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방콕법당
3년 만의 귀한 불교대학 졸업생 배웅

지난 3월 15일 불교대학의 마지막 수업 후, 신종코로나사태로 방콕법당은 졸업식을 연기하였습니다. 온라인으로도 졸업식이 가능하지만 방콕법당에서는 3년 만에 배출된 귀한 불교대학 후배님들이니 만큼 직접 축하해 주고 싶어 안전한 시기까지 연기하게 되었습니다. 방콕법당의 귀한 졸업생들이 불법을 만나 변화된 이야기, 함께 들어봅니다.

3년 만에 배출된 방콕 법당의 귀한 불교대학 졸업생들(앞줄 왼쪽부터 이춘회 님, 윤선영 님, 유선일 님)
▲ 3년 만에 배출된 방콕 법당의 귀한 불교대학 졸업생들(앞줄 왼쪽부터 이춘회 님, 윤선영 님, 유선일 님)

부처님의 말씀이 내 삶에 들어오는 경험

가족들과 떨어져 태국에서 주재원 생활을 하며 불교대학을 공부하신 이춘회 님은 신입생 같지 않은 준비된 불교대학생입니다. 이미 수행자로 살아오신 것처럼 정토에 친숙한 이춘회님의 이야기입니다.

연등 울력 중인 이춘회 님
▲ 연등 울력 중인 이춘회 님

“정토회와의 인연은 지도법사님의 즉문즉설을 접했던 2006년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현실인식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 전환과 개인 고민에 대해 명쾌하게 방향을 제시하시는 지도법사님의 모습에 크게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후 개인적인 고민으로 갈등이 있던 중에 인연이 닿아 <깨달음의 장>을 먼저 다녀와 법에 대해 조금씩 눈을 뜨게 되면서 스님의 모든 책들을 읽으며 불법에 대해 차근차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차츰 직장 생활과 가정생활 속에서 불법을 적용해 괴로움이 줄어드는 직접적인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더 깊은 공부를 위해 불교 대학에 관심은 늘 있었지만 출장이 절반 이상인 직장 생활 때문에 기회가 닿지 않다가 운이 좋게 방콕 주재원으로 근무하게 되면서 불교 대학에 입학해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체계적인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불교대학 수업을 하며 진행된 마음 나누기와 봉사를 통해 전보다 더 깊이 부처님의 말씀이 내 삶에 들어오는 경험을 했습니다. 저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상황에 따라 오르내리던 감정의 기복이 그때그때의 알아차림을 통해 많이 줄어들게 되었고, 분별심이 올라올 때 또한 전보다 훨씬 자주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법륜 스님을 알게 되어 불법에 눈을 뜨고, 불교대학을 통해 꾸준히 정진할 수 있는 이 좋은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수행자로서 이제는 나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분도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법을 나누고, 전하고, 실천하는 수행자가 되겠습니다.”

지금 당장 100% 깨닫지 않아도 된다

워킹맘이면서도 수업이 진행되는 일 년 동안 단 한 번의 결석 없이 일 년 개근을 일궈낸 윤선영 님의 이야기입니다.

연등 울력 중인 윤선영 님
▲ 연등 울력 중인 윤선영 님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이 남은 듯한데 벌써 일 년이 지나 졸업을 앞두고 있으니 아쉽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합니다. 처음 불교대학과의 만남은 그저 쳇바퀴처럼 생활하던 나의 생활에 '작은 쉼' 정도로 시작되었습니다. 회사에서 집으로, 집에서 회사로만 이어지는 똑같은 일상이 8년 동안 이어지다 보니 우물 안 개구리처럼 혼자 고립되어 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족들로부터 잠시 벗어나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중, 입학 권유를 받고 보니 '어렵지 않을까? 끝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무거운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막상 용기 내 수업을 듣다 보니, 지금 100% 이해해야 하고 깨닫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이 생기며 가벼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누기, 수행 맛보기, 봉사활동, 환경실천 등을 통해 제 생활에도 작은 변화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경제적인 문제를 중요시하며 우울한 마음으로 남편을 탓하고, 공부하지 않는 아이를 보면서 화내며 웃음을 잃고 살던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으니 즐거울 일이 없었고,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으니 웃을 일이 뭐가 있나 하며 우울한 게 당연하다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불법을 배우면서 그것이 나의 집착이며 나의 업식임을 알았습니다. 아직 이해하지 못한 불법이 많지만 깨달음의 길로 한 발자국 정도는 다가가지 않았나 혼자 생각하며 뿌듯합니다. ‘지금 깨어있기’ ‘알아차리기’를 통해서 우울해지고 짜증내고 화내는 순간 멈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짜증 나고 화가 나면 당연하게 남 탓을 하며 계속 화를 냈는데 내가 옳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있었다는 것을 알고 나니 요즘은 짜증을 내다가도 “아, 내가 짜증내고 있구나”라고 알아차려지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합니다. 아직 수행 중이라 바로 멈추지는 못하지만 전혀 하지 않는 것보다 낫겠지요?

다른 사람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행복해져야 옆에 있는 사람들 또한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배워 가는 게 너무 좋습니다. 항상 나는 행복한 수행자라는 말을 마음에 새기며 살아가겠습니다. 불교대학 수업을 1년 동안 함께 이끌어 주신 우명근 님과 황소연 님께 감사드립니다.”

불법은 종교가 아닌 행복한 나를 만드는 가르침

마지막으로 고등학생 시절까지 교회를 열심히 다녔기 때문에 찬송가가 편하고 교회가 더 익숙했지만 인연이 닿아 불교대학생이 된 유선일 님의 이야기입니다.

연등 울력 중인 유선일 님
▲ 연등 울력 중인 유선일 님

"아내의 권유로 시작하게 된 불교대학이 어느덧 졸업만을 앞두고 있습니다. 업무상 출장이 잦기 때문에 출석률이 좋지 않아 졸업은 힘들겠지만 그냥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는 생각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담당자분들이 오히려 수업 일시를 조정하고 보강을 해가며 저의 졸업을 위해 애쓰시는 것을 보니 미안하고 감사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오랫동안 교회를 다닌 경험이 오히려 종교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생기게 했는데 정토에서의 공부는 불법이란 종교가 아닌 수행임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아직도 불교의 교리나 철학은 충분히 이해되지 않지만 행복한 나를 만드는 좋은 가르침이라는 것은 정확히 알았습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 피해는 주지 않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나에게 불교대학은 즐거운 놀이

학생 못지않게 담당자분들도 졸업식의 주인공입니다. 담당자와 부담당자, 두 분이 일 년 동안 학생들과 함께 해 주셨는데 소임을 마치고 난 지금의 마음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담당자 우명근 님의 마음 들어보겠습니다.

“처음부터 별생각 없이 편한 마음으로 담당자 소임을 맡았습니다. 불교대학 소임을 혼자만 하면 부담이 될 텐데, 전 부총무인 황소연 님이 불교대학 부담당을 맡아 도와주셔서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저는 직장이 지방이라 일요일 일찍 법당에 와서 일요 법회를 진행하고, 오후에 불교대학을 진행하다 보니 사전 홍보 및 연락 등은 부담당님이 맡아 주셔서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부담감 없이 진행해서 그런지 참 재미있고 편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3분의 새로운 도반님들과 개편된 과정으로 공부하니 새로웠습니다. 특히, 매번 생활 속에서 수행 연습을 해보고 나누기를 올리는 것이 참 기억에 남습니다.

힘들었던 점을 꼽으라면, 매주 참여해야 하고, 수업이 끝나면 늦게 집에 돌아가다 보니, 일주일 중 유일하게 쉬는 일요일은 쉬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하기 싫다는 마음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불교대학 1년의 시간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삶이 가벼워지고 편해지고 다른 입장에서 생각해 보게 되어 좋다는 도반님들을 보는 것이 역시 제일 보람 있고 좋았습니다. 저에게 불교대학은 즐거운 놀이였고, 수다였습니다.”

졸업 수련 중 사회를 보고 있는 우명근 님과 환하게 미소 짓는 황소연 님
▲ 졸업 수련 중 사회를 보고 있는 우명근 님과 환하게 미소 짓는 황소연 님

늘 이자리에

8차 년도부터 9차 년도까지 6년간 방콕 법당의 부총무 소임과 함께 불교대학 부담당을 맡아 봉사해 주신 황소연 님의 소감입니다.

"2004년 3월 제가 처음 불교대학에 들어갔을 때가 생각납니다. 기독교인 저에게 불교대학은 어렵고 지루했지만 신선했습니다. 그 뒤로 법당에 불교대학 담당자가 필요한데 다른 분들보다 자유롭고 아이도 없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불교대학을 맡게 되어 하다 보니 지금까지 계속 불교대학 담당자로 나날이 거듭나고 있습니다. 점점 부처님의 삶이 가슴으로 다가오고 밖으로 향했던 손가락이 점점 내 안으로 향하며 삶이 가볍고 편안해져 얼굴이 점점 환해짐을 가족과 주위에서 먼저 알아봐 주었습니다.

특히 이번 불교대학은 새롭게 개편되어 더 설레고 기다려졌었습니다. 프로그램이 정말 좋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법문 듣고 나누기하고 또 모둠활동도 하며 신나게 1년을 보냈습니다. 학생 수로는 전 세계에서 제일 작은 불교대학 일지는 모르지만 그 어느 지역보다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는 측면에선 세계 제일이라 자랑합니다!

그동안 함께해서 참 행복했습니다. 전 다시 정토회의 자원활동가로 새로운 일을 맡아서 출발합니다. 늘 이 자리에 있겠습니다. 언제든지 WELLCOME TO JUNGTO DHARMA STUDY WITH US."

왼쪽 부터 황소연 님, 윤선영 님, 우명근 님, 이춘회 님, 유선일 님
▲ 왼쪽 부터 황소연 님, 윤선영 님, 우명근 님, 이춘회 님, 유선일 님

세 분의 학생들은 두 분의 경험 많은 담당자와 함께 불교대학이라는 한 배를 타고 일 년 동안 여행을 떠났다 다시 돌아와, 자신이 살던 곳의 풍경이 예전과 달라 보여 신기해하는 여행자들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제 그 배에서 내려 각자 자기의 여행을 떠나실 세 분의 학생들이 하루하루 더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향해 나아가시길 바라며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글_곽안숙 희망리포터(아시아태평양정토회 방콕법당)
정리_박동주(아시아태평양정토회 방콕법당)

전체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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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랭이

반갑습니다 ????

2020-05-05 14:08:42

김지은

참으로 소중한 인연이네요~
그동안 황소연 님과 불대 도반님들이 함께 일궈온 소중한 시간들 덕분에 더 자유롭고 행복해지실 것 같아요~~
좋은 소식 감사합니다^^

2020-05-05 09:47:14

세명화 고명주

정말 귀하디 귀한 졸업생 님들 이시네요.
아직 한번도 뵙지 못 한 도반들이지만,곧 정회원으로 함께 보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2020-05-05 09: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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