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유럽·중동·아프리카지구
유럽에서도 통일의병의 꿈나무를 심다

2017년 정유년 새해가 밝아오자마자 유럽중동아프리카지구 소속 런던법회를 선두로 독일에서도 통일의병 교육을 받은 제1기 예비 통일의병이 배출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기 바로 전에 '스님의 하루'에서 '통일특위 통일의병 발대식'의 뜨거운 열기와 함께 다시 한 번 의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스님 말씀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안중근 의사와 동지 11명이 맺었던 단지동맹의 뜻을 새기며 모두 함께 말없이 하얀 현수막 위에 '손바닥 도장'을 찍는 모습은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금은 선조들처럼 나라를 위해 목숨 걸지 않아도 되고 손가락만 움직이면 된다'는 스님의 말씀만 믿고 가볍게 통일의병 교육에 참여했는데 막상 강의를 들으려니 장거리를 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런던법회는 평일에는 시간이 없고, 서로 먼 거리에 살고 있는 도반들이 함께 들어야 해서 수행법회와 불교대학, 경전반이 열리는 일요일 아침에 일찍 모였답니다. 그런데 통일의병 교육과 법회 진행 장소가 같은 곳에 예약이 안 돼서 법회에 늦지 않기 위해 긴장감 있게 움직여야 했습니다.

독일은 자체 참가자가 가장 많은 뒤셀도르프에서 네 명, 베를린에서 한 명, 프랑크푸르트에서 두 명이 뒤셀도르프 법회 장소에 모여 일곱 명 모두 무사히 교육을 마쳤습니다. 해외에서 통일의병 강의를 들은 예비 통일의병들은 한국에서 진행되는 통일의병 발대식에 참석해야 정식으로 통일의병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독일은 일 년에 한 번 내지 두 번, 수련 때나 만날 수 있는 도반들이 한 곳에 모여 통일의병 교육을 받으니 "통일"이라는 단어가 더 실감나게, 그리고 뿌듯하게 다가왔습니다. 같은 지역에 살아도 바쁜 일정으로 긴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데 주제마다 심도 있는 나누기를 할 수 있어 좋았다는 참가자들이 많았습니다. 역사 시간에 배울 수 없었던 상고사 강의는 새로웠고 배달민족의 후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해외에서 과연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참가자들 모두에게 처음부터 화두로 다가온 듯했습니다. 베를린에서 온 이희정 님은 평소 무심히 스쳐 지나간 베를린 장벽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예비 통일의병들이 느낀 소감을 나눠보겠습니다.

런던법회 예비 통일의병들. 왼쪽부터 송민주, 김세경, 김은경, 김지은, 김유진, 조태준, 이혜숙 님
▲ 런던법회 예비 통일의병들. 왼쪽부터 송민주, 김세경, 김은경, 김지은, 김유진, 조태준, 이혜숙 님

런던법회 - 통일은 힐링이다

조태준: 한반도의 분단 과정을 들으며 '학교 수업 시간에는 자세한 뒷이야기까지 듣지 못했는데 역사가 저렇게 흘러온 거였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남한은 남한대로 옳다고 믿는 나라를 운영해 왔고 북한은 북한대로 기조를 가지고 운영해 왔는데 서로에 대한 왜곡된 시선으로 미움과 증오가 생겨난 것 같아서 왜곡된 역사관 지양의 중요함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하나의 결정을 두고도 국내외의 다양한 상황과 관점을 검토해야 하듯이, 역사적으로 같은 사건을 두고도 다양한 입장과 해석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요즘 불거지고 있는 국정교과서 문제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역사를 다시 배우고 나니 무엇보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뚜렷하게 다가왔습니다. 경제적인 동력을 통일에서 찾는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중요하겠지만, 평소에 '서로 대치하고 있는 분단된 국가에서 살기 때문에 생겨난 것은 아닐까?' 하고 어렴풋이 성찰했던 많은 개인적, 사회적, 역사적인 문제들의 답이 통일에 있다는 것을 스님의 강의를 통해 배운 것이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수업을 듣고 나니 통일이 우리에게 커다란 치유제가 될 것이라는 희망과 확신이 생깁니다.

독일 뒤셀도르프법회 - 북한 주민들이 살고 싶어 하는 사회를 만들자

김선희: 상고사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으로 역사적 중요기점을 정리하였는데, 역사교육을 통해 잘못 알고 있었거나 잘못 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어서 문제의식이 없었던 부분이 명확해졌습니다. 역사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는 말을 들을 때에는 막연하게 그러려니 했었는데, 5회에 걸쳐 총 8시간이 채 안 되는 강의였지만, 주제를 잡아서 나누기를 해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한 시대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시대적 상황과 주변과의 연관 관계를 함께 바라보는 통찰력을 연습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과거형으로만 두는 것이 아니라 현 시대의 과제를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반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감을 잡았다 할 수 있는 알차고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한국에서 들려오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도 절망보다는 통일로 가는 시작일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고, 나와는 다른 의견을 주장하는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이번 수업의 큰 수확입니다. 국민들이 차기 대통령에게 가장 원하는 것이 '정의'라고 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로 재정비된다면 북한 주민들이 살아보고 싶은 사회가 될 것이고, 그것이 통일의 준비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지나 온 시대를 이해하고 나니, 시대의 아픔을 넘어서지 못하고 끌어안고 살고 있는 모습이라 이해되면서 함께 풀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로 받아들이게 되니 미움보다는 이해의 마음을 열게 되었습니다.

김다현: 해외 사정상 거리가 멀다 보니 법회 외에 따로 모여 수업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아 솔직히 귀찮은 마음이 먼저 올라왔습니다. 통일이라는 주제 자체가 진부하게 느껴졌고 의병이라는 단어도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시간 떨어진 다른 법당에서 오는 분들도 있는데, 귀찮다는 핑계로 소속 법회에서 하는 통일의병 교육을 거절하기는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예상과는 달리 첫 수업부터 마지막 수업까지 강의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스님의 설명을 차근차근 따라 가니 역사적, 정치적 맥락에서 왜 통일이 중요하고 또 필요한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막데부르크라는 옛 동독 도시로 워크숍을 다녀왔습니다. 옛 동독 지역을 이제는 마음대로 다녀올 수 있는 통일 독일의 자부심이 부러웠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우리의 완벽한 통일 모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독일 통일의 장단점을 잘 배워 우리가 통일되었을 때는 더 활기찬 통일 한국을 만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독일 땅에서도 통일의 꿈을 꿀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올해 통일 한국의 기반을 마련하는 지도자와 정부가 들어서길 간절하게 바래봅니다.

진지하게 토론 중인 독일 예비 통일의병들
▲ 진지하게 토론 중인 독일 예비 통일의병들

프랑크푸르트 - 독일 여권 소지자도 통일의병이 될 수 있다

추희숙: 통일의병은 한반도의 통일이라는 목표를 위해서 모인 의병들입니다. 독일 여권을 가지고 한반도를 벗어나 독일에서 살고 있는 저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교육을 시작하면서도 그리고 강의를 듣는 동안에도 있었습니다. 강의를 들으며 해답을 찾기 위해서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까마득한 상고사에서부터 근,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의 역사를 배우며 그 시대에 살았던 조상들을 만났습니다. 조선시대 의병을 배울 땐 나도 같이 의병이 되어서 싸웠고 해방 후 남북이 이념에 따라 갈라질 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 5강을 끝으로 현재의 국제정세와 통일의 필요성을 지금 이 시점에 접목해서 배우니 그동안 내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협소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고 반성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통일이 되면 모든 게 바뀌어 혼란이 올 것이라는 제 생각은 연방제에 대해 자세히 배우면서 기우가 되었고, 의외로 통일이 매우 가깝게 그리고 쉽게 느껴졌습니다. 통일이 되면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 고향에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신재숙: 한국에서 통일의병에 관한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21세기 의병들은 무엇을 어떻게 할까 궁금했었어요.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분단국가로서 한반도에 통일의병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해외에서도 통일의병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바로 신청을 했죠. 공부하면서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물질적 풍요와 안락함이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대의를 위해 죽어간 수많은 의병과 투사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되고 감사했습니다.

독일 국적인 제가 한국의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제가 아는 지식을 한국의 분단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독일 이웃들과 나누는 것부터 시작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북한을 좀 더 총체적으로 이해해서 나만큼 모르는 이곳 사람들과 한국의 지인들에게도 알려 통일을 마음에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면 그만큼 통일이 우리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오지 않을까요?

왼쪽 뒷줄부터 시계 방향으로 베를린 이희정님, 프랑크푸르트 신재숙, 뒤셀도르프 이승신, 최순진, 김선희, 프랑크푸르트 추희숙, 뒤셀도르프 김다현 님
▲ 왼쪽 뒷줄부터 시계 방향으로 베를린 이희정님, 프랑크푸르트 신재숙, 뒤셀도르프 이승신, 최순진, 김선희, 프랑크푸르트 추희숙, 뒤셀도르프 김다현 님

베를린 - 다 함께 잘 사는 사회, 살고 싶은 나라, 행복한 나라로

이희정: 최소 참석자수가 안되어 베를린법회에서는 통일의병학교를 개강하지 못했습니다. 참석문의를 할 때만 해도 다른 사람들이 원한다면 저도 같이 하겠다는 마음이었는데 막상 개강하지 못했을 때는 시원섭섭했습니다. 뒤셀도르프법회에서 개강이 가능하고, 베를린과 같은 사정으로 개강하지 못한 프랑크푸르트법회 도반들이 합류한다는 말을 듣고는 여기서는 주말에 왕복 13시간 정도 기차를 타야 하는데 어떻게 하나 망설여졌습니다. 그것도 세 번이나. 하지만 같이 활동하는 도반들도 만나고 교육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냥 하자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힘들겠다고 미리 생각해서 이것저것 포기한 것이 많은데 이번에는 왠지 마음먹은 대로 하고 싶었습니다.

통일의병 교육을 통해 그동안 여러 차례 스님의 법문으로 들었던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더 잘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통일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짧은 기간에 듣는 법문만으로는 다소 미흡했던 것이 해소되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걱정하고 우려하는 만큼 통일준비가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강의를 다 듣고 나서 우리 나라가 갈 길을 제대로 걸을 때, 그것이 모든 것의 기반이 되고 통일의 준비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 함께 잘 사는 사회, 살고 싶은 나라, 행복한 나라.... 마치 불자들이 걸어가는 길과 비슷합니다. 적게 갖고, 서로 나누고, 다름을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통해 우리 모두가 행복한 나라가 된다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통일조차 그렇게 큰 무게감으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통일의병학교 수업을 듣고 베를린에 도착해서 느끼는 통일에 대한 마음이 듣기 전에 막연했던 것과는 사뭇 다릅니다. 마지막 수업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일부러 버스를 타고 동서 베를린을 달려 봤습니다. 창 밖의 풍경이 더 이상 관광객들을 위한 상품으로 보이지 않았고, 베를린 장벽의 기념물도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도 언젠가 독일인들처럼 분단의 역사를 추억할 수 있을 때가 오길 기원해 봅니다.

글_조태준, 김선희, 김다현, 추희숙, 신재숙, 이희정
정리_신재숙 희망리포터 (유럽중동아프리카)
편집_김지은 (해외지부)

전체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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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연

독일에서 대한민국 통일의병 교육을 받는다니 더 뜻깊을 것 같습니다^^ 왕복13시간씩 시간을 내어 오신다는 희정법우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통일의 간절함과 이 발언으로 좀 더 앞 당길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듭니다. 저흰 아직 숫자가 모잘라 못 하고 있는데 동남아시아를 묶어서 다음번엔 진행 해 보고 싶습니다^^

2017-02-28 11:50:53

부동심

통일운동의 열기가 해외에도 널리 퍼져나가길 기원합니다. 유럽 통일의병 화이팅!!^^

2017-02-28 06:25:30

이정인

나누기들이 공감이 팍팍됩니다!! 뉴저지법당에서도 오늘 통일학교 강의를 듣고 나누기들이 정말 뜨거웠습니다. 분단국가였던 독일에서의 통일학교는 좀 다르게 느껴집니다. 통일학교 분위기 올려주신 신재숙보살님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2017-02-27 10: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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