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정토행자의 하루
당신이 기적입니다

여러분이 매일 아침 받아보는 정토행자의 하루, 사실 어제 오늘 기사가 펑크났습니다. '별것 아니게 보이는데 펑크 날 일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저도 이 봉사를 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정토행자의 하루에 실린 기사 한편이 만들어지기까지 정말 많은 손이 필요합니다. 기사 펑크난 김에 쉬어간다고 정토행자의 하루를 누가, 어떻게, 어디서, 발행하고 있는지 소개합니다.

정토행자의 하루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아침 7시에 발행합니다. 이 기사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수행담을 취재하는 각 법당 122명의 희망리포터가 있고, 희망리포터가 작성한 기사를 편집하는 10명의 1차 편집자가 있습니다. 또 1차 편집자가 편집한 기사를 4명의 2차 편집자가 점검하고, 그 최종본을 다시 희망리포터와 수행담 주인공에게 확인받습니다. 그 모든 과정에 문제가 없을 때, 정토행자의 하루 기사로 발행합니다. 오늘은 정토행자의 하루를 발행하는 숨은 주인공들을 소개합니다.

내 것이 아닌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 - 김혜경 님(행정처 홍보국 홈페이지팀 희망리포터 담당)

희망리포터 담당 김혜경 님(왼쪽)
▲ 희망리포터 담당 김혜경 님(왼쪽)

현재까지 희망리포터는 국내외 모두 총 122명입니다. 저의 소임은 이 희망리포터들과 주로 소통하는 일입니다. 정토행자의 기사발행 일정을 짜고, 희망리포터들의 기사 작성과 발행과정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희망리포터와 소통할 때 중요한 것은 적절한 시기에 해야 합니다. 빨리 안내를 해야 할 때를 놓치면 일이 어그러질 때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 기사가 실리지 못하는 예도 있고, 기사가 희망리포터의 의도와 다르게 나가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희망리포터는 내 기사라는 생각으로 감정이 상하기도 합니다. 이때 저는 희망리포터의 마음을 전화로나마 충분히 들어줍니다. 처음에는 감정이 상해서 대부분 격하게 감정 표현을 하다가도 결국은 수행의 관점으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정토행자의 하루기사가 '내 것이 아닌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임을 알아차리는 희망리포터들에게 저도 항상 배웁니다.

희망리포터는 명품 소임 - 박문구 님(122명의 희망리포터 중)

희망리포터라는 소임은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에 저는 김춘수 시인의 “꽃”이 떠오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수많은 정토 꽃밭 속에서 이름을 불러주는 역할이 바로 희망리포터라고 생각합니다. 정토회하면 떠오르는 분이 바로 법륜스님이라면 그 밑에서 수많은 정토행자들이 촘촘히 모자이크 붓다를 이루고 있습니다. 희망리포터는 그 모자이크 붓다들의 수행담을 전달하는 역할입니다.

희망리포터 박문구 님
▲ 희망리포터 박문구 님

희망리포터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수행담을 인터뷰 할 대상자를 법당 총무와 함께 찾습니다. 인터뷰 대상자들이 대체로 처음에는 ‘나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데’라고 부끄러워 합니다. 그러다가 수행이야기를 진솔하게 꺼내놓습니다. 수행담을 듣다보면 가끔 리포터라는 소임을 잊고 넋 놓고 들을 때가 많습니다. 인터뷰 대상자들은 한결같이 겸손해서 ‘바로 이런 모습이 정토행자구나’ 라는 감탄을 합니다. 제가 희망리포터 봉사를 한 후로 TV의 드라마나 영화 속 이야기가 그저 시시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희망리포터 소임의 가장 큰 행운은 방황하던 사람들이 정토회를 만나 변화한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점입니다. 수행자의 표본 하나하나를 눈앞에서 보고 듣는 경험은 희망리포터가 아니라면 느낄 수 없는 명품 소임입니다. 처음 희망리포터 소임 제안이 들어왔을 때 ‘나는 글도 못 쓰는데’ 싶어 부담이었지만, 그냥 받아쓰기만 해도 한편의 멋진 글이 나왔습니다. 희망리포터는 글을 지어내는 사람이 아니기에 정토행자의 이야기만 잘 듣고 잘 받아적을 수 있는 귀와 손만 있으면 됩니다. 또 희망리포터 뒤에 든든한 편집자들이 있어 부담이 적습니다. 약간의 단점을 꼽자면 글이 나온 후 저도 모르게 댓글이 어떻게 달렸을까?, 혹은 몇 명이 봤을까? 마음이 자꾸 갑니다.

'편집의 힘이 이렇게 대단할 줄 몰랐어요!' - 이종명 님(10명의 1차 편집자 중)

1차 편집자 이종명 님
▲ 1차 편집자 이종명 님

희망리포터 소임을 맡았지만 편집자까지 해보라는 총무의 제안에 저는 ‘무슨 편집?’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교정보는 거라면 희망리포터가 하면 되지, 복잡하게 편집자까지 필요한가? 이런 순진한 저의 생각은 희망리포터와 편집자 교육, 그리고 6월부터 시작한 실제 기사편집을 하면서 여지없이 깨졌습니다.

봉사를 맡기 전, 정토행자의 하루는 스님의 하루와 달리 별로 읽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발행했던 기사를 몇 개 훑어보았는데 스님의 하루와 달리 묘한 감동이 있었습니다. 정토행자의 하루에 올라온 전 세계 도반들의 수행담은 또 다른 나의 모습이자 수행자의 길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수행으로 인생의 기적과 평화, 그리고 행복의 길로 나아가는 수행자의 힘을 느꼈습니다. '아, 이것이 정토행자의 하루를 발행하는 목적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편집 소임은 희망리포터가 쓴 글을 독자가 읽기 좋게, 또 정토행자의 수행 과정이 잘 녹아나게, 가다듬는 작업입니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리포터는 신선하고 좋은 원재료를 가지고 메뉴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편집자는 그 음식을 독자가 먹고 싶도록 알맞은 그릇에 담고, 식탁을 디자인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행담을 디자인하는 편집 소임도 그 속에서 다양한 공부거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맞춤법과 문법을 검사하는 원초적인 작업, 글을 가다듬고 요점을 분석 정리하는 기술, 사진 편집과 지면배치, 헤드라인과 중간제목 뽑기, 희망리포터와 원활한 소통, 마감 압박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일하면서 일어나는 마음의 분별과 현상을 잘 살펴서 평정한 마음으로 하고 있는지가 저에게는 가장 중요했습니다.

다행히 지금까지 소소한 분별심은 있었지만 잘 알아차리고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기억나는 좋은 경험은 기사발행일 전날 희망리포터로부터 대량의 사진을 받고도 당황하지 않고 잘 편집했던 사례입니다. 개인이 아닌 팀이 주인공이었기에 처음 기사를 보면서부터 당황했던 기억을 리포터와 솔직하게 나눴습니다. 그리고 의견 교환을 잘 해서 리포터와 재미있게 진행했고, 발행 후 피드백까지 성공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수행자이자 봉사자인 도반끼리도 결국 소통과 신뢰가 중요함을 체험한 것입니다. 편집한 기사를 받아본 희망리포터가 제일 많이 하는 반응은 '편집의 힘이 이렇게 대단할 줄 몰랐어요'입니다.

지금 제가 좀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전국 120여명의 희망리포터와 20여명의 편집자의 땀과 노력이 깃든 '정토행자의 하루' 구독자 수가 너무 적은 것입니다. 때로 솔직히 실망스럽고, 편집자로서 소임을 계속하는 것에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난 편집자 회의때 정토행자의 하루 구독자 확대 방안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로 이번 정토행자의 하루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때의 마음도, 지금 마음도 모두 내 마음 - 김난희 님(4명의 2차 편집자 중)

2차 편집자 김난희 님
▲ 2차 편집자 김난희 님

저는 2018년 여름, 월간정토 편집자 모집 공고에 지원한 것을 인연으로 ‘정토행자의 하루’ 편집자 소임을 맡았습니다. 이 소임으로 끊임없이 제 꼬라지를 볼 수 있어 좋습니다. 수행담 주인공에게도, 희망리포터에게도, 편집자에게도 저를 비추는 거울이 있습니다. 소임을 잘하고자 욕심 내는 모습도, 고민하는 모습도, 게으름을 피우는 모습도 모두 제 모습이기에 안아주고 싶습니다.

‘정토행자의 하루’는 절대 혼자서 발행할 수 없습니다. 문장 하나하나에서 도반들이 고민한 시간과 자판기를 두드리는 손길이 느껴질 때면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또 매일 수행담으로 전 세계에 함께하는 도반을 느낄 수 있어 든든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제가 자꾸 걸려 넘어집니다. 칭찬받고 싶고, 잘하고 싶어 하나둘씩 더 맡았던 소임들이 무겁고 벅찰 때가 있습니다. 그냥 가볍게 하면 되는데, 마음 속 미꾸라지가 튀어나와 진창을 만듭니다.

환희에 충만하던 그때의 마음도, 버둥거리는 미꾸라지에 괴로워하는 지금의 마음도 모두 저의 마음입니다. 이런 마음을 살펴보는 가운데 참으로 감사한 것은 불법을 만나 진흙탕 속 미꾸라지들을 고요히 가라앉히는 방법을 배운 것입니다. 미꾸라지들을 잠재울 때까지 오래 걸릴 것이고, 죽기 전에 맑은 물을 만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갑니다. 이 소임은 저에게 수행과 보시만으로 완성할 수 없는 보살행의 또 다른 한 조각과도 같습니다. 도반들과 함께 보살행을 향해 나아갑니다.


'작은 변화도 소중하게 볼 줄 알아야 한다' 이 봉사를 시작할 때 들은 법문입니다. 어떤 수행담은 너무 절절해서 감동이고, 어떤 수행담은 밋밋하다며 평가하던 저를 부끄럽게 했습니다. 아무리 작은 업식이라도 그 하나가 바뀌는 것은 그 사람에게 기적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매일 아침 기도하면서 그 기적을 이루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겸손하게 수행담을 나눠주는 도반이 기적이고, 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해보겠다는 도반이 기적입니다. 무엇보다 그 수행담을 읽고, 자신을 돌아보는 당신이야말로 지금 여기 깨어있는 가장 큰 기적입니다.

글_김혜경, 박문구, 이종명, 김난희
편집_권영숙(정토행자의 하루팀)

전체댓글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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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남

이렇게 수고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네요 덕분에 정토회 소식과 문경수련원 등을 잘 접할수 있게 됐습니다 저는 가을불대생 인데 이걸보고 궁금증 해소가 많이 된거 같아요 고맙습니다.

2021-01-05 08:07:23

자재왕

저는 '정토행자의 하루' 기사를 거의 빠짐없이 감동적으로 읽고 있습니다. 댓글을 달지 않으면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때로는 눈물을 찍어내며 읽은 적도 종종 있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의 수고로 한 편의 수행담이 나오는 줄은 몰랐습니다. 이 수행담들은 제 삶에 커다란 위로를 주기도 하고 희망을 주기도 합니다. 리포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2020-10-25 23:10:40

차보경

와 ~ 이렇게 참여하여 애 쓰시는 분이 많으신 줄 몰랐습니다 어쩐지 매 회 감동이 오더라구요 첨에는 스님의 하루만 봤는데 요즘에는 행자의 하루를 먼저 보게 되었습니다 관계자 여러분 감사해요~

2020-10-11 06: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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