께 낮 12시에 국민통합을 위한 기자회견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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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희

네~ 스님!
한가하면 한가한데로
바쁘면 바쁜데로
기꺼이 해봅니다~^^

2022-03-08 16:49:24

홍예지

평화를 원합니다.국내든 밖이든...전쟁은 싫습니다.

2022-03-08 15:41:28

안젤로

스님 감사합니다.

2022-03-04 21:5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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