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강동법당
앞으로의 인생, 부처님 흉내라도 내며 살아야지

강동 법당에 들어서면 존재만으로 마음 든든하고 믿음직한 두 도반이 있습니다. 두 분은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함께 졸업하였습니다. 현숙이 님은 천일결사 행복 모둠장과 주간 수행법회 부담당으로, 최영자 님은 법회 공양간담당과 7대행사담당 소임을 맡아 졸업 후에도 법당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온화한 미소로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시는 두 분의 인도 성지 순례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출발하기 전 인천공항에서(뒷줄 제일 왼쪽 최영자 님, 앞줄 왼쪽에서 두번째 현숙이 님)
▲ 출발하기 전 인천공항에서(뒷줄 제일 왼쪽 최영자 님, 앞줄 왼쪽에서 두번째 현숙이 님)

그토록 소원했던 인도 성지순례를 다녀오다

현숙이 님 : 인도 성지순례를 언젠가 가게 되면 꼭 법륜스님과 가리라 했는데 준비가 잘 된 순례길을 매우 벅차게 잘 다녀왔습니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하나라도 더 소개해주려고 애쓰는 스님께 정말 감사했고, 제가 무슨 인연으로 이런 복을 받을까 싶었습니다.

최영자 님 : 예전에는 부처님의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부처님의 일생'을 배우게 되었을 때 참 즐거웠습니다. 그래서 이번 성지순례 소식을 듣고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인도에 가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부처님의 고향에 갔을 때 가슴이 먹먹하여 말을 꺼내기가 힘들정도였습니다. 날씨도 너무 좋았고 400명이 넘는 인원이 함께 탑을 돌고 입재식을 가진 것이 뿌듯하고 기쁨으로 다가왔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해주신 분들께 매우 감사드립니다.

현숙이 님 : 실제로 그 장소에 방문하여 1250명의 수행자들을 데리고 맨발로, 야윈 모습으로 앞장서서 걸었을 부처님을 상상하면서, 400명의 수행자들이 가사를 수하고 기러기처럼 묵언을 하며 따라갈 때 감동적이었습니다. 인간 붓다의 발자취를 따라서 한 걸음, 한 걸을 걸으면서 수행자가 아니면 느끼지 못 할 기쁨을 느꼈고, "앞으로 얼마 남아 있을지 모르는 생을 부처님 흉내라도 내며 살아야 되겠다" 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순간순간 벅차서 눈물이 났습니다.

사르나트 초전설법지에 있는 다메크 스투파에서(왼쪽 최영자 님, 오른쪽 현숙이 님)
▲ 사르나트 초전설법지에 있는 다메크 스투파에서(왼쪽 최영자 님, 오른쪽 현숙이 님)

지난날의 카르마와 중도 실천에 관하여

현숙이 님 : 저는 살면서 화가 나는 일이 별로 없었던 것 같고, 참는 것도 잘 참는다 생각했는데 그게 스트레스로 남아있었어요. 부처님 미소가 좋아서 젊었을 적엔 속상할 때도 형제보다 부처님을 찾아갔어요. 부처님 앞에 앉아서 내 이야기하며 눈물도 토해내고 하면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최영자 님 : 이제는 화날 일도 별로 없고 마음이 편해요. 어떤 일에도 그냥 그러려니 해요. 예를 들어 내가 "구천만 원이 있는데, 일억을 채울 거야"하면 아등바등하며 살겠지만, 그런 욕심 없이 사니 마음이 편해요. 이런 건 그야말로 나이 먹은 사람이나 이해하겠지.

현숙이 님 : 저는 남한테 피해 주지 않으려 노력했고, 내가 맞추려 하고 참아주고 하는 성격이라 손해를 보고 살았다고 생각했어요. 남편이 떠나고 난 후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했구요. 그때 내가 참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 나이 들어서라도 억울함을 표출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해서 '나 너무 불쌍하지 않나. 억울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자식 셋을 남겨 주었고, 그 자식들이 내게 효도를 하고, 이미 끝난 인생이니까 생각도 하지 말자.' 이러니 의외로 깨끗이 잊히더라고요. 살아있을 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도 미련도 없어요. 나 억울한 건 앞으로 내가 내 인생 위해서 잘 살면 그만이니까요.

사람 죽고 사는 것에 비하면 다른 것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재물도, 물건도, 보석도 욕심이 없고 그저 마음 편안한 게 최고다 생각해요. 현재는 종교를 가지고 마음 편안하게 생활하잖아요. 그러니 아무 부러울 게 없어요. 살면서 여자보다 시시한 남자도 많이 봤고, 형편없는 남자들도 봤고, 그랬기 때문에 부처님한테 더 반하는 지도 몰라요. 진짜 문제에 부딪혀 보면서 사람들 속성을 속속들이 알고 나면 사람한테 기대할 것도 없어요. 부족한 점이 있어도 또 좋은 점이 숨어있고,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아쉬울 것도 욕심둘 것도 없어요.

최영자 님 : 업보라는 건 자기 상황도 있는 것 같아요. 사람마다 상황이 다 다르잖아요. 내 상황이 복잡하고 여러 가지 신경 쓸게 많으면 좋게 넘어갈 것도 올라오는 거예요. 지금 현재는 그럴 경우가 없으니까요. 손주들도 억지 부리는 나이는 지났고, 살아온 날 중에 정토회 들어오고부터는 계속 편한 것 같아요. 상황에 부딪히면 사람이 강해져요. 살다 보면 거기에 맞춰 살게 되는 거고요. 자기에게 없던 힘도 생기는 거예요. 달리 강하게 태어나서가 아니라 부딪혀야 생활력도 생기고, 부딪혀야 알게 돼요.

쉬라바스티에있는 기원정사에서 (제일 왼쪽 현숙이 님, 제일 오른쪽 최영자 님)
▲ 쉬라바스티에있는 기원정사에서 (제일 왼쪽 현숙이 님, 제일 오른쪽 최영자 님)

인도에서 발견하게 된 '수행의 힘'

현숙이 님 : 성지순례하는 동안 불편한 것은 많았으나 불평은 없었어요. 각오하고 갔었고 사정이 나쁠 거라 생각하고 갔는데 의외로 좋았어요. 우리는 그보다 더 어려운 시절에도 살아봤던 사람이라 '아, 우리 어릴 때 모습을 겪어보는구나' 이래서 호기심이 있었죠. 우리는 그렇다고 하지만 젊은 사람들도 얼마나 재바르게 짧은 시간에 샤워에 빨래까지 하는 모습을 보고 수행이 참 무섭구나 싶어요. '관점만 잘 가지면 어떤 것도 이 세상에 불평할 것이 없구나 화내고 짜증 낼 일이 없구나' 싶을 정도로 도반들이 다 잘 해 주었어요. 저는 젊은 사람들이 참 예쁘더라고요. 젊은 나이에 열려있는 호기심들이 소비나, 이런 쪽으로 쏠리지 않고, 정신세계로 관심을 가지고, 자기를 찾고 중심을 잡으려고 하는 것이요. 물론 살면서 우여곡절도 있겠지만 '앞으로 중심 잡고 잘 살아가겠다. 참 지혜롭게 살겠다' 싶은 마음에 대견하고 되게 이쁘더라고요.

어떤 상황이라도 중심을 딱 잡고 '아, 내가 할 역할이 무엇이고, 내 역량이 여기까지이고, 최선을 다했으니 죄스러울 것도 없고 미안할 것도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내 마음이 편할 수가 있잖아요. 집이든 직장이든 어디서든 그런 것을 알아차리는 게 빨라질 것 같아요. 그러니 누가 봐도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참 현명하게 대처하네' 이런 소리 꼭 들을 거예요.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불교대학에서 공부하는 건 참 바람직한 일인 것 같아요. 자기를 위해 최고의 자산을 저축해 놓는 길이 아닐까 싶어요.

내가 본래 부처인 것을

현숙이 님 : 나는 혼자 주먹구구식으로 터득하느라 시간도 걸리고, 역경을 통해 알아차린 것들을 스님 말씀을 통해 다른 이들의 사례도 내가 경험한 것처럼 나의 자산이 되잖아요. 그러면 나중에 참 편안하게 살 것 같아요. 자녀들도 편안하게 키울 거예요. 물질적으로야 많고, 적고가 다 다르겠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내 자식들에게 정신적인 의지처가 충분히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젊은 사람들이 성지순례에 온 게 그렇게 이쁘더라고요.

나는 젊은 날을 보내고 이렇게 뒤늦게 불법을 만난 게 조금 아쉬워요. 그런데 이게 어디에요. 지금이라도 스님 만나서 불경을 외우고, 부처님 보면 마음이 편안하고, 깨어있으려 애쓰는 정신세계까지 끌어올려 주신 스승님이 있어서 참 감사해요. 우리가 이번에 여행을 하는 것도 얼마나 많은 인연들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면 겸손해질 수밖에 없어요. 수자타 아카데미에 갔을 때 "400명의 부처님을 환영합니다"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뭉클했어요. '그래, 엄마가 태어나게 해줬을 때는 나도 부처였을 거야. 거기에 내가 있는 대로 때를 입혔지만 하나씩 깨달으면서 벗겨내면 부처가 되지 않을까?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런 마음이 들어서 가슴이 뭉클했었어요.

최영자 님: 불교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가니까 말씀이 귀에 더 쏙쏙 들어와서 인도에 정말 잘 왔다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추천해 주고 싶어요.

현숙이 님: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단순해요. 인도를 다녀오면, 내가 가진 것이 얼마나 많고 감사할 것이 많은데 이런 작은 것들로 힘들고 괴로워했나 하는 마음도 들고 용기가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혼자 가는 것보다 도반들과 함께 가면 좋을 것 같아요. '수천 년의 시간이 지나도 부처님과 같은 이런 분이 또 나올 수 있을까 싶고, 앞으로 그 말씀을 자세히 들으면서 흉내라도 내며 살아야겠다' 싶은 마음이 들어요. 감동이 컸어요.

스님 말씀처럼 인도는 빚을 내서라도 한 번은 꼭 다녀올 성지에요. 나를 되돌아 보고, 나를 정리하고, 앞으로 갈 길이 저절로 찾아지는 곳이에요. 불자가 아니더라도 꼭 나와 똑같은 인간이면서 깨달으신 부처님의 발자취를 밟아보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법당앞에서(왼쪽 현숙이 님, 오른쪽 최영자 님)
▲ 인터뷰를 마치고 법당앞에서(왼쪽 현숙이 님, 오른쪽 최영자 님)

인터뷰를 마치며 이미 부처님의 모습에 가까워진 두 분을 발견하였습니다. 두 분의 생생한 이야기와 울컥 나오는 감동의 눈물에 인도에 직접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앞서가시는 두 분의 수행자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더 일찍 부처님을 만난 저는 두 분보다 더 멋있게 나이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만심이 들 정도로 용기와 희망이 생겼는데요. 잘 물든 단풍 같은 두 분의 이야기가 많은 분들께 귀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_문우선 (송파정토회 강동법당)
편집_권지연(서울제주지부)

전체댓글 5

0/200

다람쥐2

잘 읽었습니다
감동입니다

2019-08-28 09:13:37

정명 데오

\"잘 물든 단풍 같은 두 분의 이야기가 많은 분들께 귀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02-28 23:31:57

배창욱

소중한 인터뷰와 말씀 감사드립니다. _()_

2019-02-26 19:25:25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강동법당’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