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일산법당
후손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을 하리라
사회활동담당 배진숙 님 수행담

 

신입생 맞이에 분주한 3월 둘째 주일산법당 사회활동담당이자 파주법당 봄불교대학 주간 담당까지 맡게 된 배진숙 님을 소개합니다.

언제나 변함없는 밝은 미소로 차분하게 환경복지통일에 관련한 봉사를 하고모르는 부분이 있을 때 질문하면 자세히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우리 법당의 큰 일꾼이며 어디에서든 감초 역할을 하는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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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불교대학 오리엔테이션 집전을 기다리며~

 

깨달음의장 후 문경수련원에 봉사 다니다

2011년 깨달음의장을 갔습니다당시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에서 동아리 활동으로 풍물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알던 언니의 소개로 갔어요깨달음의장 마치고 한 달 지났을 때 문경수련원에서 연락을 받고 봉사하러 다니기 시작했어요한 달에 한 번씩 2박 3어떤 때는 1박 2일로 문경수련원에 한 3년 정도 다녔어요사무실에서 회원 입력 봉사를 했어요제가 피부가 질이 안 좋아 공양간일 같은 건 잘 못 해요그래서 사무실에서 봉사하는 일을 맡겨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수련원 사무실에서 바라보는 풍경들이 참 좋았어요새소리 들으며 아침 예불하는 시간발우 공양이라고 처음 해보았는데… 진땀 빼며 그릇 닦아 먹고 했던 기억들이 떠오르네요.

결혼하고 첫 아이 낳으며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취업하리라 마음먹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에 불만이 있었고 답답했습니다수련원 봉사를 다니며 종일 직장에서 일하는 기분도 느껴보고 법사님과 나누기 수련도 해보고 수련원에서 생활하는 행자들을 보면서 배운 것들이 많았어요버스 타고 문경 가는 길에 혼자 괜히 눈물도 나고 했었습니다.

아토피 피부염이 심해 산속에서 살면 낫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바램을 갖고 있었는데 문경 다니면서 원 없이 산속 생활을 해보았습니다어느 여름날 밤에 봤던 반딧불이가 지금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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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에 모둠장 나들이 때~~

 

사회활동 소임

현재는 일산법당에서 사회활동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정토회 오기 전부터 환경 운동에 관심이 많이 있었는데 법당에서 환경 활동 하나만 맡아서 하고 싶었어요하다 보니 복지 활동도 하게 되고 어쩌다 보니 통일 활동도 참여하게 되고 그래서 그냥 사회활동 전부를 같이 하게 되었어요딱 구분 짓는 것도 제 고집이다 싶기도 하고 일이란 게 다 연결되어 있더군요제가 뭔가 구분 짓는 걸 좋아하는데 실제로 일을 해보니까 그 경계가 내 맘 같지는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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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 기념 종교인기자회던(프레스센터때 지부사회활동팀장 이동림 님과 함께~

 

남자처럼 강해지고 싶었던 맘

깨달음의장에서 들은 법문인지 스님 영상 법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쓰인다는 말이 참 마음에 들어요제가 어딘가 쓸모있는 존재라는 걸 확인하는 게 제겐 항상 필요하거든요친정엄마에게 들은 이야기 중 참 마음 아팠던 게 내가 태어났을 때 밤새 울었다는 말이었어요친정아버지가 장손이었고 할머니가 아들 낳으라는 성화가 심하셨대요제 위로 언니가 있고 둘째는 아들을 바랐는데 제가 또 딸로 태어나 실망이 크셨다네요그래도 그렇지 내가 태어났는데 기뻐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 말을 들으니 아주 슬프더라고요.

제가 아토피가 심한데도 음식 조절도 안 하고 술도 많이 마시고 흡연도 하는 게 스스로 한심하긴 했지만 그게 잘 안 고쳐졌어요자신을 학대하는 버릇이 있어요졸려도 억지로 참고 무서운데도 안 그런 척하고돌이켜보면 남자여자 구별하는 것에 반발심이 있었어요일부러 남자처럼 강해지고 싶은 맘에 여자라 못할 게 뭐냐 하는 고집도 있지요그게 흡연과 음주로 나타났던 것 같아요젊었을 때 습관을 들이니까 몸이 힘들어도 끊기가 힘들더군요스님이 여성운동하는 사람들이 남자 흉내만 낸다는 법문을 하신 적이 있는데 많이 찔렸어요.^^

지금은 담배 끊은 지 몇 년 되었어요중독자라는 자각을 항상 하고 있어야 하고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법사님 말씀이 정초순회 법회 때 있었어요잘 새기고 있어야겠어요.

비싼 학비 들여 대학 졸업까지 하고 집에서 아이들 키우고 살림하는 게 아깝고 적성에 안 맞는다는 불만이 있었어요문경수련원 봉사 다니면서 사무실 일을 해보니까 살림만 하는 게 얼마나 편하고 감사한 일인지 알겠더라고요그래서 남편에게 투덜거리던 행동이 많이 줄었습니다감사기도를 매일 하고 있어요.

 

아이를 자유롭게 키운다는 착각

아이들도 20살이 다 넘어서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없고요아이들 키우는 동안 제가 아이들에게 너무 집착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는 무슨 그런 소리를 하나 했어요저는 나름 자유롭게 아이들을 키운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그런데 제 마음 어땠나를 들여다보니 아이들 키우면서 불안함불만이 항상 있었어요큰 아이가 공부를 안 하고 공고를 가면서 창피해하는 마음이 들더군요그리고 그런 맘이 드는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돌아보니 항상 제가 하던 말이었어요. “아이들 공부 잘하는 것 소용없어자기만 행복하면 되지.” 실제로 닥치니까 전혀 제 말과는 다른 맘이 드는 제가 비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들 어느 고등학교에 갔냐는 질문받는 게 두려웠어요정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실제 경계에 부딪혀봐야 안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법문에서 그런 말을 들으니 참 반갑고 위로가 되더군요.

그래서 지금 시각이 주어지는 대로 제가 쓰인다는 것에 감사하는 맘을 내면서 봉사합니다여러 사람을 만나는 게 재미있고 어울려서 뭔가 이루어지는 걸 보는 게 흐뭇해요잘 안되거나 겁나는 마음이 들면 그렇다고 하고 볼 기회가 있는 것도 안심이고요날마다 점검하는 시간이 있으니까요.

 

고집 많고 행동력은 약했던 나

제가 어릴 때부터 한 고집했는데 행동력은 약했어요생각으로 온갖 아이디어를 내보지만실제 할 때는 겁도 많이 내고 재기도 많이 재고 그럽니다그래서 계획 세우고 구체적인 실천하는 게 약해요그게 나를 과대평가하는 습관 때문이라는 걸 알겠어요고집이 세다 보니 내 뜻대로 하지 않으면 일을 아예 안되게 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더군요그래서 하고 합니다.’ 하고 쓰이니 고맙습니다를 새기면서 일을 합니다.

칭찬받고 싶은 맘이 많아 도반들이 잘한다열심히 한다’ 칭찬해주면 내심 신나서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감이 있어요그게 어떤 맘인가 보니까 계속 칭찬받고 싶은데 그게 안 될까 봐 두려워하는 맘이었어요.

제가 겪은 마음의 상태를 다른 도반들도 겪고 있겠구나짐작이 갈 때는 이해하는 폭도 더 넓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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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S 거리모금 당시 찰칵~

 

나의 기도문

 

부모님낳고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보저랑 살아주어 고맙습니다.

도반님들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세 문장을 정진할 때마다 속으로 외워요.

저는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친정어머니가 2분이에요낳아주신 어머니키워주신 어머니,

낳고 키워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리며 제 몸에 대해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을 갖고 싶어서 이 기도문을 외웁니다.

처음엔 반발심이 올라오더니 요즘은 이 기도문이 그냥 나와요그리고 저를 낳으신 엄마의 그 당시 모습키워주신 엄마의 모습아버지 모습을 그려보면서 가끔 울컥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친정엄마를 떠올리면 부담스러운 마음서운한 마음이 들곤 했던 게 지금은 많이 없어지고 가벼워졌어요몸에 해로운 습관들도 바꾸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요.

남편에게 불만스러운 맘은 봉사하면서 고마운 마음으로 많이 바뀌고 있어요짠돌이에 답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검소함과 규칙적인 삶의 태도를 존경하는 마음이 듭니다.

제가 살아오면서 가장 잘한 일 2가지를 꼽으라는 질문에 정토회 만난 일남편과 결혼한 일’ 그렇게 대답했어요이런 말 하는 게 닭살이라는 생각은 하지만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기분 좋았습니다.

사회활동 소임을 하면서 이 필요하고 후손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을 왜들 안 하는 거야하는 분별심이 올라올 때가 있어요그래서 정일사 회향에서 법사님께 말씀드렸더니 도반들에게 감사기도 드리라고 하셨어요나도 실제 사회활동 봉사를 하다 보면 마음에서 올라오는 두려움귀찮음물러서는 마음 그런 게 있는 걸 알겠습니다내가 다른 도반들을 탓하는 건 의지하려는 마음이 있어서구나 하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잘 쓰이는 기쁨

필요한 곳에 쓰이니 보람됨을 느끼고요여러 도반이 내 나누기를 들어주니 이야기하는 마음이 편안합니다또 새로운 걸 배우고 연습해보니 내 능력도 개발되는 것 같아 뿌듯하고요.

 

어려운 점

어려운 점은 도반들과 재미있게 지내다 혼자 있게 되면 쓸쓸함이 밀려오는 습관이 있는데 그래서 너무 가까워지는 걸 경계하는 편입니다사람과 아주 친밀해지거나 아니면 데면데면하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려는 습관이 있습니다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 좋겠고요법문 들은 대로 제가 생각한 대로’ 하지 않는다 생각하는 도반이 있으면 가르치고 싶고 지적하고 싶은 마음이 막 올라와요스스로 오만하다 자책하는 마음과 그런 행동을 참는 답답함을 해결하고 싶습니다.

일이 내려오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 이것도 저것도 안 되는 것 같아 조급함이 듭니다.

 

잘 늙고 싶다

우리 아들들이 자기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 좀 넓은 시야로서 지켜볼 수 있는 늙은 엄마사회적인 기여를 조금이나마 하는 중년노년을 살고 싶습니다무엇보다 내 몸을 소중히 여기며 건강 잘 다스리며 살아 아이들에게서 짐이 되지 않게 살고 싶어요.

정토회에서 모색하는 문명 전환이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두근거려요젊었을 때 세상이 못마땅해서 참 불평불만 많이 하고 살았는데 그 세상을 바꾸는 일에 이바지한다는 생각이 들어 좋고 그런 마음가짐으로 사니 사는 보람과 기쁨이 느껴져서 좋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법륜스님의 글이 떠오릅니다. “봉사는 자기실현을 위한 행위입니다봉사는 누군가의 필요로 내가 쓰임으로써 나를 실현하는 방식이지 생존을 위한 일은 아닙니다자기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봉사는 취미생활과 같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라는 글귀가 떠오르고 배진숙 님의 변함없는 평정심이 한순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고 봉사와 수행의 내공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_심영자 희망리포터(일산정토회 일산법당)

전체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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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

정알 잘 쓰이시는 훌륭한 정토행자시네요♡

2016-04-05 00:03:23

보덕장

우리 진숙씨 노래도 잘 하는데^^

2016-04-03 09:24:15

이기사

저 역시 '쓰인다'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네요. 고맙습니다_()_

2016-04-02 11: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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