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0.26.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 평화재단 회의
“국가 비전은 찾아볼 수 없고 왜 상대를 비방만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서울 정토회관에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새벽 4시 30분, 1층 법당에서 서울 공동체 대중과 함께 예불과 기도를 한 후 평화재단으로 이동했습니다.

어둠이 걷히고 오전 7시가 되자 목사님, 신부님, 주교님, 교령님, 교무님이 차례대로 평화재단에 도착했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조찬을 함께 했습니다.

스님이 직접 농사짓고 수확해 온 채소가 맛있는 반찬으로 밥상에 올라왔습니다.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으며 식사를 마친 후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모임 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종교인들의 목소리를 연말 즈음에 발표하면 어떨지 제안이 있었습니다. 박종화 목사님이 초안을 만들어 와서 발표했습니다.


초안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종교인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는 것이 좋을지 토론이 오가는 중에 스님도 생각을 이야기했습니다.

“현재 각 당에서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고 있는데, 국민들 입장에서는 좀 답답한 마음을 느낄 것 같아요. 지금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대통령 후보들의 모습만 보면 국민들이 중요시하는 문제들에 대해 각자 어떤 정책과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에 봉착해 있는데 각 후보들은 기후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또한 한반도의 평화 문제, 극심해지는 빈부 격차 문제,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가격이 몇 억씩 바뀌어 있는 비정상적인 부동산 문제 등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국가 비전은 찾아볼 수 없고 왜 상대를 비방만 할까요?

당을 비롯해서 후보들이 이런 문제들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여야 사이에도 이런 주제를 놓고 대화하는 게 아니라, 그저 상대방을 비방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 사이에서는 정치에 대한 혐오 정서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각 당에서 어떤 정책을 펼치든지 상관하지 않고 무조건 그 후보를 지지하는 열성팬들을 제외하면 국민 대부분이 정치에 대해 크게 실망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중도층에서 대단위로 선거에 불참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그래서 사회 일각에서는 우리 정치가 아무리 권력 투쟁과 이권 다툼의 성격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이건 지나치다는 일갈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우리 종교인 모임을 비롯해서 주위에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들까지 다 같이 참여해서 현재의 한반도 평화 문제와 국내의 비정상적인 정치 상황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것인지 한 번 검토를 해보면 좋겠어요. 그리고 ‘한반도 평화’와 ‘국내 정치’라는 두 가지 어젠다에 대해 같이 선언을 하는 것이 좋은지, 따로 하는 것이 좋은 지도 살펴봐야 할 것 같아요.

한반도의 평화는 늘 중요한 부분이지만, 현재 시기가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무리 좋은 선언도 자칫 선거에 이용될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시국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든 반대하는 입장이든 선거에 이용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생존권은 보장되어야 합니다

현재 가장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은 북한 주민입니다.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특히 북한의 굶주리는 아이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각성을 요구해야 합니다. 정치적인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북한 주민의 생활과 관련된 대북 제재는 완화되어야 하고, 북한 주민들의 생존권은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정치 상황은 지난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과 북한 주민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털끝만큼도 관심이 없고, 그저 권력 투쟁을 위한 네거티브 전략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 후보들이 정작 국민들의 삶과 관련해서 도대체 어떤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인지조차 파악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한반도의 평화에 대한 내용과 국내 정치의 비정상적인 정쟁을 동시에 지적할 것인지, 아니면 이 두 가지를 따로 지적할 것인지 고려해 보면 좋겠어요. 특히 국내 정치의 비정상적인 정쟁은 정책의 질도 엄청나게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이는 여야를 막론하고 다 비슷합니다. 서로를 비방하는 걸 제외하면 어떤 후보가 어떤 정책을 펼치고자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각 후보가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펼치고자 하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거든요.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 원로가 사라진 사회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문제 제기를 할 만한 곳이 거의 없습니다. 예전에는 강원룡 목사님, 김수환 추기경님, 정의평화위원회, 목요기도회 등 사회적 어젠다에 대해 필요할 때마다 경종을 울리는 종교 지도자 모임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러한 모임들이 거의 다 사라진 상태입니다. 서영훈 선생님을 비롯해 시민 단체의 사회 원로들도 많이 돌아가셨습니다.

저희들만 해도 모두 나이로 보면 사회 원로에 속하는데, 우리는 아직 스스로 사회 원로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죠. 옛날 저희 선배들은 대부분 60대부터 사회 원로의 역할을 하셨는데 우리는 지금 70대가 되어도 스스로 사회 원로라고 생각을 안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웃음)

코로나 사태 이후 빈부격차가 더욱 심해진 부작용도 있지만, 코로나 방역도 체계가 비교적 잘 잡혀있고, 경제적인 수출량 역시 더 늘어나고 탄탄한 편이거든요. 거기다 문화적으로는 BTS, 미나리, 오징어 게임 등 새로운 콘텐츠들이 열풍을 일으키면서 국제적으로 한국의 위상이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이런 창의력을 잘 살려 나가면 우리나라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어요.

전쟁의 위험, 빈부격차의 심화

그러나 이 모든 것을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바로 전쟁입니다. 전쟁이 나면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이 모든 게 일시적으로 사라집니다. 대한민국이 융성하려면 가장 먼저 전쟁의 위험을 막아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국가의 위상은 점점 올라가고 있는데 국민은 고통스러운 상황입니다. 가장 큰 원인은 빈부격차의 증가로 인해 경제적인 양극화가 심화되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가격 폭등과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 등이 국민들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어요. 정치인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한데, 요즘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과연 그 책임을 질 수 있겠느냐 하는 의문이 듭니다. 이 부분에 대해 우리 종교인 모임에서라도 비판적인 문제 제기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봐요.

그런데 국민들의 의식 속에 이런 불만이 있다고 해서 저절로 불이 붙는 게 아닙니다. 누군가가 불을 붙여야 불이 붙습니다. 즉 발화점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 어디를 봐도 정치인이든 누구든 지위 여하를 막론하고 애국심을 갖고 국민들의 요구를 폭넓게 대변하고 문제를 제기해줄 사람이 없어 보입니다.

요즘 대통령 후보들이 토론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상대가 문제를 제기하면 그런 문제가 있다고 수용하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잖아요. 서로 욕하고 공격만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종교인 모임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각자 더 검토해 보시고 다음 모임 때 결론을 내리면 좋을 것 같아요.”

스님의 제안에 모두 공감을 표한 후 다음 모임 날짜를 잡았습니다. 종교인들은 정책 경쟁을 하지 않고 서로를 비방만 하고 있는 국내 정치의 모습에 모두 안타까워했습니다. 이런 시기일수록 종교인 모임이 더욱 의미가 크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종교적인 방향은 다르다고 하더라도 같이 모여서 우리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꾸준히 논의하는 이 모임처럼 정치도 그렇게 되면 참 좋겠어요. 앞으로 한국이 가야 할 성숙한 미래의 모습을 우리 종교인 모임이 지금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성공회 박경조 주교님

“3.1 운동 당시에도 서로 종교는 다르지만 여러 종교의 지도자들이 모여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함으로써 수많은 대중이 일어나게 했잖아요. 그 원동력이 100년 만에 다시 실천되고 있는 것이 이 종교인 모임이라고 생각합니다.” - 천도교 박남수 교령님

스님은 종교인 분들을 주차장까지 배웅한 후 다시 평화재단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후에는 하루 종일 평화재단을 찾아오는 손님들과 연달아 미팅을 가졌습니다. 4시에는 평화재단 기획위원회 위원들과 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하고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 7시에 결사 행자 회의를 한 후, 하루 종일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미팅을 하고, 오후 2시에는 사회활동위원회 실무자들과 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수행 법회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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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다름을 인정하고 힘을 합친다 감사합니다

2021-11-06 11:38:12

정명화

정신적 지도자의 역활이 적극적으로 필요한때인거 같습니다.
한종교이 이야기하면 다른종교인들이 동참하지 않겧지만 각종교단체의 영향력있는 분들이 모여 행동을 해주신다면 국민들도 공감과 지지를 표현할거 같습니다.

2021-11-05 06:08:10

김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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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1 10: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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