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4.10 사전투표, 공동체 법사단 수련 1일째
“정토회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사전투표가 있는 날입니다. 스님은 사전투표소가 문을 여는 새벽 6시에 두서면 사전투표소를 찾아서 제일 먼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습니다.

투표소 입구에서 선관위 직원들이 발열체크를 한 후 비닐장갑을 나눠주었습니다.



투표소에 들어서서 신분증만 보여주니 곧바로 투표용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비닐장갑을 낀 채 투표를 한 후 투표소를 나왔습니다.

투표소를 나온 스님은 유튜브 구독자들을 위해 투표 독려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되어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들이 이 나라의 주인입니다. 주인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행위가 투표입니다. 그러니 기권하지 마시고 꼭 투표에 임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먼저 이렇게 투표하고 나서, 여러분께 투표하시라고 말씀을 드립니다. 놀러 갈 일이 있거나 다른 일이 있더라도 저처럼 일찍 나와서 투표 먼저 하시고 자신의 할 일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4월 15일은 투표일입니다. 꼭 투표하시기 바랍니다."

영상 촬영을 마치고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창 밖으로 해가 뜨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오전 8시부터는 하루 종일 공동체 법사단 수련이 열렸습니다. 지난 1일 공동체 법사단회의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수련이 취소된 4월 한 달 동안 정토회의 장기적인 발전 방향에 대해 7개 주제를 나누어서 집중 토론을 하기로 결정했었습니다. 그로부터 10일이 지난 오늘, 법사님들은 각 주제에 대해 많은 토론과 연구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먼저 본격적인 발표와 토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스님은 한 가지 안건을 결정해야 할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지금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하니까 매일 명상 프로그램을 제가 온라인으로 진행하면 좋겠다는 요청이 들어왔어요. 지금 여건 상 매일 하기는 어렵고, 일주일에 한 번 매주 일요일 저녁 8시에 온라인으로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다들 동의하십니까?”

“네, 좋습니다.”

이번 주 일요일부터 온라인 명상을 시작하기로 한 후 본격적인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7개 주제에 대해 법사단 기수별로 논의한 결과물을 하나씩 발표했습니다. 중간에 쉬는 시간을 포함하여 발표와 토론이 저녁 6시까지 계속되었습니다.

“국내외에 불사를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발표해 보겠습니다.”

“2차 만일을 준비하기 위해서 해외 전법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모든 교육과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하는 온라인 정토회 운영에 대해 발표하겠습니다.”

주제별로 법사님들의 발표가 끝나면, 마지막에 스님이 발표를 듣고 난 소감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3개의 주제에 대해 토론을 마치고 나니 벌써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해외 전법에 대해 논의할 때는 외국인 전법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는데요. 그중에는 외국인들이 인도와 필리핀에 있는 JTS 구호 사업장을 방문하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보자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은 외국인 전법을 하는 데 있어서 유념해야 할 점을 짚어 주었습니다.

“필리핀과 인도에 있는 JTS 구호 사업장에서 외국인들이 현장 체험을 하도록 해보자는 제안이 있었는데요. 외국인들이 감동을 받는 것은 현지에 가서 어떤 일을 하느냐 보다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수행자로서 어떤 관점을 갖고 생활하고 있느냐입니다. 저도 매년 해외 사업장을 직접 방문을 해보지만, 현재 파견을 나가 있는 사람들은 일에만 정신이 없는 상황인 경우가 많아요.

외국인들은 무엇에 감동을 받을 것인가

매일 아침 기도하고 수행하는 이것이 우리의 힘인데, 이런 것이 인도나 필리핀에 파견이 되면 잘 안 지켜집니다. 자꾸 일에 빠져들게 돼요. 두북에서도 농사일을 하는 행자님들이 지금 많이 지쳐 있어요. 그래서 어제 제가 마음 나누기를 하면서 이렇게 이야기를 했어요.

‘우리가 농사를 지어서 돈을 많이 벌려고 하는 것이라면 그건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 지금 주어진 조건을 하나의 과제로 삼아서 이 어려움을 해결해보는 것이 수행이다.’

물이 없는 곳이면 물을 확보해 오고, 땅에 돌이 많다면 돌을 골라내서 밭을 만들고, 주어진 조건이 맨 손으로 일을 해야 한다면 맨 손으로 개척을 하고, 기계를 도입할 수 있으면 기계를 도입하면 돼요. 지금 주어진 조건을 잘 활용하는 것이 수행이라는 거예요. 그런데 농사짓기 힘들다고 전부 기계화를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농사꾼이라면 기계화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우리는 수행자가 농사를 짓는 것이잖아요.

지금 행자님들이 일이 많아서 지친다며 힘들어하고 있는데, 바빠서 몸이 지쳐도 마음이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수행이에요. 그런데 행자님들은 마음을 따라 몸이 가는 것이 아니고, 몸을 따라 마음이 가고 있었어요. 몸이 가뿐하면 기분이 좋고, 몸이 가라앉으면 도망가고 싶은 거예요. 일이 재미있으면 일에 빠지거나, 일에 지치면 일을 그만두려고 하거나, 둘 중에 하나거든요.

수행이란

아침에 예불하고, 108배하고, 명상하는 것만 자꾸 수행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마음이 여일한 곳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하나의 정기적인 수단입니다. 운동한다고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운동을 정기적으로 하는 것은 몸이 건강해지는 하나의 조건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예불하는 것도 부담이 되고, 일하는 것도 부담이 되고, 저녁마다 마음 나누기하는 것도 부담이 된다면, 일과 수행이 서로 연결이 안 되고 있는 거예요.

맨손으로 일을 해야 될 때는 맨손으로 일하고, 호미가 있으면 호미를 사용해서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삽이 있으면 삽을 사용하여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포클레인이 있으면 포클레인을 사용하여 효율적으로 일하고, 없으면 없는 대로 일하는 겁니다. 황무지가 생기면 개척하는 일을 하고, 황무지가 개척이 되어 있으면 효과적으로 농사짓는 일을 하는 겁니다. 황무지를 아무런 개척도 하지 않고, 숲을 가꾼다고 나무부터 심는 것은 바보입니다. 우선 모래에서 자랄 수 있는 종류의 잔디를 심고, 잔디가 좀 자라면 작은 나무를 심고, 작은 나무가 좀 자라면 큰 나무를 심고, 이렇게 이치에 맞게 일을 하는 것이 수행입니다.

황무지에 잔디를 심는 것도 수행이고, 작은 숲에서 큰 나무를 심는 것도 똑같은 수행입니다. ‘이것은 성과가 엄청난 일이고, 이것은 성과가 하나도 안 나는 일이다' 이렇게 보는 것은 세속적인 관점입니다. 수행은 지금 조건에서 어떻게 한 발 더 나아가느냐를 연구하는 겁니다. 그것을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도 수행이고요.

인도와 필리핀에 있는 JTS 사업장도 현안이 많다 보니 자꾸 일에 빠지게 되는데,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것이지 마을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우리가 다 해줄 수가 없어요. 우리가 어떤 도움을 안 줘도 마을 사람들은 수천 년 동안 그렇게 살아왔어요.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고, 못해주면 못 해주고, 이렇게 여일 해야 합니다.

남을 돕겠다는 좋은 마음만 갖고 수행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려움이 늘 있는 속에서도 서로 화합하여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외국인이 공동체에 들어와서 체험을 하면서 감동을 받게 됩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모습이 어떠한가

일이 다급할 때는 아파도 일을 해야 하고, 일이 다급하지 않으면 몸을 우선시 해서 쉬어줘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이런 것들에 대한 완급조절이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요. 다급한 일을 처리하다 보면 몸에 무리가 가기도 하고, 몸에 집착을 하면 게으름에 빠지기도 하지만, 이렇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물 흐르듯이 자신의 완급조절을 해나가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JTS 해외 사업장을 외국인들이 체험할 수 있게 하려면, 사업장이 어느 정도 정비가 되어야 합니다. 같이 살면서 서로 싸우고 갈등하는 게 아니라, 순간 기분이 나빠져도 그걸 내려놓고 견해가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고, 일이 많아서 늦게까지 일을 하더라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정진을 하는, 이런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감동합니다. 사람들은 빌딩이 얼마나 잘 지어졌나를 보고 감동하는 게 아니에요. 외국인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보완해야 할 게 있습니다.

저도 아직까지는 해외에 있는 정토법당에 외국인이 오는 것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 입장입니다. 스님의 법문과 법당에 나와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서로 일치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납니다. 처음에는 기대를 갖고 찾아오지만 ‘법문 하고 실제 하고 다르네’ 하고 돌아서 버려요.

저는 법문과 여러분의 삶이 일치하지 않을 때가 있는 게 이해가 돼요. 왜냐하면 여러분은 원래 갈등이 있는 사람들이었데 그나마 법문을 듣고 마음을 내서 좋아지려고 하는 중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외국인들은 이 모습을 보고 실망을 해서 안 나와 버립니다. 각자 나름대로 고집이 센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그 습관이 금방 안 없어집니다. 법문 듣는 것을 아무리 좋아해도, 행동은 금방 안 바뀝니다. 그게 어느 정도 정화가 되어서 화합을 통해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는 분위기가 되면, 그때는 외국인이 와도 돼요. 그게 아니라면 아무리 건물이 번쩍번쩍 해도 처음에는 ‘우와’ 하면서 좋아하지만, 사람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는 ‘이 사람들은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지 못하네’ 하고 실망을 해버립니다.

그래서 외국인 전법은 공간 문제가 핵심은 아니에요. 대중들이 문경 정토수련원을 시설이 좋아서 찾아옵니까. 우리가 사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에 찾아오는 거예요. 새로운 공간이 필요해서 마련하는 건 좋은데 공간만 마련한다고 외국인들이 감동을 받는 것은 아니에요. 공간보다는 현재를 살아가는 삶의 기본이 중요합니다.”

주제별로 스님의 정리 말씀이 큰 틀의 방향을 잡아 주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예불을 한 후 저녁 7시부터는 농사팀 행자님들과 함께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마음 나누기는 변함없이 매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스님은 행자님들이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하며 든 소감을 경청한 후 나누기를 마쳤습니다.

“오늘도 수고들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녁 7시 40분부터는 다시 법사단 수련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오후에 불사, 해외 전법, 온라인 운영에 대한 토론을 마쳤고, 저녁에는 공동체를 주제로 토론을 했습니다.

“백일출가, 행자대학원, 실무자 교육, 법사단 역할, 농업, 재활용 유통, 여행사업 등을 종합해서 공동체에 대해 연구한 결과에 대해 발표하겠습니다.”

밤 9시가 넘어서 토론을 마쳤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저도 여러분의 발표 내용을 잘 들었습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구체적으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논의 주제를 더 좁히는 겁니다. 내일 분과를 다시 나누면, 이제는 주제를 더 좁히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일을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스케치만 대강 그린 정도이고, 앞으로는 그림을 더 정교하게 그리고, 색깔도 입혀야 할 것 같습니다. 내일도 이야기를 더 나눠봅시다.”

코로나19로 인해 깨달음 의장과 나눔의 장 수련이 모두 취소가 되었지만, 물에 빠진 김에 진주조개를 줍는 마음으로 그 덕분에 정토회의 미래 방향이 하나씩 그려져 나가고 있습니다.

내일도 하루 종일 공동체 법사단 수련이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 밤 9시에는 전 세계에 있는 국제국 활동가들과 함께 화상채팅 방식으로 간담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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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혜심

지금 주어진 조건을 하나의 과제로 삼아서 이 어려움을 해결해보는 것이 수행이다.’

2020-04-13 21:36:58

강성연

명상 참으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주가 기다려집니다.

2020-04-13 07:43:16

문병식

길이 보이고
길이 만들어집니다.

2020-04-13 07: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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