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특집] 대중법사님 이야기
제향법사님 세 번째 이야기
부족함, 참 좋은 재산

오늘은 '부족하면 배울 수 있어 좋고, 배우면 재미있어서 좋다'라는 제향법사님의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태산을 넘기보다 힘들다. 그런데 태산보다는 안 높다.”라며 웃습니다. 나처럼 부족한 사람도 이렇게 삶이 가벼워지고, 법사가 되었으니 나를 보고 용기 얻으라는 제향법사님의 이야기 함께 합니다.

오직 정진하는 이 길뿐

제가 91년 4월, 마흔다섯 살에 정토회를 찾았으니 딱 만 30년 하고 조금 더 지났습니다. 30년 회향은 이제 1년 정도 남았는데, 만일 결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도 '내가 그 회향은 하고 죽어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제가 6차년도에는 너무 몸이 아파서 거의 활동을 못 했습니다. 7차년도 들어가면서 대의원을 하고 9차년도 대의원 대표를 했습니다. 대표를 하다 법사활동을 하고, 지금까지 이어오는데 그 오랜 시간 동안 다른 건 없었습니다. 오로지 '정진'뿐이었습니다.

유수스님이 제게 “아니! 자기가 뭐 간사를 해봤어? 팀장을 해봤어? 총무를 해봤어? 뭘 해봤어?”라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행자생활 할 때도 같은 팀원 다섯 명 중 4명은 국장했던 사람이고, 아닌 사람이 저 하나였습니다. 나이도 제가 제일 많은데 책임 맡고 크게 활동한 경력이 없었습니다.

행자교육 받으면서 지장팀 모둠 공부 중(오른쪽 두 번째)
▲ 행자교육 받으면서 지장팀 모둠 공부 중(오른쪽 두 번째)

유수스님이 저를 보고 '모래밭에 가서 주어온 다이아몬드'라는 말도 했습니다. 저는 그 말이 '어디서 주어왔다'라고 들려서 처음에는 듣기 싫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큰 활동을 안 하면서도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 좋게 하는 말임을 알았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정진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도 언제나 정진을 놓으면 안 되는 줄 알고 있습니다. 정진하지 않으면, 어렵고 힘든 일이 생길 때, 금방 무너져버리고 뒷걸음질 치게 됩니다. 정진을 꼭 붙들고 있어야 고비고비를 잘 넘어가는데 그 정진을 놓쳐버리면 이 고비를 넘어가기가 어렵습니다. 자꾸 내 생각이 올라오고, 또 사로잡히면 진짜 내려놓고 싶어지기 때문입니다.

나를 키운 부족함

예전엔 부족한 것 때문에 항상 뒤로 숨고 나서지 못했습니다. 제 마음속에 열등의식이 너무 많았습니다. 지금 깨닫고 보니 부족한 것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오히려 부족한 게 큰 재산입니다. 제가 부족하기 때문에 늘 배우려는 자세가 되고, 배우는 재미가 있습니다. 부족하다고 나쁜 게 아니라는 것을 크게 깨닫고, "어떤 사람이든지 자기가 부족해서 힘들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 나한테 오너라. 나보다 부족한 사람 있나 한번 보자. 뭐를 갖고 부족하다고 이야기할 거냐. 나이로 나보다 부족하다고 할 거냐. 건강 문제가 있나? 아니면 뭐 컴퓨터를 못 하나?" 합니다.

저는 마우스도 못 만지던 사람이었습니다. 법사 교육을 받으면서 컴퓨터를 배우는 것이 커다란 태산을 넘는 것보다 힘들었습니다.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배꼽 잡고 웃을 일도 많았습니다. 환경 활동을 하던 사람이라 한글 파일에 빈칸이 남으면 다 버려지는 것으로 착각해서 다 채워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 정도로 컴퓨터에 대해서 몰랐기에 그것을 넘는 것이 큰 과제였습니다. 그런데 마음을 불편하게 안 가지니 다 되었습니다. 자기에게 어떤 의지가 있느냐? 이게 참 중요합니다.

못한다 하더라도 묻고 묻고 묻고 또 묻고, 해보고 또 해보고. 그래서 또 하나 딱 뛰어넘으면 정말 기쁩니다. 지금도 못 하는 것이 있으면 묻고 또 해보고 합니다. 지금도 오늘 들으면 내일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매일 같이 법문을 듣는데 매일 새로워서 좋습니다. 듣고 잊어버린다고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일 또 새롭게 들을 수 있습니다. 이런저런 신체적인 문제가 약간 있지만 지금 괴롭거나 슬프진 않습니다. 그래서 이 나이에 당당하게 잘살고 있습니다.

법사교육, 자기 혁명

제가 처음 법사 교육 시작할 때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남편도 암 수술한 지 5개월밖에 안 됐고, 고양시 집에서 서초법당으로 아침 6시까지 가려고 하면 차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귀도 좀 안 들리고, 눈도 나쁘고, 허리는 너무 많이 아프고, 모든 상황이 나빴습니다.

JTS 거리모금 중인 제향 법사님 (오른쪽 끝)
▲ JTS 거리모금 중인 제향 법사님 (오른쪽 끝)

‘아! 내가 나를 혁명해야겠다. 그러지 않고는 이 길을 갈 수가 없겠구나. 안 그러면 내가 마음에서 자꾸 물러나는 마음이 생기고 이럴까 저럴까 번뇌가 많아서 안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진짜 혁명했습니다. 지도 법사님이 입재 법문에서 하신 말씀이 계속 생각났습니다. “내가 의지가 있어야 스승도 도와주고 도반도 도와준다. 내 의지가 없으면 아무리 도와주려고 해도 도와줄 수가 없다. 그러니까 나를 극복하는 방법은 내 의지가 있어야 된다. 그래야 스승님도 도와주고 도반도 도와준다." 이 말을 명심문처럼 달고 모든 것을 스스로 극복해 보려고 했습니다. 글도 써 놨습니다. '태산을 넘기보다 힘들다. 그런데 태산보다는 안 높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길을 가고, 또 행복한 수행자로 살 수가 있습니다.

경험이라는 재산을 나눕니다

제가 지금 구할 것도 없고, 애태울 것도 없고, 뭐 특별히 많이 내려놓을 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자기 업식은 남아 있기 때문에 어떤 일이 생기면 감정은 올라옵니다. 감정을 알아차리고 있고, 이치를 아니 할 말이 없습니다. 몰라야지 뭐 말을 할 텐데, 아는데 뭐라고 말하겠습니까? 욕심 올라오는 줄은 알고 있고, 감정 기분이 나쁠 수도 있고, 좋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입 밖으로 말을 내서 뭘 할 게 없었습니다.

사실은 그 습관이 무서워서 무의식 속에서 바로 올라오는 건 감당이 안 됩니다. 사실은 빛 보다도 속도가 빠릅니다. 탁 올라와 버리는 거. 그러면 잘못했고, 미안했고, 참회하고, 또 일어서고 그냥 갑니다. 법사라고 특별하지 않습니다. 넘어지면 일어설 줄 알고, 알아차릴 줄 알고, 놓아버릴 줄 압니다. 이것이 법사의 역할이고, 여러 번 경험해봤던 것들을 우리 도반들에게도 나누는 것입니다. 저는 지식은 가르쳐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2015년 희망세상 만들기 강연 붕사 중 도반들과 함께(중앙)
▲ 2015년 희망세상 만들기 강연 붕사 중 도반들과 함께(중앙)

너무 잘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제가 여태까지 배웠던 거, 제가 여러 가지 경험했던 사례가 많습니다. 사례가 많은 건 참 좋은 겁니다. 고통스러운 경험이 많아도 그것이 다 저의 재산입니다. 그런 재산이 저한테 많았습니다. 당할 때는 힘들고 몰랐지만, 지금은 다 재산이 되어서 제가 어떤 법회에 들어가거나 상담할 때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사람이 특별히 다르지 않는 이상 느끼는 게 다 비슷합니다. 또 이치는 좀 눈에 빤히 보이니까 '저러면 저렇게 될 거다'라는 것을 아니 나눌 수 있습니다. 남편과의 관계도 제가 100% 잘하는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불법 만난 게 정말로 감사합니다. 안 그러면 지금 제가 이 세상에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꾸준함과 부족함이 희망이 되길

제가 처음 공부하면서 ‘이 길이 아니고는 다른 길이 없겠다. 그리고 이 길은 잠깐 행복하고 말 길이 아니구나. 그렇기 때문에 하면 할수록 더 재미있고, 이 공부는 내 열정을 다 바쳐서 할만한 공부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인생을 바꿀거다’ 이런 생각은 안 해봤습니다. 다만 하다 보니까 그냥 꾸준히 따라왔고, 따라오다 보니 제가 많이 편해졌습니다. 남들이 보면 우연히 온 줄 알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따라오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고, 오면서 힘들다 이 길을 가는데 죽겠다 이런 생각을 저는 해본 일이 별로 없습니다. 돌아보니 특별히 한 건 없어도 정토회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고 딱 붙어서 꾸준히 해온 것이 가장 잘한 일입니다. 예전의 저는 그때그때 순발력 있고 이런 사람을 부러워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꾸준함은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30년이 지난 후에 돌아보니 제가 붙어서 꾸준하게 했기 때문에 오늘에 와서 내 마음이 자유롭고 편안할 수 있지 않았겠나 합니다. 스님이 요즘 ‘꾸준하게’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옛날에 그렇게 한마디만 해주었으면 제가 잘난 줄 알았을 겁니다.

인생은 아무도 모릅니다. 금방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리 코앞에 일도 모릅니다. 자신을 기둥으로 삼아야 합니다. 내 삶을 잘 가꾸고 나를 잘 지키는 게 정진입니다. 다 살만해서 지금 갈까 말까, 올까 말까, 하는 겁니다. 그래서 꾸준히 하면서 저축을 해보면 나중에 꺼내 쓸 게 있습니다. 그런데 저축을 하지 않고 그냥 살면 또 알 수 없습니다. 제가 해 본 경험으로는 '이 길이 좋더라'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특별히 개인의 원은 없습니다만, 어떤 경우에는 ‘내가 이걸 할 수 있겠나?’ 이런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부족함이 많은 제가 이렇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겠나? 저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이 좌절하지 않고 자책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가면 되겠구나, 라고 희망을 갖는 것이 저의 작은 원입니다.

인터뷰 중인 제향 법사님
▲ 인터뷰 중인 제향 법사님


대중법사님 특집기사 발행일정표
▲ 대중법사님 특집기사 발행일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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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이미지를 누르면 텔레그램 '정토행자의 하루' 채널로 이동합니다.

인터뷰 진행_서지영
인터뷰 지원(영상, 녹화)_김혜경
글, 편집_서지영, 이삼월, 김난희
도움주신이_이정선, 백금록, 박우경, 김승희, 박정임, 권영숙, 전은정

전체댓글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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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영

법문 듣고 잊어버리니 내가 나이 들었네 하며 실망하지 않고 법문 들을 때마다 새로운 법문 들어서 좋네 하는 말씀 감동입니다
내가 나를 혁명해야겠다하고 물러남 물리치는 모습도 감동입니다
저도 꾸준히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02-25 07:50:06

박은지

듣고 잊어버린다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내일 또 새롭게 들을 수 있다.(감사합니다)
듣고 돌아서면 이저버려서 속상하고
욕심이 많아 내 자신을 참 힘들게 했습니다

이렇게 감동적이고 좋은글을 읽을수 있어 행복합니다
저또한 불법 만난것에 감사드리며
열심히. 정진해 보겠습니다.

2022-04-17 17:24:16

하심

매일 같이 법문을 듣는데 매일 새로워서 좋습니다.라는 부분에서~흑 ㅠ정말 정토회 법사님들의 내공은 짱짱!👍👍감사합니다_()_

2022-04-17 1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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