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정토행자의 하루

감사하기 싫은 날도 쓰는 감사일기

정토행자의 하루팀은 함께 쓰는 감사일기 밴드를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자신의 하루를 돌아보고 감사일기를 쓰는 것도 좋지만, 서로의 감사일기를 읽고 서로를 더 잘 알아가며 서로 감화되는 것도 참 좋습니다. 두서없이 써내려가기도 하고, 솔직하게 내어 놓기도 하고, 때로는 내어 놓을 수 있을만큼만 내어 놓기도 합니다. 서로 걱정도 하고 응원도 하고 또 나도 돌아보게 되는 감사일기. 그래서 오늘 우리의 소소한 감사일기를 공개해 봅니다.

감사하니 감사합니다

감사도 연습이 필요하구나
▲ 감사도 연습이 필요하구나

최미영

한동안 감사일기 쓰기가 싫었습니다. 대놓고 미워할 수는 없으니 몰래 미워했습니다. 미워하는 마음으로 감사일기 쓰는 내가 가식적이고 거짓말하는 것 같아 차라리 쓰지 말자 하였습니다. 어제 이태원의 비극 소식을 듣고 미워하는 마음이 싹 사라졌습니다. 150명 넘는 아이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들의 부모님께 감히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무일 없는 오늘이 참으로 감사합니다.

김정림

'걱정됩니다' 하면 걱정이 늘고,
'감사합니다' 하면 감사함이 충만합니다.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걱정이 다행으로 다행이 만족으로.
이만하면 괜찮습니다.
'내일도 이렇게 살아야지!'

양계홍

감사도 노력해서 하려는 나를 본다. 그래도 고맙다. 생각으로라도 고마우려 하니… 마음으로 완전히 내려 올 날이 있겠지~

남편이 아침에 3번 연락왔었다. 고맙습니다. 3번만 하고 그쳐줘서. 아들이 불편하다고 하는데 학교로 보냈다. 그만한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며, 스스로 감수하려는 마음을 내야지 억지로 감수하라고 하는 것은 폭력이구나 빨리 알아차려 고맙다.

숲길의 아름다움에 경탄한다. 너무 감사합니다. 대자연의 큰 아름드리 나무를 꼭 껴안았다. 생명을 느껴서 고마웠다.

나도 몰래 올라오는 자책모드를 멈추려고 하였습니다. 알아차린다. 멈추려고 하는 것 또한 저항하는 거구나 그냥 바라만 보자. 목에 막히는 느낌이다. 이런 감각을 주는 내 몸 고맙다. 나약하고 싶고 흐트러지고 싶은 욕구이구나. 목에 힘을 주어 꿋꿋이 서있느라 고생했어. 고맙다. 이대로. 애쓰지 말고 편안하게 가자. 오만함을 버린다. 내가 없어도 가족 형제 다 잘산다.

눈을 떠야 보이는 감사함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윤정환

쌓인 감사글을 읽을 수 있어 감사합니다. 도반들 감사합니다.

저녁 식사를 사준 선배에게 감사합니다. 지난 여름 봉사팀과 함께 했는데 한 분이 아이들에게 저보고 참 좋은 아빠일 거라는 말을 합니다. 아이들은 멋쩍은 웃음을 짓고 '예 맞아요' 합니다. 진심인지 허례인지 모르지만 감사하고 한편으로는 부끄러윘습니다.

피곤했는지 집에 오자마자 잠깐 잠들고 이제 깨어났습니다. 이불 펴준 아내에게 감사합니다. 다시 꿈나라로 갑니다. 모든 이들에게 감사합니다.

김혜경

• 웃어주는 아들에게 고맙습니다.
• 쉬라고 아들 데리고 나가 준 남편에게 고맙습니다.
• 아무 일 없이 하루를 보낸 것에 감사합니다.
•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인터넷 환경이 고맙습니다.
• 전쟁 난 우크라이나를 보며 평화로운 우리나라가 감사합니다.
• 환경학교 교육받으며 내 옷을 살펴볼 시간이 주어져 고맙습니다. 너무 많은 옷과 살고 있습니다. 많은 옷이 고맙습니다.

나 자신에게도 감사합니다

권영숙

토요일 저녁을 희망리포터 교육으로 보냈습니다. 자기 자랑을 시켰는데 많이 쑥스러워합니다. 자기 단점은 열 가지도 넘게 찾아내는데 장점 두 가지에도 낯설어하네요. 다들 좋아하는 모습에 고맙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보다 제 장점 찾기를 잘하네요. 뿌듯하고 감사합니다.

김난희

반백수로 지내고 있는 요즘 정토회 소임 덕분에 알차게 보냈습니다.
수요일 오늘 하루, 아침기도에는 경전독송 소임, 수행법회 진행자 소임, 스님의 하루 윤문 소임, 법사단 특집기사 초벌작성까지 마쳤습니다. 함께 하는 도반들이 있기에 가볍게 꾸준히 갈 수 있습니다. 수행법회 진행 소임 펑크내면 지회장님이 메꿔주시겠다 합니다. 스님의하루 윤문은 최종 편집자가 있어서 믿고 넘깁니다. 행자의하루는 제가 펑크내면 영숙님 지영님이 도와줍니다. 혼자 가는 길이 아니라서 참 다행이고 고맙습니다. 바쁜 일정을 바쁜 마음에 끄달리지 않고 차근차근 해낸 나에게 고맙습니다. 기특합니다.

김봉재

떡국에 들어가는 고명을 만들기 위해 계란을 저어 구워 잘게 쓸어 예쁜 그릇에 담아 내어놓는 아내의 정성에 감사합니다.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는 상대의 정성을 발견하면 감동할 때가 있습니다. 누가 보지는 않지만 보자고 하지도 않지만 지금 이 순간 내 자신의 모습에 내 스스로 감동할 수 있도록 정성껏 살겠습니다. 나 자신에게도 감사합니다.

성지연

꿈에서 나를 비난하는 옛 동료에게 빙그레 웃으며 부드러운 어조로 해야 할 말을 했습니다. 현실에서 못했던 일을 꿈에서라도 하니, 깨고 나서도 마음이 좋습니다. '혹시 예지몽인가?' 하며 혼자 웃었습니다. 그저 연습하고 또 연습할 뿐입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되겠지요. 고맙습니다.

이서후

오랜만에 친구에게 연락이 와서 차담을 했습니다. 아이들과의 관계, 직장일로, 집안일로 이런저런 괴로움을 오랜만에 쏟아냅니다. 그런 일들이 나에게도 분명 있었는데, 듣고있는 나를 보게됩니다. 전부터 전법하고 있었는데 내말이 귀에 안 들어 오는구나를 알았습니다. 언젠가는 들리겠지 합니다. 같은 괴로움이 나는 좀 더 가벼움을 아니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합니다

알게 되어 감사합니다
▲ 알게 되어 감사합니다

홍자원

숨 쉬어집니다. 감사합니다. 무기력함은 있지만 아이 등원 후 잠깐이나마 밖에서 햇볕을 볼 수 있습니다. 이끌고 나가주는 몸과 마음에게 감사합니다. 폭풍우 지나가고 잔잔한 나날입니다. 변화가 있는 마음 날씨, 집안 날씨에 감사합니다. 밀린 경전을 다 읽었습니다. 마음을 낸 내게 고맙습니다. 마음은 잠시 멈춰있지만 마음끝과 발끝은 가르침을 향해 있습니다.

코로나 끝나니 아이 열감기에, 열감기 끝나니 저는 몸살이 났습니다. 아픈김에 푹쉬고 발딱 일어나려고 합니다. 쉴수 있는 이 상황에 감사합니다.

서지영

퇴근길 집 입구로 가는 골목길에 서 있는 앰뷸런스 차량을 보고 기꺼이 양보하고 다른 길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좁은 골목길을 한참 돌고 마주오는 차량들 비켜주고 또 도로로 나가 한참을 돌다보니 화가 스믈스믈 올라옵니다. 그러면서 앰뷸런스 탓하는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그런 내 모습이 웃겨서 혼자 피식 웃습니다. 호의를 두 번만 했다간 큰일 나겠네 싶었습니다. 내 꼬라지 볼 수 있어 감사합니다.

김세영

아이에게 감사합니다. 싫다고 밀어낼 때도 있고, 화, 짜증 낼 때도 있고, 삐질 때도 있고, 귀찮아할 때도 있지만, 늘 한결같이 먼저 용서해주고, 먼저 손 내밀어주고, 먼저 이해해주는 이런 사람은 내 인생 통틀어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너무도 큰 사랑을 해주는 아이를 지금껏 몰라봐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최서연

• 보청기라도 하고 말을 듣고 법문을 들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 40년 전 연탄가스 후유증으로 손가락 장애가 있지만 불편 없이 쓸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 할 수 없는 일에 대해 더 이상 욕심을 내어 애쓰지 않는 것이 나에 대한 배려임을 알겠습니다

이태기

아내의 병고로 깨닫는 것들이 많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가족이 가장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아내가 더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지금 이대로 감사합니다
▲ 지금 이대로 감사합니다

지금 이대로 감사합니다

이재선

감사일기를 쓰고부터 지금 마음 살피고 매일 적으면서 마음이란 게 참 오묘하고 신기합니다. 요즘은 마음 알아차리기가 잘 되고 가벼워져서 감사합니다. 바쁘고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적기를 많이 놓쳤지만 도반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공감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어제는 제 생일인데 남편과 함께 시간 보낼 수 있어 감사합니다
저녁에 오랜만에 거리두기가 풀려서 외식도 했습니다. 집에 오면서 속상한 마음도 이야기했습니다. 잘 들어주고 맞장구쳐준 남편이 고마웠습니다.

정태남

마음이 불편했는데 스님의 법문을 듣고 나니 차분해졌습니다. 법문을 백번들어도 여전히 백번 넘어지는 수준이지만 존경하는 스승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뭉클한 마음입니다. 오늘도 잘 버티고 잘 넘어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_행자의하루팀
편집_서지영(강원경기동부지부 수원지회)

전체댓글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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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희

매일 아침 기도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합니다.
놓치고 나서야 알아차리는 일이 훨씬 많지만
그래도 참회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부처님 법 만나것에 매일 감사합니다.

2022-11-19 00:21:49

묘향심

감사글 읽으면서 감사하는 마음이 저절로 일어납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 연습이 꼭 필요한 것 같네요 해보고 싶은 마음이생깁니다.

2022-11-17 09:16:48

이미진

짧은 글들이지만 공감가고 군더더기없이 깔끔해서 좋습니다. 감사하니 감사가 넘치는 글들 나눠주셔서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2022-11-16 10: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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